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공유경제 리포트

‘승승장구’ 위워크

“Be Together” 모토로 21세기형 ‘두레’ 실험 중

  • 입력2018-04-2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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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8년 만에 기업가치 20조 원

    •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 한국 진출 2년 만에 10개 지점 확정

    • “공간이 ‘플랫폼’, 네트워크가 ‘기회’”

    • 한국 시장 롱런 여부에 관심 집중

    위워크의 사무 공간. [위워크코리아 제공]

    위워크의 사무 공간. [위워크코리아 제공]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가 한국 진출 2년 만에 서울의 ‘주류 공간’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8월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과 바로 이웃한 빌딩에 1호점을 낸 지 21개월 만인 오는 5월, 위워크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에 7호점을 오픈한다. 9월에는 서울 종로의 랜드마크, 종로타워에 10호점을 연다. 유명 레스토랑이 있던 이 빌딩 최고층은 위워크 고객들을 위한 라운지로 바뀔 예정. 

    이로써 위워크는 오는 9월까지 서울 강남(강남역, 역삼역Ⅰ, 역삼역Ⅱ, 선릉역, 삼성역)과 강북(을지로, 광화문, 서울역, 종각역, 여의도) 요지에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참고로 3개 고층빌딩(32~44층)으로 구성된 서초 삼성타운의 상주인구가 2만 명가량이다. 위워크코리아 측은 이외에도 “서울에 추가 오픈하는 지점이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스퀘어, 종로타워에도 ‘진입’

    공유오피스(co-working space)란 다른 회사들과 사무 공간을 함께 쓰는 것을 말한다. 공유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부동산을 임차(혹은 구매)한 뒤 그것을 쪼개 여러 입주사에 재임대하는 것이다. 건물주는 대규모 임차인을 장기로 들여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고(통상적으로 공유오피스 기업은 대형빌딩의 몇 개 층을 5~10년 이상 장기로 빌려 임대료를 낮춘다), 재임차인은 사무 공간을 꼭 필요한 만큼 단기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보통 공유오피스 기업과 재임차인은 월 단위로 계약한다). 

    이러한 공유오피스는 서울에 앞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먼저 자리 잡았다. 강영구 이지스자산운용 해외부문 대표는 “해외 주요 도시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유오피스 사업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이미 끝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남과 한데 섞여 일하는’ 일터의 변화가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위워크는 공유오피스 시장의 선두주자다.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해 8년 만에 전 세계 21개국 71개 도시에 242개의 지점으로 뻗어나갔다(2018년 4월 기준). 조만간 기업 공개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도 있다. 시장이 추산하는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약 200억 달러(약 22조 원). 명실상부한 유니콘 스타트업 중 하나로 우버(680억 달러), 샤오미(460억 달러), 에어비앤비(290억 달러), 스페이스X(210억 달러) 등의 뒤를 쫓는 중이다. 



    사실 ‘부동산 재임대’는 새로운 사업 유형이 아니다. 백화점도 각 브랜드에 매장을 할당하고 임대료를 받는, 일종의 부동산 재임대업이다. 사무 공간을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소호 사무실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위워크와 같은 공유오피스와 기존 재임대업과의 차이점은, ‘격리’가 아닌 ‘공유’를 모토로 삼은 데 있다. 위워크는 자신을 “단순 공유오피스가 아닌, 전 세계 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위워크는 회의실이나 탕비실을 나눠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카페처럼 꾸민 라운지 등 물리적 공간을 통해 재임차인 간 교류를 도모한다. 위워크 각 지점에서는 멤버(위워크는 입주자를 ‘멤버’라 부른다)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거의 매일 열린다. 

    ‘공유’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워크 멤버들은 온라인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매튜 샴파인 위워크코리아 제너럴 매니저(GM)는 “전 세계 위워크 멤버가 21만 명”이라며 “위워크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구인이나 제휴 등 사업에 필요한 여러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급 빌딩 문턱 낮췄다”

    위워크 을지로점 라운지. 위워크 멤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위워크코리아 제공]

    위워크 을지로점 라운지. 위워크 멤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위워크코리아 제공]

