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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결혼식도 ‘드라이브 스루’…문화 격변의 방아쇠 된 코로나19

  •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 ‘언컨택트’ 저자 trendhitchhiking@gmail.com

이제는 결혼식도 ‘드라이브 스루’…문화 격변의 방아쇠 된 코로나19

  • ● 기술적 진보와 의식 변화가 결합해 만든 거대한 흐름
    ● ‘서로 만나야 일 된다’는 전통적 믿음 퇴조
    ● 결혼식, 장례식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 디지털 세상에서 즐기는 콘서트, 패션쇼
    ● 비대면의 핵심은 투명성과 효율성
    ● 트렌드 변화 내다본 기업이 앞서간다
    ● 단절과 고립 아닌 새로운 연대 이어질 것
4월 27일 열린 아이돌 그룹 ‘슈퍼엠(SuperM)’의 온라인 콘서트 현장. 세계 109개국에서 7만5000명이 동시 관람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4월 27일 열린 아이돌 그룹 ‘슈퍼엠(SuperM)’의 온라인 콘서트 현장. 세계 109개국에서 7만5000명이 동시 관람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세계적으로 비대면(언컨택트·uncontact)이라는 용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트렌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이미 진행되던 방향이었다. 코로나19가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돼 최근 급속도,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린 비대면 시대를 앞당겨 맞이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변화는 소비 형태뿐 아니라 산업 체계와 일하는 방식, 종교와 정치, 연애,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 바꾸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의 우연한 계기

앨빈 토플러가 쓴 ‘제3의 물결’에는 전자 오두막(Electronic Cottage)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재택근무에 대한 얘기다. 토플러는 1980년 펴낸 책에서 이미 원격근무 확대와 정보화 사회를 예측했고, 이 전망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미국 갤럽에 따르면 2016년 미국에서 전부 또는 일부 원격근무를 한 직장인 비율은 43%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도 해외에서 원격근무, 재택근무가 확산 추세였음을 알 수 있는 통계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도 보편적으로 쓰였다. 

반면 한국은 달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재택 또는 원격근무를 ‘경험’한 노동자 수는 9만5000명이다. 연중 풀타임으로 재택 또는 원격 방식으로 일한 게 아니라 경험만 한 사람이 이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가 2000만 명이 넘고, 정규직 노동자가 1300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이런 현상에는 ‘서로 만나야 일이 된다’고 보는 한국식 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한국 기업에서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노사 간 임금교섭 회의를 화상으로 한 대기업도 있다. 쟁점이 있는 중요한 협상조차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놀라운 변화의 신호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전까지 막연한 불안이나 불편을 느낀다. 큰 문제가 없는 한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서로 마주 보며 회의하고, 치열하게 일하고, 야근에 회식까지 하며 친밀하게 어울리는 데 익숙한 기성세대 조직문화에서 재택근무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원격근무와 재택근무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됐음에도 우리 기업들이 이를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놀라운 트리거가 됐다. 이번에 감염병 확산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한시적으로 폐쇄하고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시도한 기업 중 상당수는 이후에도 이를 계속 활용할 개연성이 크다. 

코로나19는 한국식 조직문화를 바꾸는 계기도 되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의 회식문화는 퇴조하고, ‘안티꼰대’ 분위기로 구성원 상호 존중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변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료부터 장례까지, 드라이브 스루의 진화

최근 확산하는 비대면 문화의 핵심은 대면하지 않는 데 있지 않다. 대면하지 않고도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투명성과 효율성을 갖추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사회로의 진행을 실감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드라이브 스루의 전방위적 확산이다. 한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해외 여러 나라가 현재 이 방식을 따라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선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피하고자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이 치러졌다. 신랑 신부가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하객이 자동차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가며 축의금을 내고 인사를 나누는 방식이다. 신랑 신부는 그사이 준비한 음식을 담은 봉투를 하객 차에 넣어줬다. 악수나 포옹 등 신체 접촉은 일절 없었다.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의 원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다. 그곳엔 이미 2005년부터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장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이런 결혼식이 다른 나라까지 전파된 것이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이 진행돼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이 또한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12월 일본의 ‘렉스트 아이(Lext Ai)’라는 관혼상제 업체는 나가노현 우에다시에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을 만들었다. 미국에선 LA 근교 한 장례식장이 2012년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걷기 힘든 노인과 바쁜 조문객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관혼상제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대표적인 ‘컨택트’ 영역에 속한다. 이제는 그것조차 비대면 방식으로 치를 수 있음이 확인됐다. 노령화 시대의 도래, 문화의 변화 등이 그 배경에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미 노령화와 효율성 중시 현상 등으로 이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이 흐름이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심지어 최근엔 드라이브 스루 예배와 고해성사까지 생겼다. 이제 종교도 비대면 사회에 대응해 변화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코로나19 유행으로 패스트푸드 업체를 비롯한 주요 소비재 업종이 모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미국 던킨은 오히려 투자 의견이 기존보다 상향 조정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던킨도너츠로 유명한 그 업체 본사 얘기다. 

