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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이색테마기획: 빌딩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은 이 시대 가장 슬픈 건물”

‘N포 세대 마지막 거처’ 반·옥·고

  • 박경은|고려대 노어노문학과 4학년 kyungeun0411@naver.com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은 이 시대 가장 슬픈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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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엔 없는 건물”

취업준비생 이모(여·28) 씨는 서울 종암동 4층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2년 동안 살았다. 같은 건물 내 다른 원룸은 월세 45만 원이지만, 이 씨의 방은 월세 38만 원으로 저렴했다. 이씨는 이 방에 대해 “3~4평 된다. 건물 옥상에 불법 증축되어 서류엔 없는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방이 무지하게 더웠다. 단순히 꼭대기 층이라 더운 게 아니라 단열이 안 돼 태양이 내리쬐면 천장이랑 벽이랑 바닥이 바로 달아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전체 청년 가구(249만5696가구) 중 20.3%(50만5492가구)는 반지하방,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에 거주하는 주거 빈곤 가구에 속한다. 이는 다른 연령대 주거 빈곤 가구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주거 빈곤 가구’란 주택법상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 지하나 옥상에 사는 가구, 비닐하우스나 고시원 등 주택 이외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 등을 가리킨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자료(2016)에서도 지하방과 옥탑방에 사는 20대 가구의 비중은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지하방과 지하방 주거 가구는 20대가 100가구당 5.6가구로, 30대 0.2가구와 40대 0.3가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옥탑방 주거 가구도 20대가 100가구당 0.2가구로 다른 세대에 비해 두 배 높다. 또한 지하방과 옥탑방에 거주하는 20대 가구의 비중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취업준비생 윤모 씨는 대학 졸업 후 30세가 되도록 아직 직장을 못 잡았다. 그는 지금 안암동 반지하방에서 산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으로 집세가 싸지만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게 윤씨의 말이다. 

“햇빛은 아예 안 들어오고 공기 순환도 당연히 잘 안 된다. 목과 기관지가 확실히 안 좋아졌다. 여기 사는 단 하나의 이유는 돈이다. 정말 탈출하고 싶다.”



서울 대학가의 멀쩡한 자취방은 보증금 1000만~5000만 원에 월세 50만~70만 원에 육박한다. 윤씨는 이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할 좋은 직장을 구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고 말한다.



“비 새도 못 나가는 이유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은 이 시대 가장 슬픈 건물”

서울시내 한 주택가의 옥탑방들.[동아 DB]

김모(여·27) 씨처럼 서울의 상당수 젊은 직장인은 돈을 벌어도 반지하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김씨는 서울 신림동의 반지하방에서 3년째 살고 있다. 이런 김씨는 곧 타의에 의해 이 방에서도 내몰리게 됐다.

김씨가 사는 반지하방은 지난해 여름과 올해 여름 큰비에 잇따라 침수됐다. 골목길보다 방이 더 낮은 곳에 있는 데다 배수시설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림살이가 물에 젖어 김씨는 큰 불편을 겪었다. 김씨의 집주인은 결국 건물을 재건축하기로 결심했고 세입자 김씨에게 방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김씨는 “반복적으로 비가 새고 침수되는 이런 방에라도 계속 있고 싶은 내 신세가 조금 처량하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도 옥탑방·반지하살이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다음은 20대 누리꾼들이 쓴 글이다.

“드라마 같은 데서 옥탑방을 미화하거나 희화화해서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헬 오브 헬’이다.”

“반지하에서 2년 정도 살았다. 열심히 돈 벌어서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반지하에 살지 않았다면 지금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반지하에 살면 없던 병도 생긴다.”

서울 시내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고시원이 옥탑방·반지하에 못지않게 열악하다고 말한다.

대학원생 김모(여·27) 씨는 서울 서초동 한 상가건물 고시원에서 기거했다. 김씨는 “다시는 그런 데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가 고시원에 손사래 치는 이유는 우선 작아도 너무 작은 방 면적이다. 김씨는 “2평 정도의 방에서 시체놀이하듯 살았다. 너무 좁은 데에서 지내다 정신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툭하면 감기를 앓는다고 한다. 김씨 방은 고시원 건물 내 복도 쪽으로 창이 난 소위 내창방. 고시원 중에서도 ‘익스트림 체험’을 하는 곳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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