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모라비안 지역의 전통춤 버번크, 아르헨티나인의 정열을 보여주는 탱고, 이란의 전통무술 주르카네이, 크로아티아 민요 베차락…. 세계 각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19일부터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세계무형문화축전’이다.
유네스코는 무형문화를 “공동체, 집단, 개인이 자신들의 일부로 인지하는 관습, 표상, 표현, 지식, 기술과 그와 관련된 도구, 사물, 가공물, 문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인류가 오랫동안 즐겨온 음악, 춤, 연극, 음식 등이 이에 속한다. 문제는 대부분 구전이나 공연예술 등의 형태로 전승되기 때문에 소멸하기 쉽다는 점. 유네스코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이 문화들을 보전하기 위해 2001년부터 독창성과 가치를 가진 세계의 무형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관리해왔다. ‘세계무형문화축전’은 바로 이 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향유해온 전통을 세계인이 함께 나눔으로써 그 아름다움과 가치가 후대에 이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세계 16개 지역에 전승 중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관람객을 맞는다. 첫날 공연되는 ‘버번크’는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웅장하고 역동적인 춤. 이번 축제에는 체코의 대표적인 안무가 라디슬라바 코지코바가 이끄는 ‘흐라디스탄 댄스 앙상블’이 내한해 정통 ‘버번크’를 선보인다. 탱고·주르카네이·베차락도 각각 2009, 2010,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무형문화로, 역시 각국의 수준 높은 예술가들이 전통의 원형을 시연한다.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인 강릉단오제, 태껸, 줄타기 등도 소개된다.
강릉發 세계여행
공연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강릉 시내 곳곳에서는 다양한 거리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현지 전문가로부터 직접 문화와 예술을 배우는 ‘세계 문화 마스터 클래스’, 세계의 전통놀이·색다른 음식·진기한 공예품 등을 접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세계의 풍물이 어우러지는 상설시장도 문을 연다. 이 기간 강릉을 방문하는 건, 곧 세계 29개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강릉시는 ‘세계무형문화축전’을 위해 사적 제388호 임영관 터에 ‘다노세 마당’을 조성하고, 옛 명주초교 자리에 ‘다보세 마당’, 단오문화관에 ‘다오세 마당’을 마련하는 등 도시 전체를 축제의 공간으로 꾸몄다. 각 프로그램의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축전 홈페이지(www.iccn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릉시와 축제를 공동주최하는 ICCN은 세계무형문화유산 보호와 진흥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세계 21개국, 29개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다.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문화 도시로 부상한 강릉시 역시 주요 회원도시 중 하나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현재 ICCN 대표를 맡고 있다.
바다와 호수·산이 어우러진 강릉은 예부터 빼어난 산수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문화와 풍류를 향유하던 곳. 요즘에는 강릉항을 따라 조성된 커피 거리로도 유명하다. 마침 세계무형문화축전이 열리는 동안 이곳 안목해변에서 커피축제가 펼쳐진다. 10월 25·26일엔 오죽헌에서 율곡 이이의 업적과 덕행을 기리는 ‘율곡제’도 열린다. 그윽한 커피 향기를 맡으며 세계의 문화유산과 우리 전통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다.
● 일시 10월 19~28일
● 장소 강원도 강릉시 단오문화관 등 도심 일원
● 가격 성인 1만 원, 학생 5000원(전 기간 이용권은 성인 1만5000원, 학생 1만 원)
● 문의 033-640-5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