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O, 초능력, 유령…. 현대 주류 과학이 철저히 외면하고 있지만, 존재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들이다.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주류 과학자 가운데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최초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물리학 학사, KAIST 신소재공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50편이 넘는 SCI급 논문을 발표하며 주류 과학자로도 맹활약 중이다. 그가 초상(超常)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이것이 현대 과학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 맹 교수는 앞으로 ‘신동아’에 다양한 초상현상을 소개하면서, 최첨단 주류 과학에 갇힌 독자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넓혀줄 것이다. 처음 다룰 주제는 텔레파시(telepathy)와 투시(clairvoyance)로, 텔레파시는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 투시는 시각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장소·사건 등의 정보를 인지하는 것을 뜻한다. <편집자 주>
미국 스탠퍼드연구소 실험에서 뛰어난 투시 능력을 선보인 유리 겔라.
그들이 소련에서 만난 독보적인 심령 능력자가 있다. 히틀러를 분노케 하고 스탈린을 놀라게 했다는 명성의 주인공, 울프 메싱(Wolf Messing)이다. 유대계 폴란드인으로 어려서부터 비상한 초능력을 발휘한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재주로 돈벌이를 하다 16세가 된 191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큰 공연을 했다고 한다. 이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의 빈 공연 소식을 들은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메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비상한 젊은이를 심리학자 프로이트에게도 소개했다고 한다. 당시 텔레파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프로이트는 메싱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아인슈타인의 콧수염을 뽑아오라고 지시했고, 메싱은 아인슈타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진짜 콧수염을 뽑아 가져갔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행동한 메싱의 능력에 감탄했으며, 그 후 텔레파시의 실재를 믿게 됐다고 한다.
텔레파시를 믿게 된 프로이트
흥미로운가. 안타깝게도 이 일화를 검증할 수는 없다. 오직 메싱이 남긴 기록을 통해서만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의 자서전이나 일기, 편지 어디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완전히 허구인 것일까?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1912년경부터 그의 수제자였던 카를 융과 학문적으로 결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둘 사이에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몇 가지 다른 견해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초상현상에 대한 의견이었다. 본인 스스로 심령 능력을 갖고 있던 융은 초상현상에 매우 우호적이었던 데 반해 프로이트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프로이트는 1901년에 쓴 ‘일상생활에서의 정신분석학(Psychopathology and everyday life)’이란 책에서 ‘텔레파시라는 현상은 실제로 타인의 생각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잠재의식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가장 아끼는 제자를 내쳤을 만큼 확고했던 프로이트의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1924년 개정판에서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정신감응적 사고전달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절해 보이는 놀라운 몇 가지 사례를 접했다”는 내용을 첨가했다. 1925년에 쓴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텔레파시의 존재를 옹호한다. “아마도 텔레파시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는 계속해서 텔레파시가 어떨 때 가능한지에 대해 기술한다. “텔레파시는 어떤 생각이 무의식에서 나오거나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해 생각이 ‘원초적 단계’에서 ‘2차적 단계’로 넘어갈 때 특히 쉽게 이루어진다.”
1910년대 초까지 텔레파시를 비롯한 모든 초상현상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융을 격분시켰던 그가 어떤 계기로 이렇게 커다란 사상적인 전향을 하게 된 것일까? 학자들은 그가 자신의 두 딸과 했던 일련의 정신감응 실험에 의해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메싱의 영향 또한 컸던 것은 아닐까?
