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자발·적극 親민주당 성향 MBC… ‘편향성의 신념화’

[강준만의 회색지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MBC의 비극③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입력2023-01-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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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MBC 사장

    • 제보자X 유튜브에 출연한 MBC 기자

    • ‘검언 유착’ 뉴스데스크 보도만 60건

    • “사기꾼과 짜고 불법 몰카 취재”

    • 김경수 보도에 나타난 지독한 편파성

    • 역사적 업보인 동시에 ‘아비투스(습속)’

    • 방송법 개정안이 공정하지 않은 이유

    * 신동아 1월호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MBC의 비극②’에서 이어집니다.

    2022년 5월 9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뒷모습)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5월 9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뒷모습)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많은 언론들이 부정확한 기사와 의도적 이슈몰이로 손가락질받고 있는 지금, MBC야말로 가장 정확한 정보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직이다. 뉴스는 더 정확해져야 하고 시사 프로그램은 더 세심해져야 한다.”

    2021년 1월 4일 박성제 MBC 사장이 시무식을 대신해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한 말이다. 매우 좋은 말이었지만, 많은 언론 중엔 ‘부정확한 기사와 의도적 이슈몰이’ 혐의는 MBC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언론도 있지 않았을까.

    1월 26일 검찰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이철 전 VIK 대표를 허위사실유포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자, 조선일보는 “여권의 ‘검·언 유착’ 몰아가기가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최강욱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씨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 또 이철이 MBC에 제보한 ‘최경환 65억 신라젠 투자’ 의혹은 모두 허위라고 검찰은 판단했으며, 그래서 법조계 인사들은 “이 사건은 오히려 친여 방송과 여권 인사들이 합작해 ‘검·언 유착’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몰아간 ‘권·언(權言) 유착’이 본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검언 유착 아니라 권언 유착이 본질”

    1월 29일 이동재는 최강욱을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동재 측은 소장에서 “최 대표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고위 공직을 역임했던 자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고 했다”며 “이 전 기자는 허위사실유포 이후 사회적 비난 속에 정신적 고통을 받고 회사에서 해고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동재 측은 “최 대표는 기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이 전 기자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의 말조차 없다”며 “최 대표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이 전 기자의 명예훼손과 정신적 고통은 상당하다”고 했다. 또 이동재 측은 “최 대표는 해당 내용이 이 전 기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수준의 거짓말임에도 현재까지도 그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있다”며 “최 대표가 얼토당토않은 녹취록 내용을 스스로 지어냈는지, 아니면 거짓 정보를 제공한 출처가 있는 것인지, 누구와 어떤 의도로 거짓 폭로를 기획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사과하지 않는 한 법적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동재는 구속 202일 만인 2021년 2월 3일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재판이 공전되는 상황에서, 보석 결정을 4개월 미루며 구속기간 만료 하루 전에야 허가한 것이어서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이동재의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었던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그사이 어떤 사정 변경이 있어 보석을 이제 허가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례적으로 늦은 결정에 불구속 재판 원칙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5월 14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심리로 열린 이동재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그의 후배 동료인 채널A 기자 백승우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이동재는 최후진술을 통해 “평범한 30대 시민 기자였던 제가 이 자리에 선 지 열 달이 돼간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와 제 가족은 다 무너졌다. 모든 것을 잃게 될 줄은 몰랐다. 견디는 게 쉽지 않다. 200일 넘게 좁은 방에서 강력범과 수감 생활을 했다. 진실을 캐내는 기자들의 보도를 보며 존경심 느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2022년 6월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박성제 MBC 사장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2022년 6월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박성제 MBC 사장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바로 이날 박성제 MBC 사장은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미디어 지형의 변화 속 공공성 가치의 재구성과 구현’을 주제로 한 기조발표를 했다. 그는 이 발표에서 “백신, 방역, 한반도 평화 등을 두고 서로 갈등이 있는데 무비판적으로 똑같이 중계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인가”라고 되물으며 “사회적 이슈에 시대정신과 관점을 적극적으로 담아보는 ‘적극적 공영방송’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박성제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에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집회를 1대 1로 보도하며 민심이 찢겨졌다, 이렇게 보도하는 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역할인가, 이런 화두를 끊임없이 사원들에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 판단 없는 기계적 중립 보도가 공영방송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약간 맛이 간 사람들’ 운운하며 어느 한쪽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태도가 아니었을까. MBC 사장이나 기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라는 시각으로 보도하는 게 ‘적극적 공영방송’이라면 그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채널A 사건’ 무죄 판결의 의미

