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원 이광수가 필명을 날리던 때, 서울 최고의 주택단지는 가회동이었다. 이후 호화 주택지는 혜화동을 거쳐, 성북동을 돌아, 반포와 압구정동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60여 년 만에 다시 가회동이 고급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인가. 사람의 욕망도 원을 그리듯 도는가. 변수가 많은 주택시장을 꿰뚫는 하나의 원리, 그리고 최근의 흐름!
[표1]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몸이 하나밖에 없듯 부동산도 우리의 유일한 국토이며 국민과 분리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이렇듯 귀중한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불려야 할까. 우선 부동산·주택시장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을 주목해야 한다.
집값은 물가 못 잡아
지금 우리의 부동산·주택시장은 예전처럼 독립적인 변수로만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한국 경제의 위상이 어느덧 세계 10위권을 바라보게 됐으며,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부동산·주택시장은 이미 주식시장과 융합돼 큰 의미에서 자산시장으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변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젠 부동산시장 하나만 봐서는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다. 모든 시장을 조망하고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부동산 운용을 둘러싸고 종종 부부가 갈등을 겪는데, 예를 들면 남편이 예전 집을 팔고 이사한 것을 잘했다고 하면, 아내는 더 인기 있는 지역으로 옮기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평수를 줄여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 뒤 남편이 나머지 돈으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자고 하면, 아내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에 넣자고 주장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포트폴리오 투자가 일반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쯤 해두고 과거 20년 동안 주택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파악해보자. ‘표1’을 볼 때, 소비자물가지수와 전국주택가격지수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주택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도 제대로 못한 셈이다.
물론 이 표는 전국의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다. 특정지역, 예를 들면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의 변화는 찾을 수 없다. 단기간의 변화도 읽기 힘들다. 20년의 큰 흐름에 녹아 있어서다.
거시적인 흐름을 봤다면 다음은 통상 정부에서 발표하는 주택보급률 외에 선진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통계도 살펴보자. 선진국은 정책을 입안할 때 주택보급률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계 인원수가 각기 달라 비교하기가 힘들고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1000명당 주택 수 및 1인당 주거면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토가 넓은 미국과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일본과는 비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추정해볼 때 우리도 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되는 시점까지는 주택 수가 양적으로는 33%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1000명당 371채 수준이 된다. 질적으로는 57% 늘어난, 1인당 주거면적 11평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한참 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
‘표2’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 하겠다. 2000년 8월경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1999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소비도 조금씩 살아나고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제조업 경기도 회복되고 있었다.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주택시장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여러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도 주택시장은 포화상태에 들어섰고 앞으로 집값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언론도 비슷한 전망을 하면서 민간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크게 다뤘다.
구분 | 한 국 | 일 본 | 미 국 | 프랑스 |
주택보급률 | 105.9 % | 113.3% | 110.1% | 120.5% |
1000명당 주택 수 | 279 | 371 | 429 | 470 |
1인당 주거 면적 | 7평 | 11평 | 20.6평 | 12평 |
※ 주택보급률 산정 연도 : 한국(2005), 일본(1998), 미국(2001), 프랑스(1999) 기타 : 한국(2005), 일본(2003), 미국(2003), 프랑스(2002) |
소득이 오르면….
[표3]
그 후 지방에 출장 갈 때마다 중소주택업체 대표들로부터 그 통계가 맞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동차산업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 자동차산업 초창기에는 미국이 인구 2명당 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큰 희망이었다. 1960년대 불모지에서 출발한 한국 자동차산업이 이제는 세계 5위권에 들어섰으며 현재 3명당 차 1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주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차는 있지만 일본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의 산업 발전단계를 예측할 수 있듯이 경제 발전의 양상은 어느 정도 정형적인 것이므로 이를 예상할 수 있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냉장고나 자동차 같은 내구소비재가 잘 팔린다. 그 다음 단계가 주택 소비다. 주택도 1주택에서 세컨드하우스까지 발전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세다. 이런 단계는 사람의 욕망이 커지는 단계와 일치한다. 나라와 인종은 달라도 현세대를 살아가는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기본적인 감정이나 정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표3’을 통해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과거 20년 동안 국민소득은 6배 이상 증가했다. 이것이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부동산과 주택 값을 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전후 폐허를 딛고 뒤늦게 산업사회에 진입하고 정보사회를 성공적으로 맞이한 한국 경제는 아직도 부동산·주택에 있어 큰 성장 에너지를 안고 있다.
역으로 이런 점이 정책 당국자 처지에서는 국가경제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에너지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확대 혹은 기다림?
기본적으로 부동산시장 정책에는 수요관리 정책과 공급조절 정책이 있다. 이중 수요억제 정책은 주택 값이 올라가고 투기성이 강할 때 즉각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인기 있는 정책이다. 공급확대 정책과 달리 돈이 들어가지 않아 좋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 시장에서 문제 발생 시기를 늦추는 이연(移延)효과가 있을 뿐이다. 보유세 중과나 자본이득에 대한 소득세 중과는 사회정의의 시각에서 옳은 방향임에 틀림없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중 누가 힘이 센지에 따라서 약한 쪽에 늘어난 세금을 부담시키기 때문이다.