이번엔 아인슈타인을 살펴보자.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 등 물리학계의 매우 중요한 이슈에 대한 논문을 3개나 발표하면서 현대 물리학 시대를 연 아인슈타인은 프로이트와 더불어 당대 유대계 독일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이 둘은 평생 딱 한 번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27년 신년 휴가기간 중이었다. 따라서 1915년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가 메싱을 매개로 만난 일은 공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서 소개한 에피소드는 메싱이 자신이 역사적인 유명인과 교유했다는 사실을 떠벌리려고 꾸민 얘길까? 아니면 메싱과의 만남이 매우 특별한 것이어서 두 사람이 철저히 비밀로 했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이 메싱을 알았든 몰랐든 분명한 것은 이 위대한 물리학자가 텔레파시를 긍정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 작가 업턴 싱클레어(Upton Sinclair)는 아인슈타인의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는데, 그의 부인은 뛰어난 텔레파시 능력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싱클레어 부인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능력을 나타내 보였고, 자신의 능력을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 타인이 그린 그림 내용을 보지 않고 알아내 자신이 그려보곤 했다. 1928년 진행된 총 290회의 그림 알아맞히기 실험에서 그는 65번을 제대로 맞혔다. 업턴 싱클레어는 부인의 이런 놀라운 능력을 기록해 1930년 ‘정신 라디오(Mental Radio)’라는 책을 펴냈는데, 아인슈타인은 기꺼이 이 책의 독일어판 서문을 써줬다. 그 글에서 아인슈타인은 싱클레어를 매우 높이 평가하며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모두 사실일 것’이라고 보증했다.
길버트 머레이의 텔레파시
지금까지 알려진 텔레파시 능력자 중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을 한 명 꼽는다면, 영국 옥스퍼드대 그리스학 교수였던 길버트 머레이(George Gilbert Aime`′ Murray)일 것이다. 그는 수학자 버트런트 러셀이나 소설가 H G 웰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등과 오랜 교분을 나눴고, 그런 명사들을 집에 초대해 텔레파시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처음엔 반쯤 장난삼아 시도했는데 실제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자 스스로도 매우 놀랐다고 한다.
머레이 교수의 텔레파시 시연 중에는 토인비 부부와 함께 한 1924년의 사례가 유명하다. 이 시연은 머레이 교수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토인비 부인이 마음속에 담고 있던 글귀를 노트에 적은 후 그를 방으로 불러들여 내용을 묻는 식으로 진행됐다. 토인비 부인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한 소설에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죽어가는 가난한 노인의 개에 대해 썼다. 이후 방으로 들어온 머레이 교수는 ‘러시아 책에 적혀 있는 상황으로 레스토랑 안에서 어떤 노인의 개가 죽어가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정확히 맞혔다. 토인비 부인과 머레이 교수가 이전에 그 소설에 대해 대화를 나눈 일은 전혀 없으며, 머레이 교수는 그 책을 읽지 않아 내용조차 몰랐다고 한다.
머레이 교수는 어떻게 텔레파시 능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는 1915년 7월 9일 ‘심령연구학회’ 회장에 선출된 뒤 기조연설을 할 때 자신의 텔레파시 능력을 언급하면서 “그런 특별한 상태에서 시각적이거나 후각적인 감각이 작동해 상황을 인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날 “앙리 베르그송이 텔레파시가 수시로 어디에서나 작동하고 있으며 그것이 언어를 형성하는 근원이라고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머레이 교수의 텔레파시 실험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505번의 실험에서 약 60%의 정답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머레이 교수는 텔레파시 능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그의 뛰어난 학문적인 업적을 볼 때 허위로 텔레파시에 대해 떠벌리고 다녔을 것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토인비 같은 명사가 기꺼이 증인이 돼주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텔레파시 실험이 매우 잘 통제된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토인비 부부와 함께 한 실험의 경우, 머레이 교수가 토인비 부인의 생각을 텔레파시로 읽은 게 아니라 노트에 적힌 내용을 투시로 보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연구소의 투시 실험
텔레파시가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면, 투시는 시력에 의존하지 않고 사물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누가 가장 확실한 투시 능력의 소유자로 기록돼 있을까? 유리 겔라는 염력으로 스푼을 휘게 만드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쇼 무대를 전전해왔기 때문에 트릭을 쓰는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뛰어난 투시 능력의 소유자로 미국 스탠퍼드연구소(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 학자들에 의해 면밀한 조사를 받고, 그 결과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전문지 ‘네이처’에 논문 형식으로 소개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뛰어난 능력이 과학전문지에 소개된 덕분에 이후 SRI는 투시 실험을 하면서 미 국방부와 CIA 등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SRI의 유리 겔라에 대한 연구는 전기적으로 차폐된 방에서 이루어졌다. 외부에서 전파 신호를 보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실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연구진은 유리 겔라가 들어간 방과 떨어진 다른 방들에 13개의 그림을 둔 뒤 유리 겔라에게 그 형태를 그리게 했다. 유리 겔라는 총 13개의 대상물 중 10개를 투시해 각각의 이미지를 그려냈는데, 아주 정확히 맞힌 것이 3개, 매우 유사하게 맞힌 것이 2개, 주요 모티프를 맞힌 것이 4개였다. 투시 능력이 없다면 가능해 보이는 않는 수준이다.
