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혼돈의 새벽배송 시장, 철수하고 진입하고… 회사마다 엇갈린 전략 왜?

[유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08-31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롯데온·헬로네이처·GS프레시몰 새벽배송 중단

    • 냉장유통 인프라 구축에 인건비까지 올라 부담

    • 유통 강자 네이버쇼핑·코스트코는 도리어 진출

    • 식품 시장 온라인 침투율 낮아 성장잠재력 높아

    [Gettyimage]

    [Gettyimage]

    “새벽배송 시장은 2020년 2조5000억 원 규모에서 2023년 11조9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교보증권 리포트)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바로 ‘새벽배송’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돼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업체들이 줄줄이 철수하는 반면 일부 업체의 경우 시장에 진출하는 등 엇갈린 경영 전략을 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전날 특정 시간 내에 주문하면 이튿날 새벽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맞벌이 가구나 주부 고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흐름이다.

    마켓컬리가 쏘아 올린 공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2015년 마켓컬리(현 ㈜컬리)가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규모는 2018년 4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4조 원대로 급증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는 9조 원, 내년에는 12조 원까지 몸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주요 유통업체가 줄줄이 새벽배송에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각축장이 됐다. 2018년 쿠팡이 진출했고, 이후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롯데그룹의 롯데온도 출사표를 던졌다. 편의점 업체 BGF리테일과 GS리테일까지 진입하면서 새벽배송 시장은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너도나도 새벽배송에 공을 들이니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져 시장 성장 속도가 더욱 가팔랐다.



    이를 바탕으로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선두 주자들의 경우 경쟁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컬리와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이다. 오아시스마켓의 경우 몸집은 작지만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알짜 회사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런 시장 분위기가 최근 급격하게 바뀌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결단을 내린 기업은 롯데다. 롯데온은 4월 새벽배송 시장 진출 2년 만에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후 BGF의 자회사 헬로네이처도 5월 말을 끝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여기에 더해 7월에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프레시몰이 서비스를 중단했고, 가정간편식(HMR) 전문기업 프레시지 역시 사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한 가장 큰 이유로는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BGF 측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새벽배송 특성상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새벽배송은 주로 신선식품을 새벽 시간대에 배송해 준다는 서비스의 특성상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창고와 배송차량 등에 이른바 ‘콜드체인(냉장유통)’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다 배송원이 밤 시간 동안 근무하는 만큼 인건비 지출도 높은 편이다. 또 신선식품은 오랫동안 재고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주문량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매출이 커질수록 적자가 난다는 평가가 많았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의 80%를 점유한 이른바 ‘빅3’ 업체조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영업적자 2177억 원을 기록했고, 쿠팡은 1조8000억 원, SSG닷컴은 107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발주자들의 실적은 악화일로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철수 업체들은 수익성뿐 아니라 매출 성장 자체도 더뎠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의 경우 자사의 다른 서비스인 1시간 이내 배송(바로배송)보다 새벽배송 이용자가 적었고, 프레시지는 새벽배송 사용자가 자사 고객의 5%에 못 미쳤다.

    뒤늦게 뛰어든 네이버·코스트코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와중에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업체들 역시 만만치 않은 유통 강자들이다. 네이버와 코스트코, 이랜드다.

    먼저 국내 이커머스 업계 3강(쿠팡, 네이버, SSG닷컴) 중 유일하게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네이버쇼핑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안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5월부터 일부 품목에 대해 당일 배송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 중 새벽배송 시범 운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간 오프라인 채널에만 주력해 왔던 코스트코 역시 5월부터 ‘얼리 모닝 딜리버리’라는 이름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인천 일부 지역에서 신선·냉장식품 중 일부를 배송하고 있다. 당장은 서비스 품목이 많지 않아 시장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만 충성고객이 많은 만큼 성장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네이버와 코스트코 모두 국내 택배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과 손잡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3월에는 SSG닷컴과 같은 그룹인 G마켓과 옥션도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올해 4월 수도권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업체들의 경우 수익성 창출에 대한 의구심에도 시장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결정의 근거로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의 ‘침투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꼽고 있다. 온라인 침투율이란 전체 소비시장 중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25.2%에 불과하다. 가전(58.1%)이나 가구(48.8%)는 물론 직접 체험해 구매하는 경향이 큰 화장품(39.4%)과 패션(31.7%)보다 낮은 수치다. 결국 온라인 식품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직 새벽배송 서비스가 서울과 수도권, 충청 지역 정도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상 지역 확대를 통한 성장도 가능하다. 실제 컬리와 SSG닷컴 등 선두 주자들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이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성장 속도가 빠른 경우 기업들은 적자를 마다하지 않고 공격적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키웠다고 평가받는 쿠팡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감내하고도 점유율을 키워 경쟁자를 압도하는 전략이다.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 잡으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새벽배송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진출 기업들이 출혈을 마다치 않고 경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마켓컬리와 쿠팡, SSG닷컴이 빅3로 시장을 안정적으로 점유하면서 사실상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출혈경쟁 불가피

    GS리테일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대신 2020년 배달앱 요기요 인수 이후 당일 퀵서비스 서비스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리테일]

    GS리테일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대신 2020년 배달앱 요기요 인수 이후 당일 퀵서비스 서비스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리테일]

    문제는 네이버와 코스트코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여전히 신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두 업체들이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다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경쟁’이 새벽배송 영역 안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온라인 식품 시장은 새벽배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즉시배송이나 퀵커머스 등도 배송 방식이나 시간대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

    일례로 롯데온과 GS리테일 등의 경우 새벽배송 시장에서는 철수했지만 온라인 식품 사업에서 손을 뗀 건 아니다. 당일 즉시배송과 퀵서비스 등 효율성 높은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GS리테일의 경우 2020년 배달 앱 요기요를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퀵커머스 서비스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업계 1위 사업자로 전국 곳곳에 점포를 두고 있는 데다 슈퍼마켓 ‘GS더프레시’ 점포까지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퀵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밖에 오프라인 업체들의 반격도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최근 자사가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즉시배송 서비스를 3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즉시배송 서비스는 도입 초기인 지난해 2월과 비교해 매출이 600%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다.

    새벽배송 시장에 또 다른 변수도 있다. 바로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한 오프라인 채널의 부활과 온라인 소비 둔화 가능성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7월 말 발표한 ‘6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9.3%로 온라인 채널(9.2%) 성장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오프라인 채널의 전년 대비 연간 매출 증가율(7.5%)이 온라인 채널(15.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실제 대형마트 업체들은 이런 흐름에 따라 공격적인 영업을 개시했다. 이마트의 경우 7월 초부터 일부 필수 품목을 상시 최저가로 팔겠다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롯데마트는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고물가 시대 저가 전략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벽배송 주도권보다 식품 시장 경쟁력 확보가 관건”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대형마트 업체들이 배송 서비스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마트의 경우 지금은 의무 휴업 규제로 영업시간 이외에는 배송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의무휴업 기간이라도 온라인 업무는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 업체들의 기대감이 높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최근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막는 영업 제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부처와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새벽배송 시장의 선두 업체들이 상장을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컬리의 경우 조만간 상장 예비심사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오아시스 마켓은 연내 상장을, SSG닷컴은 내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의 투자심리가 하락하고 리오프닝으로 이커머스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면서 이 업체들이 애초 기대한 기업가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아쉬운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상장에 성공한다면 자금력을 확충해 더욱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국내 식품 시장은 앞으로 새벽배송과 즉시배송, 퀵커머스, 오프라인 점포 등 다양한 채널에서 각자의 강점을 강화하는 식으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새벽배송 시장 내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전체 식품 시장 내에서 어느 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