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둥창안제(東長安街) 소재 공안부 청사(큰 사진). 공안부 간부들이 궈성쿤 부장 참석하에 내부 회의를 하고 있다.
호텔 이외의 장소에서 한 번이라도 숙박해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24시간 이내에 임시 숙박 사실을 관할 파출소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하루 500위안(元·9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횡액을 당한다.
언론사 특파원처럼 중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은 공안의 위세를 더욱 더 확실하게 체감한다. 길게는 1년, 짧으면 3개월마다 비자를 받기 위해 공안 관할인 출입국관리국에 드나드는 수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마다 이런저런 서류가 미비하다며 마치 죄인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중국에서 생활하려면 감수해야 하는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른 나라 같으면 ‘왜 경찰이 외국인의 체류 문제에까지 관여할까’라고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선 의문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공안은 중국 내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을 공안과 함께해야 한다. 심지어 남녀가 결혼과 이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공안의 확인 도장을 받지 못하면 기혼자, 이혼자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공안이 국정원에 협조한다고?
이 공안이 요즘 갑자기 한국 사회 전반의 화제로 떠오른다.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인 중국-북한 간 출입국 증명 공문서 위조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중국 공안이 발급했다는 이 문서가 조작됐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공안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중국엔 우리의 국정원이나 미국의 CIA 격인 국가안전부가 있다. 이 국가안전부 외에 정보통제 역할을 맡는 곳이 역시 공안이다. 한국 언론은 중국 공안에 대해 거의 접근하지 못하며 관련 보도도 별로 내놓지 못한다. 문제의 문서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도 상당히 오랜 기간 진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공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국정원이 조선족 브로커에 의뢰해 받은 문서가 진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자국의 공문서를 특별한 이유 없이 업무 협조 관계에 있지도 않은 외국 정보기관에 넘겨주는 것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안과 국정원은 그리 원만한 관계도 아니다. 공안은 국정원 소속 블랙 요원(민간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비공식 요원)들의 동태까지 상세히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 안의 손오공을 내려다보는 부처인 공안이 정체를 완벽하게 꿰고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소재 한국 총영사관의 국정원 화이트 요원(공식 요원)의 도움 요청을 들어줄 리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위조 공문서는 언젠가는 터질 위험을 애초부터 안고 있던 폭탄이었다.
자국민과 대륙 전역의 외국인뿐 아니라 최근에는 본의 아니게 국정원까지 머쓱하게 만들고 있는 공안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전지전능, 무소불위의 파워를 자랑한다.
거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안전행정부 산하인 한국의 경찰청과는 달리, 공안은 국무원 산하의 정부 기관이며 수장은 부장(장관)급으로 당당하게 독립돼 있다. 공안부가 공안의 공식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