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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대리學’

경제전쟁 첨병, 대표이사급 대리들의 군주적 본능을 깨워라!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일러스트·박진영

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대리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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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대리學’

대리가 대리운전의 준 말이냐구요? 천만에 대표이사의 준말이라고요!

11. 부서 분위기 좋은 데치고 성과 좋은 데 없다.

12. 성격 좋은 상사치고 인정받는 상사 못 봤다.

13. 그러나 마음씨 좋은 상사를 만날 확률은 5%다.

14. 일이 빡세다고 회사 옮긴 사람들, 옮겨도 빡센 데서 일한다. 이유는 모른다.

15. 해외유학파 여사원이 3년 안에 퇴사할 확률은 95%다.



16. 공무원, 의사, 수능시험을 위해 퇴사한 사람 중 80%는 성공했다.

17. 엔지니어 생활 5년이 넘으면 정치·경제·문화 면에서 바보가 된다.

18. 나이 40에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은 20%다.

19. 3년 동안 평균 퇴사 시간은 저녁 9시였다.

20. 추석과 설 전날이 유일하게 눈치 안 보고 5시에 퇴근하는 날이다.

잘 썼네, 잘 썼어! 어쩜, 회사 돌아가는 원리를 이렇게 잘 표현할 줄이야. 대단해, 대단해. 근데, 난 지금부터 뭘 해야 하지? 지하저항군의 본거지를 알아내려는 외계인 프락치, 윤병구…. 오 노!

#Scene 4

우선 이구식 대리를 만나야 한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입사 동기인 이 대리. 한때는 새벽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지방대학 전자공학과를 나왔지만 그의 대학입학 시험성적은 서울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원래는 의대를 가려고 했다가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자 장학금을 받고 지방대로 갔다. 그가 한국전자에 입사할 때, 우리 동기들은 그가 고등학교 성적으로 회사에 들어왔다고 놀리곤 했다.

회사에 입사한 뒤 나는 한국물산으로, 그는 한국전자로 가는 바람에 1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사이가 됐고, 그나마 최근 2년 동안은 본 적이 없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고 하는데 아직 나는 안부조차 물어본 적이 없다. 이런 나를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구식아, 병구다. 잘 있었냐?”

“어이, 윤 대리님. 안녕하셨어요? 우리 회사의 실세, 김 상무님 라인 아니십니까?”

이런. 소문이 벌써 났나보다. 대리들의 특징 하나. 어느 라인이 주류이고, 비주류인지 귀신 같이 안다. 인맥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집착한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실세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신상을 조사하고 숙지한다. 초장부터 이 대리에게 한 방 먹었다.

“라인은 무슨 라인. 야, 오늘 퇴근하고 소주나 한잔하자. 니 아들 옷 사놨어. 내 마누라가 챙겨주더라. 바쁘신 얼굴 한번 보자고.”

“거 좋지. 삼겹살 어때?”

순순히 만나자고 한다. ‘아들 옷’이란 낚싯밥에 척 걸리는 걸 보니, ‘단순 무식’ 옛날 이구식이 맞다.

한국전자 사옥 로비. 저쪽에서 이구식 비슷한 친구가 걸어오는데, 잘 모르겠다. 벌써 노안(老眼)인가. 뒤뚱뒤뚱 걸어오는 게 동물원 코끼리 같다. 설마, 구식이가?

“윤병구! 나 안 반가워? 뭐냐, 그 표정은?”

“혹시 이구식 대리…님?”

“왜? 내가 살 좀 쪘지.”

“아니 어떻게 된 거야?”

“10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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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일러스트·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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