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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은 한 편의 코미디 아니었을까

[금태섭의 IN & OUT]

  • 금태섭 변호사·前 국회의원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은 한 편의 코미디 아니었을까

  • ● 애썼지만 좌절한 비극이라고?
    ● ‘우리 편’에 유리한 대로 원칙 구부려 편파 해석
    ● 청와대, 조응천과 나에게 분노하다
    ● 수사팀 교체 주장에 격분한 조국
    ● 기가 막힌 박범계의 억지
    ● ‘조국 사태’ ‘추·윤 갈등’은 누적된 일들의 결과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세 권의 책이 내 앞에 있다. 출간 순서대로 보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쓴 ‘노무현 트라우마’, 중앙일보 출신의 언론인 이필재 씨가 대표 집필한 ‘문재인의 약속’, 그리고 이춘재 한겨레 기자가 지은 ‘검찰국가의 탄생’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이 끝나자마자 취재를 시작해 지난 정부의 성취와 좌절에 대해 쓴 책들이다. 세 저자는 집필 과정에서 모두 나를 찾아왔다. 짧지 않은 시간 인터뷰를 했고, 나는 모든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최악의 인사

공직을 맡았던 사람은 공무상의 비밀 준수 대상이 아닌 일에 대해서는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언론이나 책을 저술하는 분들로부터 문의가 있을 때는 그분들의 시각이 나와 비슷하든 혹은 큰 차이가 있든 따지지 않고 알고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하려고 애를 쓴다. 해석이나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벌어졌던 일의 팩트에 대한 알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공과에 대해 책을 쓰는 저자들이 나를 찾아온 것은 내가 정보 공유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운 것이 ‘검찰개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12년 동안 검사로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을 그만둘 무렵부터 10년 이상에 걸쳐 어느 누구 못지않게 검찰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당연히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기간에도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의견을 냈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토론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정부가 추진하는 구체적 정책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고, 때로는 강한 비판도 했다. 세 분은 나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싶었을 것이다. 왜냐고? 각자의 정치적 태도나 견해에 상관없이 모두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쓴 ‘노무현 트라우마’. [메디치]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쓴 ‘노무현 트라우마’. [메디치]

손병관 기자는 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했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가 “재임 중 (특수수사를) 줄이려 했지만 적폐 수사로 파견 검사가 오히려 늘었다. 문제점을 알지만 그렇게 못 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한탄한 내용을 인용하거나,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검찰 인사에 대해 “검찰 최악의 인사였다. 군부독재 시절에 비유하면 하나회 출신들을 보안사만이 아니라 수방사와 국방부, 육본 등 군 요소마다 골고루 다 배치해 놓은 것과 같다”고 평가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소개해 놓은 것을 보면 정권 초기의 기대와는 영 다른 양상의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출신 언론인 이필재 씨가 대표 집필한 ‘문재인의 약속’. [율리시즈]

중앙일보 출신 언론인 이필재 씨가 대표 집필한 ‘문재인의 약속’. [율리시즈]

‘문재인의 약속’이라는 책에서 첫 번째 장을 ‘검찰 개혁 : 검찰공화국 공고화한 미완의 개혁’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필재 씨의 시각은 좀 더 분명하다. 그의 판단은 이렇다. “적폐 수사에 검찰을 활용하려다 보니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반해 검찰 특수부 조직을 정부가 오히려 키운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경찰처럼 직접 수사를 하는 특수부를 줄이는 것이 곧 수사권 조정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특수부 확대는 검찰 개혁이라는 이상과 부합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에 최적화된 정권이었지만, 적폐 수사의 검찰 의존, 검찰 개혁 철학의 빈곤, 조국·윤석열 인사 실패, 무능 탓에 일부 제도를 개혁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상당 기간 검찰 개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춘재 한겨레 기자가 지은 ‘검찰국가의 탄생’. [서해문집]

이춘재 한겨레 기자가 지은 ‘검찰국가의 탄생’. [서해문집]

이춘재 기자의 책은 첫 문장에서 직설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고 규정한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은 검찰 스스로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출발한 문재인 정권은 정작 검찰 개혁 과정에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정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의 권력 과잉을 못 본 체하다가 ‘조국 사태’라는 암초와 부딪히고 나서야 부랴부랴 개혁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정권에 ‘내로남불’ 이미지를 씌웠을 뿐만 아니라, 개혁에 대한 검찰 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정당한 저항’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이 치명적 실책은 문재인 정권에는 끝내 검찰 개혁에 실패한 또 하나의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한국 사회에는 ‘검찰정권’의 탄생이라는 불행을 안겼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왜 실패했나

2022년 5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을 이루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2022년 5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을 이루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을까. 이른바 ‘진보매체’라는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들이나 반대로 ‘보수 매체’ 출신의 작가나 구별 없이 모두 지난 정부의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이 문제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심지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상찬을 여전히 늘어놓는 강성 지지층도 검찰개혁이 성공했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들은 개혁이 ‘좌절’된 것은 검사들이나 기득권 세력, 보수 언론 탓이라고 지청구를 쏟아놓지만, 어쨌든 지난 정부가 자랑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 했다는 점을 다투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문재인 정부는 더는 바랄 수 없을 만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권 전반기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도 민주당은 1당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지난 총선 이후로는 자체 의석 169석, 우호 세력까지 합치면 180석에 달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목표로 했던 법안을 대부분 통과시키고 구상했던 제도도 거의 그대로 시행됐다. 의석이 압도적이 아니었던 전반기에도 패스트 트랙을 이용해 공수처법과 수사권조정 법을 통과시켰고 코로나19 사태로 절대적인 입법 권력을 갖게 된 정권 말기에는 원하는 모든 법을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위장 탈당’까지 불사하며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과 제도의 측면에서 볼 때 애초의 계획을 그대로 이행했는데 왜 실패라는 판정을 받을까.

