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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규제 사라지면 신용카드 망한다

“간편결제 지급 수단 중 하나로 전락할 것”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간편결제 규제 사라지면 신용카드 망한다

  • ● “43개 업체 50개 서비스…하루 602만 건 거래”
    ● 전년 대비 일평균 건수 56.6%, 금액 44.0% 늘어
    ● 현재 간편결제 80% 이상이 신용카드 연계
    ● 규제 완화하면 카드사 제휴 필요 없어져
    ● “전문 지급 결제 회사로 진화 모색해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스마일페이, 쿠페이. 그야말로 페이 전성시대다. ‘ㅇㅇ페이’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네이버페이’처럼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브랜드명을 수식어처럼 붙이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 등 전자 장치에 결제 정보를 미리 등록한 뒤 정해진 곳에서 간단한 인증만으로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한 데다가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 역시 일상생활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업체뿐 아니라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쿠팡 등 유통업체까지 가세하면서 페이 시장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활성화한 간편결제 서비스로 평가받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는 각각 3000만 명에 달한다.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나 쿠팡의 쿠페이는 1400만~1500만 명가량이다.

일평균 602만 건, 전년 대비 56.6% 늘어

간편결제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에게 생소한 용어였다. 그러다 2014년 이후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등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간편결제 시장은 2016년 이후 급성장했다. 2018년 기준으로 총 43개 사가 50종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 실적은 602만 건, 1745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6.6%, 44.0% 늘었다.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포털 업체들이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찍부터 대규모 회원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려 했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결제와 송금 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핀테크 사업부를 카카오페이로 분사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편의점 등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지난해 7월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하며 금융 사업을 본격화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사용자가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다 쌓은 페이포인트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결제를 한 뒤 받은 포인트를 예·적금 등 투자 상품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간편결제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포털 자체의 영향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충성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 소비자는 한곳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이트에서 쇼핑도 하고, 송금도 하고, 검색도 하면서 머무는 식이다. 

포털업체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간편결제 서비스에 적극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를 자사 사이트에 머물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쿠팡은 최근 사내 간편결제 서비스 운영 조직을 분사해 핀테크 자회사인 ‘쿠팡페이’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자회사를 통해 기존 결제 사업 외에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2016년 로켓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였고, 지난해 5월 명칭을 쿠페이로 변경했다. 쿠팡에 따르면 쿠페이의 사용자 수는 1500만 명 수준이다. 거래액은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에 이어 국내 3위를 기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페이는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결제를 아우르는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커머스 분야 록인(Lock-in·잠금) 효과를 강화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불·할부 결제는 신용카드사만

카카오페이 가맹점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청안식탁’.  [지호영 기자]

카카오페이 가맹점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청안식탁’. [지호영 기자]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페이’의 경우 가입자 수는 1500만 명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온·오프라인 업체들과 지속적인 제휴 확대를 통해 활용도를 높여왔다. 스마일페이는 2014년 서비스 초반까지만 해도 G마켓과 옥션의 전용 간편결제 서비스였지만 2016년부터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등 SPC 그룹을 비롯해 신라 인터넷면세점, 마켓컬리, CJ CGV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쿠페이는 아직 쿠팡과 쿠팡이츠 등 자체 서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확장성이 향후 과제인 셈이다. 

롯데·신세계 등 오프라인 위주 대형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페이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의 경우 엘포인트 회원이 395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로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SSG페이를 운영하는 신세계 역시 2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신세계포인트와 연계할 경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그간 결제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한 실물 플라스틱 카드는 점차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현금 위주 시장에서 플라스틱 신용카드 시장으로 전환한 뒤 다시 빠르게 간편결제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신용카드사들은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이런 변화가 신용카드사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지는 않다. 간편결제 서비스에는 미리 현금을 충전해 두었다가 결제하거나, 은행 계좌를 연동해 두고 돈이 빠져나가게 하는 식의 ‘직불결제’ 기능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신용카드와 연계된 결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에 국민카드 정보를 입력한 뒤 사용하는 식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간편결제의 80% 이상이 신용카드와 연계된 결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처럼 일단 물건을 사고 일정 기간 뒤에 돈을 갚아나가는 ‘후불 결제식’ 소비 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변화가 있을지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카드사에도 득이 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소비자가 활용하는 할부 결제 방식은 신용카드만 보유한 기능인 탓에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카드사들과 제휴가 꼭 필요하다.

‘적과의 동침’, 규제 완화하면 위기

카드사와 간편결제 업체 간 제휴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휴를 통해 만든 신용카드를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라고 한다. 카드 겉면에는 ‘OO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 브랜드가 그려져 있지만, 사실 기존 신용카드사가 내놓은 카드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사용할 경우 포인트 등 혜택을 더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신용카드사가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카드사 입장에서나 간편결제 사업자 입장에서나 회원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서로 간 제휴가 ‘윈-윈’이다. 카드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는 간편결제 사업자들과 제휴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온라인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업자는 카드사를 압도하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시장의 경우 주도권을 유지해야 하지만, 온라인 시장에서는 제휴 확대로 신용카드 비중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신용카드사들도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여러 금융 규제로 인해 간편결제 업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신용카드사들을 필요로 하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점차 간편결제 사업자에 힘을 실어주는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핀테크(Fintech)’ 혁신을 위해 허용해 준 사업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란 금융(Finance)에 기술(Technology)을 입혀 산업을 역동적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용어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 금융 규제에서 벗어나 핀테크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 당국은 간편결제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제도의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지급지시서비스업(PISP)이다. 특정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하면 소비자가 보유한 모든 은행 계좌를 통해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간편결제 업체들이 PISP 사업자가 되면 금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신용·체크카드를 특정 간편결제 서비스에 따로 등록하지 않아도 인터넷 쇼핑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네이버에서 쇼핑을 한 뒤 본인의 신한은행 계좌 잔액으로 결제하도록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나 카드사는 관여할 수 있는 게 없다. 간편결제 업체는 일일이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맺기보다 PISP를 확대하려고 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사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게 여러 면에서 낫기 때문이다. 

한 간편결제 업체 관계자는 “PISP가 시행되면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 서비스보다는 기존 금융사와 제휴하지 않아도 되는 직불결제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주도권 약화할 수밖에”

간편결제 업체들에 소액에 한해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꾸준히 검토되고 있다. 후불결제란 결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대금을 내도록 하는 것으로 사실상 신용카드와 같은 기능이다. 단, 소액에 한정해 허용해 주는 방식이다. 리스크 관리 어려움 탓에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신용카드사들이 당장 간편결제 업체들과 제휴에만 만족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가 아직까지 대세이긴 하지만 점차 간편결제 서비스에 포함된 여러 지급 수단 중 하나로 위상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래 고객인 젊은 층은 이런 방식을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카드사의 주도권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태준 실장은 “다양한 고객 맞춤식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해 금융업권과 핀테크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면서 “카드사는 지급수단을 결정하는 주체가 고객이라는 점을 인지해 기존 고객 이탈 방지와 새로운 고객 유인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통적 카드 비즈니스 외에도 전문화된 지급 결제 회사로의 진화를 모색해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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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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