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핵에는 핵? 압도적 대량응징보복능력으로 核억제 가능

  • 조성렬 前 駐오사카 총영사

    입력2023-02-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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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레진스키가 경고한 ‘한반도 리스크’ 현실화

    • 향후 5년이 대만 운명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

    • 태평양·인도양으로 나아가려는 習황제 중국

    • 日 북한 지역 반격은 韓 영토고권 부정 행위

    • 韓, 고위력 재래식 폭탄 다량 보유해야

    한국형 3축 체계. [국방부]

    한국형 3축 체계. [국방부]

    러시아가 형제국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오늘날 지구촌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위험하다. 북한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그의 저서 ‘전략적 비전’(2012)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퇴할 경우 지정학적 위기에 처할 나라로 조지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파키스탄, 이스라엘, 한국, 타이완 등 8개국을 들었다.

    조지아와 아프가니스탄은 각각 2008년, 2001~2021년 전쟁을 겪었고 우크라이나는 2014년 크림반도 상실에 이어 2022년 2월부터 전쟁 참화에 시달리고 있다. 벨라루스는 선명한 친러 노선으로 참화를 피했다.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독자 생존의 길을 걷고 있다. 남은 두 나라가 바로 한국과 대만으로 현재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집단안보체제를 표명하는 유엔(UN)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북한 핵문제, 대만 위기의 해결에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강대국 권력정치를 완화하고 완충지대 역할을 할 자유주의 국제질서 구상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집단방위 성격의 기구들이 힘을 얻고 있다. 남북 간 기존 합의들이 도전받고, 주변국에 의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증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대만의 운명은?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 ‘전면적 소강사회’ 달성을 선언한 데 이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인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은 시진핑 주석의 4연임 여부를 결정짓는 제21차 당대회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혀 2027년까지 향후 5년이 대만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이에 앞서 중국은 2010년까지 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보르네오를 잇는 제1도련선 안쪽의 제해권, 2020년까지 오가사와라~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로 연결되는 제2도련선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2040년까지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미 해군을 억제할 수 있는 지배적 역량을 확보한다는 도련전략(島連戰略)을 수립했다. 중국이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 DF-26을 실전배치하는 바람에 2020년에 미 전략폭격기들이 본토로 철수하는 등 제2도련선도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중국은 일찍이 남중국해에 구단선(九段線)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뒤 이를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은 구단선이 영해인지 배타적경제수역(EEZ)인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은 가운데, 그 안의 암초에 인공섬을 만들고 공항과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같은 주변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는 구단선이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으나 중국은 판결에 강제성이 없다며 무시하고 있다. 이를 명분으로 미국은 이 해역에 수시로 군함을 파견해 항행의 자유를 실력으로 구현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한국이 수입하는 석유와 원부자재는 물론 수출품 대부분이 지나가는 해상교통로(SLOCs)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지거나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구단선을 무력으로 관철해 제해권을 장악할 경우 우리의 해상교통로는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현재 한국의 해상교통로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 역대 한국 정부가 항행의 자유를 지지해 온 것은 우리의 중대한 국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3년 1월 1일 공개된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현 국제 정세를 신냉전과 다극화로 특징짓고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면서 우리를 겨냥한 ‘전술핵무기의 다량 생산과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핵탄두의 양적 증가와 투발수단의 다양화를 통해 기존의 ‘확증보복’에서 ‘비대칭 확전’으로 핵 태세를 전환하면서 공세적인 성격을 강화했다.

    日, 반격 능력 보유 승인

    문제는 현재와 같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제동을 걸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지지하며, 북한의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져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위기처럼 진영 간의 대립이 첨예화하면서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중·러는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추가제재 결의안 채택뿐만 아니라 안보리 의장 성명에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정-불안정 패러독스’ 개념이 설명하듯, 핵 균형을 이루면 전면전 위험성은 낮아지지만 재래식 분쟁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비대칭 확전 핵 태세를 확립한 북한이 앞으로 재래식 도발의 강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북한은 9·19군사합의를 위반하며 해안포 사격을 실시하고 연말에는 소형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보내는 도발을 자행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강대 강 대응을 시사했지만, 자칫 국지전, 더 나아가 핵무기를 동원한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마저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해 왔지만, 평화헌법을 지지하는 일본 내 여론에 밀려 실현하지 못했다. 그 대신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에 맞춰 안보법제를 정비해 왔다. 미일 가이드라인의 1차 개정 때는 주변사태법을 제정했고, 2차 개정 때는 중요영향사태법·존립위기사태법·무력공격사태법을 정비했다. 이번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안보 문서들을 채택했다.