만일 주택임대시장에서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해 임대인의 힘이 세다면 늘어난 보유세는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일반주택에서도 늘어난 보유세는 현 소유자에게만 부담이 된다. 늘어난 보유세로 주택 값이 떨어진다면 다음 보유자는 늘어난 보유세만큼 값이 싸져 향후 늘어난 보유세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로 공급확대 정책은 많은 비용과 인내가 필요하다. 주택은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수요가 늘어난다고 즉각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짓는 데 2년 이상, 그전에 토지를 확보하는 데 2~3년이 걸린다. 합하면 4~5년이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효과적인 정책이다.
예를 들면 1987년 대선(大選) 공약 이후 전국적으로 부동산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1988~92년)을 과감하게 시행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은 그 후 약 10년간 안정됐다. 지금 평가해도 매우 성공적인 정책이었다.
우리나라의 총 보유주택이 667만호인 당시로는 엄청난 투자였으며 인건비 상승,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값 폭등으로 경제 운영에 어려움을 주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도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매우 성공적인 결단이었다.
강남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허용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강남지역의 고가 아파트 문제도 같은 맥락에 있다. 희소성을 계속 유지하게 함으로써 가격은 안 떨어지고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가 희소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주택업체가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 고층 아파트를 못 지을 경우. 둘째, 기존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 다른 사람의 고가 아파트 진입을 억제해 공급할 수 없을 때. 셋째, 현실적·제도적으로 허용이 안 될 때다. 우리의 경우는 세 번째다.
물론 정책 당국자의 처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비유한다면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2차선 도로를 1~2년간 더 심한 교통체증을 예상하고도 4차선으로 지금 확장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우회도로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볼 것인지의 문제다.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물질보다 마음의 풍요
주택공급 증대를 위해서는 토지공급의 확대가 선결조건이다. 획기적인 토지공급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 전국토 중 도시지역이 6.1%로 선진국 평균 10%와 비교하면 국토를 좁게 쓰고 있다. 임야보다는 농지를 전용하는 것이 환경 문제를 고려해서도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주택시장의 구조를 보는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현재는 ‘표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형, 임대주택, 중대형주택, 고급주택으로 구분하거나, 분양방법에 따라 임대주택, 재개발·재건축주택, 일반분양주택으로 구분한다. 이는 주택공급자의 관점에서 시장을 해석한 결과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고객(수요자) 처지에서 주택시장을 바라본다면 최초 구입자, 질향상 추구자, 투자자로 구분할 수 있다. 부분별로 그들은 누구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층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최초 구입자 시장을 보자. 이 시장 수요자는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와 장기 무주택자로 구분할 수 있다. 수요억제 정책의 하나로 최초 구입자에게 주어지던 장기저리융자 제도가 지난해 말경에 폐지됐다. 한편 최근에 결정된 청약 가점제는 장기 무주택자에게 인센티브를 줬다. 부양가족이 많고 나이가 많은 가장에 대한 배려로 생각된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불리한 젊은 무주택자는 수도권 아파트라면 위치나 브랜드를 따지지 않고 청약하고 있다. 수요 계층별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인구학적 측면에서 이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현재 한국은 결혼적령기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5~35세 인구가 2006년 810만명에서 2012년에는 73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은 시장의 활력을 줄일 것이고 앞으로 그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질향상 추구자의 시장을 보자. 질향상 추구자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와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중상류층으로 나뉜다.
최소 주거기준(3인 가족 기준 8.8평)에 미달되는 255만가구의 저소득층에게는 임대주택을 열심히 지어 공급하고 임대료 보조제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에서 그 수치가 많이 줄어 2000년 334만가구에서 2005년 255만가구로 줄었다. 바람직한 결과다.
중상류층으로 구성된 질향상 추구자는 앞으로 소비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소비생활의 패턴이 바뀐다. 물질적 풍요의 의미가 퇴색하고 마음의 풍요와 여유를 중시하게 된다. 양의 충족보다 질을 추구한다. 이들은 소비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엔진이다.
또한 감성적인 면을 중요시해 디자인 및 이미지를 추구한다. 응접실에 달랑 하나 있던 TV가 대형 벽걸이 TV로 교체되고 안방에도 들여놓는다. 자동차도 1가구 2대가 보편화된다. 다시 말하면 복수 소유 성향이 강해지고 대형화가 특징이 된다.
약자도 태워라!
주택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주택은 좀더 대형화한다.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욕구도 강해질 것이다. 이들에게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개방시대에 외국에 투자할 것이다. 투기지역 외에서는 세컨드하우스에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자기 고향에 세컨드하우스를 갖기 원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택 투기와는 관계없다. 결과적으로 어려운 지방경제를 지원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표4]
양보다 질을 따지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주택산업은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요즘 유행하는 TV룸.
셋째는 투자자로서의 수요자다. 그들은 1가구 2주택에 대한 중과세로 갈 곳을 잃고 있다. 주택을 하나의 사적인 상품으로 보느냐 또는 공공재적 성격으로 보느냐에 따라 주택 투자자의 포지션이 결정되는데 이는 다소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접근방법이다.
