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대한항공 직원이 출산‧육아 부담 작은 까닭

가족 친화 경영 꿈꾸는 국적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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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11-28 17: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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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태 “육아 사유로 불이익 안 돼”

    • 산전후휴가 복귀율 100%의 비결

    •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 15%

    • “양성 평등주의 인사 철학 바탕”

    2023 대한항공 ESG 보고서 중. 임신휴직은 비행 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에 한함. [대한항공]

    2023 대한항공 ESG 보고서 중. 임신휴직은 비행 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에 한함. [대한항공]

    합계출산율 0.7명 시대다. 올해 2분기 통계다. 3분기에 해당하는 8월의 경우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2798명이 줄며 33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곧 0.7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저출산이 사회 문제를 넘어 주요 기업에도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대한항공은 가족 친화 경영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퇴사 고민 없이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제도가 구비돼 있다.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문화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육아가 상당히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회사가 육아를 사유로 그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하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대한항공은 항공업계 특성상 부서별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경력 단절에 큰 의미가 없으며, 앞으로 더욱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더불어 편의 제공…“일·가정 양립 가능”

    올해 7월 여름방학을 맞아 개최한 대한항공 본사 객실훈련센터 수영장 개방 행사 모습. [대한항공]

    올해 7월 여름방학을 맞아 개최한 대한항공 본사 객실훈련센터 수영장 개방 행사 모습.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대표적인 여성 친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 전체 직원 1만9000여 명 중 여성 비율은 약 45%다. 대한항공은 여성 직원이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한 퇴사 고민을 하지 않도록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가족돌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에서는 매년 평균 500명 이상의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육아휴직은 출산휴가 직후가 아니어도 사용이 가능하다. 자녀가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로,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라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주당 15~35시간으로 조절해 최대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마련돼 있다.



    특히 객실승무원의 경우 태아 및 모체 보호를 위해 임신 사실을 인지한 시점부터 임신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출산·육아휴직까지 포함하면 최대 2년까지 휴직이 가능한 셈이다. 복직 후에는 복직 교육을 실시해 업무 공백 없이 비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임신휴직 사용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산전후휴가 복귀율은 100%였다.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 15%로, 2년 전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 앞서 대한항공은 법적으로 배우자 출산휴가제도가 보장되기 시작한 2008년 이전부터 아빠가 된 직원들에게 유급으로 청원 휴가를 부여해왔다.

    법적 기준 외에도 대한항공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없이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자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했더라도 회사 인력운영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최대 3년까지 상시휴직이 가능하다. 난임을 겪는 직원들을 위해 최대 1년의 ‘난임휴직제도’도 운영 중이다. 전문의에 의한 난임 판정을 받은 여직원 중에서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다.

    임신·육아 기간 중 근무하는 직원을 위해서는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공항 현장에서 근무하는 임산부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전용 유니폼을 별도로 지원한다. 대한항공은 본사 항공의료센터 내에 사내 수유 공간인 ‘모아사랑방’을 운영 중이다. 젖병 소독기부터 모유 보관 시설 등이 구비돼 있다. 또 육아 등의 사유로 근무시간 조정이 필요한 경우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 등 직장 내 근무문화를 유연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평이다.

    양성 평등주의 원칙 적용

    대한항공은 여성 인력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여성 인력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한항공]

    대한항공 측은 “양성 평등주의 인사 철학을 바탕으로 채용·처우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도 밝힌다. 여성 인력에 대한 채용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운항 승무·정비·항공기 제조 등 남직원 중심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도 여직원들의 참여 기회를 활발히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진행 중인 여성 인력 증대 캠페인(25by2025)에도 참여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항공사들은 2025년까지 여성 인력을 가입연도 대비 25% 이상 늘리는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2021년부터 국적사 중 유일하게 해당 캠페인에 참여해 여성 인력 및 관리자 양성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대한항공의 차장급 이상 관리자 5480명 중 약 42%인 2340명이 여성으로, 직원 수 500명 이상 국내 기업 여성 관리자 평균 21%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임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대한항공 측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여름방학 기간을 맞아 임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본사에 있는 객실훈련센터 수영장 개방 행사를 열었다. 2003년 개관한 객실훈련센터 수영장은 평소 객실승무원 대상 비상 착수 훈련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 행사에는 추첨을 통해 선발된 3100여 명의 임직원 가족들을 위해 에어 슬라이드, 보트, 각종 튜브 등 물놀이 기구가 비치됐다. 안전요원 및 행사 관리자를 배치했고 참가자들에게는 아이스크림, 생수, 아이스 커피를 제공했다고 한다.

    4월 임직원 가족을 본사 격납고로 초대한 ‘패밀리데이(Family Day)’에도 이틀간 8600명이 참여해 호응을 얻었다. 테마파크로 꾸며진 본사 격납고에는 어린이용 놀이 기구와 포토부스, 페이스페인팅, 푸드트럭 등 가족들을 위한 대형 놀이공간과 즐길 거리가 마련됐다. 또 어린이 안전 교육과 기내 응급 처치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대한항공 측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가족 친화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회사와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문에서 변화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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