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자체, 수자원공사 역할 ‘모호’
금강청 “지자체에 예산 주고 업무 위임”
세종시 “민원 받고 일단 수거… 우리 업무 아냐”
水公 “식생 죽는 겨울철 집중 수거할 것”
환경 전문가 “하천 쓰레기, 바다 거쳐 인체로”
“공사 현장에서 주로 쓰는 마대(자루)네요. 모래와 펄(갯바닥의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개흙)이 엉겨 붙어서 굉장히 무겁습니다. 현장에서 어느 정도 세척해서 무게를 줄여야 보트에 실어 수거할 수 있어요. 시민들이 봉사활동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작업 아닙니까.”
10월 15일 오후 2시, 세종특별자치시를 관통하는 금강의 한 하중도(河中島)를 찾았다. 이한림 뱃바람수상레저협동조합 대표가 땅속에서 반쯤 형체를 드러낸 마대를 끄집어내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날 그와 찾은 하중도는 충북 음성군에서 발원한 미호천이 대청호에서 흘러온 금강과 합류하는 지점으로부터 하류 방향 5㎞ 거리에 있다. 길이 100m, 폭 20m 정도인 하중도의 관목과 잡초 사이로 페트병과 폐비닐이 여럿 눈에 띈다. 물기를 머금은 흙이 푹푹 빠져 발 딛기도 쉽지 않다.
10월 15일 세종특별자치시를 지나는 금강의 한 하중도에서 이한림 뱃바람수상레저협동조합 대표(왼쪽)가 쓰레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중식 기자]
“소형 보트로 옮기기에는 역부족”
국가대표 요트선수 출신인 이 대표는 세종시 주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패들보트, 윈드서핑 등 수상스포츠를 강습하고 있다. 실습에 나선 학생들이 수면에 떠다니는 페트병 등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는 금강 쓰레기 수거 자원봉사에 나섰다. 뜻 맞는 수상스포츠 동호인들이 힘을 합쳐도 하중도의 쓰레기 수거는 쉽지 않다. 이 대표는 “플라스틱 식품 용기나 페트병 등 생활 쓰레기가 가장 많지만, 공사 자재처럼 큰 폐기물도 적잖다. 특히 여름철 홍수가 나면 공업용 하수관이나 가전제품도 쓸려 내려 온다”며 “접근이 어려운 하중도의 쓰레기를 자원봉사자들이 소형 보트로 옮기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하중도는 말 그대로 ‘강 한가운데 섬’이다. 하천 중간 중간 유속이 느려지는 곳에 모래 등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다. 한강의 밤섬(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국내 대표적인 하중도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수생태계 현황 조사 지침’에 따르면 하천 생물다양성은 기본적으로 물 흐름의 다양성에 의해 결정된다. 물 흐름 다양화를 유발하는 하중도, 사주, 바위 등이 많을수록 하천 건강성을 높이 평가한다. 하중도가 여럿 생기면 하천 각 구간마다 유속이 달라지고 수초 등 서식처가 늘어 생물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찾은 하중도에서도 동물의 발굽 자국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4대강 보 개방 후에 금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하중도가 여럿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중도 형성을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생태계 복원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 모니터링 중간결과’에서 “장기간 보를 개방했던 금강·영산강 구간의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자연성을 회복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하중도 등 생물 서식 공간이) 다양한 육상생물의 서식·번식 및 휴식지 기능을 하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세종시 금강보행교 공사 현장 인근 수면의 쓰레기. [홍중식 기자]
세종시를 지나는 금강 하중도에 방치된 쓰레기. [홍중식 기자]
“4대강 보 개방 후 하중도 여럿 생겨”
‘생태계의 보고’라는 하중도가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뭘까. 하천을 관리하는 정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기업 간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 금강 등 국가하천(유역면적 200㎢ 이상, 다목적댐 하류의 배수영향구간 하천)의 관리 주체는 국토교통부(국토부)다. 다만 국토부의 하천 관리는 제방 설비 등 수해 방지 위주로, 수질 관리·생태계 보호 등은 환경부(금강은 금강유역환경청)가 관장한다. 하천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환경부가 국가하천 관리 전반을 이관받는다.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은 하천법 92조(권한의 위임·위탁)에 따라 하천 관리 업무 일부를 지자체에 이관하고 있다. 많은 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쓰레기 수거가 대표적이다. 금강청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금강청이 하중도를 포함한 금강 수계의 생태계 전반을 관리한다. 하천에 쓰레기가 유입되면 수거 자체는 대개 (업무를 위임받은) 지자체가 맡는데, 쓰레기가 상류에서 내려 온 것인지 해당 지자체에서 발생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어 (각 지자체 간)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다. 그 때문에 환경부가 각 지자체에 수거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세종시는 금강청으로부터 한 해 예산 1억3600만 원을 받아 금강의 쓰레기 수거에 투입하고 있다. 다만 세종시가 위임받은 업무는 하천변 육상 쓰레기 수거에 국한한다. 수면에 부유하는 쓰레기는 환경부 산하 공기업 한국수자원공사가 ‘수면(水面)관리자’로서 처리한다. 하천에 유입된 쓰레기가 하중도에 ‘상륙’하면 어느 기관이 처리해야 할지 아직 뚜렷한 기준이 없다. 세종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4대강 보를 개방한 후 하중도가 여럿 생기면서 (하중도 쓰레기) 문제가 시작됐다. 하중도에 쌓인 쓰레기를 어느 기관이 수거해 처리해야 할지 애매하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당장 (쓰레기를 수거하라는) 민원이 들어오면 지자체 차원에서 일단 쓰레기를 수거한다. 금강청이나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육지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쓰레기를 최대한 수거하고 있다. 다만 엄밀히 말해 모두 세종시의 업무는 아니므로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 하중도는 배 타고 들어가야 하고 지반이 약해 작업자의 위험도 높다. 자연성을 회복한 하중도를 어떻게 보존·관리할지 연구 용역을 맡겨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야생동물에 절대적 위협”
세종시를 지나는 금강 하중도 곳곳에 동물 발자국이 나 있었다. [홍중식 기자]
하천과 하중도에 방치된 쓰레기는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까.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 전문가는 “사람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야생동물에게는 위협적이다”라며 “(야생동물이) 페트병이나 비닐 조각을 먹고 폐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하고 말했다. 그는 또 “하천에 방치된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결국 하류를 거쳐 바다로 떠내려간다”며 “플라스틱 폐기물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될 경우 해양생물을 거쳐 인간의 몸속으로 돌아온다. 생태계의 총체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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