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의사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신용의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평소 딱 부러지는 전망과 대처법을 내놓지 않던 그가 이번 호에선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서민 투자자의 질문에 무 자르듯 분명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특히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산 사람이라면 당장 위험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주식과 펀드는 내년 초 이후 국내발(發) 신용위기가 나타나고 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면 그때 움직이라고 조언한다.
물론 엄밀하게 따지면 화폐 자체도 믿을 수 없는 약속에 불과하다. 사실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거래는 자산과 자산을 직접 교환하는 물물교환일 것이고, 다음이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 마지막이 개인 간의 어음과 같은 약속일 터이니 이들의 신용도는 물물교환 ’ 화폐 ’ 어음의 순서가 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금융자산의 거래에는 우선 기축통화인 달러를 직접 지급하는 거래와, 달러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신용거래, 그리고 달러를 지급받을 권리를 표시한 채권거래 등의 방식이 존재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약속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체적인 수단이 단지 ‘신용’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즉 ‘신용’이란 전세계 경제를 원활하게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세계적으로 이 신용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발 신용위기의 진실
2008년 세계를 휘몰아친 금융위기는 미국의 달러 발행이 부족해서 생긴 게 아니다. 단지 달러를 받기로 약속한 거래에서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어난 신용의 위기일 뿐이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돈이 부족해(유동성 부족) 생긴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신용위기가 유동성의 위기보다 더 무서운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위기의 경우에는 금리를 내리거나, 국가가 발권력을 동원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용위기는 누군가가 약속을 어기면 그것을 대신 갚아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한 증폭된다. 다시 말하면 재정도가 튼튼한 보증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신용위기가 정점에 달하면 이 보증인의 역할을 국가가 할 수밖에 없고, 이때 국가는 최종 채무자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최종 채무를 지면 신용위기는 해결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시 신용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은행과 개인의 거래는 계좌에 찍힌 숫자로만 나타난다. 나는 그 숫자를 어디론가 전송한 후 무엇인가와 교환하며, 결제기를 통과한 신용카드는 은행에 있는 내 계좌의 숫자를 줄여놓는다. 이 과정에서 내게 재화를 파는 상대는 내가 그 숫자만큼의 재화를 지급할 능력이 있다고 믿어야 거래를 하려 한다. ‘그’와 ‘나’ 사이에 신용이 매개된 것이다. 이때 카드회사는 양자 간의 신용거래에서 완충의 역할을 떠맡고 개입한다.
국가 간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찍어낸 달러의 60%와 미국이 앞으로 달러를 찍어서 줄 것이라 약속하고 발행한 ‘달러상환 약속거래’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그만큼의 자산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권리를 부여한 셈이다. 즉 2600억달러가 해외에서 유통 중이라면, 미국은 그 종이돈을 찍어서 그만큼의 해외자산을 사는 데 지급한 결과일 것이고, 이때 달러를 받은 쪽은 그 달러가 최초 자신이 지급한 자산가치만큼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거래를 했을 터이다.
이 경우 미국은 발행 화폐 기준만으로도 2600억달러의 해외자산을 공짜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그것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세계금융 거래의 대부분은 필요시 달러를 주고받을 것이라는 약속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얻는 이익과 거기에 개입되는 ‘신용 시스템’은 사실 측정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에는 달러 지급을 보증하는 미국중앙은행과, 그것을 매개로 채권을 발행하는 정부의 신용,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만들어지는 파생상품과 파생상품의 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보험사의 신용 등이 얽혀 있고, 그 뿌리는 다시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문제가 터지면 대체 어디가 최종 기착지인지를 알 수 없는 혼돈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미국과 우린 다르다
원본은 모호해지고, 오히려 복제물만 난무하는 ‘시뮬라시옹(simulacre·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자신의 저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주장)’의 상황은 예술이나 철학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운영하는 금융시장, 자산시장이 현 시대의 대표적인 ‘시뮬라크르’이며, 우리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가장 잘 상징하는 ‘기표’를 금융시장에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해 세계경제는 거대한 약속(경우에 따라서는 사기일 수 있는)의 바탕 위에 유지되는 그 무엇이며, 그 약속은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어쨌건 이런 약속과 신용이 흔들리는 2008년 말의 상황은 금융시장에서는 역사적으로 기록될 한 장면이다. 원본을 대체한 복제물이 원본가치의 상실로 마치 연기처럼 스러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2008년 우리가 목도한 이 상황은 명백하게 세기적 사건이다. 그 결과가 공황으로 이어지건 아니건 간에, 이 사건은 우리가 서로 믿고 거래하던 ‘신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알게 해줬고, 마약에 취해 부둥켜안고 키스를 퍼부었던 미녀가 약에서 깨고 보니 팔다리가 썩어 문드러진 미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셈이다.
