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차영은 진실을 알고 있다

조용기·조희준 父子 배임사건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입력2013-08-22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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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 조용기 목사 식사 모임서 차영이 낳은 A군 장손 인정
    • 3월 | 조희준 측 변호인, 배임혐의 재판에 차영 증인 신청
    • 6월 | 구속 중이던 조희준, 항소심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 7월 | 차영, 조희준 상대로 친자확인 및 위자료 청구 소 제기
    차영은 진실을 알고 있다
    “차영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3월 13일. 아이서비스 주식을 순복음교회에 고가로 매도해 교회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린 서울지방법원 서관 425호 법정. 조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차영(전 민주당 대변인)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이) 차 씨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게 증인 신청 사유였다.

    그러나 차 씨는 증인으로 법정에 서지 않았고, 이후 차 씨가 조 전 회장을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조 전 회장 측은 차 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회장 측에서 차 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시점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조 전 회장의 두 동생, 차 씨와 조 전 회장 사이에 낳은 아들 A군이 함께 식사를 한 직후다. 차 씨와 조 목사 가족이 식사 모임을 갖기 이전인 올 1월에는 국민일보 비상대책위원회가 고발한 배임사건으로 조 전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또한 지난해 12월 4일에는 아이서비스 주식 매매와 관련한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차 씨는 7월 친자확인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당시(2월) 가족 식사모임에서 조 목사가 ‘A군을 (조용기 목사의) 장손임을 공식 인정하고 법적으로 조 전 회장의 아들로 등재하기로 하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전 회장이 6월 중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태도가 돌변했고, 그 가족들도 2월의 약속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 씨가 조 목사 가족과 식사 모임을 가진 2월 이후부터 조 전 회장을 상대로 친자확인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7월 말까지 다섯 달 동안 차 씨와 조 목사 가족 간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배임혐의 덮어씌우려 한다?

    차영 씨는 최근 조용기 원로목사 부자가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조희준 씨가 자신에게 배임혐의를 덮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 씨는 “조 씨의 파렴치한 행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모든 정치적 입지를 포기하고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차영 씨의 친자확인 소송을 최초 보도한 8월 1일자 ‘노컷뉴스’ 보도 내용 중 일부다. ‘조 목사 부자가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배임혐의를 자신에게 덮어씌우고 있다’는 내용에서 최근 5개월간 조 목사 부자와 차 씨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4일 검찰은 조희준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고, 올해 6월 7일에는 같은 사건으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조 목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조 목사 부자가 받고 있는 주요 혐의는 2002년 12월,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주당 8만6984원, 총 217억4600만 원에 순복음교회가 매입하도록 함으로써 교회에 큰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조 목사와 조 전 회장에 대한 공소장 내용을 바탕으로 2002년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 2002년 11월 하순 서울 논현동 조희준 전 회장 집무실

    조 전 회장은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및 직원들에게 아이서비스(주) 주식을 1주당 공정가액인 2만4032원보다 고가인 8만6984원에 매도하는 데 필요한 서류, 순복음교회 소유의 영산아트홀을 매수하면서 미디엣(주) 대여금을 매수대금 중 일부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서류 작성 지시. 한편 영산기독문화원(재) 청산을 담당하기 위해 이사장에 선임될 예정이던 박모 장로에게는 교회 총무국장을 맡고 있던 김모 장로를 통해 조용기 원로목사의 결재를 받도록 지시.

    # 2002년 11월 28일

    박모 장로는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와 직원 수명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건네받은 뒤 그들과 함께 순복음교회를 찾아가 총무국장 김모 장로에게 전달하면서 “조용기 및 조희준의 지시가 있었으니 건네받은 서류 취지대로 아이서비스(주) 주식을 매수하는 등의 기안을 조용기 당회장에게 올리면 결재가 날 것이다”는 취지로 설명.

    # 2002년 11월 28일

    김모 장로는 조 목사를 찾아가 “아이서비스(주) 주식은 문제가 있는 주식이다. 교회에 전혀 필요 없는 이러한 주식을 주당 8만6984원이라는 고가에 매입하고, 대신 영산아트홀을 매각한 사실을 장로와 교인이 알게 되면 큰 소란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 조 목사는 “지금 조희준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다. 교회에 소란이 있으면 안 되니까 가능한 한 조용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지시.

    # 2002년 12월 6일

    김모 장로는 조 목사 지시 이행을 위해 재산관리위원회의 의결을 생략한 채 위원장들의 결재만 얻어 12월 6일 조 목사의 결재에 따라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에 대해 주당 8만6984원으로 정한 대금인 217억4600만 원을 영산기독문화원(재)에 송금.

