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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최고의 과학 교사는 주방과 화단에 있다

  • 신동희 단국대 교수·과학교육 dss25@dankook.ac.kr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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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학교 밖 과학활동의 장(場)은 다양하다. 박물관, 과학관, 식물원같이 돈이 좀 들어가는 장도 있고, 산과 강, 해변과 같이 돈 안 드는 장도 있다.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을 눈과 귀로 보고 듣고, 손과 코로 느껴보는 것은 지식의 내면화 효과는 물론이고 감성을 충만하게 해주는 효과도 크다. 동서고금을 통해 과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저명 과학자들은 대부분 자연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체험학습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녀들의 체험활동은 집 밖의 장소에서만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다. 집안 전체가 과학활동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근사한 화분에 난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자녀들이 직접 화분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 잎이 나고 꽃이 피는 놀라운 과정을 경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더 좋다. 생물 시험을 위해 열심히 외웠지만,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잊곤 하는 잎과 꽃의 구조는 자녀들이 화분 속 식물의 성장을 매일 확인하는 5분을 통해 내면화된다.

부엌에도 과학은 많다. 꽁꽁 얼어붙은 고깃덩어리를 빠른 시간에 해동시키는 방법, 꿀을 물에 빨리 녹일 수 있도록 젓는 방법도 다 과학이다. 주변에 널려 있는 과학활동의 소재들을 자녀와 공유함으로써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흑백 지식에 천연색을 입히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부모, 형제, 친구들과 더불어 체험하는 과학 학습은 평면의 지식을 입체적으로 하는 효과 이외에도 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흥미를 유도한다.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학습에서도 태도와 흥미 차원의 접근이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 자녀들로부터 과학과 과학 학습에 대해 긍정적 태도와 관심을 이끌어내면 과학 교육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자녀들과 함께 경험하는 과학활동이야말로 어찌 보면 자녀들의 평생을 보장하는 ‘과학 보험’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性차이’ 없는 과목



최근 법조계나 의약계 등 최고의 전문직으로 꼽히는 분야에서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그러나 여전히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가 이공계다. 초·중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한다고 하지만, 과학이나 수학 과목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수학·과학 영재들이 모여 있는 과학고등학교의 여학생 비율은 10~20%에 불과하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학생의 수학·과학 성적은 하락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두 과목에서 국제비교연구 결과 성(性)차이가 거의 없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성차이 국가임이 연거푸 드러나고 있다.

과학 학업 성취도 결과를 넘어서 과학에 대한 태도와 흥미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성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여학생들은 과학에 관심도 없고, 흥미는 더더욱 없고, 심지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과학인 경우도 허다하다는 얘기다. 과학관이나 박물관 방문, 신문에서 과학 기사 읽기, 과학 관련 TV 프로그램 시청, 과학잡지 구독 등 학교 밖 과학 관련 활동에서도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현저하게 소극적이라는 사실이 많은 연구 결과 드러났다. 학교 밖 과학활동을 안내하는 사람은 교사나 또래 집단이기보다는 부모다. 결국 부모가 딸보다는 아들에게 더 풍요로운 과학체험활동을 제공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아들이든 딸이든 모두 미래의 훌륭한 과학자가 될 잠재성을 갖는다. 혹시 여성 과학자의 길이 힘들 것 같아서, 여성 엔지니어가 고달플 것 같아서, 딸이 이공계를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울 것 같아서, 아니면 왠지 이공계를 보내는 것이 곱디고운 딸을 험하게 만들 것 같아서 과학관보다는 미술관에 데리고 가고, 과학잡지보다는 패션잡지를 사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오빠가 읽던 너덜너덜해진 과학잡지를 좋아라 읽고, 식목일에 뿌린 봉숭아씨에서 잎이 나고 자라나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자칭 ‘금붕어 엄마’라면서 어항 속 물고기의 지느러미 짓을 놀랄 만큼 상세하게 묘사하는 내 딸은 그런 연구 결과의 산 증거다.

‘흥미 유지’가 우선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과학시험을 본다고 하니 다른 엄마들처럼 나도 가장 잘 나간다는 문제집 한 권을 사줬다. 문제집에는 과학책의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고 많은 문제가 실려 있었다.

몇 문제 살펴보다가 나는 아들에게 문제집 푸는 것을 관두고, 좋아하는 과학책이나 더 읽으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식물을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식물의 잎 사진 여러 개를 교과서에 제시한 것인데, 문제집에는 ‘어긋나기’ 잎은 어떤 식물인지, ‘마주나기’ 잎은 어떤 식물인지를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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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희 단국대 교수·과학교육 dss2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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