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이런 내용의 기사 탓에 한국 맥주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한국 맥주가 맛없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맥주 맛 하나에 몰두하는 장인(匠人)의 부재가 근본적 이유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기자와 인터뷰한 시서론(cicerone·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처럼 맥주만 전문으로 평가하는 직업) 랍 셀먼 씨는 “오감을 열고 맥주의 맛과 정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한국에는 아직 이런 문화가 자리 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에는 맥주 하나로 수만 개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두 맥주 명가(名家)가 있다. 각기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 맥주에 모든 것을 걸어온 유럽 맥주업계의 라이벌 칼스버그와 하이네켄이다. 녹색 병과 로고 중앙에 있는 붉은 왕관과 별이 비슷한 인상을 주지만 양사가 맥주를 통해 추구하는 정신은 전혀 다르다.
두 맥주 회사가 세계경제와 문화, 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칼스버그가 맥주가격을 인상하면 세계 곡물시장에 파동이 올 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경제 분석이 나올 정도다. 2008년 세계시장 맥주 점유율은 하이네켄이 3위, 칼스버그가 4위였다. 하이네켄은 영국 맥주산업 전문 조사기관 ‘플라토 로직’ 조사에서도 유럽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맥주 1위를 20년 넘게 지켜왔다. 칼스버그는 동유럽 및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한 아시아 지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모 대형 마트의 양사 맥주 판매실적을 확인한 결과 국내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양사는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칼스버그 측은 “서로를 비교하지 않기로 비공식 신사협정을 맺었다”고 했고, 하이네켄 측은 “칼스버그와 비교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덴마크 왕실 공식 맥주 칼스버스
칼스버그는 ‘인어공주’의 안데르센과 더불어 덴마크를 대표하는 하나의 역사다. 칼스버그의 탄생도 덴마크 왕실 역사와 인연이 깊다. 1840년대 덴마크 왕 프레드릭 7세는 양조가들을 불러 “덴마크와 왕실을 대표할 수 있는 세계적인 걸작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왕실을 대표하는 양조장의 아들이었던 제이콥 크리스찬 야곱슨(1811~1887)은 1847년 다섯 살 난 아들 칼 야곱슨의 ‘칼(Carl)’과 양조장이 있던 ‘언덕(덴마크어로 Berg)’에서 이름을 딴 ‘칼스버그’ 맥주를 만들어 왕실에 헌정했다. 당시 그는 앞길이 창창한 24세의 청년이었다.
제이콥 크리스찬 야곱슨은 “최고의 맥주를 만들려면 당장의 이익을 좇는 것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제조과정 개발을 궁극의 목적으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만 그 양조장과 제품이 본보기로 부각될 수 있고, 이를 근본으로 이 나라 맥주 양조업계를 높고 영예로운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금껏 칼스버그를 관통하는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1904년 덴마크 왕실은 마침내 칼스버그를 덴마크 왕실의 공식 맥주로 선정했다.
좋은 맥주를 만들겠다는 신념은 부자(父子)를 갈라서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1867년 칼스버그 양조장에 큰불이 났다. 제이콥 크리스찬 야곱슨은 화재를 계기로 양조장 현대화에 나섰다. 냉장 시스템을 설치해 품질을 끌어올렸고 이는 판매 흑자로 이어졌다.
그 무렵 아들 칼 야곱슨이 외국에서 양조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자신만의 맥주(‘新칼스버그’라고 이름 붙였다)를 만들기 시작했다. 맥주는 흔히 에일(ale)로 불리는 상면발효(효모가 상온에서 발효하면서 발효액 표면에 뜨는 방식) 맥주와 라거(lager)라 일컫는 하면발효(발효 온도를 저온에 맞춰 효모가 발효액 바닥으로 가라앉는 방식) 맥주로 나뉜다. 아버지 제이콥은 두 가지를 함께 생산하고자 했다. 하지만 칼은 모든 생산라인을 ‘필젠 라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버지 양조장의 양조 과정을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자 그의 ‘신칼스버그’는 10년 만에 칼스버그의 판매실적을 능가했다.
