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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권위 무너졌다는 데 100% 동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교사 권위 무너졌다는 데 100% 동의”

  • ● 학생 인권 존중하면서 교권도 강화해야
    ● 혁신교육의 그늘은 반성적으로 보완할 것
    ● 다양성 꽃피는 공존 교육이 목표
    ● 모든 일반고가 ‘특성화된 일반고’가 됐으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홍중식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홍중식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지만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정부와 서울시장, 서울시의회를 보수 진영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 심사권을 가진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76석, 더불어민주당 36석이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의회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 예산 중 5688억 원을 삭감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조 교육감은 신년사에서 “서울 교육이 한겨울을 맞이했다”고 썼다. 그러곤 ‘유수불부(流水不腐)’를 신년 화두로 내세웠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평범한 의미지만, 오랜 기간 공들인 ‘조희연표 혁신교육’이 멈출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듯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와 외고 등을 존치하면서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 성취평가에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하자, 조 교육감은 “파괴적 정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1월 5일 조 교육감과 고교학점제에 대해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가 7~8년 동안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수평적이며 다양성을 갖춘 고교 체제로 바꾸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그 과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수용돼 2025년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예정돼 있었죠. 그런데 이주호 장관이 윤석열 정부 첫 교육부 수장이 되면서 존치로 다시 방향을 틀고 있는 상황이에요. 쟁점은 내신 절대평가를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천명한 겁니다. 지금은 내신을 9등급으로 상대평가하고 있어 1, 2등급 비율이 정해져 있죠. 그래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 많은 자사고·외고에서 내신에 불리한 상황이 있는 겁니다. 대신 자사고와 외고가 상위권 학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현상은 줄어들었죠. 그런데 내신 절대평가가 되면 자사고·외고로 성적 좋은 학생이 대거 몰려 제가 달성하고자 했던 ‘일반고의 회생’ ‘일반고 전성시대’를 여는 게 멀어질 수 있어요. 그런 우려를 파괴적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표현한 겁니다.”



조 교육감은 교원단체를 포함해 교육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내신 절대평가’ 도입 자체에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내신 상대평가 방식은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기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내신 절대평가가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든 학교에서 선생님의 평가권이 강화되고 (학생들이) 열심히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죠. 소규모 학교에서도요. 그러나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 간에는 현실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성적 경쟁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금도 상대적으로 성적 좋은 학생들이 자사고외고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요. 따라서 (내신 절대평가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교육 질 높이는 일은 굉장히 시급한 과제

학부모가 자녀를 자사고·외고에 보내려는 이유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함 아닌가요.

“맞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경제적으로 더 부담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있는 겁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넘어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굉장히 시급한 과제죠.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장해 온 혁신교육 진영이 풀어야 할 과제이자 굉장히 위협적인 도전입니다. 지금 (그 과제를 해결) 못 하면 학교에서 잠을 자고 학원에 가서 진짜 공부하는 비정상적 전도 현상이 지속되거나 더 심화될 여지가 있죠.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공교육이 붕괴된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입시 위주의 과거형 패턴으로 유지되던 공교육이 다층적이고 다양한, 복합적이고 복잡한 균열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입시가 공교육의 최후 목표처럼 돼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나타난 교육 왜곡 현상이 공교육을 황폐화하게 하고, 좋은 환경에서 가르치고 싶은 학부모의 욕구에 따라 별도의 학교 유형을 만들어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다 보니 일반고의 비정상화가 촉진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 선생님들에게 요청드리고 싶어요. 잘못하면 공교육이 주변화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다시 한번 열정을 발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열정만으로 될 수 있는 건 아니죠. 공교육을 지켜야 한다는 책무와 책임감까지 강력하게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조희연 교육감은 “교사 권위가 무너졌다는 데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조희연 교육감은 “교사 권위가 무너졌다는 데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권위가 너무 무너지지 않았나요.

“그 점은 100% 인정하고요. ‘혁신교육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아니다. 혁신교육의 그늘이 있다. 그걸 반성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게 기초학력 저하일 수도 있고 교권 추락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학생의 권한과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되다 보니까 그런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병행론적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학생 인권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고, 그와 병행해 교사의 지도권과 교권도 그 자체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권보호조례’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상황입니다. 국회에서도 심각한 교권 침해 행위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강한 제재 조치를 담은 입법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교육활동을 침해해 ‘중대한 조치’를 받은 학생의 경우 조치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적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 가운데 ‘전학’과 ‘퇴학’ 정도가 학생부 기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선 ‘학급교체’와 ‘출석정지’ 조치까지 포함할지, 사안의 경중을 고려해 기재할지, 아니면 두 번째 조치부터 기재할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 교육감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다.

“저는 교육부의 다른 모든 조치는 동의하는데, 학생부 기록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심각한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폭력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만든 뒤에 아이들 간 사소한 충돌도 폭력의 범주로 다루게 되는,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화해와 관계 회복 대신 사법적 소송을 양산하는 결과로 가는 것 같아요. 서울 강남의 한 학교에서 전해지는 ‘웃픈’ 얘기가 있는데요. 6명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학폭 자치위원회가 열리니까 6명의 변호사가 등장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그래서 저는 학생부 기재는 1단계로 하지 않고 2단계로 하면 어떨까. 그렇지 않으면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역소송 지원 정책을 교육청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반고가 ‘특성화된 일반고’가 됐으면…

진보와 보수 사이에 교집합은 존재한다. 어떤 정부든 정책을 세울 때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가 내놓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제, 미래교육을 위한 디지털 전환, 논술·서술형 평가를 중시하는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 등은 조 교육감이 추진하는 정책과 같거나 유사한 부분이 많다.

