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인권 향상을 위해 애쓰는 소시민들을 만나 나눈 얘기를 기록해 책으로 엮었다. 인권위원회에서 7년째 일하는 그는 “작지만 소중한 문제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 덕분에 한국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만난 시민은 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 장애인, 정신질환자, 교도소 수용자, 철거민, 새터민과 같은 소외계층은 물론 군 장교, 대기업 직원, 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책에는 이들의 다양한 주장이 담겨 있다.
평소 소외계층의 주장을 유심히 들었던 사람에겐 책의 내용 중 일부가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팍팍한 생활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촛불시위에 나선 청소년,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거리 시위하는 장애인, 유방암 수술을 이유로 퇴역 처분받은 피우진 중령, 평화를 지키라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총을 들 수 없다는 청년의 얘기는 익히 들었던 이웃의 얘기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읽을 만한 것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소수자의 주장이 생생하게 적혀 있어서다.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소년이지만 청소년 혜택을 받지 못한 현실을 진정한 박호언 군, 한국 YMCA는 외국 YMCA와 달리 여성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한 김성희씨, 개인택시 기사는 화물운송자로 전직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화물운송자는 개인택시 면허를 받을 수 없음을 진정한 김경환씨…. 이들의 삶을 읽다 보면 개인의 진정성이 사회를 움직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샨티/ 279쪽/ 1만2000원
▼ 국가폭력과 세계의 진실위원회 _ 프리실라 B. 헤이너 지음, 주혜경 옮김, 안병욱 해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을 지내고 ‘민주화 과도기 정의 구현을 위한 국제센터(ICTJ)’를 설립한 과거사청산 연구자가 세계 30여 개국의 진실위원회를 둘러보고 책을 냈다. 저자는 세계 최초로 설립된 우간다 실종자 조사위원회부터 세계 최대 규모인 아르헨티나 위원회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진실위원회를 둘러봤다. 위원회 설립 역사뿐 아니라 위원 선정방식과 직원 채용과정, 자금운용과 데이터 처리방법까지 두루 설명하고 있어 진실위원회의 깊숙한 면면을 비교하면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진실위원회 내에서 최종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진상규명과 과거 역사에 대한 성찰은 인류 역사가 이어지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야만의 시대가 남긴 상처를 방치한 채 미래의 더 크고 복잡한 과제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역사비평사/ 560쪽/ 2만5000원
▼ 의료민영화 논쟁과 한국의료의 미래 _ 이상이·김창보·박형근·윤태호·정백근·김철웅 지음
의료민영화 논쟁을 분석하고, 한국의료 발전전략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들은‘의료민영화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가’‘의료민영화를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답하고 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선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의료제도를 비교한다. 2부에선 제주특별자치도의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예로 들며 의료민영화의 실체를 고발하고, 국민건강보험 내 개인질병정보를 보험회사가 공유하는 것의 위험성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요 재원을 공적으로 충당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의료서비스 정책형성 과정에 참여해온 현장실무자인 동시에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사회운동가다. 밈/ 268쪽/ 1만3000원
▼ 조폭연대기 _ 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추미란 옮김
신문기자 출신 로비스트가 인터폴, FBI 등을 출입하며 국제 범죄조직의 실상을 파헤쳤다. 저자는 이탈리아 마피아, 미국 마피아, 일본 야쿠자, 중국 삼합회 같은 역사 깊은 범죄조직부터 러시아 마피아, 알바니아 마피아, 나이지리아 신디케이트와 같은 신흥 조직까지 두루 다뤘다. 이들 세계 범죄조직의 총 사업 규모는 1조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웬만한 국가보다 큰 수준. 이 책은 범죄조직의 기원과 계파, 조직체계와 규율, 범죄 유형과 수법뿐 아니라 ‘세르비아 마피아의 조란 진지치 수상 암살사건’‘콜롬비아 카르텔의 아비안카 항공 203기 폭파사건’과 같은 정치 사건의 진실도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 등의 전작으로도 유명하다. 이마고/ 508쪽/ 2만 2500원
