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적’으로 안방 차지·개혁 vs 반개혁 본선 승부수
- 文 ‘오더 정치’, 安 숙청당한 장칭(江靑), 黃 ‘박근혜 아바타’
- ‘칼퇴근법’으로 저녁이 있는 삶 만들어지나
- 세종대왕이 모델, 김종인? “그 양반은…”
▼ 2월 12일 전북 전주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정동영 의원과 합당을 축하하는 ‘막걸리 러브샷’을 했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막걸리를 시키면 안주가 따라 나오는 식당인데, 안주 음식이 고급 한정식 상차림처럼 나오더라(웃음). 13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지역 순회 최고위원회의차 내려갔다. 회의에 가보니 최고위원 9명 중 6명이 과거 민주당 출신이더라.”
▼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적자(嫡子)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다. 민주당 분열을 꾀한 사람이 현재 민주당 주도세력으로 있으니까.”
개혁세력 담을 그릇
▼ ‘강진 하산’ 이후 선택은 국민의당이었다.“광장의 민심이 ‘이게 나라냐’고 말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개혁과 변혁의 시대에 도달했다. 지금까지는 과거 청산에 주안점을 뒀지만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 개혁 의지를 가진 이들과 제왕적 대통령 체제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싸움이 될 거다. 개혁세력이 이겨서 국민의당이 집권하고, 내가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국민의당이 개혁세력을 담을 그릇이라고 봤나?
“그렇다. 개혁세력을 모으고 담아낼 큰 그릇이 필요한데, 국민의당은 그 기반이 된다고 생각했다. 개혁세력 총결집의 시작점이고, 개혁정치의 큰 물꼬를 틀 마중물이다.”
▼ 탄핵 정국은 어떻게 보나.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력, 무사고(無思考)가 이런 정국을 만들었다. 구조적으로는 1987년 체제 6공화국 헌법으로 인한 대통령의 무한 권력이 비선실세를 낳았다. 체제를 바꿔서 정치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이게 내가 말하는 ‘7공화국’의 핵심이다. 개헌을 통해 안정된 정치체제로 바꿔야 한다.”
▼ 평소 독일식 책임총리제로의 개헌을 주장했는데.
“다양성을 인정하고 통합 속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룩한 독일식 책임총리제를 선호한다. ‘다양성 속에서의 통합’은 세계사적 흐름이다. 대한민국도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가고 있고, 협치와 연대, 연정은 시대정신이다. 안정적인 개혁을 위해선 공동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사실 개헌은 선택과 의지의 문제다.”
3월 정치권 ‘빅뱅’
“내가 총리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나라가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 애국심 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거국내각 총리의 ‘멍에’가 씌워졌을 때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거다.”
▼ 3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정치권 빅뱅’을 예상했는데. ‘3월 빅뱅설’ 말이다.
“패권정치의 우산 아래에서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개혁세력들이 국민의당이라는 큰 집으로 몰려올 거다. 이번 대선은 누가 일자리를 만들고, 한반도 전쟁 위협을 없애고, 안정과 통합을 이룰 적임자인지 가려내 뽑는 선거다. 탄핵 정국에서 친문(친문재인)이 득세했지만, 탄핵 국면이 끝나면 다를 거다.”
▼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등과 함께하나.
“그 양반(김 전 대표)이야 뭐 마음대로 얘기하는 사람이니까,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나(웃음). 전국구(비례대표)를 5번이나 했는데. 그저 나라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 김 전 대표나 정운찬 전 총리나, 나라가 어려운 만큼 힘을 합쳐 개혁에 나서야 하는데 어찌 될지 모르지(웃음).”
최근 손 의장은 국민의당 통합과 관련해 “김 전 대표가 먼저 가서 잘하라고 했다”고 말했지만, 김 전 대표는 “민주당 소속인 내가 국민의당에 왜 가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 1%대인 손 의장 지지율을 감안하면….
“지지율은 변한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설 이후 보수층을 흡수하며 지지율이 오른 거다. 지금 안 지사는 (대권 후보로서) ‘모양’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결국은 (밑천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정치인은 경험이 쌓이고 거기서 나오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이미지 정치’로는 안 된다.”
“내가 ‘금수저’처럼 보이지만…”
▼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나.“일자리를 창출, 그리고 사회적으로 기득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 거다. 내가 경기중·고와 서울대를 나와 대학교수를 하다보니 ‘금수저’처럼 보이지만, 지향점은 서민의 생활을 드높이는 것이다. 존경하는 세종대왕은 군왕이었어도 ‘백성을 위한 군왕’이었다. 이미 500년 전에 아기를 낳은 노비에게 100일간 ‘출산휴가’를 주고, 노비의 남편에겐 1개월 육아휴직을 주는 복지정책을 편 분이다. 그 분이 나의 대통령 모델이다.”
