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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의 미술과 마음 이야기

웃고 있는 렘브란트 야간 순찰

렘브란트

  • 박상희 |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웃고 있는 렘브란트 야간 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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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자화상들과 비교할 때 렘브란트 자화상들은 상대적으로 부드럽습니다. 그가 남긴 자화상이 100점에 달한다고 하니 회화 역사에서 렘브란트만큼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를 찾기 어렵습니다. 질적으로도 탁월해서 그는 ‘자화상의 영혼’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렘브란트는 거의 매년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젊은 시절부터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던 노년기까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고 꾸준하게 화폭에 남겼습니다. 근사하고 화려한 자화상은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웃고 있는 렘브란트’라고 불리는 노년의 ‘자화상’(Self-portrait·1665)입니다.

어둠 속에 한 노인이 웃고 있습니다. 웃고 있지만 기실 허탈해 보입니다. 그런데 허탈해 보이는 그 모습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척 순수해 보입니다. 삶의 모진 풍파를 겪은 고단한 노년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고통스러운 현실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열정과 애정을 쏟는 한 인간을 봤습니다.



‘집단 초상화’, 공동체적 개인주의

렘브란트는 네덜란드 레이덴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을 잠시 다니면서 교양을 쌓기도 한 그는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교육을 많이 받은 화가입니다. 견습 화가 생활을 거친 뒤 암스테르담에 정착한 렘브란트는 20대 때부터 명성을 떨쳤습니다. 일찍이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가 됐을 뿐만 아니라 사스키아 판 윌렌브르흐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도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40대 이후 그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고 경제적으로 파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힘이 돼준 것은 아들 티투스와 두 번째 아내 헨드리케 스토펠스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 모두 렘브란트보다 먼저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질병과 경제적 곤궁뿐이었습니다. 화가로서의 명성도 땅에 떨어지는 비극을 맛보게 됐습니다.

저는 렘브란트의 전기를 읽으면서 한 가지도 참기 어려운 비극이 그에게 연이어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어쩌다가 젊은 나이에 이미 정점을 찍은 천재 화가에게 이런 삶의 비극이 주어졌을까요. 그러나 저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렘브란트가 이런 절망의 상황에서도 ‘웃고 있는 렘브란트’ 같은 자화상을 그려낸 사실입니다. 어떻게 그는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끝까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요. 이 놀라운 자화상을 보면 렘브란트는 그 어떤 순간에도 화가로서의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야간 순찰’(The Night Watch·1642)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프란스 반닝 코크와 빌렘 반 라위텐뷔르흐의 민병대’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암스테르담 민병대의 대장 프란스 반닝 코크와 대원들이 작품의 제작 비용을 모금해 렘브란트에게 의뢰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까닭은, 렘브란트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하고 큰 작품이기도 하지만, ‘집단 초상화’라는 특별한 구성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그림에서 개인이 잘 드러나는 동시에 집단도 강조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프란스 반닝 코크 대위와 빌렘 반 라이텐뷔르흐 중위가 그림의 중앙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다른 인물들 역시 자신의 개성을 다양하게 드러내는 포즈를 취했습니다.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서 인물들을 의미 없이 배치하던 관습을 깨고 역동적인 구성을 도입하는 혁신을 통해 개개인의 다양성을 살려냈습니다. ‘웃고 있는 렘브란트’가 개인주의의 심리적 차원을 생각하게 해준다면, ‘야간 순찰’은 개인주의의 공동체적 차원을 주목하게 합니다.



한 가지 정답은 없다

웃고 있는 렘브란트 야간 순찰

‘야간 순찰’

오늘은 사적인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중학교에 막 입학한 제 아들은 겉보기엔 외향적이나 실은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니 저는 매사에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틈만 나면 모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고 학급에서 활발하게 잘 어울리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저를 불안케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던 중에 저희 아이가 혼자 있을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의 많은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왜 자주 혼자 있는데?” “너 혹시 왕따니?” “새 학교에 적응이 어렵니?” 등등의 질문들을 연이어 쏟아냈습니다.

참던 아이가 결국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제게 말했습니다.

“엄마, 난 친구들과 너무 못 지내고 싶지도 않고, 너무 잘 지내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나답게 살고 싶어요. 왜 내가 혼자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정말. 이런 식이면 행복하게 학교 못 다니니까 더 이상 질문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 한두 명과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니까 억지로 많은 친구와 다니라고도 하지 마세요. 저 왕따도 아니고, 외롭지도 않아요. 정말 어른들은 왜 이러는 걸까.”

사춘기 소년의 부모가 되면서 저는 개인주의냐 공동체주의냐, 나르시시즘이냐 네트워크냐의 질문에서 한 가지 정답이란 결국 없다는 것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제게 말해준 것처럼, 저 역시 아들에게 ‘힘든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집단 안에서 너만의 포즈를 취하면서 잘 어울리도록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혼잣말을 합니다.

박 상 희


웃고 있는 렘브란트 야간 순찰
● 1973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문학박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방문학자
● 現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JTBC ‘사건반장’ 고정 패널
● 저서 : ‘자기대상 경험을 통한 역기능적 하나님 표상의 변화에 대한 연구’ 등




신동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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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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