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병사로 인해 일어난 사건 부상자를 앰뷸런스에 싣는 군 의료진. 관심병사를 정상화하려면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전문가와 정신과의사 등이 참여해야 한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복지부와 행자부도 예산을 투입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육군의 전투부대는 2개 야전군-8개 군단-22개 상비사단으로 편성됐다. 사단 병력이 약 1만 명이니, 3개 사단으로 편성된 군단은 3만 명 남짓이고, 3개 군단으로 편성된 동부전선의 1군은 10만 명 정도다. 제8군단은 2개 사단으로 구성됐다. 이 군단의 사단들은 완편율이 낮아, 제8군단의 실제 병력은 1만 명을 조금 웃돈다. 그렇다면 4만6000명은 2개 군단 병력에 해당한다.
2개 군단 병력인 4만6000여 명이 관심병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전에는 1군에 필적하는 8만4000여 명이 관심병사였다. 임 병장과 윤 일병 사건을 겪은 후 만들어진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편부모 슬하나 가난한 집안 출신, 입대 100일 미만인 자는 제외하자고 해, 4만6000명으로 줄었을 뿐이다(28사단 윤 일병과 윤 일병 가해자들은 관심병사가 아니었다).
5월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도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B급 관심병사였던 가해 예비군은 지급받은 실탄을 마구 쏴 2명을 죽이고 3명을 부상시킨 뒤 자살했다.
밟으면 터집니다
국가를 방위하려면 젊은이들이 총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도처에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관심병사(지금은 ‘보호 및 관심병사’로 용어 변경)가 튀어 나와 문제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밟으면 터집니다.’ 관심병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뢰’ 일 뿐인 것일까. 아니다. 눈이 나쁜 학생이 안경을 쓰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듯이, 부적응 병사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열리면 긍정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고정관념과 무책임이다.
관심병사의 분류 과정부터 살펴보자. 관심병사는 정밀한 조사로 판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신병이 전입 오면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면담을 하는데, 그때 지휘관들은 대화 내용과 신병에 대한 기록 등을 보고 ‘주관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병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과거에는 입대 100일 미만자를 전부 관심병사로 분류했다. 관심병사라고 전부 ‘지뢰’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소수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자기 세계에 갇혀 ‘왕따’가 된다.
자기 왕따가 심한 병사는 아예 입대시키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자기 폐쇄성이 강한 젊은이는 체력과 의지가 약한 경우가 많으니, 징병검사에서 걸러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검사와 인성검사, 심층면담으로 구성됐다는 병무청의 징병검사에서 ‘예비 관심병사’를 가려낼 확률은 낮다. 병역을 회피하려고 쇼를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관심병사와 병역 면탈을 꾀하는 사람은 외견상 구분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병역을 국민의 의무로 정한 징병제 나라다. 따라서 병역의무를 회피하려는 자들에게도 군 복무를 시켜야 하니 징병검사는 반나절 만에 끝나는 통과의례가 됐다. 모병제를 채택한 미군은 다르다. 지원자가 넘쳐 서너 배수를 탈락시켜야 하니,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3일간 징병검사를 한다.
10만 명 가운데 연간 자살하는 사람의 수를 ‘자살지수’라고 하는데, 세계 평균은 16명 정도다. 우리는 36~38명으로 세계 최고다. 25세 이하는 조금 낮아 약 30명. 그런데 우리 군의 자살지수는 세계 평균보다도 낮은 9.8명 내외다. 모병제인 미군은 우리보다 2.5배 정도 높고, 역시 모병제인 일본 자위대도 우리보다 높다. 그런데도 군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 사회는 ‘경기’를 일으킨다.
분단된 나라로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 군은 수많은 병사가 GP와 GOP 등에서 ‘실탄 근무’를 한다. 이런 상황에도 모병제의 미 · 일군은 물론이고 비슷한 또래의 사회 젊은이들보다 병사의 자살지수가 낮은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그런데도 군에서 자살사고가 일어나면, 사회는 ‘군 때문에 자살했다’며 격분한다. 조직이 주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자살이나 총기 난사는 결국은 개인이 선택한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