투시능력자는 또 있다. 2004년 영국 디스커버리 채널은 나타샤 뎀키나(Natasha Demkina)라는 러시아 소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소녀는 열 살 때 어머니의 장기가 투시되는 것을 처음 발견했고, 그 후 지역 방송에 출연하다가 서구에까지 알려진 것이다. ‘엑스선 눈을 가진 소녀(The girl with X-ray eyes)’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디스커버리 채널은 미국의 전문가들이 이 소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회의적 조사 위원회(CIS·Committee for Skeptical Inquiry)’의 전문가들은 뎀키나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질병을 가진 6명의 환자와 정상인 1명 등 7명의 질병을 알아맞히는 실험을 했다. 최소한 5개는 맞혀야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뎀키나는 4명에 대해서만 제대로 맞힐 수 있었다. 결국 CIS는 그에게 투시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7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마음-물질 통합 프로젝트(Mind-Matter Unification project)를 주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조지프슨(Brian Josephson)은 CIS의 실험과 결과 분석의 틀이 초능력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악의적인 형태로 설계됐다고 지적하면서, 뎀키나가 7가지 증상 중 4가지를 우연히 맞힐 확률은 50분의 1이며, 이는 통계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IS 측은 초상적 현상을 받아들이려면 통상적인 것보다 높은 기준이 필요하며, 뎀키나가 환자들을 보면서 오감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증상을 알아맞히기 수월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리 겔라나 나타샤 뎀키나처럼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물체를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보는 것을 투시라고 한다면, 아주 멀리 있는 물체를 알아맞히는 능력은 천리안 또는 원격 투시(Remote Viewing)라고 한다. 이런 능력은 군사적으로 상당히 유용하기 때문에 미국 국방부와 정보부서 등은 관련 연구에 상당한 기간 자금을 지원했다. 천리안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잉고 스완(Ingo Swann)이다. 그는 이른바 ‘좌표 천리안(Coordinate Remote Viewing)’을 처음 제안한 인물로, 지구의 경도와 위도를 알려주면 그 지점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맞힐 수 있다고 했다.
SRI의 과학자들은 이 능력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몇 백 번에 걸쳐 이뤄진 초기 실험에서 스완의 원격 투시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적중률이 높아졌고, 1973년 봄 무렵에는 정답률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SRI 연구자들은 스완에게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빅토리아 호수 좌표 남위 1도, 동경 34도를 제시했다. 스완의 답은 ‘땅인데 서쪽으로 호수가 보인다’였다. SRI가 갖고 있는 지도에 따르면 그 좌표엔 물밖에 없어야 했으므로 연구자들은 ‘원격 투시 실패’로 기록했다. 하지만 스완은 자신이 본 것이 너무도 생생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좀 더 자세하게 지역이 표시된 지도를 구해보자고 했다. 이들은 시내로 나가 더 비싼 지도를 샀고, 그 좌표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해당 좌표에 우케레웨(Ukerewe)라는 섬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 섬에서 바라보면 호수의 물 대부분이 서쪽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스완이 정확히 보았던 것이다!
