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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라이벌 ⑩

참이슬 vs 처음처럼

불꽃 튀는 ‘소주 전쟁’은 계속된다!

  • 전성철| 채널A 보도본부 사회부 기자 dawn@donga.com

참이슬 vs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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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소주 ‘참이슬’

참이슬 vs 처음처럼

처음처럼 CF 모델 유이.

참이슬은 소주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깨끗하게’ 바꿔놓았다. 참이슬의 제조과정에 도입된 대나무 숯 여과공법은 ‘죽탄과 죽탄수를 이용한 주류의 제조방법’으로 기술특허를 취득하며 제조방법상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대나무 활성 숯은 숙취원인 물질을 없애고 잡냄새를 제거하는 데도 우수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한국산업식품공학회지 연구논문을 통해 입증됐다.

진로는 2006년 8월 천연 대나무 숯 정제공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BCA공법과 메링(Marry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BCA공법은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도는 이른바 ‘와류 작용’을 이용해 물과 대나무 숯의 접촉 공간을 극대화해 대나무 숯에 함유된 칼륨이온 등 미네랄 성분이 소주 안에 효과적으로 녹아들도록 한 것이다.

또 대나무 숯 정제과정을 거쳐 제조한 소주의 모든 성분에 미세한 운동 작용을 지속적으로 가해 각각의 성분을 안정화, 균질화하는 메링 시스템은 참이슬이 첫맛부터 끝맛까지 깨끗하고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요인이다.

알칼리 환원수 대박 ‘처음처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굳건하게 지켜온 소주시장에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혜성처럼 등장한 도전자다. 처음처럼은 소주 제조에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한 제품으로 2006년 처음 발매됐을 때부터 주당들의 큰 성원을 받았다.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해 부드러운 맛을 내면서도 숙취를 줄여준다는 점을 강조한 처음처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전반을 휩쓴 참살이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처음처럼이 등장하기 전까지 소주업체들은 물과 알코올, 첨가물로 구성된 소주에서 비중이 채 1%도 안 되는 첨가물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오랜 기간 기존 소주 맛에 길든 주당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했다.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을 론칭하면서 소주 전체 성분에서 80%를 차지하는 물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롯데주류는 치열한 물 연구를 통해 약알칼리성일 때 물분자가 치밀한 육각수에 가까워진다는 점에 착안해 항산화 기능이 있는 알칼리 환원수를 소주 제조용수로 선택했다.

‘깨끗함에 건강까지 생각한 소주’를 표방한 처음처럼은 제조 용수로 미네랄이 풍부한 강원도 지역의 천연 암반수를 선택했다. 이를 알칼리 환원공법으로 분해해 물 입자가 작고 유해한 성분이 제거돼 활성수소가 풍부한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어 소주를 만드는 데 쓴 것이다. 알칼리 환원수는 물 입자가 작아서 알코올과도 잘 결합하는 까닭에 처음처럼은 깨끗하면서도 목 넘김이 부드러운 소주로 소비자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현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기선 사장은 처음처럼의 성공과 관련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서울대 사범대 출신인 한 사장은 대우중공업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해 1992년 진로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진로 부사장과 진로발렌타인스 부사장을 거친 ‘진로맨’이다. 참이슬이 출시된 1998년에는 진로의 영업본부장으로 참이슬 돌풍을 일으킨 1등 공신이다. 한 사장은 2003년 오비맥주로 이직해 부사장을 맡았지만 1년 만에 대장암 2기 판정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다. 힘겨운 항암 투병생활을 마치고 완쾌 판정을 받았을 때 한 사장에게 손을 내민 곳이 롯데주류의 전신인 두산주류BG다.

1억 원 장학금 기탁하고 얻은 이름

참이슬 vs 처음처럼

처음처럼의 성장 발판이 된 ‘흔들어라 마케팅’.

두산에서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한 사장은 소주시장의 ‘철옹성’인 참이슬과 맞서긴 쉽지 않을 것 같아 한동안 승낙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랬던 그의 마음이 돌아선 것은 ‘암 투병과정에서 알게 된 알칼리수의 효능을 소주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였다. 알칼리수로 암도 고쳤는데 이를 소주로 만들면 웰빙을 원하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출시 8개월 만에 두산주류BG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2배 넘게 상승했고 처음처럼은 1억 병 넘게 팔려나갔다. 소주업계 순위 6위에 불과했던 두산이 처음처럼의 대히트로 진로에 대항할 유력한 도전자로 부상한 것이다.

제품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이름이 촌스럽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처음처럼의 성공은 그런 점에서 성공적인 네이밍(이름 짓기)의 대표 사례로 꼽힐 만하다. 한 사장은 새 소주를 만든 뒤 한동안 이름을 짓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를 3곳이나 접촉했지만 마음에 드는 이름을 얻지 못했다.

제품 출시 2주를 앞두고 한 사장은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 사장은 진로가 두산의 ‘산(山)’ 소주에 도전을 받고 있던 때에 진로라는 이름의 한자에 담긴 뜻을 푼 한글이름 ‘참이슬’을 찾아낸 인물이다. ‘처음처럼’은 손 사장이 한 사장에게 제안한 두 개의 이름 중 하나였다. 한 사장은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 새 소주의 특징인 숙취해소 효과와 뜻이 닿는 처음처럼을 흔쾌히 선택했다.

하지만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을 쓰는 데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었다. 한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처음처럼이라는 이름과 독특한 글씨체의 원작자는 손 사장이 아니라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였다. 처음처럼이라는 이름과 자신의 글씨체를 소주 회사에 넘기는 것을 주저하는 신 교수를 설득하기 위해 두산은 성공회대에 1억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정성을 들였다.

처음처럼은 술집에서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한 정당의 대표가 처음처럼 소주가 출시된 이후 신 교수에게 ‘처음처럼’ 휘호를 부탁한 것이다. 신 교수의 휘호는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당 정당의 당사에 걸렸고 그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두산은 ‘공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소주업계에서는 최초로 미니어처 소주를 제작해 150만 명의 소비자에게 시음 기회를 제공하는 대대적인 판촉전도 벌였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은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20대와 30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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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채널A 보도본부 사회부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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