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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딱속촉’ 아티초크, 우아하고 맛좋은 꽃봉오리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겉딱속촉’ 아티초크, 우아하고 맛좋은 꽃봉오리

아티초크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오재성 농부]

아티초크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오재성 농부]

우리 집에 어느 날 낯선 이국의 여행자가 찾아온다면 나는 어떤 음식을 준비할까. 무와 배추를 넣고 끓인 부드러운 된장국을 내고, 간장과 설탕을 넣고 재운 ‘단짠’ 맛이 나는 고기를 볶거나 생선을 구울 것이다. 그리고 시원한 맛이 나는 김치와 산뜻한 겉절이를 곁들이고, 나물을 무칠 것 같다. 풍미가 너무 강렬하지 않되 맛깔스럽고, 순하면서도 개성을 가진 ‘내가 즐겨 먹는’ 요리를 고를 것 같다.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여행할 때 민박 형태의 숙소에서 많이 머물렀다. 도시보다는 시골을 돌아다녔기에 방을 빌려주는 주인과 그 가족은 한국 사람을 처음 보는 경우가 적잖았다. 더듬더듬 이탈리아 말도 할 줄 아는 나와 친구를 신기해 하면서도 말이 통하는 게 반가웠던지 저녁 식사 자리에 종종 초대되곤 했다. 초대 자리에서 가장 자주 만난 음식이 아티초크(artichoke) 요리다.

초록 껍질 뜯어내면 크림색 속살

아티초크를 손질하는 모습. [책 ‘식스 시즌’에서 발췌]

아티초크를 손질하는 모습. [책 ‘식스 시즌’에서 발췌]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식품인 아티초크가 최근 빼꼼 나타났다. 제주도 성산 쪽에 있는 허니벨 농장의 오재성 농부가 이 거대한 꽃을 키우고 있다. 아티초크는 늦봄에 씨를 뿌려 1년을 키우면 그 다음해부터 4~5년 동안 수확이 가능하다. 5월에 둥근 꽃봉오리가 맺히면 봉오리 아래쪽의 굵은 줄기를 잘라 냉장창고에 보관해두고 7월 중순까지 판매한다.

생김새에서 알 수 있듯 아티초크는 먹는 꽃봉오리다. 제때 베어 먹지 않으면 꽃으로 피어난다. 그런데 말이 꽃봉오리지 나무껍질처럼 단단하고 질긴 꽃잎이 철갑 비늘처럼 견고하고 균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생김새는 연꽃 같지만 만져 보면 나무나 마찬가지이다. 어른 주먹보다 훨씬 큼직하고 단단한, 붉은 빛 도는 청록색의 꽃봉오리는 도무지 먹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든 아티초크는 이탈리아 국민 식재료다.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한 번 맛들이면 끝없이 먹는다. 통째로 이글거리는 불에 올려 껍질을 태워서 구워 먹고, 오일과 허브, 소금, 후추 등으로 간단하게 간을 해 오븐에 구워 먹고, 삶고, 튀기고, 볶아서 두루 먹는다. 작고 여린 것은 날 것으로 샐러드도 해 먹는다.



먹으려면 우선 비늘 같은 잎을 꺾어서 뜯어내야 한다. 삶아 먹고자 한다면 2~3겹 정도만 제거한다. 깨끗이 씻은 다음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여 아티초크를 통째로 넣고 30분 정도 삶는다. 삶은 물은 그대로 마셔도 좋고, 요리할 때 채소국물로 쓰면 된다. 꽤나 구수한 맛이 우러나 있기 때문이다. 아티초크 삶은 물이 필요 없다면 냄비 바닥에 물을 얕게 깔고 아티초크를 넣어 쪄서 익혀도 된다. 잘 익은 아티초크는 남은 껍질을 제거해 뽀얀 속살만 먹는다.
초록의 껍질을 모두 뜯어내면 크림색 속살이 나온다. 꽃봉오리처럼 생긴 이것을 반으로 가르면 가운데 부드러운 털 같은 속이 또 있다. 이걸 초크(choke) 혹은 하트(heart)라고 부르는데 먹지 않는다. 숟가락이나 칼로 도려내고 나머지 부분만 요리에 쓴다.

항산화 성분 가득한 건강식품

아티초크의 맛은 감자, 옥수수 중간쯤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아스파라거스와도 닮은 맛이 난다. 감자보다 덜 구수하고 옥수수보다 덜 단데 은은하고 부드러운 풍미와 그만의 향이 아주 우아하다. 도톰하게 썰어 오일에 볶아 파스타 요리를 만들어도 되고, 푹 삶아 으깬 다음 레몬이나 마요네즈 등을 섞어 먹어도 된다. 통통하게 썰어 소금, 후추로 간을 해 옷을 얇게 입혀 튀긴 다음 레몬즙을 조금 뿌려 먹어도 맛좋다. 아티초크는 생김새와 달리 맛이 순해서 어떤 재료와도 두루 잘 어울린다. 그 유순한 맛을 즐기려면 너무 자극적인 양념이나 간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아티초크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원료로도 주목 받는다. 엽산이 아주 풍부해 임산부가 챙겨 먹기에 좋으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며,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고혈압이나 간질환에도 좋으며 소화도 아주 잘 된다. 알수록 매력적이다. 기회가 된다면 알약으로 즐기기보다는 생생한 맛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제주의 오재성 농부가 키우는 아티초크는 ‘그린 글로브’다. 그는 제주의 산물과 소비자를 잇는 ‘마켓누이’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통하면 편하게 아티초크를 주문해 맛볼 수 있다. 아티초크는 아주 크지만 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나면 먹을 수 있는 부위는 아주 작다. 4~5개는 손질해야 양손에 가득 차는 정도가 된다. 서울에서 신선한 아티초크로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식당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물랑’이다.



신동아 2022년 7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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