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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文, 安, 黃 속도 내는 대선열차

王 수석의 ‘금감원 전화’와 70억 수임…

부산저축銀 사태 | ‘도덕성 논란’ 불쏘시개 되나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王 수석의 ‘금감원 전화’와 70억 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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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전화한 ‘문 수석’은 처음엔 ‘전화 안 했다’고 했다가 ‘사실 확인차 전화했다’고 말을 바꾸고, 자기 회사(법무법인 부산)는 70억 원 수임한 걸 좋게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상득 전 의원은 저축은행에서 돈(정치자금) 받아 감옥 가고. 우리 같은 서민들만 당하지.”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은 지금도 ‘2011년의 악몽’과 싸우고 있다. 한 피해자는 ‘신동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의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을 알고도 영업정지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금감원장을 고소한 고소장을 보여줬다. 그는 “요즘도 이러고 산다”며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들은 영업정지를 당했어야 할 은행이 정관계 로비로 연명했고, 그 사실을 모른 채 돈을 맡긴 서민들만 당했다며 분노한다.

2001년 터진 저축은행 사태는 전국적으로 피해액 50조 원, 피해자만 1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산저축은행은 4조5000억 원이 넘는 불법대출과 2조5000억 원가량의 회계비리 등 7조  원대 부정을 저질러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렸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예금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개발 사업을 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대규모 손해를 본 탓이 컸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은 5000만 원 초과 예금 피해자(7만651명) 중 부산시민(2만 2933명)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피해자들의 한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원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2003년 7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일 때 청와대 집무실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와 양길승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 유병태 금감원 비은행 검사1국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점이다. 이는 검찰 수사에서도 드러났다.

박 회장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등 친노(親盧)그룹의 숨은 후원자 노릇을 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과 자회사 2저축은행의 ▲시세조종 등 자금 불법운용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취급 등 10여 가지 불법 사실을 확인했지만 임직원 3명 문책과 기관경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피해자들이 “민정수석의 ‘전화 한 통’으로 영업정지 당했어야 할 저축은행이 경고받는 데 그쳤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민정수석이 되기 전 동남은행과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을 지내 금융계 현실을 잘 아는 문 수석이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위 공직자에게 전화를 한 데 대해선 수많은 뒷얘기가 돌았다.

문 전 대표의 ‘금감원 전화’는 2012년 3월 1일 당시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수면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담당하던 금감원 국장에게 전화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 2003년까지 대표변호사로 재직한 법무법인 부산은 3년간 59억 원의 사건수임료를 받았는데, 이는 정상적인 거래라기보다 뇌물 성격이고 청탁로비 성격이 크다. 연간 매출액 13억여 원의 무명 법무법인(부산)은 2005년 전국 323개 로펌 중 수임료 2위로 뛰어올랐다.”

문 전 대표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법무법인 부산은 당시 “문 상임고문은 금감원 국장에게 전화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당시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는 누구에게 청탁전화를 하거나 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 대변인은 “문 후보가 ‘그(유병태) 국장이 누구인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는 내용으로 진술서를 작성해 검찰에 보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은 2012년 8월 31일 이 의원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유병태, 박형선의 진술에 의하면, 2003년 문재인 민정수석이 부산저축은행 그룹 검사를 담당하던 유병태에게 ‘철저히 조사하되 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사실이 인정된다. 2004~2007년 사이 부실채권의 지급명령 신청 등 사건 수임료로 부산2저축은행이 고소인 법인(법무법인 부산)에 약 59억 원을 지불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이종혁 의원의 주장은 진실에 부합된다.”(검찰 불기소 결정서)


“신중히 처리해달라”

앞서 그해 5월 말 문 전 대표를 조사한 검찰은 “‘오래전 일로 기억이 없고, 만약 전화를 했다면 민정수석의 업무로 지역 현안 보고를 받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전화한 적 없다”던 문 전 대표가 ‘지역 현안 확인차’ 전화를 했다고 말을 바꾼 것. 유 전 국장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용돈 명목 등으로 2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재판 과정에서 금감원 후배에게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원만히 진행해달라”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문 전 대표가 전화한 사실과 내용은 밝혀냈지만, ‘왕 수석’의 전화가 청탁이나 압력으로 작용했는지, 수임료의 대가 관계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검찰이 실체적 진실에 대해선 함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선 과정에서 문 전 대표는 “청탁전화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달라’의 의미를 두고 논란은 지속됐다.

2012년 10월 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위원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한다.

조원진  “2003년 7월 한창 저축은행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민정수석이, 일면식도 없고 전화 한 통 없는 사람이 조사 담당 국장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합니다.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너무 많이 생길 수 있으니 신중하게 처리해달라’. ‘신중하게 처리해달라’라는 말이 ‘저축은행장 하고 전부 다 단단히 잡아넣어라’ 이런 말입니까?”

권혁세
  “글쎄….”

조원진  “‘아 그러면 신중하게 면밀하게 조사해서 파헤쳐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상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권혁세  “저는 그런 부탁을 받더라도 원칙대로 합니다마는 그 판단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금감원 전화’ 이후 문 전 대표의 법무법인 부산이 노무현 정부(2004~ 2007년) 시절에만 소송 대행 수임료로 59억여 원을 받은 것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채권독촉업무(지급명령신청)와 관련해 사건을 수임했는데, 2012년까지 소송 대행 수임료를 다 합치면 69억8900만 원에 달한다.

신동아가 확인한 2003년 공직자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연간매출액 13억4919만5000원인 법무법인 부산의 지분 25%를 보유(2003년 4월 24일자 관보)하고 있었고, 2004년에는 출자지분 25%(출자금 7500만 원)를 양도했다고 신고했다(2월 27일자 관보). 정확한 양도일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연매출 13억5000여만 원에 불과하던 법무법인이 부산저축은행에서만 70여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다. 당시 법무법인 부산 정재성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법무법인 국제가 53만 건을 혼자 처리하는 게 어려워 사건을 절반씩 나눠 맡아 소액심판사건을 대리했다. 쉬운 사건이기 때문에 (건당) 10만 원에 수임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2003년 2월)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법무법인을 탈퇴하고 변호사직은 휴업해 보수나 배당을 지불한 건 없다(2010년 10월 국정감사).”

그러나 문 전 대표가 변호사로 복귀한 2008년 8월 이후에도 10억 원을 수임료로 받고 10여 건의 부산저축은행 소송 대리인으로 참여(대법원 공시자료 및 예보 서류)한 점과 노무현 정부 당시 재산이 4배(2억1473억 원→ 8억7341억 원) 늘어난 점,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검사를 받는’ 저축은행 대주주가 있는 자리에서 ‘검사를 하는’ 고위공직자에게 전화를 한 점 등은 법적 책임은 없어도 이번 대선에서 도덕성 논란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듯하다.

한편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건에 대해선 이미 다 말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신동아가 보낸 질의서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신동아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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