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시마당

황색선을 넘나들며

  • 민병문 소방위

    입력2022-01-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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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벨 위에
    모포를 깔고
    선잠을 청한다
    가느다란 수화기에
    숨 가쁜
    황색선을 넘나들며
    검붉은 안개 속으로
    가냘픈 수관(水管)에 호흡을 기댄 채
    작다란 신음 속으로 몸을 던져

    축 처진 숯덩이 위에
    허기진 가슴 속으로
    새벽의 허허(虛虛)름이 스며들어
    텅 빈 포도(鋪道) 위를 질주하며
    무게를 비운 차 안에서
    볕 아래 코 고는 이들을 떠올리며
    또 다른 삶에 서서
    동경(憧憬)의 눈길을 차창에 드리우고

    찬란한 아침을 뒤로한 채
    무거운 눈꺼풀을 부추기며
    밤낮을 물과 불 사이를 오가며
    이십사와 자정의 선상에서
    나만의 흥분을 토닥이며

    교대타임
    청사 안 창가에 서서
    저쪽으로 출근하는
    행렬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본다


    민병문 소방위
    ● 1962년 강원도 영월 출생
    ● 1991년 경기도 안산소방서 소방공무원 입직
    ● 2021년 10월 첫 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 발표
    ● 첫 시집 관련 수익 전부 소방관 유족 돕기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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