이런 접근보다는 이들의 존재가 시장에서 투기만 일으키는지 또는 주택 임대료 및 주택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구실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시장상황을 고려해 가변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서 1만달러까지 오르는 데 30년이 걸렸으나 2만달러까지는 12년이 소요될 것 같다. 아마도 3만달러까지는 그 기간이 더욱 단축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고속질주할 때 경제적 약자인 최소 주거기준 미달가구와 저소득층 최초 구입자를 특급열타(Express train)에 함께 태우고 가야 할 것이다.
자, 이번엔 우리 경제의 모든 면에서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인구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이미 혼인 건수는 1997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혼인율은 낮아지고 있으나 세대 분화는 더 빠르게 진행돼 가구 수는 202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모든 면에서 성장의 탄력이 저하될 수 있지만 가구 수가 2020년까지 증가한다는 것은 주택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택시장과 금리, 유동성은 떼어놓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국내 금리가 외환위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국제금리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콜금리는 4.5%로 미국의 5.25%보다 오히려 낮은 상태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반세기 이상을 고금리에 시달려온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격세지감이 든다.
이는 우리 경제의 성숙도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경제외적으로 큰 충격이 없는 한 국제금리 수준의 저금리는 계속 유지될 것 같다.
돌고 도는 ‘고급단지’
헤지펀드, PEF(사모펀드) 등 전세계적인 유동성 자금들이 주식, 채권시장뿐 아니라 부동산시장까지 넘나들고 있다. 부동산 쪽은 아직은 대형 빌딩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의 스타타워나 파이낸스빌딩 등에 대한 투자가 그렇다.
주택에는 PF(Project Financing)로 금융자본이 들어오고 있으며 점차 부동산 펀드 등 좀더 적극적인 형태로 주택공급에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는 부동산시장, 주식, 채권시장, 실물시장을 각각의 독립적인 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산시장으로 봐야 한다. 서로 연결돼 초과이익이 있는 곳에 재정거래(이익이 더 있는 곳에 투자를 증가하는 거래)가 일어나기도 하는 등 포트폴리오 투자가 일반화할 것이다.
최근 일본 다이와증권에서 퇴임한 고위 임원과 대화하다가 요즘 열기를 띠고 있는 국내 미술품 값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부동산 값이 오르고 미술품 값까지 오르는 것은 일본의 버블이 터지기 전과 흡사하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나는 국내 미술품 값이 오르는 것은 디자인과 감성을 중요시하는 고급 소비문화로의 발전이라고 생각하기에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참고할 만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미국 GMO펀드의 제러미 그랜담 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전세계 모든 자산시장에 동시에 버블이 생겼다고 경고했다. 인도의 골동품부터 중국의 현대 미술품까지, 파나마 토지에서 런던 고급주택가 ‘메이페어’에까지 버블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 부동산 주택시장에 버블이 있는지 없는지를 논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투자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고급주택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했다. 시대의 흐름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춘원 이광수의 대표작 ‘흙’의 시대인 1930~40년대는 서울 가회동이 최고급 주택지였다. 1950년대는 혜화동이 신흥 고급 주택지였고 그 후 성북동으로 중심지가 옮겨갔다.
이후 아파트 시대를 맞아 반포 아파트를 거쳐 압구정동이 최고의 단지였다. 이제는 대치동을 거쳐 타워팰리스, 삼성동의 I’PARK를 최고급으로 꼽는다.
삼성동 I’PARK를 분양할 때 일이다. 공식적으로 분양하기 전에 전·현직 현대그룹 고위 임원과 사장단을 초청해 모델하우스 투어 및 만찬을 대접한 일이 있다. 이처럼 사전에 판촉을 시도했지만, 단 한 사람도 예비 청약하지 않았다. 2001년만 해도 고층 아파트 및 부자들만 모여 사는 고급단지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다.
어느 요소가 센가에 따라…
장시간 잊혀졌던 가회동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미술시장이 뜨거워지자 많은 화랑 및 미술문화 관련 업소가 삼청동과 가회동에 속속 들어서 미술애호가,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가회동이 반세기 만에 다시 시대의 흐름과 일치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현재 부동산·주택시장에서 신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종부세, 양도세가 완화될 것을 기대하지만 일단 법제화된 것을 대폭적으로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일부 은퇴자들에 대한 예외조치는 있을지 모른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잘하려고 할 것이고, 업적을 남기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토지이용 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우리는 국토를 좁게 이용하고 있다. 현 도시지역률 6%를 선진국 수준인 10%로 넓히는 안(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여건이 성숙돼 국민적 합의를 이끄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주택 문제, 정말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모든 경제 변수가 종합적으로 녹아든 시장이고, 모든 국민이 시장참여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소득, 금리, 유동성, 인구, 해외 자산시장 동향, 세제 및 정부정책, 북핵 등 경제 외적인 문제 등 여러 요소 중 어느 요소가 더 강력해서 다른 요소를 제압하느냐에 따라서 큰 물줄기는 그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