이제 이 사건은 역사적 교훈으로 기록되고 당분간 사람들은 ‘신용’보다는 ‘실체’를 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신용이 퇴색한 시간 동안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은 상당한 위축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간사하다. 언젠가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논리를 만들어 또다시 새로운 위기를 만들고 거품을 일으키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판을 뒤집는, 지금의 산업과 금융질서를 획기적으로 흔들어 버리는 새로운 무엇이 등장해야 한다, 이 새로운 무엇은 핵융합이나 수소에너지, 심지어는 태양열이나 지력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개선시키는 어떤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의 수명을 두 배쯤 늘리거나, 화학 폐기물을 다시 석유로 환원하고, 시멘트가 다시 석회석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 같은 환경기술일 수도 있다. 비록 이런 획기적 혁명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당장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것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뭔가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그것조차 또 다른 거품의 시작일 뿐이지만.
어쨌건 이런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씌어지기 전까지 당분간 우리는 자산시장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앞으로 시장은 가격조정에 대한 반동으로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고, 경기침체의 끝을 겨냥한 새로운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지만, 신용경색의 폭탄이 날아든 폐허를 다시 재건하기에는 단순한 경기회복에 대한 순환 사이클로는 복구가 어렵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번 상처는 예상보다 깊고 오래 갈 것이다. 앞서 말한 획기적 신기술 혁명이 등장할 경우에만 미국이라는 거구가 비로소 침상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 미국은 신용의 거품이 문제가 됐지만 우리는 원본가치를 조금 과대 포장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원본가치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기며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을 만들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은 신용 자체에 대한 거품을 만들어왔다. 그들과 달리 우리가 최소한 신용자체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우리는 미국발 신용위기로 인한 전세계적 경기침체와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실물의 후퇴를 만날 것이고, 그 상처가 예상보다 깊을 것이지만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처지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이 난국을 헤치고 대비할 것인가. 사실 서민의 입장에선 이러저러한 거시적, 금융적 분석보다는 내 처지에서 당장 어떻게 할 것인지가, 어떻게 해야 단돈 몇백만원이라도 손해를 덜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 꼭 짚어 정답을 말할 순 없지만 원칙적 접근은 할 수 있다.
천둥번개는 일단 피해야
우선 증권시장을 보자. 신규 투자자의 고민은 과연 주식투자의 적절한 시점이 언제인가라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시장이 추세적 상승장인지, 아니면 하락장인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승장에서 하락하는 종목을 찾기가 어렵듯, 하락장에서 애써 상승하는 주식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다트를 던져 주식을 샀을 때 이익을 낼 확률이 높은 것이 상승장이고, 반대로 하락할 확률이 높으면 하락장이기 때문에 굳이 확률이 낮은 게임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가치투자의 원리주의자들은 하락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질없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가 내리는 여름에 논에 물을 대더라도 굳이 천둥번개가 치는 상황에서 삽을 들고 들로 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투자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소한 지금이 먹구름이 몰려드는 시점이냐 아니면 먹구름이 걷혀가는 시점이냐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 알아보나 마나 한 문제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지금은 천둥번개가 치는 중이라고 답할 테니 말이다. 이 문제는 다시 논할 필요도 없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투자자는 항상 지금이 아닌 나중을 보고 투자한다고. 자산이란 지금 투자하면 미래 가격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것이니, 투자자들은 항상 지금이 아닌 미래 상황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즉 지금 아무리 상황이 암울하다 해도 미래에 나아질 것이라고 여긴다면 투자자에겐 지금이 기회이고, 지금이 아무리 좋아도 나중이 나빠질 것이라고 여기면 투자자에게는 지금이 위기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지금 상황이 나쁜 것은 모두 인정하지만 미래, 그것도 조만간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투자의 패턴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지금의 악화된 상황이 그리 머지 않아 나아질 것인가?’라고. 문제는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선뜻 답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투자의 아이러니다. 특히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낙관적 순환론과 아마겟돈