    위워크에선 누가 일할까? 1인 프리랜서부터 스타트업, 대기업까지 다양한 사람과 기업이 모여든다. 위워크는 대표적인 대기업 엔터프라이즈 멤버로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 페이스북, 삼성, 마스터카드 등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러한 대기업 고객이 위워크 매출의 30%를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 위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종다양하다. 미국 언론사의 한국 주재 특파원에서부터 프리랜서, 회계사, 변호사, 스타트업, 대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 대기업 멤버로는 하나금융티아이, 아모레퍼시픽, BMW MINI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기업 신규사업팀이 스타트업 등과 협업하려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사내 보안’을 위해 본사에서 나와 공유오피스에 따로 둥지를 튼다고도 한다. 심지어 위워크보다 규모가 큰 ‘공유경제’ 사업체인 에어비앤비코리아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마련한 별도 사옥을 정리하고 위워크 을지로점에 들어왔다. 중국 공유자전거업체 1위인 오포(ofo) 역시 한국 사업 진출을 위해 위워크 을지로점에 들어와 있다. 매튜 샴파인 GM은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창업을 준비 중인 50~70대 시니어들도 위워크의 멤버”라고 전했다. 

    B2B 플랫폼 서비스 업체 ‘데이블’은 최근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창업 3년째인 지난해 네이티브 광고 사업 등으로 8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10명 남짓하던 직원 수가 배로 늘자 지난해 여름 새 사무실로 확장·이전하며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4500만 원을 썼다. 그런데 반년 만에 직원을 더 늘려야 했다. 또다시 사무실을 확장하는 데 큰돈을 들일 것인지 고민하다가, 공유오피스에 입주하기로 했다. 데이블은 지난 2월부터 위워크 역삼역점에서 38개 데스크를 빌려 쓰고 있다. 이채현 데이블 대표는 “조만간 사업이 더 커져서 또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인테리어 등에 돈을 쓰느니 공유오피스에 들어가는 게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은 지난해 8월 위워크 삼성점이 오픈할 때 임차해 쓰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삼성역점에 입주했다. 이 회사는 직원이 90여 명으로, 아예 빌딩 한 개 층을 통째로 빌려 쓴다. 김지예 잡플래닛 운영이사는 “중간 규모의 회사도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직원이 100명 남짓 되면 업무 공간 외에도 몇 개의 회의실과 별도의 휴게 공간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이러한 부대시설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그곳의 부대시설을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김 운영이사는 “건물주 대응에서부터 사무실 청소, 커피·휴지·인쇄용지와 같은 각종 비품 구매까지 공유오피스 업체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이런 업무를 전담할 직원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되는 것 또한 공유오피스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위워크는 멤버들에게 커피, 맥주, 과일수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과 농구게임대, 스크린골프, 노래방, 수유실 등 휴게 공간도 갖추고 있다. 

    위워크와 같은 공유오피스의 등장은 ‘개업’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굳이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의 등장은 부동산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를 변화시켰다. 첫째, 좋은 입지의 비싼 빌딩 진입 문턱을 낮췄다. 둘째, 임대차계약이 매우 유연해졌다. 보증금은 2개월치 비용 수준이며, 매달 내는 비용은 사용하는 책상의 개수에 따라 정해진다. 지난해 여름 을지로점에 입주한 모바일 과외 앱 ‘튜더링’은 책상 15개가 놓인 개별 사무실(유리벽으로 분리 구획된 공간)을 사용하다가 직원 수가 증가하는 시점에 맞춰 22개 책상, 27개 책상이 놓인 사무실로 이동했다. 최경희 튜터링 공동대표는 “스타트업 특성상 직원 규모가 갑자기 늘거나 줄 수 있는데, 공유오피스를 활용해 그때마다 용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제휴사·투자자·친구와의 ‘동거’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외관에 부착된 위워크 사이니지(위)와 스타트업 PTM이 4월 5일 위워크 역삼역점에서 개최한 ‘플레이긱’ 공연 모습. [박해윤 기자]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외관에 부착된 위워크 사이니지(위)와 스타트업 PTM이 4월 5일 위워크 역삼역점에서 개최한 ‘플레이긱’ 공연 모습. [박해윤 기자]

    4월 5일 목요일 오후 7시,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3번 출구 캐피탈타워에 입주한 위워크 역삼역점. 3층 위워크 라운지에 작은 무대가 마련됐다. 음악 콘텐츠 에이전시 PTM이 위워크 각 지점을 순회하며 매주 한 차례씩 여는 공연(공연명 ‘플레이긱’)으로, 이날 유튜브에서 활약 중인 뮤지션 변재환 씨와 힙합듀오 이짜나언짜나가 무대에 섰다. 

