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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대선삼국지

“대세론 타고 인재가 모여드네”

조조로 변해가는 문재인

  • 김재욱 |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 저자 kajin322@hanmail.net

“대세론 타고 인재가 모여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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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둘 중 한 명에게 항복하십시오. 조조는 용병에 능하고, 그 부하들은 매우 뛰어납니다. 제가 보니 조조는 원소를 친 뒤에 우리를 공격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막기 어렵습니다. 조조에게 형주를 바친다면 조조는 반드시 주공을 중용할 겁니다.”

유표는 한숭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조조는 유표에게 싸울 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놓고 원소를 공격했다. 조조는 원소를 죽인 뒤에 유비마저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유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 일이 있기 전 조조는 원소의 잔당을 제거하기 위해 본거지인 허도를 비우고 요동지역으로 원정을 갔다. 이때 유표 진영에 의탁하고 있던 유비가 유표에게 허도를 습격하라고 권유했다. 역시 유표는 군대를 일으키지 못했다. 조조가 요동을 평정하고 돌아오자, 유표는 그제야 유비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 말을 듣지 않아서 이런 큰 기회를 놓쳤구나.”

이런 유표의 태도는 ‘카리스마가 없다’ ‘결단력이 없다’고 비판받는 문재인과 상당 부분 닮은 점이 있다. 이처럼 유표는 살아생전 자신의 지역인 ‘형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형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형주를 벗어나서 군웅과 패권을 다퉜어야 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다가 병으로 죽었다. 한때 광활한 지역을 차지했지만 무엇 하나 남긴 것 없이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아들인 유종이 형주를 물려받았으나, 조조한테 항복했고, 이후 청주지역으로 발령받아 임지로 가다가 조조의 부하에게 독살당했다.





더 이상 ‘노무현의 비서’가 아니다

“대세론 타고 인재가 모여드네”

2016년 1월 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인재 영입에 나서 입당 기자회견을 연 모습. [동아일보]

유표가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려 했다면 우선 형주에서 벗어났어야 했다. 이처럼 문재인 역시 벗어나야 할 형주가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유권자들이 문재인에게 아쉬워하는 그 점이 바로 형주인 셈이다.

문재인은 그간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주변에 머무르면서 평론가처럼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 가운데 유독 ‘노무현 대통령’이 거론되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은 ‘대선 후보’ 문재인이 아니라 ‘노무현의 비서’ 문재인으로 각인된 점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간 문재인의 말과 글을 살펴보면 원칙을 제시한 후, 반드시 상대의 의중을 묻는 버릇이 있다. 이것은 언뜻 보면 열린 태도 같지만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자기 소견이 없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아울러 문재인은 이미 결정이 난 사안에 대해서 뒤늦게 토론을 제안하거나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이런 태도를 ‘신중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관점에 따라 ‘타이밍이 늦다’ ‘감각이 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조금 더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유권자들은 문재인에게 집권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단호하고 기민해진 정치 행보

이와 같은 단점이 완벽히 보완되진 않았지만, 문재인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조금씩 ‘형주’에서 벗어나고 있다. 문재인은 ‘인재 영입’을 통해 자신의 인품과 정치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정계 입문을 한사코 거부하던 표창원을 영입해 신선한 충격을 안기더니, 박근혜 대통령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국정원 인사처장을 지낸 김병기를 영입해 상대 진영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는 상대 진영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더욱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영입을 통해 더 이상 ‘친노’ ‘노무현의 비서’가 아닌 ‘대선 후보 문재인’의 탄생을 알렸다는 점일 것이다.

문재인은 이들 이외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를 꾸준히 영입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했다.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핵심 인물이던 김종인에게 민주당의 총선을 지휘하도록 했고, ‘자진 철회’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영입해 상대 진영의 허를 찔렀다. 이런 행보를 보면 문재인은 그 옛날 움츠리고 있다가 생을 마감한 유표가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라면 출신을 가리지 않고 등용한’ 조조(曹操)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조에게 친위부대 ‘청주병’이 있었던 것처럼 문재인에게는 ‘10만 온라인 당원’이 있고, 조조가 여러 번의 전투에서 기민하게 움직인 것처럼 문재인 역시 기존과는 다르게 사회의 민감한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상대 진영의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역습을 펼치며,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자신의 정견을 당당하게 피력하고 있다. 어투가 눈에 띄게 단호해졌지만 기품을 잃지 않는다. 이런 문재인 주위로 유력 인사와 인재들이 끊임없이 모여들고 있다.

‘이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 ‘이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하는 물음은 차치하고, 문재인의 ‘변화한 모습’에 우선 주목해봤다. 나는 ‘문재인 대세론’의 ‘안쪽’을 차지하는 문재인의 역량이 표면적으로나마 갖춰져 있다고 본다. 물론 언제라도 이 대세론은 깨질 수 있다. 그러나 대세론이 일조일석 간에 형성된 것 또한 아니므로 쉽게 깨지기 어렵지 않을까. 문재인은 조조로 변해가는 중이다.



“대세론 타고 인재가 모여드네”
김 재 욱

● 1972년, 경북 봉화 출생
● 동국대 한문학과(학사), 교육대학원(석사)
● 고려대 국문학과 한문학 전공(박사, 한국한시, ‘목은 이색의 영물시 연구’)
● KBS대하드라마 ‘징비록’ 고전철학 자문
● 現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연구교수
● 저서 ‘삼국지인물전’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외 5권.





신동아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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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 저자 kajin3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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