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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포츠 리더學’

‘외계인’ 선수군단… 군림의 카리스마 지고 ‘맏형님’ 뜬다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donga.com

진화하는 ‘스포츠 리더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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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 감독’과 ‘우주인 선수’

진화하는 ‘스포츠 리더學’

2005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의 프로야구 삼성 선동렬 감독(왼쪽). 감독이 아니라 친구 같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사람이 휙휙 바뀌고 있다. 요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은 해와 지구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똑같은 사물을 보고도 생각은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서로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들에게 신세대는 ‘우주인’이나 마찬가지다. 신세대에게 기성세대는 ‘꼰대’를 지나 ‘원시인’이나 같다.

하지만 어느 조직에나 그런 ‘우주인’들이 해마다 ‘새 피’로 수혈되고 있다. 우주인과 기존 원시인이 동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것도 원시인이 리더로서 우주인을 끌고 가야 한다. 바로 그 최전선에 스포츠 감독들이 있다. 그래도 기업엔 원시인과 우주인 사이에 스펀지 노릇을 할 수 있는 중간층이 두텁게 자리 잡고 있다. 시간도 비교적 넉넉하다.

그러나 스포츠 감독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주인들과 매순간 살을 비비대야 한다. 이들을 이끌고 나가 싸워서 이겨야 한다. 패배는 곧 감독의 목이 달아남을 뜻한다. 그렇다고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1년, 잘해야 2년 정도다. 절박하다. 기업에서 실패하면 한직으로 밀려나겠지만 웬만해서 목까지 달아나진 않는다.

스포츠 세계에선 좋든 싫든 감독과 선수가 한마음이 되지 못하면 그 팀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감독은 선수의 마음을 낚아야 하고, 선수는 감독의 뜻을 읽어야 한다. 사람이 바뀌면 리더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옛날 방식으로는 새로운 사람들을 끌고 갈 수 없다.



부드러운 감독들은 대부분 소통에 뛰어나다. 선수들의 마음을 한눈에 읽고 스킨십을 잘한다. 소통은 말을 많이 한다고 잘되는 게 아니다. 말은 어눌해도 진심이 담기면 슬슬 풀린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아는 것이 아무리 깊고 넓어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은 사실이 아닌, 사실에 대한 타인의 인식이 진실인 시대다”라고 말한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도 고개를 끄덕인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소리’와 ‘기대’다. 누군가 듣는 사람이 없으면 소리가 없는 것과 같다. 커뮤니케이션도 그렇다. 발신자가 아무리 발신을 해도 수신자가 듣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은 없는 거나 같다. 대체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며 듣고자 하는 것만을 듣는다. 수신자가 바라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며 무시당하거나 잘못 이해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의 경험에 맞춰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목수와 얘기할 때는 목수가 사용하는 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은 발신자가 수신자의 언어 혹은 수신자가 사용하는 용어로 말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수신자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아야 커뮤니케이션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수신자의 기대를 깨뜨려 ‘각성’하게 할 필요가 있을 때의 커뮤니케이션과 수신자를 설득하려 할 때의 커뮤니케이션은 분명 접근 방법부터 다를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정보’와 전혀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이 ‘지각’인 반면 ‘정보’는 논리다. 정보는 정서, 가치관, 기대, 지각 같은 인간적인 속성이 없을수록 그 신뢰성이 높아진다. 이에 비해 가장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한 논리도 필요 없는 ‘순수한 경험의 공유(shared experience)’다.”(‘넥스트 소사이어티’ 중에서)

전창진 감독의 눈높이 대화

남자프로농구 동부의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과 수시로 이야기한다. 힘들어하는 선수, 슬럼프에 빠진 선수, 앞에서 끌고 가야 할 고참 선수 등을 따로 불러 밥을 사며 이야기를 나눈다. 위축돼 있는 선수에겐 직접 쓴 편지를 건네며 등을 두드려준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선수들은 감독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간접대화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수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는 것이다.

“잘못하는 선수에게 ‘쟤 바꿔!’ 하면 선수생명이 끝난다. 대신 ‘무슨 일 있어?’ 하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반드시 문제가 나온다. 문제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선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감독에게 감동한다. 난 벤치 멤버에게도 못 나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식스맨들도 마음을 한번 열면 죽어라 뛴다.”

결국 전창진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은 동부의 2007~2008시즌 우승으로 이어졌다. 가족 같은 끈적끈적한 팀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주전 가드 표명일은 “우리 팀의 강점은 선수들 모두 욕심을 내지 않고 단합해서 뭔가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패한 뒤 힘들어할 때 감독님이 문자 메시지로 격려해줬다.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러면서 배운다. 괜찮다’고 답글을 보내줬다. 사소한 일도 세세하게 챙겨주기에 선수들이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간판 슈터를 맡았던 강대협도 “우리 팀은 형, 동생처럼 지낼 정도로 서로 잘 대해 준다. 여러 팀을 거친 선수도 있어 저마다 색깔이 다르고 고액 연봉자와 저액 연봉자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걸 따지지 않는다. 동료애가 돈독해지면 조직력도 살아난다. 한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이름으로 농구하는 시기는 지났다. 팀워크가 맞아야지 조직력도 더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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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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