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연합훈련에도 도발, 핵 보유 자신감 덕분
7차 핵실험은 5년 전 6차 때와 차원 다를 것
핵확산금지조약 실효성 없어
공포의 균형 위한 단계적 로드맵 만들어야
전술핵 재배치, NATO식 핵 공유 추진해야
태영호 의원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강하게 규탄하며 “우리나라가 미국만 믿는 경향에서 탈피해 예상되는 여러 난관을 이겨내고 핵을 보유해 자주국방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호영 기자]
북한의 이 같은 행위는 한미 공군이 10월 31일부터 닷새 동안 항공기 240여 대를 동원해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라는 명칭의 대규모 연합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을 벌인 것에 대한 항의성 도발이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로 일주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 엄중한 시국임을 고려하지 않은 반인도주의적 처사이기도 했다. 국군은 즉각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이북 해상을 향해 공대지미사일 3발을 쐈고, 한미연합훈련도 하루 연장했다. 이날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끝없는 도발, 자신감 생긴 덕분
공교롭게도 11월 2일은 태영호 국회의원(60·국민의힘)과 인터뷰가 약속된 날이었다. 10월 한 달간 북한은 미사일과 전투기, 선박 등을 동원해 유례없는 전방위 도발을 이어갔고, 11월 9일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로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2006년부터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 2016년 망명해 북한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태 의원에게 최근 북한이 끊임없이 도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볼 참이었다.
인터뷰 당일 찾아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태영호 의원실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의원실 한편에 놓인 TV 화면에서 북한 미사일 공습에 관한 속보만 또렷이 흘러나왔다. 분단 이후 처음 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저의가 궁금했다.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던 태 의원은 어조를 높이며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시기 한미연합훈련을 할 때 북한은 맞대응을 하지 않았거든요. 도발을 하다가도 숨죽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연합훈련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강행한 이유는 첫째로 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제 전술력을 높였기 때문에 ‘한번 맞짱 뜰까?’ 하며 힘을 과시하려는 거죠. 두 번째로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의 할아버지를 데려와도 도발을 강행할 정도로 위축되지 않을 거란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핵 억지력 등으로는 절대 북한을 막을 수 없다는 걸 과시하고 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고, 중국도 대만에 대한 무력 압박을 가하는데 북한도 동조해 세를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을까요.
“물론이죠. 최근 블라드미르 푸틴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것은 NPT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입니다. 핵보유국은 핵을 써서도 안 되지만 핵무기로 위협을 해서도 안 됩니다. 중국 역시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결국 가용할 모든 수단을 쓰겠다는 건데 대단히 위험한 발언입니다. 두 달 전 김정은도 핵무기 선제 사용을 법제화했어요. 지금 미·중 갈등, 미·러 갈등 분위기 속에 이 틈새를 김정은이 파고들고 있는 셈이죠.”
북한이 9월 언제든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김정은 정권은 최근 10년 동안 무력 구조의 질적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남북 간 재래식 무력 충돌에서는 북한이 열세하다는 걸 대담하게 인정하고, 재래식 무기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는 대신 핵미사일 개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린 겁니다. 지난 시기 북한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동등하게 발전시켜 나갔지만 이제는 핵무기 개발에 올인하고 있어요. 북한은 김정은 정권에서 ‘전략 핵 로케트 사령부’라는 걸 만들고, 핵무력정책법을 만들어 무력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우리는 북한의 변화에 대응하는 구조적 변화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2010년대에 미국과 논의하다가 최근 5년 동안 진척이 없었던 핵 억지력을 지금 다시 부활시키려 하죠. 이제 우리나라도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 오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전략사령부를 만들고, 전략무기도 만들어야 합니다.”
김정은 죽어도 核미사일 발사된다
평양이 9월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한 ‘핵무력정책법’이 위협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에 있다. 5대 조건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 혹은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나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 세력의 핵 및 비핵 공격이 감행 혹은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 혹은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인 경우 등이다. 이 법으로 북한의 핵 교리 방향은 ‘억제를 기반으로 한 전략핵’에서 ‘사용을 전제로 한 전술핵’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쓰겠다고 발표한 것과 다름없는데, 위험한 전환 아닌가요.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지 분명히 명시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합니다. 실제적인 핵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핵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 선제적으로 쓰겠다고 했습니다. 이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북한의 지도부가 비상 상황에 처했을 때, 즉 결정권자인 김정은이 유고했을 때 이미 세워진 작전 지시에 따라 정해진 타격물에 핵무기를 쏠 것을 법제화한 겁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살아 있든 없든 북한은 핵무기를 자동적으로 사용하는 거죠.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 이르러도 멈추지 않고 핵무기를 발사하는 구조를 법으로 만들어놨다는 건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북한은 ‘영토 완정’에 대한 의지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김일성의 ‘국토 완정’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닌가요.
