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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山과 宮을 연결하라, ‘관아(官衙)’를 개방하라”

  •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건축학 dnkim@yurim.skku.ac.kr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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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품격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세종로 가운데 광화문광장이 조성된다.

품격 높은 도시로 재탄생하고자 하는 베를린의 다양한 노력과 지속적인 관리는 새로운 부도심 개발에도 적용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잘못 변해버린 구동독의 많은 건물과 장소를 다시 되돌려놓되, 원래 모습을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복원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역사적 건물과 장소의 의미를 발전적으로 활용해 창의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가령 비스마르크에 의해 지어지고 제2차 세계대전 때 대공습으로 파괴된 국회의사당을 수려한 건물로 재탄생시키고 늘 시민에게 개방하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보면, 서울을 수도로 정한 자연적, 지리적 여건과 도시를 만들어간 원칙의 중요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이 맨 먼저 할 일이다. 얼마만큼 제 모습을 되찾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가 아닌 미래를 염두에 둔 통시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제에 의해 비뚤어진 세종로를 광화문과 경복궁의 방향과 맞추는 문제는 막대한 재원 소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바로잡는 것이 옳다면, 우리의 책무는 올바른 가치 설정과 방향 제시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여력이 없어 후대까지 미룰지라도 앞으로 제자리 찾기가 더 힘들지 않도록 더 이상의 훼손을 막을 도시관리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종묘 앞의 세운상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큰 틀에서 본 원칙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다시 정부종합청사 같은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세종로의 6개 차로를 줄여 30m 가까운 보행공간을 만드는 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이지만,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는 이 공간에서 북악산과 광화문 경복궁이 어우러진 서울의 본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맑은 하늘 아래 산과 궁(宮)이 어우러진 광경만으로도 서울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서울에 볼거리가 없다는 생각도 사라지리라고 본다.



세종로변 건물들의 바람직한 형태도 명확히 그려서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그 실현을 위해 일관성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짧게 잡아 정부종합청사부터 교보빌딩까지 보더라도 이 장소의 주연은 600년 동안 정해져 있었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기과시적인 외양의 세종로변 건물들은 주연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조연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관아가의 장소적 기능과 의미를 고려하면 그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아쉽다. 그 일부는 계속 남는다고 하지만 앞으로 이 멋진 곳에 어울리는 도시 기능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장소가 담아야 할 기능은 여러 모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모두가 미래의 목적과 실현 의지를 공유하는 데 걸맞은 이름을 지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광장’이란 말은 적합하지도, 강렬하지도 않다.

친근하고 활력 있는 한길

현재 세종로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지나가거나 머무를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을 찾거나 모퉁이의 교보빌딩 서점에 들르거나 미국대사관에서 비자 받는 일을 제외하면 일반인은 세종로에 갈 이유가 거의 없다. 국가의 상징가로가 이 정도의 기능에 머무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세종로가 좋은 길이 되려면 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세종로로 향해야 한다. 사람이 모이고 다녀야 활력도 생긴다. 길의 분위기는 보도와 하늘과 건물이 결정하고, 길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건물의 용도, 특히 건물 1층의 용도가 좌우한다. 세종로에 있는 건물들의 태생이 세종로를 존중하며 지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세종로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또 아주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공간을 가진 건물도 없다.

양쪽 10차선으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을 생각한다면 보행공간으로서 광화문광장은 마음 편한 곳이 아니다. 길 건너편의 따뜻한 공간적 배려가 없다면 물 한 잔 마시거나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기 힘들고 화장실 한 번 가기 어려운 씁쓸한 추억만 남길 수도 있다. 건물의 형태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려울지라도 길과 면한 1층의 용도와 모양을 가로와 친근하게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정부 건물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여러모로 세종로에 기여하지 못하는 정부종합청사 같은 정부 건물은 우선 주차장과 1층을 개방해 세종로의 가로환경과 소통하고 도시 보행환경 활성화에 기여하는 용도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미국대사관 부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전을 대비해 시민에게 친근한 공간을 제공하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인근 KT 건물 1층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렇듯 첨단기업의 본사들이 1층을 고객과 시민에게 개방하고도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한다든지, 일본의 문부성 건물 1층에 상점이 들어선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보안과 통제를 이유로 내세워 도시와 격리시키는 시대 역행적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행정복합도시의 정부 건물 건축지침이 가로친화적인 연도형 건물로 건축하도록 돼 있는 것을 보면 정부의 생각도 많이 변한 것 같다. 광화문광장 조성과 연계해 정부청사 건물이 세종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변화한다면 그 상승효과가 높을 것이다. 변화가 이쯤 되면 미국대사관과 주변의 민간 건물에 뭔가 할 말이 있고 계획 참여를 권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화문 앞에 만들어지는 마당의 형태가 교통처리를 위해 조정될 필요는 있는 듯하지만, 정부종합청사의 주차장을 활용하면 좀더 좋은 형태가 될 것이다. 관광과 교통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은데, 서울시도 문화관광부도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다. 좀더 살펴보니 광화문 앞에서 청사로 들어가는 이상한 형태의 U턴도 그렇고, 정부종합청사 때문에 건드리지 못하는 제약요소가 하나 둘이 아니다.

또한 정부 청사들은 공통적으로 넓은 주차장이 세종로와 면해 있다. 정부종합청사 주차장과 외교통상부 앞 세종로 주차장을 합하면 청계천광장보다는 훨씬 크고 시청 앞 서울광장보다는 다소 작은 듯하다. 쓸모 있는 보행공간 확보가 아쉬운 세종로에 광화문광장 계획과 더불어 활용하면 소중한 도시공간이 될 수 있다. 광화문광장은 단순한 광장 만들기가 아니라 국가의 한길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시대를 연결하는 장소

지금 서울에서 600년 고도의 면모는 경복궁과 광화문, 덕수궁과 창덕궁 등 궁궐과 종묘, 그리고 숭례문, 동대문의 점적(點的) 장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장소들이 도심에 집중돼 있는데도 그간 이들을 연결하는 데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도심의 길이 이러한 점적 장소들을 연결하는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게 해 ‘흐름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김도년

1963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졸업,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 서울대 박사(건축학)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설계 연구센터장,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마스터플랜 및 서울시 도심재창조 기본계획 총괄계획

現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북악산과 경복궁과 광화문-세종로-숭례문과 함께 원구단과 덕수궁, 그리고 성균관과 창덕궁과 종묘와 남산이 연결된 역사도시의 네트워크와 현대도시가 어우러지게 가꾼다면 그동안 우리가 훼손한 서울을 다시금 재탄생시키는 방향이 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경복궁 복원과 함께 광화문의 제자리 찾기와 광화문광장 조성이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그 과정도 훌륭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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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 성균관대 교수·건축학 dnkim@yurim.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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