조 교육감은 “혁신교육의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과감하게 협력하고,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비판하고, 짐을 나눠 질 것이 있으면 나눠 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조 교육감이 지난해 3선 연임 취임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공존’이라는 개념과 이 부총리가 내세운 ‘다양화’의 차이는 뭘까.

“고교 다양화라는 것은 고교 체제상 시장적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의미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학교 선택의 양극화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주호 부총리가 대학평가를 중단하고, 학과나 정원을 자율화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하는 거죠. 민간 부문의 시장 자율성 확대는 우리 시대에 하나의 과제이긴 합니다. 다만 그것이 가져올 잠재적 부작용에 주목하면서 정책을 추진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0년 전 정책을 부활시키기보다는 진보가 제기한 쟁점을 자기 방식으로 융해해 정책을 포괄적으로 보완해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죠. 공존이라는 것은 이런 양극화 경향을 역류해 함께 사는 삶, 함께 사는 교육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완적 혁신’이라고 한 것은 진보 관점에서 보수가 제기하는 부분을 비판적으로 융해하면서 진보의 정책을 보완하고 풍부하게 하려는 생각도 있는 겁니다. 학부모 처지에서 보면 자기 아이를 자사고나 외고에 보낼 수 있는 선택의 다양성이 중요한 건데요. 불평등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획일화된 것만을 강요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될 것 같아요. 공존의 틀 내에서 어떻게 그 다양성을 살려낼 것인지가 저한테는 도전이죠.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교육’이라고 언어화한 것도 그런 의미지요.”

교육감 말씀은 일반고 안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공존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되는데요.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한다고 수직적 고교 서열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학생들 간에 어떤 능력의 차이라든지, 학업 성취의 차이 같은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유형의 다양화보다는 학교 안에서의 과목 선택 혹은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통해 해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모든 일반고가 특성화된 일반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고교학점제를 계기로 다양한 과목 선택권, 또 개별 학교에서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인근 학교와의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서라든지 온라인을 통해서 다양성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거죠.”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과학고, 체육고, 예술고 등 특성화된 학교가 더 많아져야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좀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사고는 원래 일반고의 일부인데, 3배의 수업료를 내고 별도의 교육 과정을 받는 형태로 구성된 거죠. 외고는 외국어 특화 고등학교인데 영어 같은 경우는 많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별도로 존립하는 게 필요하냐는 교육계의 문제 제기가 있는 거고요. 과학고, 체육고, 예술고와 같은 학교를 없애자는 게 아닙니다. 그 학교들의 다양성은 충분히 있죠.”

그럼에도 자사고·외고가 유지된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이주호 부총리가 2월에 자사고·외고의 방향에 대해 큰 원칙을 발표하는데, 그때 저도 태도를 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후속적으로 좀 복잡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면 기존 자사고나 외고가 향유하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일반고에도 도입되고 과목 선택 범위도 늘어나게 됩니다. 자사고·외고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가 일반고에서 충족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 부분은 국민적 공론화에 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流水不腐에 담긴 두 가지 의미

올해 신년 화두로 ‘유수불부(流水不腐)’를 선정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혁신교육에 대한 자성(自省)적 원리로 선정했어요. 혁신교육이라는 물이 저수지에 고이면 안 된다, 계속 자기 혁신을 통해 흘러가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담고자 했어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하나는 혁신교육에 대한 반성과 보완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혁신교육이 학생이나 학부모의 모든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킨 건 아니거든요. 교권, 기초학력 문제, 경직성 등 혁신교육에 대한 비판을 유수불부의 자세로 반성을 통해 보완할 것을 과감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완적 혁신의 길’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혁신교육을 미래 도전에 응전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하자는 의미예요. 혁신교육이 처음 출발한 10여 년 전 상황과 지금의 시대 환경이 달라진 지점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인공지능 시대로의 거대한 산업적기술적 전환, 교육에서 양성해야 할 인력의 성격 변화도 있고, 시장의 요구가 달라진 면도 있잖아요. 교육도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경계에만 갇혀서 안주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말로만 얘기됐던 지구촌 사회가 굉장히 실체적으로 다가온 거죠. 또 기후 위기니 이런 새로운 지구적 도전도 있어요. 따라서 혁신교육을 새로운 미래의 도전에 응전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하자는 의미에서 ‘유수불부’를 신년 화두로 삼았습니다.”

그러면 혁신학교를 좀 더 확대·강화할 계획인가요.

“보완적 혁신은 혁신교육의 기조를 유지해 가는 거죠. 혁신학교의 지속적 발전이 중요한 거고요. 단지 IB(국제 바칼로레아)의 도전에 맞춰 혁신학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그동안 축적된 무형의 자산을 유형의 수업 평가 틀로 진화시켜 내야 하는 도전이 있는 거고. 또 AI(인공지능) 시대에 조응하는 새로운 수업, 생태 전환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실험도 필요하죠. 저는 혁신학교가 IB를 넘어 KB(한국형 바칼로레아)를 향한 여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서울시의회에서 삭감한 예산은 어떻게 확충할 계획입니까.

“다행히 서울시의회에서 곧바로 추경안을 요청해서 새롭게 수정안을 내고 의회와 더 많은 소통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 교육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예산이 삭감된 게 있어요.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교육 예산이 함께 삭감된 것도 있고요. 조속히 (추경안을) 통과시켜 3월부터 시작되는 신학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하반기로 넘어간다면 추경의 의미가 없죠.”



신동아 2023년 2월호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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