“북한 노동당의 최종 목표는 무력을 사용한 ‘조국 통일’입니다. 여기에 북한의 모든 국가 정책이 따르게 돼 있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지 않으면 정말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그렇게 대대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조선 조정에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6·25전쟁 당시에도 북한은 탱크를 전부 38선 앞으로 옮겨놓고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남한은 ‘설마?’하고 생각하며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도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고, 순차적으로 총력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에 미국과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핵실험이 이뤄지면 5년여 만인데, 북한이 노리는 바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핵보유국 인정입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6차 핵실험 때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실험이 될 겁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할 것이냐 바로 할 것이냐의 차이일 뿐 시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전술핵 보유국으로 가는 노선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술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어마어마한 핵실험과 ICBM 실험을 할 겁니다. 이후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위해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국방부 차관이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면 핵군축 협상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입니다. 물론 이후에 미 국무부에서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자꾸 미국 조야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오면 북한의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갔고, 핵군축을 단행해 미국으로 향한 위협을 줄여야 한다’는 논조가 나오지 않는지 정부 차원에서 신경 써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7차 핵실험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이 될 거라고 보는 이유는.
“지금까지 북한이 핵 기폭장치 실험, 수소탄 실험 등을 했지만 객관적으로 전투력을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실험은 아직 없었습니다. 과거에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의 레토릭과는 달리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단히 박했습니다. 이번 핵실험은 5년여 만인데 북한이 그사이 굉장한 준비를 했을 겁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아, 이제는 이거다’라고 공통된 인식과 평가가 나올 거라고 보고, 북한은 완전히 핵무기 보유국 지위에 대못을 박게 될 겁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6차 핵실험까지밖에 안했거든요. 세상이 대단히 깜짝 놀랄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술핵 재배치? 안 된다 생각하니 못 하는 것
태 의원은 대답하는 도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수시로 언급했다. 국방에 있어서만큼은 ‘존경하는’ 박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정신을 추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집권 당시 자주국방의 원대한 꿈을 안고 국방과학연구소(ADD) 설립, 방위산업 및 중화학공업 육성, 국방 8개년 계획 등을 추진했다. 더불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핵개발의 초석을 다졌다.결과적으로 자주국방의 꿈은 미국의 압력과 핵확산 금지라는 시대적 조류 속에 좌초되고 말았다. 태 의원은 이를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1970년대와 지금의 대한민국은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올라섰고, 미국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상황이 아닌, 대한민국이 미국에 더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날 미·중 갈등 속에 우리나라의 효용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치고 나가야 할 때”라고 강하게 발언했다.
한국에서도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물론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따릅니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 못 하는 거고 무조건 해낼 거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겁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미국의 핵잠수함을 우리 군에 순환 배치하는 겁니다. 한반도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없게끔 하는 방식으로 순환 배치를 이뤄낸다면 북한 정권에 대단히 큰 위협이 될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입니다. 10월 NATO식 핵 공유를 하는 튀르키예를 다녀왔는데, 철저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0월 17일 유럽에서 행해진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NATO 동맹국들이 매년 모여 핵전쟁 상황 등을 가정해 1주일가량 진행하는 군사훈련) 기간에 튀르키예 공군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어딜 갔는지 절대 이야기하지 않고, 국회에서 야당이 물어도 ‘군사기밀이기에 발설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말합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들어와 있는지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있다고 국민에게 다 알려주는 안보관을 가진 국가는 세상에 없습니다. 또한 핵을 보유한 나라 중 외부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다 독자 돌파예요. 이스라엘도 핵무장할 때 민주주의 방식의 국민 논의를 거치지 않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실현했거든요. 이제는 우리도 정말 비상의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됐습니다.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적 의지를 갖고 군통수권자, 국가원수가 밀어붙여야 합니다.”
비질런트 스톰과 같은 한미연합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안보 태세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비질런트 스톰보다 더 강한 압박을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회유와 압박을 해왔는데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충분한 억지력이 없다는 거죠. 만약 북한을 억지하지 못해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수도권은 순식간에 전멸할 테고, 그 끝에 뭐가 있겠습니까. 그전에 전쟁을 막아야죠. 제가 전술핵 재배치와 NATO식 핵 공유를 주장하면 민주당에서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나라가 지킨다’는 의식을 좀먹게 하는 동시에 미국에만 의지하는 그런 사대주의적 인식과 발언이 더욱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중, 북·미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려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의 독트린을 철회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전술핵을 배치할 경우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해야 하겠죠. 그런데 답변은 우리가 할 것이 아니라 대국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성공시키겠다고 미국과 중국이 약속해놓고 지금까지 이행조차 못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능력만 더 강화됐습니다. 언제까지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우리나라의 운명을 맡겨놓을 겁니까. 이제는 우리도 당당하게 ‘계속 한반도 비핵화 정책만 믿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김정은 집권 11년, 북한에 미래 없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직책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공화국무력 최고사령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등 총 4개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권력을 세습해 11년째 북한을 통치하며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 태영호 의원은 김정은 집권 6년차이던 2016년 8월 주영국 북한 공사로 일하던 중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으로 망명했다. 김정은 집권 시기에 대해 그는 “성공한 측면도 있고 실패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성공한 측면은 결국 핵무장 고도화를 이룩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북한 주민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경제적 목표에서는 아무런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체제하에서는 북한 정권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아직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평화를 유지하려면 독자적인 억지력, 핵을 갖춰서 공포의 균형을 이뤄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실패했다고 말씀했는데, 어떻게 핵을 개발하고 수차례 미사일을 쏘며 도발하는 걸까요.