    일본은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6일 국가안전보장전략과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개 안보 문서를 채택했다. 3개 안보 문서의 핵심은 70여 년간 지속했던 전수방위 원칙을 형해화하고 제한적이나마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적 기지 반격 능력 보유’ 승인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위 예산의 대폭 증액이다. 하지만 일본 내외에서 적 기지 반격 능력 보유가 전수방위 원칙을 규정한 헌법 위반이며, 급속한 방위력 증강은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해 오히려 일본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과 관련해 이번 안보 문서의 쟁점은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표기한 점이다. 이는 2013년의 제1차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단순히 독도 영유권 분쟁이 있다고 기술한 것보다 일본 측 입장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일본이 북한 지역에 반격 능력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혀 한국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부정했다. 이는 2015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논의 과정에서 일본 방위성이 취한 태도와 동일한 것이다. 두 문제는 한국의 주권과 관련된 것으로 양보해선 안 될 사안이다.

    중국에서 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중·단기적인 국익 추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제무역이나 북한 비핵화 등에서 여전히 중국과 협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경제협력, 한반도 안정, 북한 비핵화와 같은 단기·중기적 국익을 포기하는 건 단견이다. 미·중 간 경쟁 양상은 장기전이다. 직면한 현실과 실현되지 않은 장기적 리스크를 잘 구분해야 한다.

    중국은 미·중 경쟁이 더는 확대, 심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 감염병, 북핵 문제와 같은 국제 관심사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18년 6월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 참모부’를 이룬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변심 가능성에 대해 늘 경계해 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추가 제재 동참이든 도발 자제 압력이든 중국이 비핵화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에 대한 투 트랙 전략

    경제협력 면에서 중국은 한국에 제1위의 무역 상대국이다. 정부는 대중 무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차이나+1’ 전략을 지속해 나가고 있지만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한꺼번에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선 인도·태평양 전략을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춘 ‘아세안의 관점’으로 돌려놓되 해상교통로 안전을 추가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또한 최근 30년의 외교적 성과를 계승해 유라시아 전략을 새롭게 제시하고, 새로운 유라시아 전략과 인·태 전략이 균형 있고 조화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장기적인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자강력과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일각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반도 재침 야욕을 거론하기도 하나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한국은 2018년 구매력평가지수(PPP)에 이어 올해 연말쯤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2022년 2월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6위, 일본을 5위로 평가했지만, 올해 1월에는 한국 6위, 일본 8위로 오히려 한국의 군사력이 앞선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위력정비계획(2023~2027년) 기간 일본 방위 예산은 2027년에 이르러 2022년 GDP의 2% 수준까지 급증해 도합 43조 엔(약 40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국방 예산은 331.4조 원으로 일본의 81.2% 수준이다. 하지만 2021년도 한국의 방위력개선비가 국방 예산의 32.2%, 일본의 경우 17.9%인 점을 감안한다면 5년 동안 한국 106조 원, 일본 7.7조 엔(약 73조 원)으로 한국이 군사력 증강에 1.45배 더 지출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일본이 독도를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거나, 북한 영역에 대한 반격 시 한국과 사전 협의를 거부하는 태도는 우리 주권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타협 대상이 될 수 없다. 앞으로도 일본이 위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한일 안보협력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큰 틀에서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하되,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수호한다는 원칙하에서 협력의 범위와 대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국민 67%가 핵무장에 동의

    올해 초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7%가 핵무장에 동의한 것으로 나왔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에 국민 다수가 동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은 반드시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조기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충하고 고위력 재래식 폭탄을 다량 보유해 압도적인 대량응징보복능력을 구축한다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어느 정도 군사적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전통적인 핵억제력 이론은 전쟁을 억제해 핵 사용 가능성을 막는 전쟁이전억제(Pre-war deterrence)가 목적이지만 ‘안정-불안정 패러독스’를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전시억제이론은 비대칭 확전 핵 태세의 북한이 제한전을 계획하고 도발해 오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억제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현실성 없는 얘기를 주장하기보다는 전시억제(Intra-war Deterrence)에 바탕을 둔 현실적인 대북 군사작전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군사적 억제력 확보와 방어력 구축 등 군사 분야의 대책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경직된 북한 당국의 태도로 볼 때 쉽사리 남북대화나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중국의 중재 역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민족의 장래를 생각할 때 포기할 수 없는 정책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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