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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KF-21 생산해야” 軍도 감산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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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11-15 10: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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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F-21 감산 시 가격 F-35보다 비싸져

    • 1대당 생산단가 700억 KF-21, 1000억 넘을 수도

    • KIDA 기준이면 美 F-35도 감산 판정 받아야

    • 개발 지연에도 전폭적 지원으로 탄생한 F-35

    국산 4.5세대 전투기 KF-21의 초도 양산 물량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11월 초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40대였던 KF-21 초도 물량 양산을 절반인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사업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KF-21 개발 사업 실패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KIDA의 논리다.

    군과 방위산업 업계는 감산이 오히려 예산이 더 든다고 주장한다. 양산물량이 감소하면 군 처지에서는 새 전투기 도입이 늦어지고, 방산업계는 개발에 투자한 수조 원이 매몰비용이 될 수도 있다.

    감산하면 F-35보다 비싸지는 KF-21

    한국형 4.5세대 전투기 KF-21 시제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KAI]

    한국형 4.5세대 전투기 KF-21 시제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KAI]

    군은 2028년까지 KF-21 40대를 초도 생산해 전력화하고,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해 총 120대를 공군에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KF-21은 공군의 장기운영항공기(F-4, F-5)를 대신할 예정이었다. 군 관계자는 “감산이 결정되면 항공기 교체가 2~3년 지연되며 추가 예산이 발생한다”며 “오래된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조종사들의 위험성도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도 “공군에서 40대가 필요하다고 했다면 전력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계획대로 40대를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산업계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미 초도생산 예상 물량인 40대에 맞춰 준비를 끝냈기 때문이다. 체계종합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포함한 협력업체들은 40대 기준으로 시설, 장비, 인력을 구축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 물량을 줄여도 전체 예산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많이 살수록 저렴한 것처럼 항공기 부품도 마찬가지”라며 “이미 인력과 장비까지 사 들여 놓았으니 KF-21 한 대당 드는 예산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KIDA의 보고서대로 감산할 경우 KF-21의 대당 생산 단가는 기존 예상된 700억~800억 원에서 1000억 원 초중반대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가격이 오르면 수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주력 5세대 전투기 F-35의 가격이 대당 980억 원 가량이다. KF-21 한 대 살 가격이면 F-35도 살 수 있다.



    군 출신 관계자들은 “KIDA의 주장대로라면 F-35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F-35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간 전투기다. 지금도 개발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미국은 F-35 개발에 1조5000억 달러(1994조 원)를 썼다. 최종 예상 소요 비용은 1조7000억 달러(2260조 원)에 달한다. F-35는 지금도 성능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 해 개발비만 120억 달러. 한화로 16조 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KF-21의 초도 개발비는 8조8000억 원 수준이다.

    2006년 공군형 프로토타입 F-35A의 시제1호기 첫 비행이 이뤄졌다. 1996년 개발 시작 후 무려 10년 만의 비행이었다. 비행은 순조롭지 못했다. 여러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비행 실패로 개발 기간과 비용이 더 들게 되자 미국 의회의 압박이 시작됐다. 2014년 존 매케인 당시 상원의원은 “F-35는 미군, 방산업체, 의회 복합체가 낳은 최악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미국 정부와 군, 의회는 F-35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F-35는 성능개량을 통해 현재는 최고 수준의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초도소량생산(LRIP) 단계 임에도 생산 대수가 1000대에 달한다. 해외 각국의 평가도 좋다. 미국과 함께 F-35를 개발한 영국은 물론 한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이스라엘 등 17개국이 F-35를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40대 양산이 타당”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전시장의 미군 주력 전투기 F-35A. [동아DB]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전시장의 미군 주력 전투기 F-35A. [동아DB]

    F-35 개발과정에 비하면 KF-21은 큰 문제 없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011년 본격 개발에 착수해 10년 만인 2021년 시제기를 개발했다. 이듬해에는 초도비행에 성공했고, 올해 5월에는 방위사업청 잠정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방산업계도 KF-21 개발사업을 두고 “시간과 비용에 비해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은 KF-21 감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11월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군과 방사청, 그리고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이들이 현재의 양산 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1월 3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F-21 초도 양산 계획과 관련해)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고 예산 증액 부분에 있어 확고하게 여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의원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도 KF-21 감산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월 11일 페이스북에 ‘어렵게 꽃피운 KF-21의 날개가 꺾여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이 대표는 “안보와 직결된 방위사업은 신뢰가 핵심자산”이라며 “대한민국의 국책연구기관조차 (KF-21 개발 사업) 성공 가능성을 의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의 항공기를 사고 싶겠는가”라며 KIDA의 보고서를 비판했다.

    KF-21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KAI 측도 KF-21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관계자는“개발 과정에서 예산만 잡아먹는다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T-50은 무장형 경공격기 FA-50으로 변모해 방위산업 수출 역군이 됐다”며 “T-50을 개발하며 얻은 항공기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KF-21 개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방산업계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

    KF-21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군수 분야에서 가장 큰 사업이다. 그렇기에 과정상 검증이 필요하고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감기를 불치병으로 판단해 극약 처방을 한다면, 환자는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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