제이콥은 칼이 아버지가 만든 맥주는 등한시하고 자신이 만든 맥주의 생산량만 늘리자 못마땅해 했다. 그는 아들에게 법적으로 생산량을 제한하고 맥주 브랜드를 바꾸라고 강요했다. 변호사를 고용해 양조주의 이름을 바꾸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부자간 송사(訟事)는 6년여를 끌다 가족의 중재로 끝났다고 한다. 부자는 1886년 10월 화해했고 1906년 칼스버그와 신칼스버그는 칼스버그 양조장으로 합병하는 절차를 마쳤다.
칼 야곱슨은 예술과 건축에 조예가 깊어 유명한 그림과 조각, 골동품을 수집해 별채에 보관했다. 이 별채가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칼스버그 박물관이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은 연 15만 명을 넘는다. 덴마크의 상징인 인어공주 동상도 1913년 칼 야곱슨이 기증한 것이다. 1964년 어느 날 밤 인어상의 머리가 잘려나간 사건이 있었으나 지금은 복원돼 관광객을 맞고 있다. 그는 이 밖에도 자신이 소장해온 로댕, 모네, 드가, 밀레의 수많은 작품을 박물관에 내놨다. 예술성이 넘쳐났던 칼은 1914년 세상을 떠나면서 이런 유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많은 사람이 벽난로에 땔감이 없어 고생하니 내 관에는 꽃을 얹지 마시오.”
‘신사의 술’로 격상된 하이네켄
하이네켄은 칼스버그보다 17년 늦게 출발했지만 세계 70여 나라의 공장 165곳에서 8만5000여 명이 연간 122억 L의 맥주를 생산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창업주의 남다른 맥주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
1864년 하이네켄을 창업한 제라드 에이드리안 하이네켄(1841~1893)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호이베르크 양조장을 1863년 인수하면서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19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알코올 남용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40도가 넘는 네덜란드식 저가 진(gin) ‘제네버’를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코올에 의존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독주 남용을 막기 위해 맥주를 권장하고 있었다.
제라드 하이네켄은 맥주가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서도 사람들이 더 책임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했다. 19세기 후반 보헤미아의 필젠지방에서 유래한 라거 맥주가 네덜란드에서 크게 유행하자 제라드 하이네켄은 제품 혁신을 위해 거액을 투자하고 새로운 생산 설비를 도입했다. 1869년 전통적인 상면발효 방식을 바이에른의 하면발효 방식으로 바꿔 깔끔한 맛의 맥주를 만들었다. 이 맥주는 변함없는 고급스러운 품질로 유명해졌고 맥주를 ‘노동자의 술’이 아닌 ‘신사의 술’로 격상시켰다.
그러므로 하이네켄 맥주 제품에 적힌 ‘est 1873’이라는 표현은 양조를 처음 시작한 연도를 뜻하는 게 아니다. 1873년은 제라드 에이드리안 하이네켄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암스테르담이 아닌 로테르담에 대규모 양조장을 설립하고 이름을 기존 ‘Heineken·Co’에서 ‘Heineken N.V.’로 변경한 해다. 현재도 하이네켄은 로테르담 양조장에서 세계로 수출하는 맥주를 만들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최초의 양조장은 현재 박물관 및 체험센터로 활용 중이다.
하이네켄이 마케팅의 위력을 절감하고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시작한 것은 설립자 제라드의 손자인 알프레드 헨리 하이네켄 대(代)에 접어들면서부터다. 그는 1946년 광고가 하이네켄을 크게 성장시킬 것을 직감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60여 년 전에 맥주라는 상품을 브랜드이자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게 놀랍다. 1999년 네덜란드에서 하이네켄이 ‘세기의 브랜드’로 선정될 당시 그는 ‘세기의 광고인’에 선정됐다.
칼스버그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초록색 캔에 새겨진 칼스버그 로고다. 로고 상단에 그려진 왕관에는 영광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칼스버그가 덴마크 황실에 맥주를 공급한 첫 번째 양조장이라는 사실이다. 홉(hop)의 잎사귀로 표현된 구두점은 유기농 재료로만 만든 칼스버그의 건강성을 표현한다.