▼ ‘바깥손님’으로서 ‘안방’부터 차지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와 예선을 치러야 하는데.
“안 전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고, 우리나라 정치에 ‘안철수 현상’이란 새로운 현상을 만들었다.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런 안철수가 있는 국민의당이 정권의 중심이 되고, 그 내용을 채우는 역할을 내가 할 것이다.”
▼ 경선, 자신 있나.
“물론. 후보마다 자신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한다. 이뤄놓은 업적을 보면 평가할 수 있다.”
▼ 손학규의 업적은 뭔가.
“경기도지사 시절 일자리 74만 개를 만들었다. 파주에 LCD(액정영상표현장치) 단지를 조성했다. 7만 명이던 인구가 현재 42만 명으로 늘었다. 20만 평(66만1000㎡)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는 입주 기업이 1100개가 넘고, 7만5000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연간 매출은 110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일자리에 대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일자리 만드는 대통령’이 되려고 나섰다.”
▼ 다른 대선주자들도 저마다 일자리 대책을 제시한다.
“지도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도지사 시절, 광교 테크노밸리에 나노종합기술원,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바이오센터와 1500억 원을 들여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대학원을 만들었다. 당시 ‘연고가 없는 서울대를 왜 지원하느냐’며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하는데, 미래 먹을거리 찾는 데 서울과 경기도가 따로 있나.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미래 대한민국을 볼 줄 아는 비전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 실패 책임자
▼ 문재인 전 대표는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걸었다.“국민의 세금을 짜내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도자라면 ‘일자리는 민간기업이 만든다’는 확고한 원칙을 인식해야 하고, 정부가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소방, 경찰 등 필요한 부문은 충원해야지만. 그런데 ‘그들’은 이미 한 번 집권하지 않았나. 영화를 계속 누리겠다는 거다.”
▼ 그래서 문 전 대표를 ‘제2의 박근혜, 제3의 이명박’이라고 비판하는가.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실패로 이명박-박근혜 체제를 만든 장본인이다. 반성과 성찰 없이 정권을 달라고 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민주당 패권이 친박(친박근혜) 패권과 뭐가 다른가. 지난해 8·27 민주당 전당대회 여성위원장 경선에서 재선의 유은혜 의원이 떨어졌다. 패권정치는 ‘오더정치’다. ‘개헌저지보고서’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이 비판했다고 ‘문자 폭탄’을 받은 것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정치인이 되면 그 정도 전화는 받을 수 있어야지’ 하고 얘기했는데, 이게 말이 되나.”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여성위원장에 오른 인물은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다. 4·13 총선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영입했지만 광주서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른바 ‘개헌저지보고서’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만든 보고서로, 문 전 대표를 당 대선후보로 기정사실화한 듯한 내용과 개헌 논의를 저지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다. 안 지사는 최근 손 의장을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홍위병’ 같은 이야기를 했지. 홍위병이 장칭(江靑)이 된다고 한들…장칭은 결국 실각하지 않겠나. 안 지사가 미래 차세대 지도자로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웃음).”
장칭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부인이다. 마오의 후광을 업은 4인방 중 1명으로 권력의 중심에 섰지만 끝내 숙청된 인물이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홍위병 노릇을 하지만 끝내 문 전 대표에 의해 밀려날 것이란 의미로 들렸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세도 눈에 띈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가 대통령이 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거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후보로 나오지 못할 거고, 설령 나온다고 해도 당선권에 근접하지 못할 거다. 이번 선거는 야(野) 대 야 대결이 될 거다. 다만 문 전 대표 체제는 지금의 대통령 체제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고, 나와 국민의당은 나라의 틀을 바꿔 변화와 개혁의 세대를 이루려는 것이다.”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어떻게 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트럼프 정부 대응을 떠보려는 의도인지 모르지만 위험한 불장난이다. 동시에 대북제재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적에서 배치하려는 거다. 안보 측면에선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경제 측면에서 한중관계 또한 중요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동아시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결코 유리하지 않다.”
“나는 검증받았다”
▼ 동아시아 긴장은 어떻게 풀 수 있나.“트럼프 행정부 등장으로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예상되고, 동시에 미중 갈등도 깊어졌다. 남북 간 교류는 단절됐고. 나는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미국으로 가 굳건한 동맹을 확인하고, 한반도 평화·경제 문제에 대해 트럼프와 담판을 벌일 거다. 북한과의 대화를 즉각 재개하고 주변국 외교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 2012년 제시한 ‘저녁이 있는 삶’의 뜻을 여러 정치인이 이어받았다.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저녁이 있는 삶’은 아주 유효한 모토이고, 우리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가치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게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공약으로 내건) 이른바 ‘칼퇴근법’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경제, 사회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진보와 보수를 다 경험해봤다. 개혁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세력, 국민 간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통합 리더십이 필요하다. 나는 검증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