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이익 사회환원 및 관리투명성 확보
- ‘Land Bank’ 통해 양질의 땅 값싸게 공급
- 13개국과 신도시 건설 협상 중
- 저탄소 녹색도시 건설
- 야당 “대한주택공사와 통합,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국토지공사는 과감한 경영혁신을 추진 중에 있다.
변화의 계기는 7월2일 이종상(李宗相·59)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이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도시계획국장과 균형발전본부장 등 서울시 요직을 지내며 이 대통령과 업무조율을 해왔다. 따라서 누구보다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덕분에 한국토지공사의 체질 개선은 다른 공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 ‘경영선진화 방안’을 주창하며 12가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토지은행’ 실시, 해외에 신도시건설 노하우 수출, 저탄소 녹색도시 건설이 특히 눈에 띈다. 공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과제는 일정대로 추진하고, 법령 개정사항 등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조속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가격을 안정시키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국책 과제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공사는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양질의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해 부동산을 안정시킬 수 있는 사업을 펼 예정이라고 한다. 토지공사는 원래 토지 비축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를 한층 강화한 ‘토지은행(Land Bank)’을 설립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는 가칭 ‘공공 토지 비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자 관계부처가 협의 중이다.
‘Land Bank’
이 법률이 통과되면 내년 7월부터 ‘토지은행’이 운영되는데, 한국토지공사는 2011년까지 10조원 규모의 토지를 미리 취득하여 비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토지는 필요한 시점에 도로,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시설(SOC)용지나 산업용지, 공공개발용지로 정부, 공기업 또는 민간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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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공사에서 개발한 분당신도시(위)와 동탄신도시(오른쪽). 토공은 16개 신도시를 개발한 노하우로 해외에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토지공사는 2017년까지 10년간 총 3300만㎡의 임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조성원가의 3% 이하 수준의 임대료로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기업으로서는 땅값 부담이 줄어든 만큼 시설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신도시를 ‘저탄소 녹색도시’로 조성하는 것도 중점 추진과제의 하나다. 한국토지공사는 1996년부터 이미 환경친화 토지상품을 만들겠다는 환경방침을 선포하고 공기업 최초로 환경경영인증(ISO 14001)을 획득하는 등 1990년대부터 녹색경영에 주력해왔다.
2005년에는 환경경영을 뒷받침할 ‘통합 환경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 사업부문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설립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영체제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택 소사벌지구에 청정개발체제(CDM)를 도입해 연간 6091t의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국가 승인을 받기도 했다. 국제적 환경활동에도 적극 나서 2005년에는 유엔글로벌컴팩트(UNGC)에 가입하고, 2007년에는 공기업 투명사회협의회 의장, UNGC 한국네트워크의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한국토지공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춰 모든 신도시를 저탄소 녹색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탄소저감형 도시설계기준을 마련해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에너지절약형 생태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 또한 녹색기술전용 임대산업단지를 만들어 탄소저감형 기업에 공급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등 녹색기술산업에 대한 지원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신도시 건설 노하우 수출
한국토지공사는 수익성 향상을 위한 야심 찬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해외신도시 건설’ 사업이다. 최근 유가급등 영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알제리 등 중동 산유국과 독립국가연합(CIS), 베트남 등에서 신도시를 건설하는 붐이 일고 있다. ‘신도시 수출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토지공사는 1, 2기 신도시와 신행정수도를 비롯해 330만m2100만평 이상 신도시만 16개를 건설하는 등 풍부한 신도시 개발 노하우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중국 톈진공단과 선양공단을 건설한 경험도 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베트남 등 13개국이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한국토지공사는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협력체(국가, 토지공사, 자원공기업, 민간기업) 구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현 수도인 바쿠에서 130km 떨어진 에니칸트 지역에 면적 7200만㎡, 인구 50만명 규모의 신행정수도를 2038년까지 짓는다. 27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인데, 11월 말까지 1단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국토지공사는 2, 3단계 PM 계약뿐만 아니라 총괄사업 시행권(CM) 계약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총괄사업 시행권까지 포함될 경우 전체 용역 수탁료만 약 7000억원에 이른다.
해외 신도시개발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플랜트, IT, 건설엔지니어링 등 SOC사업이 동반수출되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자원 확보, 국가 위상 제고 등 많은 부가가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안대로라면 내년 10월1일 두 기관을 합친 통합공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이에 앞서 통합 준비를 위해 국토부 1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15인 이내의 공사설립위원회가 구성된다. 공사설립위원회는 통합 예정인 두 기관의 경영진단과 자산실사 등을 거쳐 구조조정 방안 등을 마련한다.
두 공사의 통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2001년에는 건교부, 2002년에는 국회 주관 용역으로, 그리고 2004년에는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을 검토했지만 시너지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중립적인 기관에 양 기관 통합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토지공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종상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차대하기 때문에 경영진단 등 검증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신중히 통합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한국토지공사의 자기혁신 노력의 효과는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정책과 맞물리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