던킨은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 가운데 드라이브 스루 처리 속도, 즉 주문하고 물건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가장 짧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에 대한 대비를 가장 잘해 왔다고 평할 수 있다. 그 덕에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던킨은 드라이브 스루와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앱 등으로 물건을 주문한 뒤 매장 입구에서 찾아가는 방식), 배달 서비스 등을 계속했다. 서비스업계에서 비대면 문화 확산은 예상된 면이 있으나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기업이 많았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준비한 기업과 소극적으로 대응한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가수들의 공연 장소가 달라졌다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게임 포트나이트의 가상세계 안에서 개최한 콘서트 홍보물. [포트나이트 홈페이지]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게임 포트나이트의 가상세계 안에서 개최한 콘서트 홍보물. [포트나이트 홈페이지]

2020년 4월 24일,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포트나이트’ 게임 속 가상현실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이 게임에 접속해 콘서트를 본 사람이 1230만 명에 이른다. 포트나이트는 가입자 수가 세계적으로 2억5000만 명에 이르는 총 쏘기 게임 이름이다. 동시에 가상현실의 소셜 플랫폼으로 많은 이용자가 여기서 친구를 사귀고 어울린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미국 10~17세 청소년의 40%가 매주 한 번 이상 포트나이트에 접속하고, 전체 여가시간의 25%를 포트나이트에 사용하며, 이 게임 속 아바타를 실제 자신처럼 꾸민다. 이에 나이키, 마블, 스타워즈, NFL 등 여러 기업이 이 가상공간을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 플랫폼이 이번엔 10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콘서트까지 실현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 주목해 볼 공간이 바로 포트나이트다. 

2020년 4월 26일,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슈퍼엠(SuperM)’은 네이버 V라이브에서 스트리밍(생중계)으로 120분간 유료 콘서트를 진행했다. 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이 콘서트 이름은 ‘SuperM-Beyond the Future’였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109개국 7만5000명의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이 공연을 봤다. 콘서트 시청료(3만3000원) 수입만 24억7500만 원에 달한다. 생중계 이후 VOD도 판매하므로 실제 매출은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1만 명 안팎이 오는 걸 감안하면 온라인 공연의 관객 동원력이 더 크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아이돌 그룹의 온라인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이 경우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조연이 아니라 새로운 주연이 될 공산이 크다. 

패션쇼도 달라지고 있다. 3월 24~30일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상하이 패션위크(Shanghai Fashion Week)는 2020년 FW 패션쇼를 디지털 행사로 진행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Tmall’과 생방송 커머스 플랫폼 ‘Taobao Live’를 통해 150개 디자이너/브랜드의 컬렉션을 실시간 스트리밍했다. 첫날 쇼케이스 스트리밍 동시접속자 수가 4만 명에 달했고, 패션위크 전체 기간 중 스트리밍 조회수는 1100만 회를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패션위크 때 선보인 옷을 일반 소비자가 구매한 실적도 2000만 위안(282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 패션쇼의 비대면 현상은 이처럼 단지 온라인 중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패션 산업이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비대면 패션쇼를 통해 소비자는 패션쇼를 보면서 옷을 주문하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패션쇼의 역사는 100년 정도 됐다. 그동안 모델이 런웨이에서 옷을 보여주는 게 패션쇼의 일반적 형태였다. 마침 패션업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모색하던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만나 혁신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제 대중은 관성에서 벗어나 더 나은 답을 지지한다.


배송에서의 비대면 강화

이마트는 2019년 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오픈해 처리건수를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 비대면 쇼핑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뉴시스]

이마트는 2019년 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오픈해 처리건수를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 비대면 쇼핑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산은 일상적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마트의 ‘쓱배송’ 매출이 급증한 것도 한 사례다. 이마트는 2019년 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오픈해 처리건수를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늘렸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이미 배송, 물류 역량을 강화해 놓은 것이다.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쓱배송 처리물량을 20% 늘린다고 발표하고, 인력을 바로 증원해 새벽배송 처리 물량을 50% 확대하기도 했다. ‘가야 할 방향’을 아는 상태에서 변화에 속도를 내자 위기 속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시장에 거의 모든 대기업 유통사가 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 문화는 앞으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금까지 마트에 가서 장을 보던 중장년들까지 배달 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한번 편의를 경험한 소비자를 다시 과거 방식으로 돌리는 건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서비스 강화 필요성을 인식한 기업이 많다.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주르는 2019년 9월 처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2020년 2월 배달 서비스 매출이 전년 9월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데이터 앞에서 기업은 판매 방식의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주는 첫인상 때문에 그 실체를 오해하면 안 된다. 비대면은 단절과 고립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다. 우리가 계속 서로 연결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부상한 트렌드다. 단지 불안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적 진화로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비대면을 원한다. 우리가 향유하는 연결과 접촉의 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 우린 앞으로도 계속 서로 연결돼 함께 살고, 일하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동물일 것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라이프스타일에서 공존, 공생, 공동체,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비대면 기술이 진화하면서 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문제에도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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