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헌팅 갔는데 웬 거리두기?” vs “고객 70% 줄어”

‘문전성시 홍대클럽’ vs ‘도산위기 자영업’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4-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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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부비며 춤추는 사람들로 홍대클럽 발 디딜 틈 없어

    • 소규모 PC방 “월 매출 5분의 1 수준, 임차료도 못 벌어”

    • 피트니스센터 “폐업 위기, 귀한 손님한테 마스크 써 달라 못해”

    25일 밤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클럽에서 청년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최진렬 기자]

    25일 밤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클럽에서 청년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최진렬 기자]

    “뒤로 이동해주세요.” 

    4월 25일 밤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A클럽. 입장을 위해 줄을 선 기자에게 한 클럽 경호원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앞 사람과 간격을 넓히라는 취지였다. 

    이 클럽 입구에서는 이용자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체온도 측정했다. 그러나 다중이용시설 방역 지침이 힘을 발휘하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60평 남짓한 클럽 안에 들어서자 사람이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춤을 추는 사람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친 상태였다. 클럽 이용자 상당수가 입장과 동시에 마스크를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담배를 피우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도 보였다. 하지만 클럽 직원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홍대 클럽은 방역지침 예외구역?

    이날 신문‧방송은 4월 18일 부산 한 클럽을 방문한 10대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A클럽 안에서 코로나19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 방문한 홍익대 인근 B클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바닥은 물론 테이블 위에까지 올라가 춤을 추는 통에 한 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었다. 곧잘 인파에 휩싸였고, 주위 사람을 밀치지 않고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클럽을 방문한 젊은이들은 그곳에서 방역수칙을 지키기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4월 26일 홍대 클럽 2곳을 방문한 대학생 김모(25) 씨는 “대부분 헌팅을 목적으로 찾는 곳이라 사람 간 간격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음악이 시끄럽다보니 귓속말로 대화를 하고, 몸이 밀착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 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다른 사람도 금방 감염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3월 22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왔다. 4월 20일부터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 진행 등을 허가하는 완화된 형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정부의 ‘운영중단’ 권고에 따라 문을 닫았던 다중이용시설도 속속 영업을 재개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클럽 등 일부 시설에 손님이 몰리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지침 준수, 현실적으로 어려워”

    22일 오후 서울 한 PC방 모습. [뉴스1]

    22일 오후 서울 한 PC방 모습. [뉴스1]

    반면 일반 자영업 경기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열흘 동안 쉬다 오늘 다시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네요.” 

    4월 27일 서울 중구 한 PC방에서 만난 업주 이모(50)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의 가게는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근처에 있다. 50석 규모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는 월 매출이 1500만 원에 이를 만큼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주요 고객은 인근 건물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이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이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PC방 매출은 급전직하했다. 이씨는 “두 달 째 임대료를 못 내고 있다. 월세가 400만 원인데 벌이는 3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은 건물주도 상황이 어려운 걸 아니까 ‘힘내자’며 위로해준다. 하지만 임차료를 계속 연체하면 쫓아낼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1500평 규모의 한 피트니스센터를 총괄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피트니스센터는 최근 개업 2주년을 맞았다. A씨는 “계획대로라면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때인데 코로나19 탓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피트니스센터 회원은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문제는 최근 석 달간 재등록자가 평월에 비해 70%나 줄었다는 점이다. 반면 월 4000만 원에 이르는 임차료는 꼬박꼬박 나간다. 아직은 직원 월급을 밀리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4월 27일 점심 무렵 방문한 피트니스센터에는 운동하는 사람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직원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일반 회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A씨는 “방역당국 지침대로 하면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1~2m 간격을 유지한 채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귀한 손님’한테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하겠나”라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휴업을 하다 이제 막 다시 문을 열었다. 방역지침을 그대로 지키라는 건 다시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는 만큼 정부는 영세사업장 등 자영업 운영을 차츰 정상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클럽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큰 만큼 방역지침 해제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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