    7월 16일 채널A 사건으로 기소된 이동재 등 전·현직 채널A 기자 2명이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강요미수죄가 되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채널A 사건 무죄판결, 정권의 조작 의혹 규명은 지금부터’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채널A 사건은 정권과 사기꾼, 정권 방송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억지로 꿰맞춘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검찰과 법원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있었다. 검찰 수사팀이 ‘한 검사장은 무혐의’라고 9차례나 보고했지만 이성윤 검사장이 다 깔아뭉갰다. 한 검사장과 그를 무혐의라고 한 부장검사는 좌천당했는데 한 검사장을 폭행한 검사는 독직폭행으로 기소됐는데도 승진했다. 법원 영장전담 판사는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라며 영장에도 없는 혐의를 만들어내 기자를 구속했다. 다른 판사는 채널A 기자의 보석 신청을 넉 달 가까이 뭉개다 구속 만료일 하루 전에야 풀어줬다. 모든 것이 상식 밖이다. 정권이 뒤에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이다. 의혹 전모를 밝혀내 조작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동재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은 한동훈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 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 언론, 어용 단체, 어용 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 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 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면서 “이제는 그 거짓 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동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추미애, 최강욱, 황희석, MBC, 소위 ‘제보자X’, 한상혁,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유시민, 일부 KBS 관계자, 이성윤, 이정현, 신성식 등 일부 검사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발인인 민언련은 “사법처벌 피한 검언유착 사건, ‘면죄’로 착각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동훈 검사장은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여 본인 주장을 증거로써 증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한동훈은 “(민언련이) 무죄 선고에도 불구하고 사과, 반성하지 않고 입장문을 또 내면서 과거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므로 말씀드린다”며 “지금 민언련에는 이름과 달리 ‘민주’도 없고, ‘언론’도 없고, ‘시민’도 없고, 권력의 요직을 꿰차는 막강 인재풀로서 권력과의 ‘연합’만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동훈은 “민언련은 권력과의 노골적인 ‘검언 유착 프레임 만들기’ 협업 과정에서 ‘고발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권 관련자들과 어떤 공모와 협력을 했는지 이제 밝혀야 한다”면서 “이제 와서 무죄 났으니 ‘비긴 걸로 하자’고 대충 넘어가자고 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진중권도 “공작정치로 이동재 기자는 옥살이를 해야 했고 한동훈 검사장은 독직폭행을 당하고 네 차례나 좌천됐다”며 “사회적 흉기가 된 민언련은 스스로 해체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운데)가 2020년 4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한 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운데)가 2020년 4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한 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들의 기억력 어떻게 보고 이러나”

    MBC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반성할 뜻도 전혀 없는 것으로 보였다. MBC는 7월 17일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지난해 이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를 겨냥해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음해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해당 의혹을 보도한 행위가 정치권력과 결탁한 이른바 ‘권언 유착’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를 지목했다.

