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놀러와’에서 이무송-노사연 부부 때문에 뒤집혔잖아.”
“봤어. 부부싸움하다가 노사연이 옷을 잡으면 찢어진다는데. 크하하.”
“박형준은 택배 아저씨 초인종 소리가 제일 무섭다잖아. 김지혜가 ‘인터넷쇼핑 신’이라 물건이 하루에 7개도 배달된다고.”
“재밌었겠다. 난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봤는데….”
버라이어티쇼의 시대다. 둘 이상 모이면 최근 버라이어티쇼의 화제 인물이나 발언이 수다의 도마에 오른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버라이어티쇼를 분석한 기사가 줄줄이 올라온다. 주요 채널마다 5개 이상의 버라이어티쇼를 방영한다. 케이블 채널과 외국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수십 가지가 넘는다.
버라이어티쇼는 1962년에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짧지 않은 역사지만 요즘처럼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적은 없다. 먼저 불을 댕긴 건 MBC의 ‘무한도전’. 각본 없이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리얼리티쇼’ 콘셉트로 전국에 ‘무한도전 붐’을 일으켰다.
예능 고수에게는 시시한 얘기겠지만, 초보자를 위해 용어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토크쇼’는 말 그대로 이야기 위주의 쇼다. 과거 게스트 한 명을 불러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자니윤 쇼’가 정통 토크쇼에 해당한다. ‘버라이어티쇼’는 문자 그대로 다양한 장르가 한데 뒤섞인 쇼를 뜻한다. MC와 게스트들이 코미디 음악 게임 퀴즈 등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세월 MBC 간판 프로그램으로 군림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대표 격이다. 엄밀히 따지면 ‘퀴즈쇼’ ‘게임쇼’ 등의 장르가 있지만, 보통 버라이어티쇼의 범주에 넣는다.
그렇다면 ‘토크버라이어티’는?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가 한집 살림을 차려 탄생한 장르다. 이야기를 위주로 각종 퀴즈, 게임, 코미디를 가미한 하이브리드형 토크쇼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같은 리얼리티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이 토크버라이어티에 속한다.
토크쇼도 ‘리얼’ 체제로
토크쇼 전성기이던 1990년대에는 미국식 토크쇼 일색이었다. ‘자니윤 쇼’ ‘이홍렬 쇼’ ‘이승연의 세이세이’ ‘주병진 쇼’는 모두 스튜디오에서 한두 명의 스타를 초청해 각본에 따라 문답을 주고받는 식이었다. 요즘 이런 토크쇼는 드물다. 출연자 숫자는 기본적으로 5명에 많으면 10명을 넘는다. MC와 게스트를 양축으로 하는 정통 토크쇼는 언제부터, 왜 TV에서 사라진 걸까.
패션과 재테크만 유행을 타는 건 아니다. 버라이어티쇼에도 유행이 있다. 현재 그 흐름을 주도하는 건 MBC ‘무한도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등. 세 프로그램 모두 주말 저녁에 방영되는 리얼리티쇼다.
버라이어티쇼의 트렌드 세터 역할은 줄곧 주말 저녁 프로그램이 맡아왔다. 평소 학업과 밥벌이와 음주가무로 바쁜 20, 30대도 주말 하루쯤은 저녁시간에도 집을 지킨다. 주 시청자가 트렌디한 탓에 주말 프로그램이 가장 앞선 취향과 욕구를 반영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 전문가들은 정통 토크쇼가 토크버라이어티로 바뀐 것은 ‘유행의 지표’인 리얼리티쇼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리얼리티쇼의 핵심 경쟁력은 ‘현장’이다. ‘1박2일’은 매회 무대를 바꿔 바닷가, 산골 오지는 물론 백두산까지 날아가며, ‘패밀리가 떴다’는 전국 시골을 촬영장으로 삼는다. 이런 공간적 신선함은 출연진을 무장해제시켜 100%에 가까운 일상을 끌어낸다. 세 프로그램 가운데 현재 시청률이 가장 높은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는 맏형 유재석, 계모 김수로, 꽈당 이효리, 천데렐라 이천희 등이 한 가족을 이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진짜 리얼’을 표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