논리적 판단을 위해 과거의 상황을 준용해보자. 우선 미국에서 S&P 지수 기준으로 30% 이상 하락한 경우는 1920년 이후 14번 있었다. 그중에는 대공황도 있고, 석유 파동도 있으며, 1980년대 블랙 먼데이도, 주택 대부조합 사태도 모두 들어 있다. 단순 통계상 미국 증시가 30% 이상 하락하는 경우는 평균 7~8년 만에 한 차례씩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지금에 준용해보면 서브프라임 위기가 극에 달하고, 신용위기에 대한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며,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가 코앞에 닥치고,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가 1만포인트 아래로 내려간 현 상황은 과거의 증시위기를 기준으로 볼 때 대체로 7~8년마다 겪는 주기적인 큰 조정에 불과하며, 시장은 이런 위기를 예상보다 크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신흥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인도 베트남은 평균 60~70달러 하락했다. 신흥국의 조정은 관성적으로 미국 증시가 큰 조정에 들어가면 역사적으로 그 두 배 정도의 변동성을 보여왔다. 이런 속성으로 미뤄 이들의 하락폭 역시 특별한 사건은 아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이런 결론에 다다른다. 미국 주택대부조합 사태건, 석유파동이건, 냉전이건, 한국전, 걸프전, 블랙 먼데이, 할 것 없이 항상 그 상황은 극적 위기로 생각됐고, 투자자들은 금방 지구가 망할 것 같은 위기를 겪었지만, 항상 시장은 반전을 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30%, 신흥국이 60% 이상의 조정이 나타나면 주가는 그로부터 6개월 안에 대개는 저점을 형성하고 이후 1년 내에는 반등하기 시작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런 논리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추론과 시나리오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낙관적 입장 일변도로만 역사와 시장을 해석했다는 사실이다. 이 명제가 참이 되려면 과거는 항상 반복돼야 하고, 또 위기는 반드시 극복되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낙관적 전제가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 명제가 그 역도 참인 순수 명제가 되기 위해선 그 역도 참이어야 한다. 즉 이런 낙관적 전제가 모두 부정돼도 시장은 반전을 시작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이런 낙관론이 빗나가면 그 결과는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하다. 그 상황은 현 시스템으로 치유가 불가능하며, 기존 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자산, 어떤 투자도 손실을 입는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다우지수 기준으로 9000, 코스피 기준으로 1200, 중국 상하이지수 기준으로 1600 수준을 저점으로 보고, 그 이상의 하락이 발생하면 그때는 일단 ‘아마겟돈’의 상황이 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주식, 일단 보유하라
사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큰 고민에 빠진 사람들은 지난해 주식 호황기에 투자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존 투자자다. 그들은 매일 주변의 ‘주식전문가’에게 “우린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답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 기존 투자자는 낙관론에 기대야 한다. 그 방법 외에는 달리 수단이 없다. 낙관론을 믿고, 시장과 한배를 타야 한다. 그리고 시장이 하락폭의 절반 정도인 1650~1700 수준으로 반등하면 일단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한숨을 돌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 지점에선 소규모 펀드런이 일어날 것이다. 즉 손실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투자자들이 환매를 할 것이고, 이 지점에 머뭇거리면 다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환매를 하고 재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 물론 지금이 바닥일 수 있고, 앞으로 충분히 이익을 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리스크가 너무 크다. 주식투자에서 신규투자를 노린다면, 어디가 되건 바닥을 형성하고 충분히 반등을 한 다음, 주가가 다시 재하락하는 국면에서 투자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심지어 IMF 때도 구제금융이 확정되면서 주가는 급반등하면서 일부 청산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국 300포인트를 무너뜨린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신규 투자자는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시점은 내년 초 2차 금융기관들이 신용위기에 빠지고, 일부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순간쯤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시나리오로는 일단 바닥을 형성한 주가가 기술적 안도랠리(Relief Rally)를 펼치고, 이어 국내 민간 부채로 인한 신용위기로 다시 하락국면을 형성할 때, 그 지점이 진짜 바닥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리하면, 국내 주식투자자는 이자를 무는 자금이 아닌 이상 보유가 최선이다. 다만 혹시 주택담보대출이나 다른 채무가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비중을 줄여 채무를 갚는 것이 낫다. 전적으로 여유자금이라면 버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국에 투자한 자금은 이제 가격으로는 포기한 심정일 수 있다. 중국 증시는 가격이 더 추락할 수는 있지만, 1600~2000을 기준으로 당분간 등락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신흥국은 산업구조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기 반등은 어렵다. 최소 3~5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역시 반등시 매도하고 차라리 한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게 나아 보인다.