    MBC는 “오늘자 조선일보 지면이다. ‘검언 유착은 없었고 이른바 권언 유착이 드러났다’며 전면에 걸쳐 뽑은 제목 맨 앞에 MBC를 적어놨다”면서 “MBC의 최초 보도는 한 종편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 방식을 고발했을 뿐 지목된 검사장의 실명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의혹의 실체를 예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BC는 또 “정작 ‘검언 유착’이란 표현이 확산된 계기는 첫 보도 당일 밤 한 정치인의 SNS” “여러 매체들이 이 (정치인) 발언을 인용하기 시작하며 후속 보도를 쏟아낸 것”이라며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MBC가 ‘검언 유착’이란 이름표를 붙였다고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MBC의 첫 보도 기사에는 ‘검언 유착’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대신 “현직 검사장이 녹취록과 같은 통화를 했다면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날 밤 MBC 보도가 나온 직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검언 유착. 저들의 행각, 다 알고 있습니다. 못된 버르장머리의 뿌리를 뽑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다음 날인 4월 1일부터 MBC 뉴스데스크는 ‘검언 유착’ 단어를 써가며 후속 보도를 이어갔으며, 4월 2일에는 취재 기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검사장 목소리 진실은? 검언 유착 취재 전말’을 주제로 방송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MBC가 2020년 3월 31일 첫 보도 이후 2021년 7월 18일까지 방송한 ‘검언 유착’ 관련 기사는 뉴스데스크 보도만 60건에 육박했으며, ‘김종배의 시선집중’도 17회 정도 ‘검언 유착’을 다뤘다. 2020년 7월 2일 장인수 MBC 기자는 제보자 지현진과 함께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함께 나와 ‘검언 유착 의혹 그 내막은?’이란 주제로 문답을 주고받았으며, 2021년 3월에는 지현진의 유튜브 ‘제보자X의 제보공장’에 출연해 ‘검언공작 폭로 1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한동훈은 “MBC가 이동재 기자 무죄가 선고되자 마치 자기들이 ‘검언 유착’이라는 프레임을 주장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와서 발뺌’ 방송을 했다”면서 “오늘 MBC는 그간의 입장을 180도 바꿔 자기들의 보도 테마가 ‘검언유착’이 아니라 ‘부도덕 취재’였다고 우겼는데 국민들의 기억력을 어떻게 보고 이러는지 황당하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한동훈은 “MBC 뉴스데스크, 장인수 기자, 김종배 앵커 등 MBC 관계자들이 사기꾼과 함께 사운을 걸고 ‘검언 유착’ 프레임을 전파한 것을 전 국민들이 잊지 않고 있다”면서 “박성제 MBC 사장도 연일 SNS를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연일 ‘채널A기자와 현직 검사장 사이의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관련 보도, 오늘도 이어갑니다’라고 프레임을 만들었고, 장인수 기자, 제보자 X, 유시민 등을 다수 방송에 출연시켜 제 실명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C 장인수, 신수아 기자가 한국기자협회에 2020년 4월 ‘이달의 기자상’을 신청하면서 적어낸 제목도 ‘채널A 검언유착의혹’이었고, 신수아 기자는 수상 소감에서 ‘한 기자만의 일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검언 유착이 있었다’라고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은 “불법 몰카 등 불법 취재로 고발된 MBC는 몰카 영상도 제출 안 했고, 제보자 X 녹취록조차 당초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그 말을 뒤집어 공개하지 않았다. MBC가 불법 몰카 촬영할 때, 이번 이동재 무죄 판결문에도 나오는 것처럼 제보자 X가 집요하게 저에 대한 발언을 유도했는데, MBC와 제보자 X가 발언 유도에 합작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MBC가 왜, 누구의 연결로 2월 초부터 제보자 X와 접촉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MBC야말로 권(권력)·범(범죄자)·언(언론) 유착 공작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 한동훈은 “MBC는 저에게 ‘이동재 기자를 왜 비난하지 않느냐’고도 했는데, 이동재 기자는 수차례 저에게 사과했고 6개월간 수감 생활까지 했으나, 사기꾼과 짜고 불법 몰카 취재를 한 MBC는 누구도 저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이제 와서 ‘검언 유착’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발 빼는 MBC는, 자기들이 만든 검언 유착 프레임의 허구성이 드러난 지금 상황에서 저에게 사과할 생각이 생겼는지 묻겠다”고 했다.

