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률 높이는 데만 관심 집중… 방역 위험 초래 우려
AZ 1차 접종 후 석 달 대기… 변이 바이러스에 당할 수 있다
‘접종 속도전’에 소외된 60세 이하 만성질환자… 백신 공정성 깨졌다
접종자만 노마스크… 백신 못 맞는 어린이·청소년 상처 어떻게 보상하나
섣부른 방역 완화… 가을 대유행 걱정된다
AZ 맞은 30대 사망, “영국도 안 놓는데 우리나라는 왜…”
집단면역, 일상 회복은 내년 봄 이후에 가능할 것
[박해윤 기자]
“지금 노마스크는 안 된다”
김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감염병 전문가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당시 정부 자문위원을 맡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 때는 즉각대응팀장으로 방역 최전선에서 뛰었다. 김 교수에게 ‘야외 노마스크 허용’ 정책이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지금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독려하는 이유가 뭔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백신접종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백신접종률 높이겠다고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정책을 펴면 되나.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그는 “정부가 이 아이디어를 검토한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 농담이겠지’ 생각했다. 그만큼 말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가 첫째로 문제 삼는 건 현재 우리나라 백신접종률이다. 보건복지부가 5월 26일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에 따르면 ‘예방접종 완료자’는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사람’이다. 6월 15일 0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6.4%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7월 초가 돼도 국내 코로나19 접종 완료자 비율은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마스크는 감염 확산을 막을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시곗바늘을 작년 초반으로 돌려보자.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미증유의 감염병이 지구를 뒤덮자 서구권 국가 상당수가 대응 방법을 몰라 허둥댔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조차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때 세계의 이목을 끈 게 ‘K방역’이다. 서구 전문가들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유행을 비교적 잘 통제한 비결 가운데 하나로 ‘마스크 착용’을 꼽았다. 지난해 4월 미국 CNN은 “아시아의 판단이 옳았을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시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그 결과 감염병의 지역사회 대규모 확산 예방에 큰 성공을 거뒀다.”
세계 깜짝 놀라게 한 K방역 성공의 요체
같은 시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마스크 제작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도 차례차례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던 기존 지침을 수정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최소한 지난해 봄 이후 “공동체 구성원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코로나19 유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건 세계 과학계의 ‘상식’이 됐다. 김 교수는 “이런 변화의 중심에 우리나라가 있다”고 말했다.“한국 감염병 전문가들은 2015년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마스크의 힘을 확인했다. 당시 방역 현장에서 나와 함께 일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등도 마스크가 감염병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나 못지않게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나.
“메르스는 대형 병원 등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속히 퍼졌다.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내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즉각대응팀장’으로서 방역 업무 전반을 총괄했다. 이후 조금씩 메르스가 잡혀가나 싶던 무렵,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 한 대학병원을 다녀간 환자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니 이분이 외래접수 창구, 진료실, 병실 등 병원 곳곳을 돌아다녔다. 엘리베이터도 탔다. 그 과정에서 접촉한 사람이 꽤 많았다.”
- 또 한 번 병원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어 아찔했겠다.
“눈앞이 캄캄했다.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가 2주 정도다. 그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단 하나, 희망을 가질 만한 요소가 있었다. 그 환자가 병원에서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닌 것이다. 바로 그 행동이 기적을 가져왔다. 해당 병원에서 그 환자로 인해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한 명도 안 나왔다.”
- 그 결과가 마스크 덕분이었다고 확신하나.
“그렇다.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시아 지역 방역 전문가들은 사스, 신종플루 등을 통해 이미 마스크의 힘을 확인한 바 있다. 메르스 유행이 확산했을 때 나를 비롯한 보건전문가들이 ‘병원에서 꼭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 힘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입증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건 뒤에도 국내 다른 병원에서 환자이송요원이 메르스에 확진된 일이 또 발생했다. 이분 또한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했고, 그 누구에게도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으로 나는, 그리고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잘 쓰면 감염병 확산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 돌아보면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김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감염학자가 ‘마스크를 잘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 같다.