개별 주식투자자라면 환율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워낙 상황이 나빠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시장에는 엄청난 환율 프리미엄을 누리는 기업들이 있다.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잔치를 하고 싶은 기업이 반드시 있다. 그들을 공략하는 게 주식투자의 ABC다.
거주용 주택시장은 죽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소유한 부동산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거주용 부동산, 즉 주택시장은 죽었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이 과정에서 인구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이제 구문(舊聞)이다. 거주용 부동산의 이용가치(금리 활용가치, 혹은 임대가치)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 거주용 주택은 아직 거품이 꺼지지 않은 시한폭탄이다. 비록 임시처방으로 기폭장치가 제거돼 있지만,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에서 우리나라만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어리석은 믿음이다.
냉정하게 보면 집은 팔아야 한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거주용 부동산의 경우 우선 규모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더구나 이런 거주용 부동산의 가격 거품은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환금성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주택관련 채무를 지고 있다면 당장 채무에 대한 상황능력을 재점검하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컨티전시 플랜(위험에 대한 행동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는 완전하게 끝났는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아직은 임대용 부동산, 특히 사무용 부동산은 수요공급상 한 발짝 물러나 있다. 하지만 그것도 1~2년간일 뿐이다. 지금 공실률이 높다고 해서 사무용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래의 불행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자료를 보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9월15일 ‘서울과 6개 광역시에 소재한 업무용 빌딩 500동과 상가 1000동의 작년 하반기 투자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각각 5.00%, 4.4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0.14%P, 0.09%P 오른 것이다. 업무용 빌딩의 지역별 투자수익률은 서울이 6.10%로 울산(4.05%), 인천(3.15%), 부산(2.575%), 대구(2.48%), 대전(2.28%), 광주(1.22%) 등과는 차이가 컸다. 서울에서도 여의도, 마포가 6.74%로 월등히 높았다. 상업용 역시 서울이 5.34%로 3~4%대에 머무른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났다. 국토부는 “업무용 빌딩은 단기적인 공급부족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개편, 근무환경 개선에 따른 1인당 면적 증가 등으로 인해 향후 2~3년간은 공실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서 보듯 오피스 시장은 아직 여유가 있고 그래서 오피스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오피스 빌딩 매입에 열을 올리고, 심지어 중국이나 기타 지역의 오피스 빌딩 투자에도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그 돈은 모두 고객의 돈이다. 그들이 이처럼 오피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금융 등의 3차 서비스산업으로 바뀌어 그만큼 오피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맞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는 뜻이 오피스가 현재의 투자대상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약 5년 전 오피스에 대한 투자결정을 했다면 그것은 미래를 바라본 통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지금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단견이다. 오히려 지금부터 2009년 말, 늦어도 2010년까지는 오피스 빌딩 투자에서 손을 떼야 할 시점이다.
한 증권사 직원들이 수직 낙하하는 주가그래프를 가리키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당연히 공급의 문제다. 현재 서울 시내 지상 10층 이상, 연면적 6600㎡ 이상 오피스 빌딩을 기준으로 오는 2010년까지의 공급 면적은 매년 평균 113만5200여 ㎡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2001~2006년에 공급된 평균 66만㎡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올해는 삼성타운 38만9070㎡를 포함한 148만1660㎡ 35개동이 공급되며, 2008년 59만7900㎡ 11개동, 2009년 66만9900㎡ 8개동, 2010년 179만7401㎡ 10개동이 새롭게 준공될 예정이다 내년과 내후년의 공급량은 지난 6년간의 평균치에 못 미치지만, 오는 2010년에는 178만㎡가 대거 공급된다(신영에셋 자료).