    반성할 뜻 전혀 없는 민주당

    시사평론가 유창선은 MBC가 “의혹의 실체를 예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대체 국민들을 얼마나 바보로 알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 몇 개월 동안 MBC가 자신들의 채널과 다른 매체들을 통해 쏟아낸 수많은 말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어떻게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일부 법조 기자들도 MBC 취재진이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공적 설명서를 근거로 MBC가 검언 유착을 예단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책임을 인정하거나 반성할 뜻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폰 압수 후 비밀번호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수사·재판에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검사장, 그렇게 떳떳하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한동훈은 입장문을 내고 “채널A 사건 관련 며칠 전 사법부 무죄판결이 나왔고, 1년 전 수사심의회에서 (저에 대한) 무혐의 결정이 나왔다”며 “추미애 씨가 고른 수사팀이 저에 대해 9차례 무혐의 결재를 올리는 등 검언 유착 프레임은 허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칠 뿐”이라고 했다.

    한동훈은 이어 “그런데도 1년 넘게 헌법상 기본권을 무시한 채 앵무새처럼 비밀번호 타령만 하고 있다”며 “추미애 씨와 정진웅 부장(현 대전고검 검사)이 1년 전 ‘이미 차고 넘치는 증거,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공언했는데 다 어디 가고 비밀번호 타령인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비밀번호 제공은 수사팀만 알아야 할 내밀한 수사 상황인데, 수사기관과 정치인이 합작해 1년 내내 떠들며 압박을 가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불법”이라며 “기소된 공소장을 공개하는 것조차 대대적으로 감찰하는 이 정부 방침에 따라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은 1년 전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와 관련해 “휴대전화로 보좌진에게 아들 군 관계자 연락처를 문자로 보낸 추미애 씨야말로 왜 휴대전화를 제출 안 했는지 묻겠다”고 했다. 이어 “검찰 수사를 받았던 조국 전 법무장관, 정경심 씨,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제보자 X 지현진, 장인수 MBC 기자 등도 휴대전화를 제출 안 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검찰 수사받을 당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공개 안 했다고 한다”며 “거기에 추미애 씨나 신동근 의원 같은 분들은 왜 아무 말 않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무책임한 선동적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건 지휘 라인에서 배제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자신이 신뢰하는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강도 높게 수사했음에도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으면 자숙해야 옳다”고 비판했다.

    “김경수 재판 보도, 시청자에 대한 모독”

    2021년 7월 21일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경남지사 김경수의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김어준은 다음 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법관 이동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하더니, 7월 23일 공개된 유튜브 ‘딴지방송국’의 다스뵈이다 영상에선 재판부를 향해 “와 이 개놈XX들 진짜 열 받네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동원에 대해선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고 이제껏 내린 판결을 보면 굉장히 뻔했다”며 “전원합의체에 가지 않고 본인이 빨리 결론을 내렸다는 건 대선 전에 유죄를 확정하려는 것이라고 선수들은 전망했다”는 망언도 불사했다.

    MBC는 김어준 방송과 쌍벽을 이루기로 작정했던 걸까. MBC는 그런 욕설까지 퍼붓지는 않았지만, 관련 보도는 공영방송이라고는 볼 수 없는 지독한 편파성을 드러냈다. 취재기자의 ‘경찰 사칭’, 도쿄올림픽 참가국 비하 논란 등과 더불어 ‘MBC의 3대 악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낯 뜨거운 자살골이었다. 보다 못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8월 17일 ‘우리는 순항하고 있는가?’라고 되묻는 보고서를 냈다.

    민실위는 ‘조국 사태’ 이후 MBC 뉴스에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기자 개개인 그리고 보도국 전체가 공유하는 정서가 특정 입장과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 뉴스가 특정 정치집단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비쳐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민실위는 대표적 사례로 김경수 댓글 조작 혐의 ‘유죄 확정’ 보도를 언급했다. KBS ‘뉴스9’, SBS ‘8뉴스’는 뉴스 초반부에 4꼭지를 할애해 판결의 의미, 정치적 파장, 향후 전망 등을 다룬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15번째, 16번째 리포트로 해당 소식을 전했다는 것이다.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MBC A기자는 “김경수 재판 보도가 톱 블록이 아닌 게 매우 창피하다. 타사들이 모두 비웃는다”며 “전문성이 크게 부족하거나 편향된 시각이 개입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데 반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B기자는 “MBC 색깔에 맞춰 비판적으로 보도를 할 수 있으나 톱 블록으로 가지 않고 15번으로 빼는 건 시청자에 대한 모독 아닌가”라고 했다.

