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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송파 | 松坡

김영순 Style, 도시의 표준을 바꾸다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김영순 Style, 도시의 표준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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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Style, 도시의 표준을 바꾸다

김영순 구청장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강조한다.

송파개벽

김 구청장은 운(運)도 좋았다. 송파구는 강남구처럼 번잡하지 않고 한강 이북처럼 낡지 않았다. 맘껏 구상을 펼칠 장(場)을 가진 것이다.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다른 자치구를 맡았다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송파구는 아주 유니크한 도시, 특별한 도시예요. 그게 어떤 뜻이냐면…. 내가 거꾸로 질문해볼게요. 서울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자치구가 어느 곳일까요?”

“글쎄요…. 서초구, 도봉구가 떠오르는데요.”

“아니죠. 송파예요. 그러면 주거환경이 가장 잘 갖춰진 도시는요?”



그는, 송파 자랑을 길게 했다.

송파구는 서울 남동부 한강 남안에 있는 자치구다. 오랫동안 서울의 변두리였다. 경기 광주군 중대면, 구천면에 속하다가 1963년 일부 지역이 서울 성동구에 편입했다. 강동구, 강남구를 오가며 속하다가 1988년 송파구로 독립했다.

송파구는 잠실동 석촌동 삼전동 송파동 문정동 오금동 오륜동 방이동 풍납동 가락동 등 26개 행정동으로 이뤄졌다. 북부와 서부는 한강과 탄천이 실어 나른 흙이 형성한 해발고도 20m 내외의 충적지, 동부와 남부는 해발 20~40m의 완만한 사면이다.

송파구에서 29년을 산 김승주(34)씨는 초등학교 때와 지금을 이렇게 비교했다.

“어릴 적 송파에 산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송파가 서울 맞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지금은 소개팅 나가면 상대가 ‘진짜 좋은 데 산다’면서 웃습니다.”

송파 토박이 김만제(51)씨의 회고.

“밭과 벽돌공장이 많았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에 둘러싸인 호수가 볼거리의 전부였죠. 정말 별 볼 것도 없었고, 서울이라는 인식도 없었습니다. 네 골목 건너에 가게가 하나 있으면 다행이었죠. 부모들은 아이들이 놀다가 벽돌공장에 있는 돌에 부딪히지는 않을까, 수풀로 가려진 웅덩이에 빠지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해야 했습니다.”

1981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결정되면서 송파구는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한 스포츠시설과 롯데월드, 종합유통시설이 들어서면서 인프라가 확충된다.

현재 송파구의 지가 총액은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재건축을 통해 2만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잠실은 올해 집값 상승의 핵이었다. 송파구는 지난해 말 대비 9월30일 현재 평균매매가, 평균 전세가가 각각 13.74%, 25.15% 올랐다.

잠실 일대는 ‘제2의 대치동’으로도 불린다. 2007년 초부터 삼전동을 중심으로 대성NG학원, 장학학원을 비롯한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과 보습학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잠실동, 신천동이 학원가 덕을 봤다.

또한 송파구는 로맨틱하다. 10월11일 잠실야구장에선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선남선녀가 어깨를 겯고 가을의 향연을 즐겼다. 주말의 롯데월드는 사랑하는 이들로 붐볐고, 신천동의 클럽은 밤늦게까지 빛났다.

롯데호텔에서 내려다본 잠실역 사거리의 야경이 눈부시다. 송파(松坡)란 이름만큼이나 푸르던 이 강변마을은 포스트모던의 옷을 입으면서 으뜸 도시의 하나로 발돋움했다. 내년 상반기엔 123층, 555m 높이의 ‘롯데 수퍼타워 123’이 착공된다.

역사·환경·문화 삼중주

송파란 이름은 한강 지류 주변에 소나무가 군집한 언덕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조선의 문인들은 경관이 뛰어난 이곳에서 세속의 근심을 잠시 잊고 ‘자연친화’ ‘물심일체’의 감상에 젖곤 했다.

추사 김정희의 절친한 벗이던 황산 김유근의 송파주중(松坡舟中)의 한 대목을 들어보자.

옛 나루터에서 배 타니 몸과 마음이 편하고, 시원스러움에 낮 더위 씻겨지네/ 산빛 모두 빛기운 머금었고, 물기 더불어 바람도 불어와 비치는 햇살에 온몸이 맑아지네/ 옷깃 풀어헤치니 온갖 근심 부질없구나.

송파나루는 조선왕조 때 삼남(三南)에서 올라오는 물산의 집산지였다. 송파장시(場市)는 5대 향시(鄕市) 중 하나. 지금도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엔 무와 배추를 싣고 온 화물차가 즐비하다.

송파는 백제의 옛 도읍(都邑)이다. 몽촌토성, 적석총, 백제고분군을 비롯한 한성백제의 유적이 남았다. 매년 석촌동 백제고분에서는 백제고분제가, 올림픽공원 일대에선 백제한성문화제가 거행된다. 삼전도비는 병조호란 때 청(淸) 태종에게 인조가 무릎 꿇은 곳에 세워진 청의 승전비다.

송파는 역사, 문화, 환경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소나무의 진한 향이 진동하던 송파는 지금도 ‘푸름’을 지향한다. 공원수가 140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다, 서울 자치구 중 최대의 녹지율을 자랑한다.

‘싸이월드’에 둥지 튼 테니스 동호회 ‘오픈’의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올림픽공원 코트에 모인다. 우수연(35)씨가 백핸드 스트로크로 상대를 공격한다. 라켓의 스위트 스폿에 맞은 테니스공이 뻥~소리를 내면서 날아간다.

“로스앤젤레스, 시드니에 산 적이 있는데, 올림픽공원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어요. 운동을 마치고 산책한 뒤 맥주 한잔 들이켜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갑니다.”

올림픽공원은 1984년 착공해 1986년 완공했다. 올림픽공원 숲은 20년 넘는 연륜을 가진 터라 성동구의 서울숲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울창하다. 가을숲은 ‘숲빛깔’이 아름답다. 도토리와 산밤의 떫은맛은 덤이다.

가을, 넓은잎나무는 올림픽공원 숲을 별천지로 만든다. 습기를 털어낸 선들바람과 쪽빛 하늘을 담은 물빛이 상쾌하다. 단풍나무는 누르스름한 이파리가 순식간 노란색으로 바뀌다 마침내 붉은색으로 변한다. 은행나무의 샛노랑잎은 가을 숲의 진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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