▼ 빅토르 하라 _ 조안 하라 지음, 차미례 옮김
1970년 칠레 대선에서 인민연합의 살바도르 아옌데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문화예술운동가, 빅토르 하라. 당대 뛰어난 연극 연출가로 노래운동인 ‘누에바 칸시온’의 대표주자였던 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 과정에서 사살됐다. 이 글은 그의 아내인 조안 하라가 쓴 것으로, 칠레 현대사와 그들의 삶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영국인 발레리나와 칠레의 가난한 학생으로 만나, 함께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예술혁명을 일으킨 부부의 인생 궤적이다. 글을 읽다 보면 빅토르가 태어난 시골 통켄, 산티아고 변두리 빈민가의 포블라시온 사람들, 칠레 대학의 학생운동, 민중벽화운동, 당시 칠레 좌파진영의 지형, 파시스트 단체인 ‘조국과자유’의 반혁명 책동이 어른댄다. 또한 불법 쿠데타에 대한 진상규명은 물론 책임자 처벌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칠레의 실태도 들여다볼 수 있다. 삼천리/ 512쪽/ 1만8000원
▼ 왜 조선 유학인가 _ 한형조 지음 | 조선 유학의 거장들 _ 한형조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인 저자는 자유분방한 시선과 명쾌한 문체로 유명하다. 애초 그의 화두는 ‘동양철학이 어떻게 하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까’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조선 유학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로 바뀌었다. 그가 연이어 조선 유학 관련 책을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지금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지 않는 전통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가 유교에 관심을 두는 것도 “소외감에 찌든 현대인이 유교를 통해 본성을 바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조선 유학인가’에는 조선 유학에 관한 저자의 기본 시각이 담겨 있다. 저자는 조선의 유교가 사라진 것은 현대에 들어 유교가 시대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러한 대응력 부족은 이후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위에서의 권위와 아래로부터의 저항 간의 대립’이 지속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본다. 저자는 그 해결책으로 ‘권위와 저항의 중도’를 제시한다.
또한 새 시대에는 유교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살핀다. 조선의 유학을 뒤흔든 실용주의자 최한기의 사상을 엿보는 것이 필자가 택한 대책이다.
‘조선 유학의 거장들’은 유교의 실체를 알아보는 책이다. 조선시대 유학을 빛낸 사람들(대치된 성리학과 불교를 잇는 율곡, 성학십도를 통해 주자학의 위상을 세운 퇴계, 무사적 기질을 타고난 조식, 시대 변화상을 읽은 최한기 등)의 글을 들여다보면, 유학 저변에 흐르는 공통적인 세계관은 물론 개별 유학자의 빛나는 생각을 전수받을 수 있다. 문학동네/ 400쪽/ 2만원, 문학동네/ 432쪽/ 2만2000원
▼ 한 번뿐인 인생 내 인생은 내 뜻대로 _ 수선재 엮음
인생을 본인 뜻대로 살 것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마음이 어딘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명상학교 수선재의 문화영 선생은 “심력을 기르다 보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명상을 하다 보면 자기계발 방법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을 통해 아랫배 단전에 기운을 모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동시에 우주에 대해 무한한 사랑이 생기며, 인생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긴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인연을 찾는 법, 인간 창조 프로그램, 피라미드 원리 등도 담겨 있다. 수선재는 대중적인 명상은 물론 생활 속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계수련 과정까지 운영하는 명상 전문학교다. 수선재/ 236쪽/ 1만800원
▼ 한국 주거의 사회사 _ 전남일·손세관·양세화·홍형옥 지음
서구 문화가 유입된 이후 전통적인 주거 양식은 변했으나 그와 관련한 기록은 드문 게 현실이다. 대학에서 주거학, 건축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주거 근현대사를 쓴 것도 그래서다. 저자들은 주거를 사회적 배경 속에서 파악하고 이를 역사적인 인과관계에 따라 정리했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 이후부터 만성적인 주택 부족난에 시달렸고, 이후 경제개발시대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기에 ‘환경의 질’을 고려하며 주택을 짓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한국은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공간의 증대를 꾀하다 보니 주택 과밀화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서구에서는 노동자 집합주택으로 인식되고 있는 아파트가 한국의 보편적 주거형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 단적인 예다. 그 외에 주거를 통해 들여다본 계층분리 현상, 전통 문화와의 단절, 불량 주거지 등과 같은 사회 문제도 지적한다. 돌베개/ 416쪽/ 1만8000원