    민실위는 “(정치적 파장을 다룬 리포트에서) 우리는 김 지사의 결백을 믿는다며 유감을 밝히는 여권 대선후보 주자들의 입장부터 보도했다”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해당 문제 제기가 외부에서 먼저 지적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일선 기자부터 팀장, 보도책임자, 공식 논의 기구(편집회의)까지 아무런 설명과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서 “내부의 점검 절차나 문제의식이 무뎌진 게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MBC 스스로 보이는 정치적 편향성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이 2022년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이 2022년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MBC는 성찰을 할 수 없는 불능 상태에 처해 있었다.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12월 14일) 발언에 대한 MBC 노조의 논평에서 잘 드러났다. 윤석열은 당시 “공영방송 독립이냐 중립이냐 문제보다 얼마나 진실한 내용을 방송하며 얼마나 양쪽 입장을 공정하게 취재해서 방송해나가느냐가 독립성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독립시켜 줬는데, 방송의 진실성 객관성 떨어지면 독립이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진실과 공정인데, 이걸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정권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공영방송을 국민 세금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 최성혁은 “우리 공영방송이 편향됐다는 전제하에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로 받아들인다”며 “이는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힌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BBC와 NHK가 공정성과 중립성이 인정된 이유는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간섭하지 않았고 정치적 독립성을 보호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사정을 누락한 채 ‘우리 공영방송이 공정하지 않으니 민영화한다’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며, “민영화를 하면 공정성과 중립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윤석열의 발언은 투박하긴 해도 ‘독립’과 ‘공정’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문제 제기였음에도 그걸 ‘무지와 편견’으로 비난해도 좋은가. 나 역시 최성혁의 주장에 대해 되묻고 싶은 게 있다. 2021년 12월 14일의 시점에서 MBC는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었는가. “그렇다”고 답할 것 같다. MBC는 문 정권의 간섭을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MBC 스스로 알아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야당이 그 편향성을 비판하면 그건 부당한 간섭인가. 야당이 MBC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위해 민영화라는 대안을 제시하면 공정성과 중립성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다른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옳지 “민영화를 하면 공정성과 중립성이 확보되느냐”고 묻는 게 말이 되는가.

    사실 MBC를 둘러싼 모든 논란과 갈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바로 이것이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공영방송의 정치적 통제에 관한 한 보수와 진보 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 현 시점에선 진보 또는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은 친(親)민주당이라는 주장을 상습적으로 함으로써 언론노조 방송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주장은 맞나. 우문(愚問)이다.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주장이다.

    언론노조와 언론노조에 가입한 다수 방송인의 기본 인식은 “국민의힘은 한마디로 방송 장악에 있어서는 전과 집단”이며, “국민의힘이 언론자유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노조가 반(反)국민의힘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실수하는 거다. 이건 친(親)이니 반(反)이니 하는 단순한 언어로 접근할 문제라기보다는 역사적 업보인 동시에 ‘아비투스(습속)’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인들이나 아이비리그 인문사회과학 교수들의 압도적 다수는 친(親)민주당이지만, 이 또한 아비투스의 문제로 접근할 때에 더욱 정교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통제에 관한 한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건 쉽게 말해서 이런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진보 방송인의 친(親)민주당, 반(反)국민의힘 성향은 보수 방송인의 친(親)국민의힘, 반(反)민주당 성향에 비해 자발성과 적극성이 훨씬 더 강하다. 그런 성향이 ‘편향성의 신념화’를 통해 상부나 외부의 간섭과 압박이 없어도 스스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이 언론노조의 지지를 받으면서 밀어붙이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이 중립적이거나 공정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준만
    ● 1956년 출생
    ●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언론학 박사
    ● 現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 저서 : ‘발칙한 이준석: THE 인물과사상 2’ ‘싸가지 없는 정치’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강남 좌파’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김대중 죽이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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