“그랬다. 초기엔 그런 얘기를 하면 ‘미국, 유럽 보건담당자는 굳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데 왜 우리나라 전문가들만 마스크 타령이냐’고 힐난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과 공동체를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려면 마스크를 쓰시라’고 했다. 무증상, 경증 환자가 많은 코로나19 특성상 마스크를 잘 쓰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봤다. 그 효과가 각종 통계로 확인되며, 결국 다른 나라들도 우리 뒤를 따라왔다.”
성인 60% 백신 접종한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산하는 이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6월 14일(현지 시간) 런던 총리 관저에서 애초 21일 해제하려던 봉쇄조치를 7월 19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최근 공중보건 위기를 맞고 있다. [뉴시스]
“지금 우리 사회를 보자.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무뎌졌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500~700명씩 확인되는데,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미 우리 주위에는 자기가 코로나19에 걸린지 모른 채 생활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들이 마스크를 안 쓴 채 돌아다니다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면 어떻게 되겠나. 코로나19는 여전히 확산 속도가 빠르고, 중증으로 진행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영국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직격탄을 맞으며 ‘선진국’ 체면을 구긴 영국은, 12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국민 접종을 시작하며 반전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백신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확진자 수 급감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1월 한때 하루 7만 명에 이르던 영국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는 5월 1일 1800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6월 9일 다시 7500명을 넘어서며 재확산이 본격화했다. 지금 영국은 또 한 번의 방역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6월 중순 기준 영국 성인 인구의 약 80%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까지 끝낸 인구도 성인의 60%에 육박한다. 이 수치를 믿고 방역지침 완화를 추진하던 영국 정부는 바이러스가 돌연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자 ‘항복 선언’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6월 14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21일로 예정했던 방역규제 전면 해제 시점을 7월 19일로 4주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주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가 50% 증가했다”고도 밝혔다. 확진자가 늘었을 뿐 아니라 병원 입원이 필요한, 즉 코로나19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환자 또한 급증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 의견이다.
- 일단 이 질문부터 해보자. 코로나19 백신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드는 영국에서 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는 건가.
“첫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바이러스 변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오리지널’ 코로나19 병원체에 맞춰 개발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다. 기존 백신이 이 변이에 제대로 듣지 않는 상황에서 방역 의식까지 해이해지니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약 30%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조사된다”며 “시간이 흐르면 이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질 텐데 섣불리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이스라엘이나 미국은 광범위한 백신접종 이후 코로나19를 상대적으로 잘 통제하고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백신접종률이 높은 나라 가운데 특히 영국에서 변이가 크게 확산한 건 사실이다. 영국이 많이 사용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간격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AZ 접종 간격 12주, 변이바이러스에 당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백신접종 방식을 보자. 얀센은 한 번 주사로 접종이 끝난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두 번 주사를 맞긴 하지만 접종 간격이 각각 3주, 4주로 짧은 편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접종 후 11~12주가 지난 뒤 2차 주사를 맞도록 설계돼 있다. 약 3개월에 이르는 시간이다. 김 교수는 “백신 1차 접종만으로는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충분히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방역 의식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심지어 우리 정부는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마스크를 벗게 해주겠다고 한다”며 “그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을 계기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간격을 8주로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우리가 가진 백신을 더 많은 사람에게 맞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접종 간격을 넓게 두는 방식이 바람직하게 여겨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지금은 2차 접종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베타변이’ 예방 효과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1회 접종 시 효능은 더욱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 이 변이가 한국에서 확산할 경우 코로나19 방역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수없이 강조한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적어도 인구의 70%가 코로나19 중화항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인구 70%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부족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백신접종률은 10%가 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얀센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예방 효능이 66% 수준이다. 화이자 모더나를 2회 접종했을 때 각각 기대되는 95%, 94%에 비해 크게 낮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임상시험(62.1%)과 미국 임상시험(76%) 결과가 다소 다르다. 이 네 개 백신 평균을 내보면, 아무리 좋게 봐줘도 85% 정도 될 것이다. 우리 국민 70%가 중화항체를 가지려면 인구의 82%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 그사이에 코로나19 백신 효능을 크게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면? 백신접종률을 더욱 높여야 한다. 인구의 100%, 심지어 150%가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지금 해외 선진국이 ‘부스터샷’ 접종 얘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미국, 이스라엘 등은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추가로 ‘변이 대응용 백신’을 맞도록 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금 세계 코로나19 상황이 이렇다.”