▼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_ 토머스 길로비치 지음, 이양원·장근영 옮김
이 책은 미신의 생성 메커니즘을 인지·사회심리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고 있다. 미신은 ‘긍정적 이미지를 계속 떠올리면 암도 낫는다’ ‘세차만 하면 꼭 비가 온다’‘검정 유니폼을 입은 팀은 반칙을 많이 한다’ 등 수없이 많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미신을 근거로 행동을 결정한다는 데 있다. 과학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는 기대와 선입관에 따라 사실을 달리 인식하는 태도 때문에 미신이 재생산된다고 지적하며, 미신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마음이 순전히 우연적인 현상에서도 질서를 상상하려 들고 기억도 편한 대로 왜곡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하고, 내 생각과 달라 외면하기 쉬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코넬대 교수로 행동경제학을 주로 연구해왔다. 모멘토/ 320쪽/ 1만1000원
▼ 국가정보 : 비밀에서 정책까지 _ Mark M. LOWENAL 지음, 김계동 옮김
미국에서 출간된 ‘Intelligence : From Secrets to Policy’의 제3판으로, ‘미국 정보의 역사서’인 동시에 정보학 개론서로 평가받는 책이다. 글의 소재는 국가안보정책 형성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의 ‘강점과 약점’이다. 정보기관에서 정보를 다루는 실제 순서(정보 요구, 정보 수집, 정보 분석, 정보 배포, 정책)대로 정리돼 있는 이 글은 미국 정보기관 활동에 따른 윤리 문제, 냉전 이후 새롭게 강조되는 정보 의제, 나라별 정보기관의 특징, 정보 개혁의 이슈, 비밀공작의 범위와 평가 등을 담고 있다. 저자는 미국 행정부와 민간기관에서 정보전문가로 30여 년간 활약했으며, 현재는 국가안보 훈련 컨설팅회사인 ‘Intelligence & Security Academy’의 회장이자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다. 명인문화사/ 484쪽/ 1만9000원
▼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_ 선대인·심영철 지음 | 위기의 한국경제 _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믿을 건 부동산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사람일수록 이 말을 자주 되뇐다. ‘값이 떨어질지언정 물건은 그대로 있으니, 참고 기다리면 해뜰 날이 온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제2의 IMF가 오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숭배하는 이가 읽어보면 좋을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와 ‘위기의 한국경제’. 이 2권의 저자들은 한국경제 위기의 핵을 부동산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경기침체를 불러온 미국의 경우처럼 한국도 침체기를 거쳐 불황기에 접어들 거란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실질소득의 증가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부채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라며 대한민국은 “거품을 지키기 위한 무모한 정책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지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예측한 김광수경제연구소 또한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을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든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몰락이 올 것이라고 ‘예견’하는 앞의 책과 달리 이 책은 부동산시장 몰락이 와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할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부동산 버블을 터뜨리는 일’인 까닭이다. 한국경제신문/ 292쪽/ 1만2000원, 휴먼앤드북스/ 292쪽/ 1만3000원
▼ 불황을 이겨낸 일본 100년 기업의 비밀, 믿음을 팔아라 _ 서영아·천광암 지음
일본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회사가 70개 정도로, 소규모 자영기업을 포함하면 2만개가 넘는다. 한국 신생 기업의 40%가 5년 안에 문을 닫는 것과 대조적이다. ‘동아일보’ 일본 특파원인 저자들은 식음료, 제조 공예, 전자 기계, 화학 바이오,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한 ‘100년 기업’을 돌아다니며 경영철학과 경영방법을 배웠다. 역사의 굴곡을 딛고 성장해온 기업은 나름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경영자는 회사의 주역인 직원을 키우는 부수적인 존재일 뿐’이다 ‘회사를 너무 키우지 마라. 경영자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생기면 안 된다’등등. ‘동아일보’가 2007년 10월부터 이듬해까지 주3회 연재한 기획물인 ‘일본 100년 기업을 가다’를 엮은 책이다. 마이다스동아/ 279쪽/ 1만3000원