‘코끼리’와 ‘별’의 싸움
칼스버그 로고에 숨어 있는 이미지는 코끼리다. ‘Carlsberg’의 이니셜 ‘C’는 코끼리 상아를 형상화했고, 두 번째 ‘r’ 아랫부분은 코끼리의 발을, 마지막 ‘r’의 윗부분은 위를 향하고 있는 코끼리 코를 닮았다. 길게 휘갈긴 ‘g’의 아랫부분은 코끼리의 코를 표현했다. 전통문화 연구가는 칼스버그 로고에서 5가지 코끼리 표시를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칼스버그의 몇몇 직원은 많게는 19가지의 코끼리 표시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칼 야곱슨이 칼스버그의 상징으로 코끼리를 선택한 것은 이 동물이 힘과 충성, 부지런함을 상징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칼스버그의 사유지에도 코끼리 타워를 세웠는데 이 벽에는 ‘Laboremus pro Patria’(나라를 위해 일하게 하소서)라는 그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
칼스버그가 힘과 충성의 코끼리를 내세웠다면 하이네켄이 강조하는 것은 웃음이다. 하이네켄 로고는 ‘Heineken’속 3개의 ‘e’를 약간 뒤로 기울여 사람이 웃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찍이 스토리텔링의 힘을 깨달은 알프레드 하이네켄이 1951년 브랜드 이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늘 웃는 얼굴로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는 하이네켄의 핵심 가치를 구현한 것이다.
하이네켄 로고 상단의 붉은 별은 중세 유럽 맥주와 연관이 있다. 중세 유럽의 맥주 생산업자들은 청결의 상징으로 문 위에 빨간 별을 걸어놓았다. 별은 맥주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보증하고 좋은 맥주 생산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깊었다. 발효과정 중 닥칠지 모르는 사악한 기운을 쫓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내가 만든 제품에는 첨가제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것이었다.
별의 꼭짓점 5개는 각각 불, 땅, 물, 공기, 마법을 뜻한다. 마법은 제5원소이자 양조액의 품질이 유지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네켄 로고에서 오래도록 로고 왼쪽 편에 있었지만, 새로운 로고에는 빨간 별이 로고 위에 그려지게 디자인했다. 이 별은 언제 어디서든 하이네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징표다. 또한 녹색은 신선함, 자연, 생명을 상징하므로 하이네켄이 표방하는 가치와 잘 들어맞는다. 녹색은 건강과 활기를 뜻하기도 한다.
효모 개발이 승부 관건
하이네켄 특유의 쌉싸래한 맛은 어디서 나올까. 상쾌한 쓴맛과 맑은 색상이 특징인 하이네켄 맥주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는 비밀은 순수 효모 ‘A-이스트(A-yeast)’다. 효모는 맥주 맛과 향에 영향을 미쳐 맥주 제조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맥주 원료에 효모를 첨가하면 맥아 속 당분이 알코올 및 이산화탄소로 변하면서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맥주회사들은 효모 연구에 수십억 원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붓고 있다.
하이네켄의 고유 효모인 A-이스트는 맥주 맛에 천착했던 제라드 하이네켄이 1886년 루이스 파스퇴르의 제자 하토크 엘리언 박사를 영입한 뒤 찾아냈다. 하이네켄은 오늘날에도 항공편으로 A-이스트를 전 세계의 하이네켄 양조장으로 보내 양질의 이스트를 만들고 있다.
하이네켄 맥주를 따를 때 생기는 풍부한 거품도 A-이스트가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하이네켄 맥주는 양조와 발효 과정을 거친 후 0도에서 최대 6주간 숙성한다. 이 기간 A-이스트가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전환시키는데 이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맥주를 따를 때 풍부한 거품을 만들어낸다.
하이네켄은 물, 맥아, 홉, A-이스트만으로 만든다. 제조에 사용되는 물은 아주 깨끗해야 하며 양조장에 도착하면 두 번에 걸쳐 정화한다. 낱알 크기가 가장 굵고(직경 2.5mm)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낮은 두줄보리를 쓴다.