많은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와 관련해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 등을 거론한다. 제대로 된 철학과 청사진이 결여된 무능한 개혁 추진의 전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작은 일에서부터 원칙을 저버리고 부끄러움 없이 자기 정당화에 급급하던 모습들이다. 앞서 살펴본 세 권의 책에서도 등장하는 사건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초기부터 기본적인 절차적 정의를 지키지 않았던 사례를 한번 들여다보자.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전 국민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국정감사장 증언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일이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지켜보는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던 민주당은 검사 윤석열에 대한 찬사에는 아낌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3년 한 책의 추천사에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진실을 비추는 불빛들이 있습니다. 검찰의 윤석열 같은 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 ) 형은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정한 검사가 될 것을 선서로 다짐한 것을 지켰을 뿐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검사 윤석열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가 수사팀장에서 쫓겨나 한직을 전전하게 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사건’은 그 당시 국정원에 파견돼 있던 현직 검사와 변호사들이 수사팀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다. 언론에는 당시 파견 검사들이 가짜 사무실을 차려놓고 검찰 수사팀을 안내하는 파렴치한 일까지 저질렀다는 기사가 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검찰은 파견 검사들과 국정원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수사하다

2019년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 검찰 앞 교대역 사거리에서 열린 ‘끝까지 검찰개혁, 서초동 시민참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019년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 검찰 앞 교대역 사거리에서 열린 ‘끝까지 검찰개혁, 서초동 시민참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엄밀하게 법적으로 따진다면 이 사건의 피해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다. 수사를 하는 권한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에 있고, 그 권한의 행사를 방해받은 피해자도 추상적으로 보면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검사 윤석열을 비롯한 댓글 사건 수사팀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피의자들과 대립하는 지위에서 직접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무집행방해죄의 법적인 피해자도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폭행·협박을 당한 공무원이 피해자의 지위에 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에 수사가 방해됐는지를 따지는 사건을 조사할 때는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수사팀이 아닌 다른 검사가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원래의 수사팀이 나설 경우 불공정한 수사가 진행될 우려가 있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형사절차의 기본 중에 기본에 해당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사건 수사를 윤석열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에 맡겼다.

아슬아슬한 느낌을 갖고 있던 중에 불행한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국정원 소속 변호사인 정모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 엿새 후에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 둔 변모 부장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그때라도 수사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법조인이라면 누구라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피해자가 수사를 하는 것은 현대 형사절차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변모 검사가 유명을 달리한 지 사흘 후에 열린 법사위에서 여러 의원이 수사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했고,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조응천 의원과 내가 그런 발언을 했다. 나는 파견 검사들이 국정원 상부의 지시를 받아서 행동했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방해한 부분을 그때 수사를 방해받았다는 검사들이 바로 다시 수사하는 것은 여당 의원인 제가 봐도 안 맞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보더라도 누가 신뢰를 하겠습니까.” “누가 수사할 건지 어떤 수사팀이 담당할 건지를 당사자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법무부 차관에게 질의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여당 의원이 정부의 조치에 비판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워낙 당연한 원칙을 짚은 것이기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이 목숨을 잃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내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나와 조응천 의원의 발언에 청와대가 격분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바로 다음 날 박범계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 의원과 나를 비난하는 인터뷰를 했다. 우리가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했다는 취지였다. “수사를 방해받은 (…) 그 팀이 오히려 더 이 사법 방해를 수사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는 그러한 법리도 있습니다”라는 억지스러운 주장까지 했다. 형사절차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가 같은 당 의원으로부터 검사 출신이라 그렇다는 인신공격을 당한 것도 기가 막혔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우리 편’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개혁이라는 것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깊은 회의가 찾아왔다.

이 사건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그 이후로도 문재인 정권 청와대와 민주당은 문제가 되는 사건마다 원칙을 구부려가며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편파적인 해석을 했다. 그런 모습이 쌓여서 나타난 것이 바로 ‘조국 사태’ ‘추·윤 사태’다.

윤석열 검사를 극구 찬양하고 피해자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담당하는 것이 정의를 회복하는 관점에서 맞는다는 희한한 주장을 했던 박범계 의원은 나중에 법무부 장관이 돼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끄러움도 모르고 사사건건 진흙탕 싸움을 했다. 수사팀 교체 주장에 격분했던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저서 ‘조국의 시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에 대해 자신은 인사권이 없었고, 반대 의견이 많았다면서 발을 빼고 있다. 그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를 받았던 국정원 파견 검사들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은 이들을 모두 사면하는 조치를 취했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이 ‘애를 썼지만 좌절한 비극’이라기보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한 편의 코미디’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신동아 2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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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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