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를 살아도 대한민국에서 당당히 살고 싶었다.”
- 2000년 방송인 홍석천씨는 커밍아웃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수면으로 떠오른 동성애 문제는 8년간 활발한 논의를 거쳐 일반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갈 길은 한참 멀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잔인한 농담이 수백 가지인 데다가 그들을 대면하면 ‘움찔’하는 반응이 보통이다. 우리보다 한참 앞서 동성애 문제를 고민해온 미국은 어떨까.
그러나 행렬 가운데 속옷 차림의 두 남성이 강도 높은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세계적 규모의 동성애자 축제가 열린다. 물정 모르는 서울 촌사람의 나들이가 공교롭게도 그날과 겹쳤던 것이다. 미국이 내게 보낸, 조금은 색다른 환영인사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동성애자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미국 인구조사(US Census)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샌프란시스코 인구의 15.9%가 성적 소수자라고 한다. 이곳의 카스트로 거리는 관광 안내책자에도 소개될 만큼 동성애자 밀집지역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 히피문화의 발상지인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 진보적 성향이 가장 강한 도시로 꼽힌다.
개인적으로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약자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동성애자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엄숙한 토론장에서나 접했을 뿐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애정을 표현하는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성적 소수자 30%
실제로 사람들은 동성애자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들이 이성애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랑할 권리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가령, 동성애자에 대한 직장 내 차별은 반대할지라도 그들이 길거리에서 애인과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성적 소수자들의 거리 축제가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올해로 벌써 9년째 열리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을 ‘이상한 집단’으로 매도하기보다 ‘다양성의 하나’로 존중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국은 성적 소수자가 살아가기엔 아직 불편한 사회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이들에게,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교적 살기 좋은 곳이다.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대수롭지 않다는 눈치다.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학교에서 마주치는 동성애자 커플의 다정한 모습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분교(UCLA) 법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 사이 미국 내 성적 소수자 인구는 30% 증가했다. 워싱턴 주에서는 같은 기간 성적 소수자가 50% 증가했다. 이는 실제 성적 소수자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커밍아웃’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수석연구원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미국의 ‘벽장 속’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밝히는 ‘커밍아웃’이라는 단어는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closet)’라는 관용구에서 유래한 것으로, 주변에 알리지 않은 잠재적 동성애자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경향은 동성애 코드의 미디어 노출 빈도에 점차 반영되고 있다. 최근 미국동성애자연합(Gay And Lesbian Alliance Against Defamation·GLAAD)은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미국의 인기 방송사 5개 채널에서 방영된 88개 드라마 가운데 등장인물이 성적 소수자인 경우가 16건이라는 것. 이는 전년과 비교해 9건 늘어난 수치다.
표심 가르는 동성애 문제
최근에는 미국의 인기 여배우 린제이 로한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동성의 애인과 함께 했음을 밝혔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그것도 올해로 스물세 살밖에 되지 않은 여성 연예인으로서 커밍아웃은 위험한 결정일 법도 한데, 분위기는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했다.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놀라울 게 없다는 식이었다.
이외에도 동성애자 권익운동에 동참하는 연예인들의 지지선언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는 동성 간 결혼 합법화 운동에 각각 10만달러를 내놓았다. 브래드 피트는 기자회견에서 “타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동성애자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저 조용히 살아가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남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느냐고.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동성애자가 아니라 이성애자라도 속옷 차림으로 애인과 거리를 활보한다면 눈총을 받을 게 분명하다. 어쩌면 이는 타인에 대한 예의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동성애가 단지 사랑이나 취향에 국한된 문제라면 그저 조용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성애는 법이 보장한 권리를 이성애자와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동성애자의 법적 권익 문제 중에서도 동성 간 결혼의 허용 여부는 대통령선거 때마다 토론에 등장하는 단골소재다. 이 사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후보자의 진보적 혹은 보수적 성향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 문제는 특히 민주당 후보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동성 간 결혼을 인권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당의 진보적 노선대로라면 이를 지지해야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섣불리 그럴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부동층이나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중도적 입장에 있는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양당의 부통령후보자 간의 TV 토론에서도 이런 딜레마가 드러났다.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는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법이 보장한 여러 권리를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고 했지만, 동성 간 결혼 자체에는 반대했다. 결혼은 궁극적으로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돼야 한다는 점에는 양쪽 후보가 같은 생각이었다.
