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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해병대 ‘악기발휘’ 젖꼭지 수시로 꼬집어 가슴 부어올라

  • 육성철 |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팀장 sixman@humanrights.go.kr

사람 잡는 해병대 ‘악기발휘’ 젖꼭지 수시로 꼬집어 가슴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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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더 이상 견딜 수 없겠다 싶어 어머니에게 전화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놀란 어머니가 헌병대에 신고하겠다고 했으나 S는 “해병대는 절대 찌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렸다. S는 “내부 고발자로 몰려 ‘왕따’가 되는 게 두려웠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A부대 사건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S와 L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신했다. 졸병 때는 피해자였으나 선임이 되면서 어느 순간 가해자로 둔갑했다. 기수문화가 강한 해병대 조직에서 폭력의 대물림은 후임병을 통제하는 손쉬운 수단이었다. 일부 간부는 “가급적 병들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게 해병대 관행”이라고 말했다. 폭력의 악순환이 여기서 비롯한다.

인권위는 A부대 후속조치에도 주목했다. A부대는 줄곧 “예상 못한 돌발사고”라고 주장했다. 간부들은 해병대의 물을 흐리는 ‘아주 특별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군 기강 해이를 질타하며 ‘해병대 DNA’ 회복을 위해 총검술, 제식훈련, 구보 등을 1주일간 실시했다. 여기엔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열외가 없었다.

그런데 정작 병사들은 “왜 연병장을 뛰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부대는 한발 더 나아가 병영악습 척결을 위한 100일 작전을 추진했으나 병사들은 그 이유를 몰랐다. 부대는 100일 작전 도중 또 다른 비위사건이 터지자 ‘작전 실패’로 보고하고 2차 100일 작전에 돌입했으나 병사들은 이 또한 이해하지 못했다.

A부대는 가해자를 다른 소속대로 격리한 뒤 피해자 L을 같은 부대로 인사 발령했다. 이와 관련 A부대 간부는 “L이 요청한 전보”라고 해명했으나, L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설사 L이 원했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의 원칙을 벗어난 인사조치였다.





사라지지 않은 병영악습

A부대 조사를 마무리할 무렵 B부대 병사들이 진정을 냈다. 이번에도 해병대였고 핵심은 악기발휘였다. 병사들은 부대 내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부를 찾아가 신고했으나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어 인권위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B부대 간부들은 “처음 겪는 특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미 헌병대에서 수사했고 가해 병사가 전역해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싹이 사라졌으므로 부대에서 더 이상 책임질 일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악기발휘 가해자로 지목된 J씨는 인권위 조사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도 신병 때 선임에게 비슷하게 당했으며 후임병들의 주장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전역을 앞두고 후임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등 기수열외 피해를 당했는데도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J가 초코파이처럼 둥그런 빵이 특식으로 나올 때마다 햄버거 모양으로 서너 개씩 포개어 한 번에 12개 정도를 먹였다고 주장했다. 젓가락으로 김치를 주먹만큼 집어서 강제로 입에 넣거나 끓는 물을 부은 컵라면을 10초 안에 먹게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B부대는 군부대 내에서 병영악습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헌병대였다. 그럼에도 중간 간부는 악기발휘 피해 신고를 직접 접수하고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상관은 이 문제와 관련 해당 간부를 경고 조치했으나 막상 경고장엔 ‘보고 지연’ 내용이 빠졌다. 문구로만 보면 무엇 때문에 경고를 받았는지 알 수 없는 형태다. B부대는 해마다 1, 2회 설문조사를 통해 병영악습을 확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문 항목에 악기발휘가 포함된 것은 2016년 한 번뿐이다. 이마저 단 한 사람도 피해 사실을 적지 않았다. 인권위 조사 결과 악기발휘는 2015년 하반기부터 수개월간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B부대는 단 1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악기발휘는 일부 해병부대만의 오도된 전통일까. B부대 사건조사가 끝날 무렵 이번엔 육군 모 사단에서 진정이 들어왔다. 군부대 조사 과정에서 군 간부가 병사에게 강제로 떡을 먹이고 아이스크림을 억지로 입에 넣고 에프킬러를 뿌리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제복 입은 시민’의 권리

사람 잡는 해병대 ‘악기발휘’ 젖꼭지 수시로 꼬집어 가슴 부어올라

2016년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8차 국제 군 옴부즈만 기구 회의에서 정상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군 옴부즈만 기구의 독립성 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해병대 악기발휘는 과거에도 이따금씩 논란이 됐다. 2011년 인권위는 모 해병부대에서 발생한 총기로 인한 사망 사건을 조사했다. 당시 핵심 가해자 1명이 이른바 ‘PX빵’이란 이름으로 과자 파티를 열고 신병들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인 사실이 밝혀졌다. 인권위는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병영악습 척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국방부는 각 군 인권담당 부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 개선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인권위에 통보했다. 그러나 2014년 윤 일병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병영악습은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인권위 권고를 전폭 수용한다는 국방부의 회신도 공염불이 됐다.

인권위는 2015년 국군교도소에 대한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윤 일병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가 이번엔 교도소 수용자를 같은 방식으로 괴롭히고 있었다. 구석에 몰아놓고 때리거나 얼굴에 치약 물을 내뱉는 방식까지 윤 일병 사건의 판박이였다. 교도소 근무일지에 해당 거실의 문제 행동이 수차례 기록됐음에도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

윤 일병 사망 사건 이후 국회는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1년 넘게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군부대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독립적인 군 옴부즈만’이 필요하다는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고, 본회의에서 “군(軍)인권보호관을 인권위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 2016년 시행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기본법) 제42조에 군인권보호관을 두도록 명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인권보호관을 군 외부에 설치할 경우 지휘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변한다. 2016년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제8차 국제 군 옴부즈만 기구 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상환 인권위 상임위원은 한국의 군 인권 실태를 소개하고 군 옴부즈만 기구의 독립성을 강조한 연설문을 낭독했다. 회의에 참석한 30여 개국 대표들이 호응했음은 물론이다.

기본법 제10조는 군인도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군인들이 ‘제복 입은 시민’의 권리를 찾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기본법 제38조는 군인에 대한 기본권 교육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부대와 B부대 조사 과정에서 인권위 등 외부 권리구제기관에 대해 아는 병사는 거의 없었다. 인권 보장 없이 강한 전투력은 불가하다. 군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시급히 변해야 할 까닭이다.





신동아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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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팀장 sixman@humanright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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