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2006년 히트 상품 7대 트렌드

‘준비된 소비자’ 중장년층 겨냥한 ‘심플 융합 명품’ 대박 예감

  • 김해련 아이에프네트워크 대표 ppoppo@ifnetwork.co.kr

    입력2006-02-03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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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이왕 돈을 쓸 바에야 ‘트렌드를 읽을 줄 안다’는 소리를 듣는 게 기분 좋지 않은가. 가까운 미래의 트렌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다. 삼성전자, LG전자, 태평양, 대우자동차, 신세계 등 25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트렌드 컨설팅을 해온 김해련씨가 새해 히트 트렌드 전략을 꼽아봤다.
    1. 중장년층을 공략하라

    2006년 히트 상품 7대 트렌드
    국내 기업의 광고비 지출명세를 살펴보면 예산의 95%가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집행되고 있다. 중년층에 대한 관심은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2010년이면 50대 이상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가 되고, 유럽에선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더욱이 지금의 30∼40대는 자아실현 욕구가 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꺼이 소비하려는 성향임을 감안하면 2010년 이후엔 중년층이 주 소비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머추리얼리즘(maturialism)’이란 말이 있다. 중년층이 자신의 삶을 가꾸는 데 필요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소비 패턴을 의미한다. 2006년에 주목해야 할 트렌드 용어 중 하나다. 40대 이상이 건강과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웰루킹(well-looking)’ 서비스업의 시장 규모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패션 및 화장품 업계, 성형외과, 셀프 다이어트방, 모발관리실, 피부관리 전문점, 네일숍, 요가방 등은 젊게 보이고 싶고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중장년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아 적절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2005년 패션계의 기린아가 된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중년 여성의 웰루킹 심리를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이는 40대 이상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였으나 톱스타 송윤아를 모델로 내세우며 한층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트레이딩 업(trading-up)’해 매출과 수익성 성장률에서 업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젊게 보이려는 중년 여성의 욕구를 잘 끌어안은 덕분이다.

    ‘크로커다일’의 영향으로 여러 패션 업체가 속속 유사한 전략을 펼치며 새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기존 브랜드의 마케팅 방법을 전환하고 있다. 2006년엔 중년 여성복 시장도 이른바 ‘레드오션’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지만 다른 소비재 시장에 비해서는 아직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중년층은 자아실현 욕구의 일환으로 자신이 애용하는 상품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이러한 욕구를 반영한 상품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 가정용품 회사인 세브(SEB)가 하이네켄과 제휴해 선보인 가정용 맥주 제조기 ‘비어 텐더(Beer Tender)’가 그런 예다. 맥주를 직접 만들어 가족과 함께 즐기고, 손님을 접대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이 제품은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독일의 지멘스는 버튼 조작만으로 전문가 수준의 다림질을 할 수 있는 가정용 고급 다리미 ‘드레스맨(Dressman)’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중년에게 스스로 무언가를 새롭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이러한 상품들은 실패를 맛보지 않을 만큼 쉽게, 유용한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뒷받침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히트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급진적으로 표현되는 중년층의 문화 향유 욕구는 곧 중년의 자기만족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과거에 부와 명예, 자녀의 성공이 행복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좀더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기고 부부가 데이트도 하면서 감성적인 풍요로움을 느끼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자기만족 기준의 변화와 주5일 근무제, 기업 접대비 제한 등의 영향으로 중장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폭넓은 문화상품도 ‘대박 상품’으로 부각될 듯하다.

    중년층은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다. 영화든 패션이든 휴대전화든,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중장년층의 새로운 욕구가 흘러넘치는 블루오션을 찾아나설 때다.

    2. 유니버설 디자인이 뜬다

    최근 디자인계의 트렌드 이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이는 젊고 건강하고 판단력 있는 사람뿐 아니라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을 가리킨다. 성별과 연령, 국적,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전세계의’ ‘모든 사람의’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 제품 기획, 디자인, 포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마쓰시타는 2005년 세탁 드럼을 30。기울인 전자동 세탁기를 내놓아 가전업계에 유니버설 디자인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기존의 세로형 세탁기는 키가 작은 사람이 세탁조 바닥까지 손이 닿지 않는 불편함이 있고, 가로형의 드럼식 세탁기는 좁은 집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드럼의 창이 30。 기울어진 드럼식 세탁기를 선보인 것. 이 제품은 경쟁사 제품보다 비싼데도 높은 판매율을 보여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히트 상품으로 선정했다. 마쓰시타는 발상의 전환으로 편리함을 제공한 드럼식 세탁기의 성공에 힘입어 일반 소비자용 제품 238종 중 38종에 유니버설 디자인 전략을 반영했고, 앞으로 그 비중을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쓰시타의 드럼식 세탁기는 키가 작은 사람은 물론 보통 사람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은 일반인에게도 편리하게 마련이다.

