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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이별·재회 기술도 돈 내고 배운다

2030 新연애풍속도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이별·재회 기술도 돈 내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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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통의 문자메시지

20만 원의 비용이 아까운 건 결코 아니었다. 몇 차례 상담을 통해 친구들에게도 쏟아내지 못한 실연 이후의 아픈 속내를 잠시나마 털어낼 수 있는 기회비용으로 여기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기도 했다. 상담사의 예언처럼 그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이것이 상담사의 진짜 의도였든 아니든, 인고의 시간 동안 비로소 나란 인간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이유로 남자친구의 감정을 긁어댔던 유치함을 걷어내준 건 결국 ‘시간’이었다.

그런데 정작 불안은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지금에 와서야 얘기지만, 기자들의 자조 섞인 연애담은 늘 불편했다. 겉으로는 연애상담소니 섹스 비하인드 스토리니 하는 타이틀을 내걸고 쿨(cool)한 척, 센 척 글발로 치장해댔지만, 결국 기사 형식을 빌려 만인 앞에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알몸을 발가벗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잖나. 기사가 나간 후, 수년 전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융단폭격 같은 욕을 먹었다는 후일담도 심심찮게 들어온 터였다. 하물며 불과 20여 일 전 이별을 고하고 떠난 남자 얘기를 실시간으로 토해내야 하다니!

헤어진 남자친구 기억 속의 내가 ‘일에 미쳐 두 사람만의 소중한 추억마저 홀랑 까발려버린 여자’로 남게 되는 불행한 상황이 눈앞에 해일처럼 밀려드는 듯했다. 기사를 핑계 삼아 정말로 그와 재회할 기회를 거머쥐게 되거나, 설령 재회에 실패한다 해도 지금의 떨칠 수 없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하나씩 정리해나갈 방법은 찾게 되지 않을까 하던 꼼수는 부디 떠난 그 남자가 이 기사를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폭력, 불륜 등 최악의 상황에서 헤어진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순 있죠. 하지만 재회 상담에서 중요한 건 재회 그 자체보다 재회 후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서로를 대하게 될 것인지입니다.”

오프라인으로 대면 상담을 진행하는 업체 몇 곳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재회 상담의 핵심은 재회 그 자체가 아닌 ‘재회 그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재회 상담 서비스 방법은 다양했다. 기자가 경험한 것처럼 전화로 하소연을 들어주고 재회 방법을 안내하는 곳에서부터 헤어진 연인에게 자신의 진심을 호소하려 인터넷 방송이나 이벤트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처럼 실제로 연기자 등을 동원해 재회 상황을 연출하고, 그 우연이 필연인 것처럼 인식되게끔 ‘작전’을 펼치는 곳도 있었다.





재회 이후를 준비하라

“전화·대면 상담을 통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혼자서 상황을 이끌어가기 곤란하거나 특별히 내담자가 진행을 요청할 경우 재회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도 합니다. 우선 타깃(재회하고픈 대상)을 분석해 그의 동선을 파악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타깃이 내담자의 근황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런 다음 우연을 가장한 자연스러운 재회를 준비하는 방식이죠. 물론 단순히 우연한 만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는 것만으로 재회가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내담자의 내면은 물론 외면에도 변화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상담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물론 패션 스타일이나 헤어메이크업 등에도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황수현 ‘디엘연애조작단’ 팀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모든 내담자가 이런 방식으로 재회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우연이라도 얼굴을 마주치는 상황마저 거부감을 일으킬 만큼 끝이 좋지 않은 관계도 있기 때문이다. 폭력이나 불륜 등 극한의 공포나 분노가 수반된 관계였던 경우엔 특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

“100% 가망성을 단언할 순 없지만, 그런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요. 특히 ‘작전’이 시작되면 지역과 상황, 난이도에 따라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500만 원을 호가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말로 간절히 잡고 싶은 사람인지, 아니면 실연의 상처와 외로움 때문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달리는 상황은 아닌지 이성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느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이별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문의 상담을 받게끔 권하는 것으로 상담을 마무리한다고 한다.  

“재회만을 위해 상담을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재회 상담은 비관적 생각에 빠진 내담자의 마인드를 긍정적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1차적 목적이 있습니다. 힘든 상황에 빠지면 누구나 부정적 생각에 쫓기게 마련인데, 이런 상태로는 재회한다 해도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요. 재회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가꾸고 돌보며, 남이 주는 사랑만 기다리던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꿔나가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죠.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발견하고, 재회하려던 연인 대신 주변의 더 좋은 사람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 이들도 있습니다.”

재회 전문 상담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속을 태우는 피해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조건 ‘우리 업체의 도움만 받으면 재회가 가능하다’거나 이벤트식으로 재회 상황만 연출하고 끝내는 업체는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담자의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서다.

그런데도 재회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이가 꾸준히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전문성이다. 이정민 디엘연애조작단 실장은 “지인이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듣는 조언 대부분은 각자의 경험만을 토대로 한 추측성 발언이거나 단순한 위로의 말들뿐이어서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지인들의 경우 한두 번은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지만 하소연이 반복되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부담스러워하고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대인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으로 사례를 분석하고,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디테일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이들 재회 상담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물론 제아무리 노련한 전문가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해도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당연히 내담자의 몫으로 남는다.



성공 키워드는 마인드 컨트롤

이별·재회 기술도  돈 내고 배운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사진제공 ·명필름]

“원치 않은 이별을 맞았다면 무작정 매달리거나 혼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되도록 빨리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분들이 결별 이후 술 마시고 전화를 하거나 일방적으로 찾아가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되레 자신의 이미지를 마이너스 상태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 식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게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기엔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간절한 마음만큼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고객 중 몸무게가 100kg 넘는 분이 계셨는데 살을 빼겠다고 약속해놓고 한 달이 지나도록 2kg밖에 감량을 못했어요. 이런 경우 곁에서 아무리 조언해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참는 것과 노력하는 건 다르니까.”

또 다른 재회 전문 업체인 ‘당신의 연애코치’ 이기우 상담사의 말이다.

1회 상담료가 최저 6만 원, 최고 20만~30만 원을 호가하는 만큼 재회 상담을 의뢰하기 전 스스로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재회 상담을 신청하는 분들 중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 관계가 아닌데도 집착이나 미련 때문에 재회를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재회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전에 상대를 다시 잡아야 할 이유가 충분한지, 그와의 관계에서 개선하고 싶은 게 있는지 고민하고 재회와 이별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할지 고심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서로 맞지 않는 사람과의 행복을 억지로 쥐어짜내며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도 점검해보기 바랍니다.”

재회 전문 업체 큐앤에이러브 측의 조언이다.  






신동아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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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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