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 현실은 그대로다. 1400조 원의 가계 부채, 1600조 원의 기업 부채, 1000조 원이 넘는 공공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제로에 가까워졌고, 제4차 산업기술혁명의 파고가 조만간 우리 산업 기반인 대량생산 시스템을 무너뜨릴 기세다. 게다가 북한이란 위험비용은 계량하기 힘들고,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낀 상황은 조선 말기를 연상케 한다. 관료 출신인 이홍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현실을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경제와 민주주의의 하모니’라는 책이다.
저자는 경제, 정치, 정부 시스템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퍼즐 맞추기를 시도한다. 경제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경제가 발전하려면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좋은 민주주의는 갑을관계, 중소기업 성장, 비정규직 문제, 사회 안전망 등 온갖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경제가 지속가능하려면 옳은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 게 아니고, 그런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특히 정치 지도자와 정부가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좋은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고, 포퓰리즘처럼 나쁜 민주주의는 경제를 지속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 오리건주립대에서 MBA,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상공부·청와대 등에서 근무했고, 1999년 1급 관리관으로 퇴직한 뒤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에서 경영전략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