    최근 일본의 가전업계와 자동차업계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향후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차별화 전략으로 삼고 있다. 편리성을 중심에 두고, 제품의 모든 영역에서 디자인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면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새로운 디자인이 개발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디자인은 히트 상품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사용설명서를 여러 번 읽어야 하고,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포장이나 상품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 그 사용법이 쉽게 이해되는 편리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 것은 당연하다.

    디자인이 화려해지고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되면서 ‘내 것’임에도 정작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최소한의 기능만 사용하는 제품이 더러 있다. 가령 40세 이상의 경우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 가운데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50세 이상으로 높아지면 통화 이외의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들에겐 최첨단 기능보다는 음성으로 전화를 걸고, 화면에 글씨가 크게 잘 보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50대 이후 중장년층을 위해 문자판 크기를 키운 삼성전자의 ‘이건희 폰’이 히트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그러니 이젠 이미 디자인된 상품을 어떻게 바꿔야 사용자가 편리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3. 효용성과 실용성이 ‘소비 코드’ 핵심

    그간 고급품을 지향해온 애플사는 최근 유용성을 극대화한 ‘아이팟 셔플’이나 ‘미니’ 등 다양한 저가 상품을 출시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무게가 1.3kg에 불과한 ‘맥 미니(Mac Mini)’는 디스플레이어나 키보드, 마우스만 연결하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애플에서는 이것이 매킨토시 보급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휴렛 패커드(HP)에서 나온 ‘Scanjet 4670 시스루 버티컬 스캐너’는 두께가 19mm밖에 안 되고, 베드 자체가 투명해 스캔하는 동안 스캔할 영역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A4 사이즈보다 큰 것을 분할 스캔하기도 쉬워졌다. 화질이 우수하고, 속도가 빠른데다 휴대하기도 간편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6년엔 이렇듯 유용성(usability)이 중요한 트렌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얼마나 쉽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뜻하는 ‘유저빌리티’는, 새롭게 접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나 사용법을 배우기도 어렵고 제대로 사용하려면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하는 현실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근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휴대전화를 마치 휴대용 디지털 복합기로 만들겠다는 듯 경쟁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보태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기능 중 특정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적당한 아이콘을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팟 셔플’을 내놓아 큰 파장을 일으켰듯 앞으로는 작고 가벼워 목걸이처럼 걸고 다닐 수 있고 기본 기능만 충실한, 그러면서 가격은 저렴한 휴대전화가 인기 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다.

    유저빌리티에 집중적으로 기술력을 보강한 구글이 야후를 물리쳤듯 2006년엔 타깃으로 삼은 고객이 그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가장 얻고자 하는 기능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파악하고, 그러한 기능을 더 쉽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

    4. 표적에 따라 새로운 발상으로 융합하라

    2006년 히트 상품 7대 트렌드

    배우 송윤아를 모델로 내세운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중년 여성의 웰루킹 심리를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해 독자 대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지만 실은 허구가 가미된 소설이기 때문이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절묘하게 융합(convergence)한 팩션(faction)으로 흥미를 유발한 것이다. 즉 사실이 주는 현실적 긴장감과 소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둘 다 경험할 수 있어 독자들은 ‘다빈치 코드’의 중심으로 빠져들었다.

    여러 기능을 융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전제품이든 패션이든 광고든 책이든 사회구조적으로 상품의 융합은 가속화할 것이고,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컨버전스가 시도되고 있다. MP3가 내장된 오클리의 선글래스와 버턴(Burton)의 모자, USB 메모리칩이 들어간 빅토리녹스의 다용도 칼, 면도기 기능이 첨가된 휴대전화 등은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청호나이스가 제빙 기능을 융합해 부가가치를 높인 정수기를 출시했다.

    휴대전화나 MP3,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는 영역을 파괴해가며 개인 디지털 복합기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미래에는 휴대전화, MP3, PMP라는 용어 대신 카메라와 MP3 기능이 들어 있는 휴대용 디지털 복합기 ‘카엠’, 손목시계와 MP3가 합쳐진 휴대용 디지털 복합기 ‘워치엠’,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가 결합된 휴대용 디지털 복합기 ‘핸노트’, PMP 기능에 DMB 서비스가 첨가된 ‘피엠비(PMB)’ 그리고 이들 기능이 모두 포함된 ‘올(All)’ 등 다양한 개인용 복합기 세상이 올 것이다

    하지만 표적시장(target market)에 따라 강화되기를 원하는 기능은 확연히 구분된다. 10대, 20대 여성에게는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다양한 포토 기능이나 문자 서비스 용량 확대가 중요할 것이다. 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음악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그리고 다양한 휴대전화 액세서리로 변신하게 만들면서 소구력 높은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면 소비자는 구매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30, 40대 직장인은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PMP 기능에 통신기능, 인터넷 기능이 융합되기를 바랄 것이고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간편한 제품을 선호할 것이다. 이처럼 표적 소비자군(群)에 따라 여러 기능을 잘 융합하고, 정확한 포지셔닝 전략을 세우는 것이 상품전략의 성공 열쇠가 될 것이다.