김 교수는 “충분한 백신접종을 통해 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돼야, 비로소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연대’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 갈라치기’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5월 26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연대의식을 깨뜨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코로나19 백신 양이 충분하지 않다. 백신을 정말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40, 50대 만성질환자가 그렇다. 암,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질환 등을 가진 사람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들은 이제나저제나 백신접종 기회만 기다린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에서 들여온 얀센 백신을 젊은 남성에게 우선 배정했다. 백신접종률 상승 목표를 이루려고 당초 세운 ‘고위험군 우선 접종’ 원칙을 깨뜨린 것이다.
지금 코로나19가 무서워 집 밖에도 제대로 못 나가는 만성질환자 처지에서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이겠나. 백신접종이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이 먼저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벗은 채 돌아다닌다?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김 교수는 “위기가 벌어지면 사회적 약자부터 보호하는 게 국가의 할 일”이라며 “그런데 우리 정부는 사회 구성원을 ‘백신 맞은 1등 시민’과 ‘백신 안 맞은 2등 시민’으로 갈라치기하면서 접종 기회조차 얻지 못한 약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국민 상당수를 차지하는 어린이, 청소년, 임신부 등이 현재 코로나19 백신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1년 넘게 마스크 착용에 대한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이제 마스크를 일종의 생명줄처럼 생각한다고 들었다. 밖에 다니다 마스크가 잠시 벗겨지기라도 하면 ‘내가 죽게 되는 것 아닐까’ 하며 엉엉 우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며 “그런 어린이들이 7월 이후 거리 곳곳에서 마스크를 안 쓴 채 돌아다니는 어른을 보며 느낄 충격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7월부터 제주도, 동해, 서해, 그리고 전국 각지 놀이공원에 마스크를 안 쓴 젊은 사람이 돌아다닐 거다. 그 옆에서 아이들은 더위를 참은 채 마스크를 쓰고 버텨야 하는 거다. 이 아이들이 백신접종을 거부했나. 아니다. 임상시험 결과가 없어서, 또는 정부가 아직 청소년 접종을 허용하지 않아서 ‘못’ 맞은 거다. 그런데 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주나. 그 이유를 묻는 아이들에게 부모나 교사가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나.”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앙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연대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한국 상황에서 정부의 ‘노마스크 인센티브’ 정책은 공동체를 분열시켜 코로나19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바람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다. 최소한 백신이 국내에 충분히 공급될 때까지, 그래서 국민이 자기 선택에 따라 백신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시행을 미뤄야 한다는 게 김 교수 의견이다.
그는 “최근 화이자, 모더나 등이 빠른 속도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적 백신 가뭄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백신접종 확대,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동체 의식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다고 해서 당장 7월부터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지는 않을 수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선 바이러스 확산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문제는 기온이 내려가고 공기가 건조해지는 가을 이후다. 지난해 겨울,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떠올려보자. 얼마나 많은 분이 손도 제대로 못 써보고 죽음을 맞으셨나.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고위험군 위주로 백신접종을 확대하면서 방역 고삐를 풀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11월 집단면역 환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9월 위기를 방어할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김 교수가 한 가지 더 주문한 게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 방식 백신의 접종 대상 연령을 높이는 것이다. 6월 16일 우리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30대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진단을 받고 숨졌다. 국내 최초 사례지만,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해당 부작용 발생 위험을 경고해왔다. 김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모국(母國)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도 30대에게는 그 백신을 놓지 않는다”며 “상당수 나라가 60세 이상에게만 사용하는 백신을 왜 우리는 젊은층까지 맞도록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내에 TTS를 확진할 수 있는 검사기관이 한 곳뿐인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아까운 생명을 또 잃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지금이라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접종연령을 높여야 한다. 또 일선 의료기관에 부작용 증상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TTS 대응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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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