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특이한 사고구조 혹은 이간질 때문
윤핵관에서 비롯한 잘못 바로잡아야
약 먹으며 선거 치른 내가 왜?
억울해도 참으라? 정치적 내상 입으라는 얘기
당대표 마치고 상계동에 전념하려 했는데…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박해윤 기자]
국민의힘 내홍 복판에 서 있는 논쟁적 인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7일 오후 경북 칠곡군에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그와 나눈 대화 중 일부를 2회로 나눠 소개한다. 전체 인터뷰 내용과 동영상은 ‘신동아’ 10월호에서 다룰 예정이다.
- 대통령과 왜 신뢰가 아닌 불신이 싹튼 것인가.
“대선 경선 전에 홍준표, 최재형 후보를 만났을 때는 (만난 사실이) 유출이 안 됐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입당 전 서초동 자택에서 두 번 만났을 때마다 언론에 유출됐다. 그때마다 내 쪽을 유출자로 지목했다.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특정 후보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는 게 무슨 실익이 있나. 동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난 택시 타고 갔는데…. 그 상황에서는 자기 쪽 사람도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더라. 특이한 사고구조를 갖고 있거나 주변에서 엄청나게 이간질해댔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어느 것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그때 사람에 대한 평가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떤 점에서….
“(대선) 경선 때 유승민 지원하려고 내가 후보 토론 많이 하자고 했다는 거다. 내가 토론 많이 하자고 한 이유는 딱 한가지다. 경선 흥행을 위한 것이었다. 최근까지도 ‘이준석이 유승민 지령 받아 이렇게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나는 유승민 의원이랑 통화한 지 1년도 넘었다. 만약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 말 믿고 지금도 정무를 판단하고 있다면 굉장히 위험하다.”
- 최근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멀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떤 특정한 계기로 윤핵관이 한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대통령) 본인이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윤핵관)이 했던 수많은 참언(거짓으로 꾸며서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고하여 바침. 또는 그런 말)으로 피해자가 된 사람에 대해서도 반응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했던 무수한 말을 곱씹어 보면서 ‘그때 혹시 (윤핵관들이) 사기 친 거 아닐까’ 되짚어보고 바로 잡을 게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이후 윤 대통령과 가까운 박성민 의원을 당대표 비서실장에 임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성민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이후) 대구로 쫓겨나 있을 때 교류한 신뢰가 두터운 분으로 알고 있다. 비서실장을 맡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잘 몰랐다. 박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있으면 최소한 내 얘기가 왜곡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대통령에게) 올라가거나, 내가 한 말이 이상하게 해석돼 올라가더라도 최소한 보정이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뒤에 기억에 남는 얘기를 박 비서실장에게 듣게 됐다.”
- 무슨 얘기?
“‘대통령 잘 되길 바라고 대표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대통령이 잘못되기를 바라고 말하고 행동한 것으로 보고됐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 누군가의 왜곡 때문에 대통령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나.
“윤핵관은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최고 달인들이다. 그들은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 대통령과 함께 라면 끓여 먹고 술 마시면서 분위기 맞추다 그리 됐을 거다. (대통령) 본인이 진짜 당무를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당대표 권위는 무조건 지켜줬어야 한다. 당대표 권위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당대표와 당무를 논의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벌어진 일은 뭔가. 저녁 술자리에서 당대표에 대해 이 새끼 저 새끼라고…. 그게 바뀌었을까. 대통령의 캐릭터라고 본다. 그 분의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일 수 있다.”
- 소탈한 건 장점이지만 지나치게 솔직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고검에 있을 때 후배 검사들에게 지법원장 맘에 안 든다고 ‘이 새끼 저 새끼’ 한다고 해서 그 지법원장이 잘리는 것은 아니다. 탄핵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당대표를 두고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본인이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 써야 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는 거다. 그런데 그 구분이 굉장히 모호하다. 나는 (대통령이) 술자리 안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께서 매일 술을 먹어도 1년에 365명밖에 독대 못한다. 그 사람들만으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도 없고, 그 사람들을 다 믿을 수도 없다.”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당고모가 살던 집에 머물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박해윤 기자]
“대통령이 나에 대한 적대감을 원 없이 드러내지 않았나.”