하이네켄 맥주 한 병을 만드는 데는 대략 8주가 걸린다. 하루 동안의 양조 과정과 일주일간의 맥아 단계를 거치며 7일간 발효시킨다. 이후 6주 동안 양조액을 숙성시킨 다음 2시간에 걸쳐 병에 담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하이네켄 중앙연구소는 맛과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양조장에서 샘플을 수거한 뒤 맛을 점검한다. 1869년 제라드 하이네켄이 하면발효 방식을 도입한 이후 라거 맥주의 알코올 비율을 5%로 유지한 것이 어느덧 모든 맥주 알코올 비율의 표준이 됐다. 하이네켄 관계자는 “저온에서 알코올을 생성하면서 알코올의 비율이 높고 독특한 맛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스버그의 제이콥 크리스찬 야곱슨도 맥주 개발에 과학을 도입했다. 그는 맥주 품질 향상을 위해 칼스버그 연구소를 설립하고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 교수를 고용했다. 한센 교수는 여기서 세계 최초로 품질이 일정한 ‘순수 효모 배양법’을 개발하고 실용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로 맥주 생산과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질을 방지할 수 있었고 이는 칼스버그가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는 도약대가 된다. 칼스버그는 순수 효모 발견을 기념해 이 효모에 ‘사카로마이세스 칼스 베르겐시스(Sacahromyces Carlsbergensis)’라는 이름을 붙였다. 맥주를 만드는 효모 이름에 ‘칼스버그’가 들어간 것이다.
놀라운 점은 칼스버그가 라거 계열 맥주를 만드는 데 기본이 되는 이 효모 배양법으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를 다른 맥주 회사들에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맥주 대중화에 기여하고 맥주 산업화를 앞당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어떤 라거 맥주를 마시더라도 그 안에는 칼스버그의 열정과 기술이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칼스버그 연구소 과학자 100여 명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맛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성과 중 하나는 ‘눌 록스(Null Lox)’라는 새로운 보리 품종을 개발한 것. 이 품종은 더 좋은 거품을 만들고 맥주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불꽃 튀는 ‘축구 마케팅’
칼스버그와 하이네켄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 칼스버그는 도전을 추구하며 사람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한 걸음 나아가 옳은 일을 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 창업자가 모험을 통해 새로운 라거 맥주를 생산했듯, 위기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낭만적 인간상을 믿는다. 하이네켄은 ‘자신감 있는’ ‘세련된’ ‘열정과 열린 마인드’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의 상징으로 각인되기를 바란다.
이들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다양한 마케팅과 사회활동에서 드러난다. 박애주의 정신에 입각해 창립한 칼스버그 재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부터 과학, 문화, 예술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이네켄도 영화 ‘007’ 시리즈와 댄스뮤직 페스티벌 후원을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축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맞닥뜨린다. 칼스버그는 축구에 가장 헌신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칼스버그는 지구촌의 축구 축제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축구대회를 20년 넘도록 공식 후원하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요르겐 불 라스무센이 “축구에 대한 우리의 충성과 열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공언할 정도다.
칼스버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명문 클럽인 리버풀과 1992년부터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해 2010년까지 최장수 후원기업으로 활동했고, 2011년부터는 아스날의 공식 맥주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칼스버그는 1990년 홍콩축구협회가 주최하는 구정(舊正) 축구대회 스폰서 자리를 꿰찬 뒤 이름을 아예 ‘칼스버그컵’으로 바꿔버렸다.
신흥시장 공략으로 반전 노려
하이네켄도 2005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1억5000만 명 이상이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공식 파트너로 나섰다. 2010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시티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라이벌이 마주할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맥주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두 업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은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칼스버그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매출이 인지도에 미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CEO 요르겐 불 라스무센은 “브랜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넓히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15.8L로 세계 4위인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술 소비량을 줄이자는 ‘술과의 전쟁’에 들어간 것도 칼스버그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는 칼스버그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이네켄도 지난해 연간 매출액 상승률이 3.9%로 시장 전망치 4.4%보다 낮았다. 하이네켄은 최대 매출을 올리는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아시아 합작회사에 45억 달러를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두 회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맥주 본연의 맛 하나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혁신의 추구는 누구도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무게를 지녔다. 두 회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