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AI 혈관은 광(光)통신…100년 표준 구리선 한계 왔다”

[특집 | AI 시대] AI 시대 ‘빛’ 주목한 박세철 ㈜우리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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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6-06-04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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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데이터센터 혈관 광통신, I/O 병목 해결책 부상

    • 젠슨 황 광통신 열풍에 국내 1호 ‘우리로’ 주목

    • 광통신 메카 광주서 성장, 양자 기술 고도화로 광폭 행보

    • “수익성 없으니 접으라”던 컨설팅 거부…28년 뚝심 ‘빛’보다

    • 과거엔 ‘오버 스펙’ 지금은 ‘대체 불가’…“세계서도 손꼽아”

    • 미중 갈등은 오히려 기회, 서방도 중국도 모두 찾는다

    • 장거리 양자통신·차세대 저고도 위성통신 목표

    박세철 우리로 대표가 5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사무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박세철 우리로 대표가 5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사무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에 모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바라볼 때 증시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한 강소기업이 있다. 광통신·양자기술 전문기업 ‘우리로’다. 1998년 국내 광통신 1호 기업으로 출발한 우리로는 3월에 무려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코스닥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광통신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오랜 기간 구축해 온 기술력이 조명받은 결과다.

    우리로는 광반도체 칩 설계부터 제작,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수직계열화한 국내 유일 기업으로, 광통신과 양자 센싱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을 축적해 왔다. 척박한 국내 광통신 환경에서 기술 주권을 포기하지 않은 우리로의 집념은 AI 시대를 맞아 재평가받고 있다. 5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박세철(53) 우리로 대표는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생성하기 때문에 이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혈관’ 역할을 하는 광통신 인프라가 필수”라며 “기존 구리선 기반 구조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고, 광통신 중심으로 전환이 불가피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AI 데이터센터 혈관 광통신, I/O 병목 해결책으로 부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월 17일(현지 시간) 미국 ‘GTC 2026’에서 AI데이터센터의 차세대 핵심기술로 광통신을 언급하며 관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렇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과 함께 광반도체 산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100년간 표준이었던 구리선 기반 통신이 AI 데이터센터의 발열, 전력 소비, 신호 손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광반도체 및 광통신 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유입된 덕분이다. 그동안 해당 산업은 수익성 문제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

    시장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나.



    “요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산업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처리 속도를 못 따라가는 이른바 ‘I/O 병목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속도가 800Gbps(초당 기가비트)를 넘어 1.6Tbps(초당 테라비트, 1Tbps = 1000Gbps), 3.2Tbps 시대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 관련해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초소형·렌즈 일체형 200Gbps 광검출기(PD) 칩은 이런 고밀도 패키징 환경에 부합한다. 글로벌 제조사들에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솔루션이라, 차세대 시장의 핵심 공급사로 올라서는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TRI로부터 이전받은 초고속 광검출기 기술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해당 기술은 ‘후면 렌즈 집적형 구조’라는 게 핵심이다. 칩 뒷면에 렌즈가 달려 있어 별도의 수광 렌즈 부품이 필요 없다. 덕분에 패키징이 아주 단순해지고 효율도 높아졌다. 성능 면에서도 기존보다 2배 향상된 200Gbps급인데, 이는 5GB 용량의 영화 5편을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3분기에 200Gbps 제품을 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800Gbps와 1.6Tbps급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추후 3.2Tbps 급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2027년까지 400Gbps급 소자 상용화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우리로의 한 생산공장에서 연구진이 웨이퍼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로

    우리로의 한 생산공장에서 연구진이 웨이퍼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로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는데.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4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5% 급증했다. 영업이익 또한 15억 원을 달성하며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시적 비용 절감이 아니라 양자암호의 핵심인 단일광자검출기(SPAD)와 방산 부문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한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글로벌 양자 시장은 2032년까지 약 1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실적 개선 일등 공신으로 단일광자검출기를 꼽았다.

    “우리로의 단일광자검출기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근본적 이유는 InGaAs(인듐갈륨비소·잉게스) 웨이퍼를 원천 소재로 사용한 데 있다. 잉게스 웨이퍼는 미세한 광신호를 매우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고성능 소재다. 과거에는 높은 단가로 인해 통신 시장에서 ‘오버 스펙’으로 평가받았으나, 정밀한 광자 검출이 중요한 AI·보안 시장이 열리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광신호 형태로 이동하는데, 이를 컴퓨팅 장치가 이해할 수 있는 전기신호로 정밀하게 변환해 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수익성 없으니 접으라”던 컨설팅 거부…
    28년 뚝심 ‘빛’보다

    2분기부터 AI 데이터센터향 매출이 본격화된다고 알려졌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미국 시장 내 중국산 광통신 부품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의 L사가 수급 문제를 겪게 됐고, 대안을 강구하다 수년 전 우리로에 생산을 제안했다. 당시로서는 다소 모험일 수 있었다. 그러나 광통신 기반의 하이퍼스케일 시장이 열릴 것이란 확신이 있었고, 우리로의 기술력도 믿었다. 3년 전부터 베트남 생산 라인을 준비해 지난해 말 초도 물량을 생산했다. 미국 L사 납품을 위한 제품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ETRI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데이터센터향 초고속 광검출기 제품은 3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기회로 작용한 셈인데.