    샌드위치와 맥주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들고 삼삼오오 공연 보러 온 사람들이 무대 주변으로 둘러앉았다. 일렉트릭 기타 선율이 흐르자 라운지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하던 사람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PTM은 ‘공연을 영화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즐기게 하자’는 모토를 내건다. 지난해 3월 위워크에 입주해 이곳을 ‘무대’ 삼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송준호 PTM 대표는 “다양한 기업들과 사무실을 공유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고, 플레이긱과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용이해 공유오피스가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로 사람과 기업이 모이는 것은 비단 업무 공간의 ‘가성비’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위워크는 여타 공유오피스보다 비용 면에서 비싼 편. 그러나 위워크 ‘커뮤니티’ 안에서 고객, 제휴사, 투자자 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금전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입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직원 10명 규모로 위워크 을지로점에 입주한 회계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파트너스’의 김용현 대표는 “비용 면에서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지만, 전체 고객 중 30%가량이 위워크 입주사일 정도로 위워크 커뮤니티가 사업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파트너스는 위워크 앱 등에 무료 회계컨설팅 이벤트를 공지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나간다. 

    공유오피스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은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 화장품을 독일 아마존을 통해 유통하는 사업을 준비 중인 1인 사업자이자 위워크 삼성역점 멤버인 이선영 아비브컴퍼니 대표는 위워크에 입주한 화장품 스타트업들과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본사가 있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하나금융티아이는 올해 ‘DT랩’이라는 부서를 신설하면서 위워크 역삼역점에 입주시켰다. 하나금융티아이 측은 “DT랩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조직”이라며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들과 제휴할 일이 많기 때문에 ‘공간이 플랫폼’이란 차원에서 위워크로 들여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매일 점심 위워크 멤버들 간의 샐러드 런치 모임을 주최한다. 사업도 알리고, 사람도 사귀자는 취지에서다. [프레시코드 제공]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매일 점심 위워크 멤버들 간의 샐러드 런치 모임을 주최한다. 사업도 알리고, 사람도 사귀자는 취지에서다. [프레시코드 제공]

    중국어 교육업체 ‘차이나탄캠프’는 올해 1월 위워크 을지로점에 입점해 단기간에 많은 수강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자 위워크 광화문점과 여의도점에도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유은영 차이나탄캠프 디렉터는 “위워크 내에 유아용품, 마케팅, 블록체인 등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많아 수강생들끼리도 서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등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카셰어링 사업을 하는 ‘링커블’은 조만간 홍콩 시장에 진출하면서 위워크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남수 링커블 대표는 “위워크 홍콩 완차이 지점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위워크는 입사 동기가 드문 스타트업 젊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통로 구실도 한다. 위워크 강남점에서 일하는 한 20대 여성은 “위워크 온라인에 독서나 영화 등 다양한 모임 공지가 올라온다”며 “그러한 모임에 참여하면서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샐러드 배송업체 ‘프레시코드’는 위워크 역삼역점 입주사로, 매일 점심 역삼역점에서 샐러드 런치 모임을 연다. 사람도 사귀고 사업도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목적에서다. 유이경 프레시코드 이사는 “위워크에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혼밥하지 말고 같이 밥 먹자’는 취지에서 런치 모임을 기획했다”며 “매번 10~20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샐러드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 디자이너, 광고마케터, 블록체인 테크니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도 교류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는 저녁에 맥주 한잔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콘셉트 세분화한 ‘후발’ 주자들

    위워크가 포문을 연 공유오피스 시장이 날로 커지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패스트파이브 등 ‘토종’ 공유오피스업체가 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공유오피스 사업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관심도 높아지는 조짐이다. 이미 현대카드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공유오피스 ‘스튜디오 블랙’을 오픈했다. ‘테크 전문’ ‘취미 공유’ 등 콘셉트를 세분화한 공유오피스도 새롭게 등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위워크가 계속 ‘업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할 것인가. 강영구 이지스자산운용 해외부문 대표는 “구글, 우버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도 고전하는 곳이 한국 시장”이라며 “위워크코리아가 까다로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계속 우위를 점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튜 샴파인 GM은 “공유오피스 시장에 갈수록 관련 기업들이 많아지는 것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위워크만이 멤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 매튜 샴파인 위워크코리아 제너럴 매니저
    “‘일의 개념’에 대한 경쟁을 희망한다”

    [김성남 기자]

    [김성남 기자]

    매튜 샴파인(Matthew Shampine·36) 위워크코리아 제너럴 매니저(GM)는 한국 입양아 출신 미국인이다. 한국 이름은 차민근. 한 살 때 미국 뉴저지 가정에 입양됐고, 2007년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 가족과 재회했다. 이후 정기적으로 한국을 오가다가 2016년 한국을 포함해 위워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을 총괄하게 됐다. 4월 6일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만난 그는 “현재는 한국에 영구적으로(permanently) 이사 온 상태”라면서 “위워크코리아가 잘돼야 한다”며 웃었다. 