사실 이 주제를 둘러싼 논쟁은 90분간 진행된 전체 토론 가운데 몇 분에 지나지 않았다. 양쪽이 두 번씩 말을 주고받았을 뿐 그나마도 민감한 부분은 서로 논점을 피해갔다. 민주당은 동성애자의 인권에 대해서만, 공화당은 결혼의 정의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서로의 논리적 약점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시민결합’과 ‘자긍심 행진’
이는 최근의 경제위기나 이라크전쟁 등 굵직한 사안에 비해 이 문제가 덜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동성 간 결혼의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한 법률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매사추세츠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동성 간 결혼이 가능한 주가 됐다.
뉴욕에서 열린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퍼레이드. 뉴욕은 성이나 인종에 있어서 개방적인 도시다.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이 사안에 대한 양쪽 후보의 미온한 반응에 대해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클레르몽 매키나 대학 정치학과 잭 피트니 교수는 “양당 후보 모두 중도파의 표가 필요한데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동성 간 결혼 금지를 헌법에 명시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동성 간 결혼을 찬성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여러 곳에서 그가 한 말을 종합해 정리하면,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이 같은 애매모호한 의견 표시는, 이중 삼중의 부정을 통해 간접적으로밖에는 지지를 표명할 수 없는 그의 깊은 고민을 짐작케 한다.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찾은 타협점은 ‘시민결합(civil union)’ 제도다. 동성애자 커플에게 부여되는 이 법적 지위는 결혼한 부부에 준하는 권리와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버몬트, 코네티컷, 뉴저지, 뉴햄프셔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이 아닌 다른 법적 지위로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왜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어떤 이는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현행 법률을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에 빗대 ‘결혼 아파르트헤이트(marriage apartheid)’라고까지 부르면서 말이다.
동성커플의 자녀들
성적 취향은 한 개인을 구성하는 정체성 가운데 하나인데, 정체성이란 본래 ‘인정’을 원한다. 헤겔에서 출발해 호네트에 이르는 이른바 ‘인정투쟁론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들 사이의 모든 갈등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며, 인정의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러나 인정받지 못할 경우 분노가 유발되고 이는 사회적 투쟁으로 이어진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상파울루, 캐나다의 토론토 등 전세계적 규모의 동성애자 거리축제의 이름은 ‘자긍심 행진(Pride Parade)’이다. 자신의 성적 취향이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자랑스럽게 드러내야 할 것임을 알리는 이 축제의 제목에서 때로 성적 소수자들의 때로 과격한 정체성 표출이 인정투쟁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변호사이자 동성 간 결혼 합법화운동의 창시자로 알려진 에반 울프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결합과 같은 법적 제도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이미 결혼이라는 제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동성애자들을 위해 따로 제도를 마련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을 단순한 동성애자 권익운동으로 보는 시선을 거부하면서 “나는 누구나 누려야 할 ‘결혼의 자유’를 위해 싸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성 간 결혼의 문제가 연루된 여러 굵직한 소송을 맡은 베테랑 법률가로, 버몬트 주에서 시민결합제도가 도입되고 매사추세츠 주에서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것은 그가 역사적인 소송에서 승소한 덕분이었다.
동성 간 결혼을 둘러싼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아이의 양육 문제다. 국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동성 간의 결합은 미래의 노동력을 산출할 수 없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 커플과 함께 살고 있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1990년 6만8000명에서 2000년 12만60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상당수는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경우다. 워싱턴 DC의 정책연구소 ‘어반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07년 현재 6만5000명의 입양아가 동성애자 부모와 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전체 입양아동의 4%에 해당한다. 동성 커플의 입양 정책은 주마다 다른데, 아직 법적으로 분명한 입장이 확립되지 않은 주가 대부분이다.