    IBM의 ‘미래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행태가 갈수록 양극화돼 2010년에는 기본적인 상품의 경우 최저가 공급이 가능한 대규모 유통망을 가진 월마트의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사거나 글로벌소싱(전세계적으로 가장 싼 곳에서 원재료를 구매하고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생산지에서 만드는 것)으로 원가 절감을 극대화한 대규모 생산자의 상품을 사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인지도 높은 명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즉 적당한 가치를 가진 적당한 가격의 상품은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대중과 질적으로 차별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과거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명품이 이젠 생활수준과 상관없이 고급 문화를 향유하려는 욕구의 표현수단이 됐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누구나 상류사회를 동경하며 신델렐라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평범한 여성도 명품 가방 하나 정도는 갖고 있고, 명품을 통해 신분이 상승됐다는 느낌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5. 명품끼리의 결합에 주목하라

    2010년에는 중국에서만도 명품 구매자가 1억명으로 예상될 만큼 명품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명품의 대표적인 세력확장 방법은 상품 라인을 늘려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명품 가방을 주로 판매하던 업체가 의류, 화장품, 보석까지 생산하는 것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패션 아이템이 아닌 다른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반대로 패션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명품이 패션 영역으로 상품 라인을 확장하기도 한다.

    명품 오토바이 메이커인 할리데이비슨은 매출이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GM의 10%에 불과하지만 증권시장에선 기업가치가 GM을 앞서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확실한 포지셔닝 전략으로 일관된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제품을 적절히 조합(mix), 적극적으로 유행을 좇는 젊은 프리미엄 고객의 사랑에 힘입어 매출 및 수익률이 급속히 성장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도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할리데이비슨은 앞으로도 고객의 성향을 반영한 다른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BMW도 패션 용품으로 상품 라인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라인 확장에 성공하는 명품 브랜드는 모두 자신만의 혼이 담긴 디자인과 창의적인 컨셉트, 그리고 이를 인정해주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삼성만의 혼이 담긴 디자인 컨셉트를 만들어내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다고 한다. 삼성의 모든 상품을 하나의 컨셉트로 귀속시키는 것은 무리겠지만, 휴대전화 같은 소비재 상품을 특별한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디자인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 중 눈에 띄는 또 한 가지 특징은 다른 영역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신상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각 명품으로 인정받는 두 개의 브랜드가 오랜 기간 축적한 뛰어난 전문성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명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명품 자동차업체 벤틀리(Bentley)와 스웨덴의 명품 시계 회사 브라이틀링(Breitling)이 만들어낸 ‘벤틀리 브라이틀링’ 시계다. 벤틀리가 자동차 개발을 통해 쌓아온 오랜 기술력과 브라이틀링이 시계 제조를 통해 축적한 정교함이 융합해 상품의 기술집약도를 높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양 브랜드의 유서 깊은 명품 이미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도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뱅앤올룹슨(Bang & Olufsen)과 공동 개발한 최고급 휴대전화 ‘세린(Serene)’을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루이비통이 전화 케이스를 디자인하고, 루이비통 매장에서 판매도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뱅앤올룹슨의 명품 이미지를 통해 세린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양사의 프리미엄 전문매장을 통해 명품 유통망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삼성은 ‘세린’이 매출증대 효과보다는 삼성 휴대전화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에서 전자업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에이서(ACER)사의 노트북 컴퓨터도 주목할 만하다. 에이서는 고급 스포츠카 메이커인 페라리와 손잡고 ‘페라리 4000’이라는 노트북 컴퓨터를 출시했다. 페라리 차체에 쓰이는 카본 파이버 커버를 사용해서 무게는 기존 알루미늄의 절반, 복원력은 스틸의 8배나 되는 외관을 갖췄다. 또한 페라리 스포츠카의 고광택 미러 코팅 기술도 활용해 가볍고 튼튼하고 세련된 제품으로 만들어냈다.

    6. 인스피어리언스族의 마음을 꿰뚫어라

    우리나라 주부들이 남편에게 갖는 불만 중의 하나는 주중엔 매일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주말에는 꼼짝 않고 집 안에만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야 사회생활로 쌓인 피로를 주말에라도 풀지 않으면 어떻게 사느냐, 주말마다 밖에 나가 문화생활을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피곤하다는 불평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밖에 나가지 않고 가족이 함께 즐길 거리는 없을까.