▼ 배드 해빗 : 성공한 기업의 7가지 자기파괴 습관 _ 잭디시 세스 지음, 김중식·전우영 옮김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기업 내부에 자기파괴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기파괴 습관에는 현실 부정, 오만, 타성, 핵심역량 의존, 경쟁 근시안, 영역 의식, 규모 집착 등이 있다. 제록스는 기존 신념에 갇혀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부정’했기에 몰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의 선두주자라는 ‘오만’을 품었기에 구글에 틈새를 내줬다는 것이다. 저자는 ‘배드 해빗’의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타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를 갖추면서 경영진을 순환 근무시키고, 눈앞에 있는 경쟁자만 인식하는 ‘경쟁 근시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전을 가지라고 한다. 저자는 ‘빅3의 법칙’ ‘테크토닉 시프트’를 쓴 글로벌 경쟁, 전략적 사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이 책은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가운데 하나다. 럭스미디어/ 364쪽/ 1만6500원
▼ 골프장 주변 맛집 _ 한은구 글·사진
2000년부터 한국경제신문 골프담당기자로 활약한 기자가 골프장 주변 맛집을 정리했다. 진정한 맛을 찾기 위해 “주변의 모든 부탁을 끊고, 철저하게 입소문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의지해 취재했다”고 한다.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권 등 6개로 나눠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과 지역 특징을 정리하고, 골프장 순으로 수도권 맛집을 나열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지역을 세분해 골프장과 주변 맛집을 표시한 지도, 사진, 음식점 정보를 담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용인 백암순대, 옥천 냉면, 남대천 뚜거리 매운탕, 담양 떡갈비, 무안 낙지, 광양 불고기, 군산 꽃게장, 울산 불고기 단지, 제주 각재기국 등 소개한 음식도 다양하다. 클라이닉스/ 389쪽/ 1만6000원
▼ 스트레이트 온더락 1, 2, 3, 4, 5 _ 후루야 미쓰토시 글·그림, 권남희 옮김
일본 후타바샤의 만화잡지 ‘별책액션’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이 만화는 바(Bar) 마스터와 손님 간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술을 파는 레몬하트 바에서 일하는 마스터는 술을 맛있게 마시는 법, 만드는 법, 고르는 법을 알고 있다. 그는 위스키, 버번, 스피리츠뿐 아니라 와인, 일본술, 중국술까지 각각의 술에 담긴 인종, 가족, 사회의 면면을 꿰고 있어 단골에게 술 특강을 열곤 한다. 그 속에는 세계적인 브랜디 회사인 헤네시의 마스코트가 세인트 버나드견(犬)인 이유, 버번이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수도사의 이름을 딴 최고급 샴페인 돔페리뇽 등 유명 상표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물론 취향에 맞는 주류 선택법, 술 보관 요령법과 같은 실용 정보도 들어 있다. 김영사/ 각권 230쪽 내외/ 각권 8500원
▼ 정의와 정의의 조건 _ 김우창 지음 |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_ 도정일 지음 |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_ 최장집 지음 |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 삶 _ 장회익 지음 |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_ 강수돌 지음 | 극단의 시대에 중심잡기 _ 윤평중 지음
김우창, 도정일, 최장집, 장회익, 강수돌과 같은 일급 필자들이 ‘問 라이브러리’라는 시리즈물을 통해 새로운 글을 발표하고 있다. 문고판이기에 외양은 가볍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묵직하다. 특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을 만한 시대 비판과 대안이 제시돼 있다.
시리즈물 중 1권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정의와 정의의 조건’이다. 한국 인문학의 거장인 김 교수는 “정의는 사회의 핵심원리이지만 ‘극단의 정의가 극단의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의를 여러 개념과 함께 연계해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권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을 펴낸 도정일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는 사회문화 칼럼 등을 통해 문학 담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팽배해지자 인간 황폐화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한다.