    “그렇다. 미중 무역 갈등 상황은 우리로 입장에선 전략적 기회가 되고 있다. 서방 시장에서는 보안 문제로 중국산 제품을 빼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들에게 우리 기술은 ‘100% 순수 한국 기술’로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선택받고 있다. 반대로 미국의 수출 통제로 미국산 칩을 못 구하는 중국 기업들 역시 우리로의 100G, 200G급 칩이 필요할 것이다. 양 진영 모두에 꼭 필요한 파트너가 된 셈이다.”

    일찍부터 광통신 기술에 주목해 온 이유가 있나.

    “어린 시절부터 리모컨처럼 빛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껴왔다. 언젠가는 통신과 센싱이 빛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 확신했다. 빛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소자 개발에 몰두한 이유다. 우리로의 가장 큰 자부심이 관련 원천기술이다. 국내의 많은 중소기업은 대기업 제품을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우리로는 다양한 광통신 원천기술을 개발 및 개선하며 기회를 기다려왔다. AI뿐만 아니라 무선통신 산업의 미래는 결국 빛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이 평탄치만은 않았을 텐데.

    “과거 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가 있었다. 컨설팅을 여러 번 받았는데 하나같이 ‘수익성이 없는 기술개발 사업을 축소하라’고 권하더라. 중소기업이 수십 명의 박사급 인력을 유지하며 R&D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가령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포토다이오드 기술은 대한민국에서 우리로만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힘든 시기를 버텨낸다면 결국 빛을 볼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때 포기했다면 한국은 영영 관련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20년 가까이 온갖 풍파를 견디며, 나아가 글로벌 라이선싱까지 확보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당시로서는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당장 수익이 나진 않았지만 R&D 투자를 결코 ‘돈을 땅에 버리는 일’로 여기지 않았다. 게다가 광주라는 지역사회에서 20년 넘게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 자체가 큰 보람이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이 아닐까. 그렇게 버텨온 시간 속에서 축적된 경험이 우리로 기술의 뿌리가 됐고, 현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성과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 경쟁력을 넘어, 기술 주권을 지켜내는 국가적 자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장거리 양자통신·차세대 저고도 위성통신 목표

    우리로가 가진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수동 소자(PLC)와 능동 소자(PD)를 하나로 합친 광집적회로(Quantum PIC) 기술을 언급하고 싶다. 이 기술 덕분에 시스템을 아주 작게 만들고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빛 알갱이(광자)의 개수와 공간 정보까지 동시에 파악하는 멀티픽셀 단일광자검출소자(MCSPAD)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 자율주행 라이다(LiDAR)나 미세 가스를 검출하는 양자센싱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K1·K2 전차용 레이저 거리 측정기(LRF)의 핵심인 WDR110/120 수신 모듈과 수리온 헬기 등에 탑재되는 적외선 감지용 PIN PD 등도 우리로의 주력 제품이다. 기술력은 국내외 최정상급 파트너들을 통해 검증됐다.”

    광주 광산구 평동산단에 위치한 우리로 본사. 우리로

    광주 광산구 평동산단에 위치한 우리로 본사. 우리로

    어떤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나.

    “국내에선 SK텔레콤을 비롯해 에스오에스랩, 엑스게이트 등과 ‘엑스퀀텀’을 결성해 양자 산업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해외시장의 경우 양자암호 분야의 절대 강자인 IDQ와 2013년부터 장기 협업을 통해 유럽의 주요 양자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작년 초 IDQ가 미국 양자컴퓨터 선두기업인 아이온큐에 인수되면서 우리로 역시 글로벌 양자생태계에 편입됐다. 나아가 국방과학연구소나 한화시스템 같은 방산 채널까지 확보하며, 광반도체 및 양자센싱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젠슨 황 CEO가 촉발한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생태계에 편입된 미국 L사와는 2023년부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광주에 기반을 두고 첨단기술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재 확보 차원의 어려움은 없나.

    “광통신의 메카인 광주에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양자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대전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설립한 자회사 ‘퀀텀플럭스’는 대전의 양자 클러스터 인프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ETRI 등 연구기관의 인프라를 우리로의 기술력과 결합하는 전초기지다.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기술개발 속도를 한층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향후 우리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큰 숙제는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제조 혁신이다.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한 원가경쟁력과 품질을 확보하는 공정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장거리 양자 통신’과 ‘차세대 저고도 위성통신’처럼 아직 우리가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과제를 하나둘 해결해 나간다면 우리로는 산업용 광통신부터 첨단 국방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전 세계 광기술 시장의 핵심 솔루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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