“암암리에 중국으로부터 무상으로 매우 많은 경제적, 재정적 지원을 받았을 겁니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대외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국경이 완전히 봉쇄됐죠.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이 저렇게 도발한다는 것은 그간 중국의 상당한 지원이 있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최근 유엔 무대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잖아요. 지금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해협에서의 위협 등 국제 정세 틈새를 김정은이 아주 잘 활용하고 있죠.”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서 미국을 압박해 중국과 러시아로 향한 시선을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얘긴가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기에 앞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전쟁 시 미국이 주한미군을 대만에 어느 정도 규모로 투입하느냐 하는 겁니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가 주한미군인데 김정은이 지금처럼 행동하면 미군이 한반도에 묶이지 않겠습니까. 현실적으로 미국은 두 곳에서 전쟁을 치르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중국도 알기 때문에 김정은을 활용하고 있고, 김정은도 시진핑을 활용하며 서로 이용해 먹는 전략으로 가고 있죠.”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 이듬해부터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5년 만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여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북한은 오랫동안 핵과 미사일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온 나라입니다. 그간 온 앤드 오프가 이뤄졌을 뿐 북한의 시스템은 연구 개발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2018년부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데요. 평화 무드일 때는 표면적으로 가만히 있지만 그 아래에서는 엄청난 연구 사업과 투자를 합니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개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첫째 전술핵 미사일 완성, 둘째 초대형 핵폭탄 완성, 셋째 핵잠수함 건조, 넷째 1만5000㎞ 범위 내 타격 명중률 상향, 다섯째 정찰위성 개발, 여섯째 500㎞ 내 무인기 드론 완성 등입니다. 다 완성하면 북한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맞짱 뜰 수 있습니다. 물론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겠지만 북한은 앞으로 계속 이 길로 갈 겁니다. 벌써 ‘너는 전술핵 배치조, 너는 초대형 핵폭탄조’ 등 인력 배치를 마쳤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당장 직면한 전술핵 미사일만 보고 대응하는 형국입니다. 미국만 믿는 경향에서 탈피해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처럼 핵무력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능력도 있고 기술도 있기 때문에 결심만 하면 실천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인 6년차, 국회의원 2년차 태영호의 꿈
1962년 평양에서 태어난 태영호 의원은 베이징외대 부속 고교, 베이징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주영국 북한대사관에서 10년간 근무했을 정도로 엘리트였다. 그런 그가 탈북 6년 만에 한국인이 다됐다. 대한민국을 스스럼없이 ‘우리나라’라고 부르며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논조에 휩쓸리는 국내 정치인들의 행태를 개탄했다. 안팎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며 일한 덕에 10월 말에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여당 간사로 임명됐다. 그가 국회에서 2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탈북민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북한 출신으로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국회의원으로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인으로서 민주주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들여다보니 욕심이 생깁니다. 북한 엘리트와 지도층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스템을 채택했으면 하고요. 제가 가운데서 매개물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마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관 선후배 동료들이 제가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들여다볼 겁니다. 그들이 저를 통해 북한의 다른 미래,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10월 11일에는 주영국 한국대사관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영국을 방문한 소회가 남달랐을 듯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첫 방문에, 그것도 국정감사를 하러 들어가니 뭉클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영국을 드나들었는데 한국대사관은 버킹엄궁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외교관은 세 명인데 한국은 서른 명이 넘었고, 자금력도 북한은 12만 달러지만 한국은 270만 달러였어요. 한국대사관 옆을 지나가면서 ‘저렇게 많은 인력과 자금으로 영국에서 외교를 벌이고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이번에 한국 외교관들이 다 앉아 있는데 ‘제가 이 건물에 대단히 들어오고 싶었는데 첫 방문으로 국정감사를 하네요’라고 했더니 다 웃더라고요.”
양가감정이 들었을 듯합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달성하고픈 목표가 있나요.
“북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평양이 왜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외국인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이제 저의 꿈이자 숙명은 ‘대한민국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임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은 생은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왜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외국인들과 우리 국민에게 알리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신동아 12월호 표지.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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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K사회적가치·ESG, 경제를 살리다’ 포럼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