3권, 4권, 5권에서도 저자들은 자신의 잣대에 따라 사회 단면을 읽고 있다. 한 권에 한 가지 주제만 담겨 있고, 서술의 흐름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쉬이 이해된다.
출판사 측은 판매부수에 따라 도서정가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다 보면 ‘지식강국’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의나무/ 각권 150쪽 내외/ 각권 6800원
▼ 마스터 앤드 커맨더 1, 2 _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19세기 초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강대국은 해상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투를 벌였다. 적국의 배를 나포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승리한 장교와 선원들의 소유가 됐기 때문에 싸움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당시 활약한 스피디호와 함장 토머스 코크레인을 소설의 모티프로 삼았다. 작은 전투함인 스피디호 이야기는 화력이 강력한 대형 군함과 싸워 승리한 영국 해군의 전설이다. 해상전에서는 돛의 개수와 위치, 조절 능력에 따라 속도의 방향, 전투의 성패가 좌우됐는데, 작가는 세밀한 고증을 통해 범선을 눈에 보일 듯 뚜렷하게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뉴욕타임스’는 저자를 가리켜 “19세기 유럽의 정치·사회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필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황금가지/ 308쪽, 328쪽/ 각권 1만1000원
▼ 인생은 고달파 1, 2 _ 모옌 지음, 이욱연 옮김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인 ‘홍까오량 가족’을 지은 모옌. 그는 소시민의 삶을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하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공장노동자 생활을 거쳤기 때문인지 일반인의 세세한 감정까지 놓치지 않는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1950년부터 자본주의 물결이 들이닥친 2001년까지. 무대 배경이 되는 서문 집안은 토지개혁부터 21세기 경제개혁까지의 격랑을 모두 거친다. 소설은 악덕지주라는 평을 듣고 처형된 주인공 서문뇨가 여섯 번의 윤회를 거쳐 ‘밀레니엄 베이비’로 환생한 뒤 풀어놓은 경험담으로 구성돼 있다. 개인사와 함께 역사를 조명한 작가의 메시지는 무엇보다도 ‘인생의 고달픔’이다. 인간으로 살 때는 물론 윤회해 동물로 살면서도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보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작가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창비/ 각권 530쪽 내외/ 1만2000원
▼ 소설의 제국(소설로 읽는 아메리카의 초상) _ 김욱동 지음
한국외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는 미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소설이라는 유리창을 통해 아메리카를 분석”했다고 설명하는데, 저자가 고른 소설(‘주홍글자’ ‘톰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앵무새 죽이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이 누구나 알 만한 명작인 까닭에 그의 분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이들 유명 미국 소설을 분석하면서 독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낸다. “미국인은 문학 영역인 소설을 통해서도 세계를 정복할 야망을 품어왔다”는 주장과 “이상과 현실, 순수와 타락이 공존하는 것이 아메리카 정신”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책 곳곳에 페미니즘 이론, 문화 이론, 동성애 이론 등을 적용한 저자의 노력이 느껴진다. 소나무/ 400쪽/ 1만5000원
▼ 다중인격의 심리학 _ 리타 카터 지음, 김명남 옮김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여러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중성 자체가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자연스러운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 몸에 하나의 자아를 지닌다는 믿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누구나 갖고 있다는 다중인격과 질환의 일종인 ‘다중인격장애’는 다르다. 이를 가르는 가장 좋은 근거는 기억이 남아 있는지 여부다. 현재 B인격을 갖고 있으면서 과거 본인의 인격인 A를 기억하면 단순한 다중인격이고, 기억하지 못하면 다중인격장애인 셈이다. ‘내 안에 존재하는 여러 자아를 다스리는 법’에 관해 논하고 있는 저자는 “다중성을 받아들이면 성격 결함의 원인은 물론 그 대책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영국 의학 저널리스트 협회상을 두 차례 수상한 저자는 ‘뉴욕타임스’ ‘인디펜던트’ 등에서 의학전문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교양인/ 356쪽/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