동성 커플의 입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성적 취향은 선택의 문제라 해도 아이에게까지 악영향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동성 커플의 부모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찬성론자들은 동성 커플이 다른 입양 부모들에 비해 학력도 높고 경제력도 좋다고 반박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한국보다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동성애자에게 무조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퓨 연구재단이 2006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동성 간 결혼을 반대하는 응답자는 51%로 찬성 쪽의 39%보다 높았다.
일각에서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전환시키려는 ‘엑스게이 운동(ex-gay movement)’도 일어나고 있다. 1976년에 설립돼 세계 전역에 지부를 갖고 있는 ‘엑소더스 인터내셔널(Exodus International)’은 말 그대로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주는 단체다. 그들의 대전제는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질병에 대한 공포와 긴밀히 연계되는데, 동성애자는 모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그중 하나다. 이 병은 1981년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최초로 발견했을 당시 ‘동성애와 관련된 면역결핍증(Gay-related Immune Deficiency·GRID)’이라고 불렸다. 미국 최초의 발병자가 다섯 명의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발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의 가치중립적인 명칭으로 굳어졌다. 에이즈의 근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아프리카 원숭이나 침팬지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왔다는 게 가장 유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는 여전히 동성애자들이 부도덕한 사생활 때문에 징벌로 받게 되는 역병으로 인식되곤 한다. 문화비평가 수전 손택은 저서 ‘에이즈와 그 은유’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질병은 죽음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인식되는 질병이다”라고 말했다.
에이즈는 현재로서는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이 개발돼 관리만 잘하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퇴임 이후 클린턴재단을 만들어 에이즈 퇴치 및 치료와 예방에 힘쓰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이즈는 더 이상 사망선고가 아니다”며 에이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애쓰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는 듯하다. 2007년 CNN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적 취향은 변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56%였다. 이는 지금까지 CNN이 수차례 시행해온 조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은 수치다. 또 ‘성적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39%나 됐다. 1977년의 조사에서는 13%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을 위한 배려
실제로 동성애적 성향이 타고나는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고찰과는 무관하게, 이러한 수치는 동성애를 치료받아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던 과거의 관념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성애도 이성애처럼 타고나는 것이라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동성애자에게도 이성애자와 동등하게 군대에 입대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해야 한다는 응답이 79%로 그렇지 않다는 의견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동성애자들의 입양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57%나 됐다.
동성애에 대한 윤리적·법적 논쟁은 차치하고, 미국에서는 어쨌든 그들이 불편함을 느끼며 살지 않게 하려고 여러 방면에서 애쓴 흔적이 보인다. 1990년 설립된 전미동성애언론인연합은 1997년 처음으로 동성애 용어편람을 제작했다. 동성애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위해 그들이 써야 할 적절한 단어를 정리한 것으로 피해야 할 용어도 다수 포함돼 있다.
2002년에는 증보판을 발행했는데, 예를 들어 ‘특별한 권리’라는 뜻의 ‘special rights’는 성적 소수자 권익운동을 반대하는 이들이 쓰는 용어로 언론에서 피해야 할 단어로 기록돼 있다. 아직도 일부 언론에서 ‘동성연애자’라는 용어를 버젓이 쓰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직장 내 동성애자 차별방지 교육도 활발하다. ‘월스트리스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255개 대기업 가운데 41%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 철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동성애자 동료의 ‘파트너’에 대한 호칭이나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대처법 등을 담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는 차별이 철폐되더라도 생활 속에 잔존하는 문화적 차별이 성적 소수자에게 가져올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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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에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잔인한 농담은 많다. 하지만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의견은 존재하게 마련이며 중요한 것은 피부로 느껴지는 대중의 평균적인 견해다. 적어도 지금까지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평균값은, 성적 소수자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상처를 받거나 모멸감을 느낄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여성으로서, 또 미국에서 살고 있는 동양인으로서, 이 사회를 약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아는 나로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약자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이런 배려가 조금은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