이 자료에 보듯 사무실 공실률의 정점은 내년 말이며 기대심리에 따른 임대수익이나 오피스 빌딩의 투자수익도 내년이 고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나아가 오는 2012년에는 초고층, 초대형 빌딩의 잇따른 준공으로 오피스 빌딩의 공급 과잉 현상도 초래될 수 있다. 잠실 제2롯데월드와 용산 철도기지창의 140층 초고층 빌딩, 상암 DMC,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등 초대형 오피스 빌딩의 준공 러시가 이어지는 데다, 수도권 곳곳에서도 대량의 공급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2~2014년에 판교업무단지에 231만㎡, 광교테크노밸리에서 165만㎡, 화성 동탄과 기흥에서 132만~165만㎡,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운북지구에서 99만~132만㎡ 의 오피스 공급 계획이 이미 수립돼 있다. 거기에 최근 구로구가 초고층 빌딩의 사업승인을 받은 데 이어, 중구가 세운상가의 초고층 업무단지를 추진하는 등 서울과 수도권 지자체의 초고층 빌딩 공급이 줄을 잇고 있다.
눈대중으로는 짐작도 되지 않는 물량이다. 현재 적정 공실률을 기준으로 한 사무실 부족분이 330만㎡ 수준이라고 보았을 때, 이는 거의 오피스 ‘수급 폭탄’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더욱이 이 통계에는 10층 이하, 연면적 6600㎡ 이하의 오피스 빌딩은 집계에 넣지 않은 계산인데도 그렇다. 결국 이는 현재의 오피스 구매와 임대 패턴이 1등급 빌딩을 얻지 못하면 2급으로, 3급으로, 다시 4급이나 오피스텔로 내려가는 구조에서 앞으로는 점차 같은 가격에 상급의 오피스를 얻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뀐다는 의미가 되고, 이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10층 이하의 작은 오피스 빌딩들과 오피스텔 같은 소규모 오피스 공간들이다. 물론 이후 이런 양상이 점차 상위로 확대되면서 전체 오피스 빌딩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과도한 빌딩 투자는 그리 머지않아 제2의 문제를 유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피스 투자에서 이익 실현의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물론 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재 다른 자산에 비해 국내 부동산 리츠에 관심을 둘 것을 말해왔고, 실제 리츠에 투자하면 2010년까지는 충분히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와 운용사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 뛰어드는 운용사들이나 사모펀드의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예상 수준 이상의 투자를 감행하는 조짐이 보인다. 결국 현명한 투자자는 환매하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그때쯤 뒤늦게 뛰어들 투자자들과 2010~2011년 이후 운용사들의 평가손을 주의해야 한다.
결론은 이렇다. 부동산의 경우 거주용 부동산은 이미 대세하락이 시작됐고, 업무용 빌딩 투자는 2010년까지가 한계라는 뜻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특별한 개발지를 포착할 안목을 가질 수 있으나 그것은 일반화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다.
현금을 지켜라!
마지막으로 현금을 가진 사람이 남았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변은 한마디로 정리된다. ‘돈을 지켜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인플레로 돈 가치가 줄어들고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인플레에 비해 금리가 낮아 이자소득세를 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주식투자는 아직 위험하고, 부동산은 하락세며, 그나마 자산방어에 유리한 금은 변동성이 커서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에 위험하다.
|
답은 MMF(머니마켓펀드)다. MMF는 만기가 코앞에 다가온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신용리스크가 닥쳐도 비교적 안전하고 수익률은 늘 인플레이션 이상은 유지된다. 즉 MMF는 돈을 벌어줄 상품은 아니지만, 돈을 지켜주는 데는 최고의 상품이다. 그러니 지금은 MMF에 대기하고, 내년 초 이후 국내발 신용위기가 나타나서(물론 연착륙할 수도 있다) 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면, 그때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나은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