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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신임요원훈련 언론사 최초 동행취재

“이들은 흑색요원입니다, 절대 사진 찍지 마세요”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국정원 신임요원훈련 언론사 최초 동행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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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에 의한 남북통일

국정원 신임요원훈련 언론사 최초 동행취재

지리산 종주에 앞서 노고단 대피소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국정원 신임요원들.

“반갑습니다. 꼭 20년 전 저는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의 수습기자였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선배와 많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구속을 시킨 분도 있고 낭패감에 빠뜨린 분도 있습니다. 물론 의기투합해 취재에 도움을 준 분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를 관찰해온 기자로서 제 꿈은 남북통일을 목격하고 그 과정을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정원의 활동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민족은 여러 번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전쟁에서 져 피지배 신세가 된 것입니다. 몽골의 고려 지배와 청나라의 조선 침공이 그랬습니다. 한나라와 당나라의 공격으로 사라진 고조선과 고구려처럼 역사에서 사라진 나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의 예외가 있습니다. 일본의 조선 침략입니다. 일본은 청나라, 러시아와는 전쟁을 해서 이겼지만, 우리와는 싸우지도 않고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조선의 지도층은 청나라와 러시아를 이긴 일본에 겁을 먹고 일본의 공갈과 매수, 협박에 속아 나라를 넘겼습니다. 전쟁도 하지 않고 나라를 내준 한일합방을 저는 5000년 민족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배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이 전쟁을 하지도 않고 우리를 굴복시킨 방법을 북한에 적용시키자는 것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펼친 햇볕정책은 김정일 정권에 연명할 기회를 줬고 ‘이렇게 하면 남한이 돈을 갖다주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한결 여유를 가진 북한은 핵실험을 하는 기회까지 가졌습니다.

저는 두 정권이 펼친 햇볕정책으로는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공작(工作)을 통한 통일입니다. 미국 CIA가 ‘정보차장’과 ‘공작차장’제로 운영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도록 유도하고, 김정일 독재를 무너뜨린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 한 나라를 이뤄 발전을 도모하자는 운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전쟁을 겪지 않고 민족역량을 증폭시키면서 평화통일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인’ 김정일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김정일이 하야하면 북한에서는 급변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때가 전쟁하지 않고 통일할 수 있는 적기이고, 그때 여러분은 최일선에 서야 할 것입니다. 국정원의 역량은 주변국들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도록 하는 데 집중돼야 합니다. 북한 내부 모순을 극대화해 북한 내부로부터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는 힘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통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국정원은 CIA처럼 외부를 향한 공작과 정보활동에 전념하는 정보기관이 돼야 합니다….”

기자는 말을 끊고 어둠에 묻힌 이들을 둘러봤다. 불빛이 기자를 향하고 있었기에 이들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본다 한 들 이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 것인가.

“지난 1주일간 저는 일본을 돌아다녔고 서울에 돌아온 다음날인 어제는 안동까지 당일치기로 차를 몰고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한걸음 늦게 여러분이 올라온 코스로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내일도 저는 여러분과 똑같이 걸을 것입니다. 저보다 늦게 장터목에 도착하는 사람에겐 오리걸음을 시킬 것이니 각오하십시오….”

농담이 싱거웠는지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이 들려왔다.

“통일의 밑거름이 되기 위하여!”

그리고 동행한 국정원 기성직원과 훈육관, 남녀 학생장들과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기자는 여간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데 땀을 흘렸기 때문인지 술술 넘어가, 주는 대로 받아 마셨다. 기분이 좋아진 기자가 “남북통일을 위하여!”라고 건배하자, 이들은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되기 위하여!”라고 답배를 했다. 밑거름이 되기 위하여? 기자가 ‘양지(陽地)맨’이라면, 이들은 ‘음지(陰地)맨’인가? 척척 죽이 맞아 돌아가는 것 같았다.

청춘 남녀들도 삼삼오오로 나뉘어 건배를 했다. 그러나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를 지리산의 전부로 알면 큰 착각이다. 내일 저녁엔 결코 이런 여유를 부리지 못할 것이다. ‘위장 세척’은 노고단 관리자가 소등을 선언한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군대 내무반 같은 마루에서 담요 한 장을 깔고 촘촘하게 끼여 자는 칼잠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한데, 국정원 직원 두 명이 신나게 ‘콧나발’을 불었다. 술김에 졸도하듯 깜빡 잔 순간을 제외하곤 드르렁거리다 툭 끊어지는 불안한 반주 때문에 애써 눈만 감고 있었다. 귀도 감을 수 있는 재주가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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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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