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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1.5%에 돈 빌려준다는데 정부는 3~4% 받아라”

정부의 소상공인 2차 긴급대출 이상한 셈법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은행은 1.5%에 돈 빌려준다는데 정부는 3~4% 받아라”

  • ●중·저신용 소상공인 위한 1차 긴급대출 6일 조기 마감
    ●한 달 대출 지원 공백에 소상공인들 ‘울상’
    ●금융위 “가수요·은행 부담 이유로 금리 2배 이상 인상”
    ●은행 “정부 지원 유지되면 기존 금리도 부담 없어”
    ●전문가 “금리 인상보다 사후관리로 가수요 방지해야”
5월 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지원센터 서울중부센터 벽면에 소상공인진흥공단 경영안정자금 접수 마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5월 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지원센터 서울중부센터 벽면에 소상공인진흥공단 경영안정자금 접수 마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1차 긴급대출이 갑자기 중단돼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달 말 개시할 2차 긴급대출 금리를 1차 때 1.5%보다 2배 이상 오른 3~4% 수준(중신용등급 기준)으로 정해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더욱이 2차 대출 담당 시중은행 관계자들조차 “1차 때처럼 2차 금리 또한 1.5%로 하는데 부담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도 유독 금융위원회만 가수요자 발생 우려 때문에 3~4% 금리를 고집하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문제는 2월 13일부터 시작된 소상공인 1차 긴급대출 프로그램 총 16조4000억 원의 재원 중 중·저신용등급(4~10등급) 소상공인에게 배정된 10조9000억 원(기업은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담당, 각각 최대 3000만 원·1000만 원까지 대출)이 신청 폭주로 5월 6일 조기 마감되면서 시작됐다. 시중은행 대출지원(5조5000억 원, 최대 3000만 원까지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처지가 양호한 고신용자(1~3등급)를 대상으로 해 몰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1% 이상 금리가 싸기에 이마저도 곧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사이 대출 금리 2배 이상 인상

중·저신용등급 무담보 대출 예산이 조기 고갈되자 정부는 10조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5월 18일부터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1차 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고정금리 1.5%로 무담보 신용대출이 이뤄졌는데, 각 대출기관이 입는 이자 손해 분(은행 부과 금리 –1.5%)의 80%를 정부가 1년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출기관 처지에선 평상시 대출 이자의 20%를 손해 보는데다 대출 1년 후 대출연장 시 고정금리를 깨고 다시 원상회복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에 반해 2차 대출의 경우는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이뤄지는데, 국가가 원금의 95%를 책임지는 국가 신용보증 방식이다. 대신 이자가 중신용등급 기준으로 2배 이상인 3~4%로 뛴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이자는 더 올라가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의 경우 1차 때보다 3배 이상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높은 소상공인의 경우 금리가 주택담보금리 수준(2.7%~2.8%)까지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금리보다 싸지면 당장 돈이 급하지 않는 사람까지 너도 나도 돈을 빌리려고 나서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출의 경우 은행 처지에선 돈 떼일 염려가 사라져 좋지만 5%의 원금 리스크에 대한 부분과 일반 신용대출 금리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한다. 

소상공인들 역시 현 상황이 마냥 탐탁하지만은 않다. 2차 대출 심사가 25일부터 시작되고 실질적인 대출은 28일 이후가 돼야 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대출 공백이 최소 20일, 최대 1개월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하루하루가 힘든 소상공인의 불만 역시 폭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불교 용품점을 운영하는 김모(79) 씨는 “20일을 기다리라는 건데 요즘 같은 때는 그 시간이 너무 길다. 한시가 급해 정부 대출을 기다릴 수 없어 시중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 용품점은 46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 서울시의 ‘오래가게’에도 선정된 곳이다. 김씨는 요즘 장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종교집회가 위축되며 김씨 가게 역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5평 남짓한 가게의 임대료는 월 300만 원. 3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 매출로는 임대료는커녕 29만7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기도 벅차다고 한다. 그는 “아직 건물주가 사정을 이해해주지만 언제까지 선의에 기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선거가 끝나니 금리가 올랐다”

4월 4일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지원센터 서울중부센터 계단에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4월 4일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지원센터 서울중부센터 계단에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정부의 2차 대출 금리가 1차 때 1.5%에서 3~4%로 폭증한 것과 관련해서는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1차 때는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1.5%로 고정돼 있던 대출금리가 2차 때는 중신용등급(4~6등급) 기준으로 3~4%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1~3등급과 7~10등급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차 때보다는 금리가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저신용등급에 속하는 김모(58·의류매장 운영·서울 종로구) 씨는 “워낙 대기자가 많아 1차 대출을 못 받았는데 단 며칠 사이에 이자를 2배 이상 올리다니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고, 공평무사해야 할 정부가 할 일도 아니다. 물론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보다는 이자가 훨씬 싸긴 하다. 하지만 매번 대출 때마다 대출이자를 2배씩 올리는 식이면 2차 대출 때는 생활방역이고 뭐고 밤을 새며 대출 신청하려는 사람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밝혔다. 

형편이 좀 나은 고신용등급에 속하는 신모(36·호프집 경영·대구 수성구) 씨는 “국가가 국민 간에 차별과 모럴 헤저드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1차 대출 때는 1.5%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고 했는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차 때부터 국가가 원금의 95%까지 보장해주는 무담보 대출을 해준다고 한다. 이건 숫제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돈을 빌려 줄 터이니 떼먹어도 좋다는 말로 들린다. 우리 같이 주택 등 제공할 담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금리 3~4%의 정부 지원책은 메리트가 없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7%인데 떼먹을 생각이 아니라면 누가 더 비싼 이자를 물고 나랏돈을 빌리겠느냐. 그리고 총선을 치르기 전에는 1.5%로 대출을 해주더니 총선이 끝나자마자 금리를 2배를 넘게 올렸다. ‘정치 쇼’에 당한 기분이다.”


은행은 괜찮다는데…

그렇다면 정부가 이런 비판을 감수하고도 2차 대출의 금리를 1차 때의 무려 2배 이상 올린 이유는 뭘까. 기재부 관계자는 “충분히 담보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국가 보증(95%)을 이용해 빌린 돈을 떼어먹으려는 모럴 헤저드를 막고, 당장 급하지 않는 돈을 빌리려는 가수요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1.5% 고정금리는 너무 낮다. 1년간 손해 본 대출이자 80%를 보전하는 방식은 대출기관의 손해가 크다. 3~4%로 올리고 대출원금을 95%를 보장하는 것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주장에 대해 정작 2차 대출을 담당하는 대출기관에서는 “두 방식 모두 은행이 손해를 보는 것이지만 1차 대출 때처럼 1.5% 이자를 2차 대출의 조건에 적용해도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소상공인 역시 은행의 주요 고객이다. 이들과 선순환적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1.5% 초저금리 대출을 하는 것이 수익을 크게 저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B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은행에서는 기부 활동과 착한 임대료 운동 등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정부가 80%의 금리차를 보전해주는 1.5% 초저금리 대출이 유독 부담이 된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C은행의 관계자는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1.5% 초저금리 대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부분이 있고 저금리의 필요성에도 공감하는 측면이 있어 해당 방식이 부담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 지원, 후 심사 방식’으로 가수요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출 금리 인상이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에 빠진 사람을 봤으면 다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구해야 한다. 단순히 가수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선제적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 저금리로 우선적으로 대출해준 뒤 가수요에 대해 사후 관리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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