    이러한 욕구를 해결해줄 다양한 상품이 2006년의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인도어(indoor)’와 ‘익스피어리언스(experience)’의 합성어인 ‘인스피어리언스’는 바깥 활동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이 시대의 트렌드를 의미한다. 주 5일 근무제의 확산, 자녀 수 감소, 생활가전의 발달, 인터넷 환경 발달 등의 영향으로 집 안에서 좀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새로운 소비행태로 자리잡고 있다.

    홈시어터, DVD, 실내 운동기구, 카푸치노 메이커 같은 제품들이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고, DVD 홈 시어터를 편안한 자세로 감상하고 영화나 게임 장면의 효과음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내장된 소파도 선을 보였다.

    반신욕이나 족욕 상품이 큰 인기를 모은 데 이어 앞으로는 최첨단 기능을 갖춘 욕조가 고급 아파트의 필수품이 될 것이다. 이탈리아의 자쿠치에서 제조한 ‘스칼라(SCALA)’ 욕조는 DVD 시스템과 입체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 43인치 HD 평면 모니터에다 물 위에 떠다니는 리모컨이 갖춰졌으며, 라디오와 CD플레이어 기능도 있다. 욕조 밑바닥에서 은은한 불빛이 나오며, 방향성을 가진 발 마사지 강력 제트 샤워와 옆구리 마사지 제트 샤워도 있고, 전신 마사지 제트 샤워가 따로 작동한다.

    또한 가정용 운동기구를 비치해 집 안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가족방’ 확보 여부도 아파트 고급화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실내 운동기구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스피어리언스족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나타날 것이다. 디지털 TV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TV를 보며 드라마 주인공의 옷을 구매한다든가, 영화를 보면서 영화 음악만 MP3로 다운로드한다든가, 드라마를 보면서 친구와 화상 채팅을 하는 등의 ‘상상 속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됐다. 밖에서 경험하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안락하고 편안한 집 안에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할 것이다. 인스피어리언스족이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라! 그들은 이미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

    7. 친환경 기술이 효자다

    최근 교토의정서가 다시 국제정치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둘러싼 총탄 없는 세계 경제·환경 전쟁이 시작됐다. 이 가운데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은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고, 로하스를 위한 친환경 요소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제품 개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어메니티(amenity)’는 인간이 살아가는 주위 환경을 포함한 종합적인 쾌적함을 뜻하는 단어인데 도시계획학자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 과정에서도 회자된 말이다. 청계천 복원의 경우 초기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해 물길이 열리면서 불과 사흘 만에 3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만큼 서울 도심의 인기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트렌드를 잘 읽고 적극적으로 실천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인기도 더불어 급상승 기류를 탔고, 주변 상권 활성화와 지가 상승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에게 좋은 환경과 행복한 삶을 물려주기 위해 환경 문제에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데 갈수록 많은 사람이 동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컨셉트에 부합하는 상품이나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얼마 전 플라스틱 휴대전화를 내놓았다. 기존의 플라스틱은 석유를 재료로 썼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이었지만, 이 휴대전화엔 소니사가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이른바 ‘그린 플라스틱’인데, 앞으로는 이런 소재가 각광받을 것이다.

    식품회사 농심은 원가는 많이 들지만 환경 호르몬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땅에 묻으면 완전 분해되는 컵라면 용기(녹말이 원료)를 계열사인 율촌화학에서 개발해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전세계에서 연간 100억개 가까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 용기는 대부분 지금의 스티로폼에서 이 같은 친환경 소재로 대체될 것이다.

    건강과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인체에 유해하고 자연을 해치는 기존 소재 대신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진 소재를 적극 선호하게 될 것이다.

    최첨단 유비쿼터스 아파트 못지않게 사랑받을 수 있는 주거공간은 ‘새집 증후군’을 없애는 공기청정시설이나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 그리고 친환경적인 아파트 조경을 갖춘 곳이다. 이런 아파트라면 소비자들은 높은 프리미엄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소비하려 할 것이다. 또한 고유가 시대에 맞서 태양열을 활용할 수 있는 아파트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2006년 히트 상품 7대 트렌드
    金海蓮
    ● 1962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뉴욕 페이스대 석사(경영학), 뉴욕 주립대 F.I.T. 졸업(패션 디자인 전공)
    ● 아드리안느(여성복 브랜드) 대표, 섬유산업연합회 이사
    ● 現 아이에프네트워크 대표
    ● 저서 : ‘히트 트렌드 전략’


    가전업계도 최첨단 기술 개발뿐 아니라 중금속으로 가득 찬 배터리의 재활용이나 친환경 소재 사용, 전자파 방지 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지금도 환경보호법에 저촉되어 선진국으로의 수출에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이 많다. 앞으로는 이 문제가 수출전선에 더욱 심각하게 영향을 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가졌더라도 환경을 해치는 상품은 나오는 즉시 퇴출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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