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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신세계百 쇼핑에 유통업계 앞다퉈 반색하다

[유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尹 대통령 신세계百 쇼핑에 유통업계 앞다퉈 반색하다

  • ●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백화점 방문 처음
    ● 백화점·대형마트 숙원, 규제 완화
    ● 유통산업발전법, 전통시장 수혜 효과 낮아
    ● 롯데·신세계 대규모 투자 발표에 화답?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 이후 첫 주말인 5월 14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한 신발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왼쪽). 대선후보 시절인 1월 8일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시민제공,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 이후 첫 주말인 5월 14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한 신발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왼쪽). 대선후보 시절인 1월 8일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시민제공, [국민의힘]

재래시장은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찾는 상징적인 장소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데다 정치인이 직접 장을 보거나 국밥이나 어묵을 먹으면서 정감 있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어서다.

또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임기를 시작하거나 경기가 악화할 때, 또 정국이 꼬일 때면 찾는 곳이 재래시장이기도 하다. 시장 상인과 악수하면서 서민 유권자를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정치인들이 방문하기 꺼리는 곳도 있다. 바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다. 상대적으로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정치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는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尹 전통시장·백화점 함께 찾는 균형감 보여줘

이를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그 나름대로 파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취임 후 첫 주말을 맞아 전통시장과 백화점을 잇달아 방문하며 주목받았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등 먹을 거리를 포장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초동 자택 인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해 구두를 구매했다.

이날 일정은 대통령실 기자단에는 사전 공지가 되지 않은 비공식 일정이었다. 실제 윤 대통령이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이야 익숙한 풍경이지만, 백화점을 들른 건 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에서는 이슈가 됐다. 특히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직후 재래시장뿐 아니라 백화점까지 찾은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규제 완화의 시그널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반응이 나왔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통령이 백화점 쇼핑을 권한 건 아니었더라도, 전통시장과 백화점을 함께 찾았다는 건 ‘균형감’을 보여주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올해 초 대선후보 시절에는 대형마트인 이마트 점포를 직접 찾아 카트를 끌고 장을 보기도 했다. 사실 대형마트를 찾는 건 이제는 충분히 서민적(?) 일상으로 볼 수 있지만, 정치인들에게는 공식적으로는 피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더불어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의 이마트 행보에 “특정 대기업 대형마트 장보기”라며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마음은 생각해 봤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취임 후 백화점 쇼핑에 대해서도 “한가롭게 쇼핑을 했다”며 비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통령이 드디어 ‘대기업 대 골목상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그간 유통산업을 옥죄던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규제 완화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기존 전통 유통업체의 숙원이다. 대표적인 규제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등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한다. 또 영업시간 제한(자정~다음 날 오전 10시)을 지키고 있다. 전통시장 1㎞ 이내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해 3000㎡ 이상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신규 점포를 내지 못했다. 이런 제도를 만든 건 대형마트와 같은 대기업이 전통시장 상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혜는 전통시장 아닌 온라인 쇼핑몰이…

시장의 흐름은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소매업 총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5%였는데, 지난해 8.6%로 지속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비중이 주는 만큼 전통시장이 살아야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 비중 역시 2012년 40.7%에서 지난해 32.2%로 뒷걸음질했다.

대신 온라인과 홈쇼핑 등이 포함된 무점포소매업의 시장점유율이 같은 기간 13.8%에서 28.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 상권을 보호하지 못한 대신 쿠팡이나 동네의 대형 식자재 마트를 살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2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무 휴업 등으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소비자는 28.1%에 달했다.

전경련이 올해 초 실시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는 58.3%의 소비자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거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물론 전경련이 대기업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여론이 이 규제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에 맞서 온라인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2012년 법제처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온라인 영업에도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결국 대형마트는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업체들이 이른바 ‘새벽배송’에 공을 들이는 사이 규제 속에서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예를 들어 이마트나 롯데마트의 경우 수도권 등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출발하는 ‘새벽배송’은 가능하지만, 도심 곳곳에 위치한 점포에서 출발하는 배송의 경우 한 달에 두 번 있는 의무휴업일에는 불가능했다. 물론 영업시간 제한도 지켜가며 배송해야 했다.

이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서울, 수도권 지역의 경우 이 권역에 새벽배송 물류 시스템을 갖춘 쿠팡과 마켓컬리 등 여러 서비스를 골라서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외 지역들의 경우 새벽배송이 한동안 ‘남의 일’일 뿐이었다.

새벽배송이 다루는 신선식품의 경우 콜드체인 시스템이 갖춰진 물류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 권역을 확충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업계 선두 주자인 쿠팡이나 컬리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전국 곳곳의 점포를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규제 탓에 그러질 못했다.

그간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돌리려는 건 사기업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당연한 행보이긴 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듣지 않았고, 소비자의 반응도 시원찮았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의무휴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데다 전통시장이 쇠락하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심지어 국회에선 되레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영업규제 대상을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 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전통시장에서 1㎞ 내에 대형마트를 새로 짓지 못하게 하던 것을 20㎞로 더욱 확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사실상 대형 점포의 출점은 불가능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윤 대통령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찾는 행보를 보이니 유통업계에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해 보일 수밖에 없다.

‘골목상권 vs 유통 대기업’은 낡은 구도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과정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내걸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광주에 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가 소상공인 보호 등 반대 여론에 부딪혀 사업을 철회한 바 있다.

특정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이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 이슈를 꺼내 들면서 유통산업발전법도 새삼 주목받았다. 이 규제가 전제로 하는 ‘골목상권 대 유통 대기업’이라는 틀이 이제는 낡았다는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다.

오프라인 업체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 기업들도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바로 지난해 문재인 정부 시절 발의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안이다.

온라인플랫폼 업체가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중개거래계약서 교부 의무 부여와 계약 해지 또는 서비스 중지 시 사전 통지 의무, 불공정거래행위 기준 마련, 손해배상책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어 플랫폼 업체가 상품 노출 순서 결정 기준 등 필수 기재 사항을 포함한 계약서를 입점 업체에 교부하도록 하는 식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가운데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필요한 규제로 여겨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복·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스타트업 성장 저해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기존 산업에 적용하는 방식의 규제를 만들게 되면 산업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와 관련 “규제 강화가 꼭 능사는 아니다”며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 수준을 높인다는 목적에 집중해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제로 베이스에서 신속하게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실’에 맞는 정비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가 이어지는 데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5월 10일 취임식에는 유통업계에서만 롯데와 신세계, CJ, GS, 쿠팡, 컬리, 오아시스, 우아한형제들 등의 여러 기업인이 참석해 기대감을 높였다.

대기업·골목상권·온라인 상생 환경 마련해야

기업들 역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유통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와 신세계가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롯데의 경우 5년간 총 37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고, 신세계 역시 같은 기간 2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먼저 롯데는 8조1000억 원가량을 유통 사업군에 투자할 예정이다. 롯데는 서울 상암과 인천 송도, 대구 수성구 등에 롯데몰을 개점하는 등 백화점과 복합 쇼핑몰 개발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신세계의 경우 20조 원 중 절반 이상인 11조 원을 오프라인에 쏟아붓기로 했다. 2023년 완공 예정인 스타필드 수원과 올해 공사에 돌입할 예정인 스타필드 창원, 2024년 준공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 등이다. 점포 신설은 물론 기존 점포에 대한 리뉴얼에도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윤 대통령도 일단 기업의 이런 움직임에 화답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5월 30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주요 기업이 5년간 1000조 원을 투자하고 30만 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큰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새 정부가 시장 자율을 경제정책의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불합리한 규제 완화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기업과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동아 2022년 7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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