    차영은 진실을 알고 있다
    검찰이 조 목사 부자를 배임혐의로 각각 기소한 이유는 조 부자가 공모해 자산의 적정가액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순복음교회에 큰 손실을 끼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박모, 김모 장로가 관련돼 있다. 검찰 공소장 등에 직접 거명돼 있지는 않지만, 배임사건 진행 과정에는 두 장로 외에도 중요한 또 한 사람이 존재한다. 당시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이던 차영 씨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차 씨는 조 전 회장과 박모 장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주식 매매와 관련한 각종 서류 작성을 지시할 때 같이 있었고, 박 장로가 김 장로에게 서류를 건네며 조 목사의 결재를 받아달라고 얘기하는 자리에도 동석한 거의 유일한 목격자다. 결국 조 목사 부자가 기소된 배임사건에서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조 전 회장 측에서 3월 초 차 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뭘까. 순복음교회 한 장로는 “차 씨와 조 목사 가족이 2월 모임을 가진 직후에 차 씨를 증인 신청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식사모임에서 조 목사와 차 씨 사이에 얘기가 잘돼 차 씨가 조 전 회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순복음교회 한 관계자는 “3월에는 조 전 회장만 기소가 됐고 조 원로목사는 기소되기 이전 상황”이라며 “당시 재판에서 조희준 측에서는 대부분의 혐의를 아버지 조 원로목사 책임으로 떠넘기던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있던 조 전 회장이 아이서비스 주식매매 관련 배임사건 재판을 앞두고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 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차 씨는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2004년 이후 자신과 연락을 끊었던 조 전 회장이 2010년 ‘재단이 복잡한 문제로 얽혀 있다. 도와달라’며 6년 만에 연락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순복음교회 주변에서는 조 전 회장이 6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차 씨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면서 언급한 복잡한 문제가 조 부자가 각각 기소된 아이서비스 주식매매 관련 내용일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씨는 박·김 두 장로 외에 아이서비스 주식매매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즉 ‘누가 주식매매를 주도했는지’를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 때문에 조 전 회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부탁하기 위해 차 씨에게 도움을 청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 측에서 차 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만큼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이후 급반전됐다. 차 씨는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배임혐의를 자신에게 덮어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차 씨의 한 측근은 “지금은 자세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배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친자확인 소송도 곧 시작되는 만큼 재판 진행 과정에서 진실이 차츰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희준, 3년 전 ‘혼외 아들’ 언급했다

    “밖에서 낳은 아들도 하나 있어요. OO 여자거든요. 그 여자랑 사이에서 낳은 애가 일곱 살짜리 아들이에요.”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2010년 9월 7일 당시 국민일보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조 전 회장을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하기 3년 전 일이다. 2010년 9월 조 전 회장이 ‘일곱 살짜리 아들’이라고 언급한 아들은 차 씨가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한 A군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2004년 8월 12일 태어난 A군은 올해 우리 나이로 열 살, 2010년엔 일곱 살이었다.

    조 전 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2011년 2월 20일자로 발행된 국민일보 노사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특보 3호에 실려 있다. 2010년 국민일보는 조 전 회장 측의 국민일보 경영권 확보 움직임에 반발, 노사 공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는 2010년 9월 19일 특보 1호 발행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3일에 특보 2호를, 이듬해인 2011년 2월 20일자로 특보 3호를 발행했다. 조 전 회장과 국민일보 당시 노조위원장의 면담 대화록은 특보 2호에 일부가 게재됐고, 특보 3호에 나머지 내용이 게재됐다. 국민특보는 2011년 3월 19일 7호까지 발행됐다.

    국민특보 2호와 3호에 나뉘어 게재된 조 전 회장의 발언 중엔 차 씨와 낳은 아들에 대한 언급 외에도 여성 탤런트와 벌인 애정행각을 언급한 대목도 나온다.

    “제가 그걸 막고 다니니까 OOO 속 남자 주인공이 조희준이라고 소문이 돌았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OOO 존재를 공개하게 된 거예요. OOO이가 미국 갔을 때 제가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4년간 한 달에 5000달러씩 생활비 도와줬어요.”

    차 씨는 A군 출산을 위해 미국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조 전 회장이 한동안 매달 1만 달러씩 보내줬지만 2004년 이후 송금이 끊겼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전 회장이 차 씨에게 매달 돈을 보내지 못한 건 매달 5000달러씩 생활비를 도와줘야 할 여성이 또 하나 생겨서였을까. 조 전 회장의 얘기에 따르면 차 씨 외 다른 여성은 매달 5000달러씩 4년간 총 24만 달러를 생활비로 받은 셈이다. 2003년 3월 이후 그해 12월까지 매달 1만 달러씩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차 씨에 비해 다른 여성은 그 두 배가 넘는 생활비를 받은 셈이 돼 조 전 회장의 과거 발언은 위자료 청구 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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