1973년 봄 스완은 임의로 선택된 지구상의 좌표 10개를 제공받고 그 지점에 있는 시설물을 알아맞히는 실험을 총 10회 실시했다. 이 중 마지막에 한 10개의 좌표에 대한 결과가 공개됐는데 7개는 매우 정확했고, 2개는 판정하기 애매했으며, 1개는 완전히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완은 자신의 원격 투시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우선 좌표가 주어지면 즉시 시각적인 경치들이 보인다. 이 때 그의 손은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거의 자동적으로 스케치를 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선 시각뿐 아니라 다른 지각들이 작동한다. 시원하다거나 조용하다거나 나무 냄새가 난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 부분은 머레이 교수가 텔레파시에 관해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크거나 작거나 무겁거나 새털처럼 가볍다는 식의 규격에 대한 지각이 전달된다. 마지막은 종합하는 단계로 앞선 세 단계에서 얻은 정보를 모아 전체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이러한 텔레파시와 투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192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 페르디난도 카차말리(Ferdinando Cazzamali)는 텔레파시나 투시와 같은 초감각 지각이 일종의 전자기파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텔레파시나 투시 실험이 전자기적으로 차폐된 방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이런 가설은 합당해보이지 않는다. 1924년 뇌파전위기록술(EEG)을 최초로 고안해 뇌파 측정의 길을 연 독일의 의학자이자 심리학자 한스 베르거(Hans Berger)는, 어릴 때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텔레파시 체험을 한 뒤 정신 에너지가 어떻게 타인에게 전달되는지를 생리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다고 했다. 그는 뇌파 자체는 너무 미약해 타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지만, 이것이 이른바 뇌파가 ‘정신 에너지’로 전환돼 외부로 퍼져나가면 초감각 지각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내놨다. 베르거에 의하면, 이런 정신 에너지는 어떤 장애도 없이 멀리까지 약화되지 않고 퍼져나갈 수 있다.
유물론의 종말
대체 거리나 장벽에 구애하지 않는 ‘정신 에너지’는 무엇일까? 최근 브라이언 조지프슨과 그의 동료들은 이런 ‘이상한 성질’을 갖는 정신 에너지를 양자역학적으로 해석했다. ‘양자적 비국소성의 생물학적 이용(Biological Utilization of Quantum Nonlocality)’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정신이 양자적 비국소성을 통로로 외부에 작용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양자적 비국소성이란 초기에 양자적인 얽힘 상태에 있던 물체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원자(亞原子) 수준에서 순간적인 정보교환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한동안 물리학계의 논란거리가 됐지만 이제는 양자암호(量子暗號) 적용이 실용화 단계에 이를 정도로 정설이 됐다.
생명체에 양자역학이 적용된다는 주장은 이미 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와 같은 물리학자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폴 데이비스(Paul Davis) 같은 물리학자는 생체 내에서 단백질이 합성돼 특정 부위를 만들 때 3차원적인 구조를 이루기 위해 복잡하게 접히는 것이 양자적 비국소성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양자적 비국소성의 발현이 생체 내 뿐 아니라 외부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지프슨의 주장은 정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전자기와 전기화학적인 작용의 영향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와 헤럴드 유리(Herald Urey)는 1960년대에 원시 대기에서 전기방전이 일어나면 유기 생성물이 생긴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그리고 이 발견은 오늘날 널리 신봉되는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거쳐 원시 생명체가 만들어진다’는 ‘생명 탄생신화’의 토대가 됐다. 전기방전 또는 그와 유사한 전자기적 에너지가 생명체의 ‘창조’를 매개한다는 것이 이 믿음의 핵심이다. 정말 이런 식으로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프란시스 크릭(Francis H.C. Crick)은 순전히 확률적으로 계산해볼 때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만일 지구 바깥 이곳저곳에서 생명체가 발생했다면 이는 기적 중의 기적이 된다. 하지만 오늘날 물질과학자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것이란 없다’는 코페르니쿠스 원리를 굳게 믿는다. 이에 따르면 지구에 생명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다른 천체에도 그런 것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크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향적 범균론(directed panspermia)’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떠다니는 포자 형태의 생명체가 우주에 꽉 차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포자는 대체 어디서 처음 발생했을까? 조지프슨의 이론은 이런 의문에 종지부를 찍게 해준다. 우주 만물이 서로 연결된 의식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텔레파시와 투시가 존재한다면,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유물론적으로 바라보던 생명체에 대한 관점을 확 뜯어고쳐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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