    만 2년도 안 돼 10개 지점을 확정했다. 성공을 확신했나. 

    “난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위워크가 처음 생긴 2010년 위워크에 입주했다가 아예 위워크에 합류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위워크 랩스(WeWork Labs) 업무를 맡아 한국 스타트업 관련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이들을 미국 위워크에 자주 초대했는데, 다들 위워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성공을 확신했다. 서울은 아시아에서 위워크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다.” 

    위워크 사업의 본질은 부동산 재임대인가. 

    “재임대(re-leasing)는 위워크 비즈니스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아니다. 위워크 비즈니스의 중심은 사람, 커뮤니티, 그리고 환대(hospitality)다. 위워크는 일과 성공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일이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다면 그것이 성공이다. 이런 하루하루가 쌓이다보면 비즈니스도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세계 각 도시에서 갈수록 공유오피스 사업 경쟁이 심해지는데, 일의 개념(concept of work)에 대한 경쟁이기를 희망한다.” 

    위워크는 멤버 간 네트워크가 활발하다. 

    “나도 위워크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이들의 생일파티나 비즈니스 론칭 파티에 초대받아 간 적이 매우 많다. 위워크의 장점 중 하나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나 사업적으로 도움 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대학 졸업 후 친구나 동료를 사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지 않은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발하게 작동하는가. 

    “물론이다. ‘쉐이커(Shakr)’라는 비디오 광고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강남역점에 입주한 멤버로 한국에서도 사업이 잘되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내가 뉴욕 위워크 매니저들을 소개해줬다. 뉴욕의 위워크에서 쉐이커의 사업을 알리는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새로 투자도 받게 됐다. 현재는 뉴욕 유니온스퀘어에 있는 어빙 플레이스(Irving Place) 지점에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강남역점에 입주한 교육기술 스타트업 노리(Knowre)도 위워크 시애틀에 진출했다.” 

    미국에서는 위워크가 주거 및 피트니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위워크를 비롯해 위리브(WeLive·주거공유서비스), 라이즈바이위(Rise by We·피트니스서비스) 등은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해줄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라이즈바이위에서는 복싱, 요가 등을 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주거시설 위리브에는 위워크처럼 커뮤니티 매니저가 상주하며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도록 돕는다. 또 가족구성원이 비슷한 가정끼리 이웃으로 배치해 자연스럽게 교류하도록 한다. 지난 1월 뉴욕 위리브에 가봤는데, 거주자들이 활발하게 만나고들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여의도 아파트에 살 때 이웃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웃음). 위리브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 같지만, 당분간은 위워크에 집중한다. 내년에는 부산 등 다른 도시에서도 위워크를 오픈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문화를 어떻게 보나. 

    “서울은 스타트업에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블록체인과 관련해 흥미로운 기업이 많다.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문제 될 것은 없다.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 등은 10~15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들이다. 티몬, 쿠팡 등 성공한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고도 있다. 이런 기업들이 새로 생겨나는 스타트업들에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워크는 이런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올 하반기 서울에서 크리에이터 어워즈(Creator Awards)를 연다. 

    “벤처, 공연예술, 비영리단체, 지역사회 기여자 등 총 4가지 분야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 10개 도시에서 열린다. 서울 대회 상금은 총 12억 원 규모로 위워크 멤버든 아니든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최종 결승전은 뉴욕에서 열린다. 많이 참가해주길 바란다.” 

    개인사를 공개한다면.

    “뉴저지주 시골 마을에서 자라서 대학 진학 전까지 한국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다. 대학생이 돼 두 군데 한인교회를 다니며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었다. 한국의 가족을 만나고 보니 누나가 셋에 형이 둘이나 되더라. 온 식구가 모이면 조카들까지 아주 북적북적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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