-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다?
“목이 아파 약 먹어 가면서 선거 치른 내가 왜 그런 소리(내부 총질)를 들어야 하나. 굉장히 잘못된 거다.”
- 대통령이 왜 그런 인식을 갖게 됐다고 보나.
“유튜버 세계관을 받아들인 거다. 여론조사 지표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준석 공격했을 때 지지율 떨어졌고, 이준석이 다시 합류하면 지지율 올라간 게 팩트다. 그 사실을 최대한 곡해하는 게 유튜버 관점인데 그 관점을 대통령이 받아들인 거다. 이준석이 내부 총질 발언한 게 뭐가 있나. 그런 발언한 것 없다.”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방으로 내려간 이른바 ‘이준석 1차 가출 사건’과 ‘연습문제 파동’을 일으키지 않았나.
“사실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한테 손 떼라. 나가라’ 해서 그만 둔거다. ‘연습문제’ 안 풀면 나간다는 게 아니라 (선대위) 복귀 조건이었다.”
- 국민의힘 내홍, 불협화음 원인이 뭐라고 보나.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가 국민의힘 최전성기였다. 지금은 정점에서 내려오는 과정이다. 내가 우크라이나에 간 사이 공격이 시작됐다. 친서 달라고 떼를 써서 갔다고 나를 모욕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충돌했다.
“당내 구성원을 내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나를 먼저 때려 맞받아친 것이다. 부당한 공격에 좋은 게 좋은 식이라고 대응할 생각 없다. 그런 대응은 굉장히 안 좋은 문화다.”
- 당대표는 당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리더 아닌가.
“내가 반응할 때는 도저히 반응하면 안 될 정도의 지점에서다. 우크라이나 방문 직후 상황은 내 입장에서 볼 때 나와 대통령실의 관계를 중진이 이간질하러 (중진이) 끼어들어온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반추해보니 대통령실에서 정 부의장과 짜고 나를 먹이기 위해 그렇게 했을 수 있겠다는 게 지금의 내 인식이다.”
- 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대표이기에 다소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참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정치적 표현은 나에게 정치적 내상을 입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보고 갈라치기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갈라치기 한 게 뭐냐고 반문하면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 젠더 갈등을 간질인 게 갈라치기의 대표적 사례다.
“이준석 때문에 여성 표가 안 온다고? 그럼 지금 이준석 없어서 여성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며 나를 공격한다.”
- 전장련 문제는?
“장애인에 대해 싸잡아 비난한 적 없다. 다만 시민 불편 초래하는 시위 양태를 지적했다. 3월에 전장연 시위 양태를 지적했는데, 이준석이 장애인 갈라치기 한다고 공격했다. 그 사람들은 6개월이 지난 지금 전장연 사태를 해결했나. 인수위원장 하던 안철수 씨, 장애인 야학 교사 출신 김도식 씨. 전장연 찾아갔던 김예지 의원 지금 뭐하고 있나. 지금의 상황이 정치적 무능의 상징이다. 독자적 정치 행동을 해야 할 중간 지휘관들이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수도권에서 정치하는 사람은 스스로 점수를 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야당세가 강한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서 보수 정당 후보로 공천 받은 사람은 5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몇 골 먹는지와 별개로 최소 5골 이상 넣어야 승리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 당에서 대구‧경북, 민주당에서는 호남에서 선거 뛰는 사람들은 공천 받는 순간 10대 0으로 이기고 시작한다. 자신이 몇 골 넣었는지 상관없이 10골만 안 먹으면 이기는 거다. 수세적 전략과 공세적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 2024년 총선에 출마하나.
“당대표 임기 마치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전념하려고 했는데….”
*4시간 8만6042자에 달하는 전체 인터뷰 내용과 동영상은 ‘신동아’ 10월호와 유튜브 ‘매거진동아플러스’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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