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호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 입력2012-12-28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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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국민이 자살하지 않도록 해주길”

    오진탁(54) 한림대 철학과 교수·생사학인문한국연구단장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1년 5월 2030세대 성인남녀 18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5%가 “자살을 시도해봤다”고 답했다.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태’라는 응답은 63.3%였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사회 위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죽으면 고통도 끝난다” “내 판단에 따라 자살해도 된다” “자살이 해결책이다”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현재 드러나는 자살 증가 현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오해와 행복하지 못한 임종 방식은 바다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얼음 덩어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가 세계 40개국의 죽음의 질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3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임종 직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기에는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크게 부족하다. 새 대통령은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죽음에 대한 이해 부족, 불행한 임종 방식을 개선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했으면 한다.

    “직접 할 일과 맡길 일 구분할 줄 아는 대통령”

    성형주(41) ㈜파크에스엠티 대표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10여 년 전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야겠다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창업했다. 경영자로서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직원 개개인이 회사의 주인이자 의사결정자로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적 리더였던 것이다. 이 평범한 사실을 깨우치는 데 10년이 걸렸다. ‘어떤 대통령을 바라느냐’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존재감 없는, 국민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대통령을 바란다. 본인이 해야 할 일과 위임해야 할 일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아는 대통령,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역할을 위임할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란다.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행정부에, 심지어 입법부와 사법부에까지 올바른 방향과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부지런한 대통령들에게 이제 질렸다. 그래서 나는 원한다. 언젠가 묘비에 ‘어떠한 특별한 업적도 남기지 못했으나, 국민은 그의 임기동안 편안했다’는 글을 남길 수 있는 대통령을.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번 대통령이 그였으면, 하고 진실로 소망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끌 행복대통령”

    송기령(47) 회사원·충남 천안시 신방동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현상’이 강했던 건, 대한민국을 뿌리째 흔들어 다시 시작하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서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바람으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이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 중 서민에게 좋은 소리 들은 사람이 있었던가.

    경제대통령보다는 행복대통령을 원한다. 새 대통령은 기득권을 버리고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시골의사 박경철과 안철수가 대담한 내용 중에 ‘우리는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는 달리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가야 할 때’라는 구절이 있다. 동감한다. 앞서 가는 사람은 잘 가게 놔두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존재하게 하는 첫걸음을 뗐으면 좋겠다.

    “청춘 취업 문제 해결해달라”

    김민지(24)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2012년 ‘청춘 힐링’ 열풍이 불었다. 청춘을 위로하는 책과 토크 콘서트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많은 20대가 위로를 받기도 했다. 20대 문제에 무관심하던 기성세대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하지만 힐링의 ‘약발’은 벌써 떨어진 듯하다. 20대는 별 대책 없이 위로만 해대는 ‘힐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춘에게 “많이 힘들죠?”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년 60세”를 법제화하고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대선 후보들에게 아쉬움도 느꼈다. 친구들은 이제 사회의 위로에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태도를 보인다. 새 대통령은 청춘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나아가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네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라”고 말해줄 대통령을 기대한다.

    “갈등 넘어 화합과 협력 이끄는 대통령”

    김형래(50) ㈜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국민은 대통령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제를 수십 년째 몸소 겪으며 학습효과가 생겼다. 대통령 자신은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런 착각에 빠져 불가능한 것까지 실천하려 한다면, 그것은 선출직이 가진 권력의 한계를 넘어선 제왕적 발상에 불과할 것이다. 만일 표를 얻기 위해 과장된 약속을 한 게 있다면, 새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그것을 자인하고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은 또다시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새 대통령은 경쟁의 날 선 끝이 만들어낸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어내고, 가능한 권력 안에서 이성적 균형 감각을 유지해가면서 합리적인 배분으로 최선의 결과를 이끄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국민 화합과 협력을 끌어내길 기대한다.

    “다문화가정·외국인 정책 적극 마련하길”

    페라라 헬레세게 이레샤 딜라니(38) 주부·‘톡투미’ 대표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나는 스리랑카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과의 인연은 2000년 출장을 오면서 시작됐다. 의류회사에 다녔는데, 업무 관계로 한국에 올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묵은 민박집 장남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2009년 귀화해 이젠 한국인이다. 2010년부터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과 함께 ‘톡투미(Talk to Me)’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지역사회 봉사를 할 때마다 우리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도 많아졌다. 하지만 각종 정책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쪽에만 집중돼 유학생이나 노동자들은 전과 다를 바 없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도 일부 범위나마 의료보험 같은 복지 정책이 적용되면 좋겠다. 또 새 대통령은 교육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2003년 태어난 큰아들이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다. 2006년 낳은 둘째 딸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한국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이 입시 스트레스 없이 건강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

    “아이 낳을 수 있는 대한민국 만들어주길”

    강지연(36)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높게는 십수 대 1에 달하는 유치원 입학 경쟁이 화제다. 그런데 부모를 지치게 하는 건 이것 말고도 또 있다. 해마다 어김없이 오르는 원비가 어느덧 대학등록금보다 비싸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새해부터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확대되면서 원비 인상은 더 심해진 듯싶다. 유치원들은 “원비가 매달 90만 원인데, 정부에서 22만 원을 지원해주므로 70만 원도 안 되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무상보육을 통해 출산율을 제고한다는 정책 목표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 건 새 대통령이 반드시 풀어야 할 중요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비를 지원하는 것은 예산 낭비로만 그칠까 염려스럽다. 일례로 맞벌이 부부가 출산을 기피하는 건 밤늦게까지 아이 맡길 곳이 없거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수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정책 대상자가 원하는 바를 꼼꼼하게 따져 소중한 예산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포퓰리즘 공약과 정책이 난무하는 요즘, 비단 무상보육만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새 대통령이 잘 알 것이라 믿는다.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제도 마련”

    김소희(17) 부산 주례여고 2학년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집중이수제, 교과교실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등 정부는 학교 교육에서 학생이 받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을 여럿 시행해왔다. 하지만 학교 수업은 여전히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어 다양한 개선책에 대해 학생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 또 상대평가로 학업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늘 친구들을 견제하며 수능과 내신 성적을 위한 공부만 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논술 전형에 대비하려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 학생들은 구체적인 꿈도 없이, 정말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그저 대학 진학을 위해 친구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오늘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공부를 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학생의 눈높이에서 교육제도를 바라봐줬으면 한다. 학생 각자가 친구 말고 자기 자신과 경쟁하며 자기 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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