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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美 군사력 압도하는 中 외교력, ‘검은 황금’ 캐려거든 중국을 배워라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치학박사 kimsphoto@hanmail.net

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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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앙골라의 정치지도자들을 어떻게 친(親)중국 쪽으로 돌려세웠는지는 하나의 의혹으로 남아 있다. 행정 투명성과 부패 정도를 재는 국제기구인 ‘Transparence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 지역의 부패지수는 매우 높다. 따라서 국제석유전문가들은 앙골라의 석유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행보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아프리카 각국의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의 국제문제 평론가 폴 맥리어리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2007년 3월호에 기고한 ‘다른 종류의 그레이트 게임 : 미국과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가’라는 글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석유나 안보 분야가 아니라 (수단 다르푸르에서와 같은) 인권침해와 (앙골라에서와 같은) 행정 투명성의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미-중 두 나라의 아프리카에서의 긴장관계는 석유이권을 둘러싼 충돌을 빼고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인권이냐, 석유이권이냐

미국이 “인권과 행정 투명성을 무시하고 아프리카 석유사냥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투로 중국을 비판하지만, 미국도 그런 비판에서 결코 떳떳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부패한 정권일지라도 미국으로의 석유 수출에 협력적인 경우엔 독재나 부패에 눈을 감는다. 이라크의 전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경우엔 독재와 부패가 어디까지나 그 나라 국내 문제일 뿐이다. 아프리카의 3대 산유국(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권위적인 통치, 고질적인 부패와 가난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8~10%를 차지하는 나이지리아가 그 좋은 본보기다. 나이지리아의 석유매장량은 400억 배럴, 하루 평균 생산량은 210만 배럴. 대부분 니제르 삼각주 내륙 전역에 흩어져 있는 250여 곳의 유전에서 끌어올린다. 나이지리아 국가경제는 석유 수출에 매달려 왔다. 정부 세입의 80%, 외환 수입의 90%, 수출 소득의 96%, 그리고 국내총생산의 거의 절반을 석유가 차지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이 국고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제적인 민간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이 2006년에 낸 한 보고서 ‘나이지리아 : 풍요 속의 결핍’에 따르면,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85%를 인구의 1%가 가져간다. 이러한 뿌리 깊은 부패로 말미암아 수입이 막대해도 나이지리아 국민의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석유를 팔아 생기는 수입이 소수 특권층 손에 놀아나는 나이지리아의 현실에서는 당연히 반발을 사게 마련이다. 가장 위협적인 반정부 무장조직은 니제르삼각주해방운동(MEND)이다. 2006년과 2007년 잇달아 한국인 기술자를 납치한 전력이 있는 이 무장조직은 “나이지리아의 석유 생산량을 30% 감소시키겠다”고 위협해왔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은 이들과의 전투에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1990년대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온 ‘석유에 얽힌 폭력사태’로 말미암아 해마다 1000명 이상이 죽는다.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를 캐가는 미국계 다국적 석유회사 셰브론 텍사코도 나이지리아 현지 무장조직들의 공격목표다. 2003년 3월에 석유회사 직원 7명이 현지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죽었다. 이렇게 나이지리아 석유 생산이 위협받는 상황은 곧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나이지리아 유전을 ‘이슬람 테러분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나이지리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군사 활동 강화하는 미국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이 있은 뒤 1주일 만인 지난 2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08년 9월부터 아프리카에 ‘미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몇 해 전부터 AFRICOM 신설을 계획해왔기에 후 주석 방문 뒤 신설 발표는 유연의 일치이겠지만, AFRICOM의 신설은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서 소말리아와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미군 작전을 좀더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목표와 아울러, 점점 커가는 중국의 대아프리카 영향력에 맞서 아프리카 석유자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강한 욕구를 보여준다.

미국의 석유이권을 지키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사령부가 ‘미 중부군사령부(CENTCOM·중동지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포함)’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아프리카 전략을 앞장서서 펼쳐가는 첨병은 미군 유럽사령부(EUROCOM)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둔 EUROCOM은 2003년부터 서부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크게 늘렸다. 미군은 세네갈, 말리, 가나, 가봉, 남쪽으로 앙골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미비아에 비행기 이착륙장을 새로 짓거나 넓혀 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준비를 해왔다. 그러면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치 아래 아프리카의 이슬람 테러 조직들을 분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군사행동에 나서곤 했다. 2007년 들어서는 소말리아의 이슬람 군벌들에 대한 군사작전을 폈다.

아프리카 무시하는 한국

미국은 무엇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것일까. 대답은 분명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유전지대가 테러 공격을 받는 것을 막고,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받기 위해서다. 현재 아프리카에 있는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는 아프리카 북동부,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 지역 안에 있는 지부티에 설치된 기지다. 이 기지는 아프리카의 또 다른 주요 석유 생산국인 수단의 송유관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았다. 지부티 기지의 임무는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주요 수송로인 이 해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형편은 어떠한가. 2005년 말 현재 우리나라 원유 도입의 중동 의존도가 82%인 반면 아프리카 지역 의존도는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 자원외교의 빈곤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데 비하면 한국은 한참 뒤처진다. 중국이 53개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나라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16개국에 대사관을 두고 있을 뿐이다. 2006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후진타오 주석의 잇단 중국 순방과는 비교가 안 된다.

세계 제5위의 원유수입국(2005년 496억달러), 석유 소비량 세계 7위(하루 230만 배럴)인 한국도 늦었지만 아프리카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정치상황이 불안한 중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그 출구의 하나가 아프리카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줘 중국의 대학이나 군사학교에서 무료로 교육을 시킨다. 이들이 아프리카로 돌아가면 친(親)중국 세력을 이룰 것이 뻔하다. 미 외교협회(CFR)의 선임연구원 에스타 팬은 ‘중국, 아프리카, 석유’란 제목을 붙인 한 보고서(2007년 1월)에서 “미국이 아프리카와 외교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석유자원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아 200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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